공공성 회복을 통한 지방 소도시 구도심재생 연구 : 역사, 문화, 생태 도시 완주군 고산을 사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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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propose a methodology for the urban regeneration by constructing contemporary publicness. Beginning with researching on the theoretical fundamentals about publicness and urban regeneration, it introduces the examples to analyze the spatial characteristics of publicness in the contemporary urban architecture, and finally simulates a model for the formation of space through a real work.
The study is partially based on the Executive Urban Project, ‘Masterplan to make New Taekrigi : Gosan’, which was planned in 2013 to suggest a strategic settlement layout for urban regeneration. Making architectural ideas permeated into the model of urban planing, throughout the design process of initially pursued concepts to the design development stage, we could encounter a new type of formation of urban space, coinciding with the historical, cultural ecological contexts.
The expected result of the study intends to enhance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formation of public space and urban structure, also ultimately to produce a urban system as ‘space generator’ to fulfill the social needs and its requirements.
Keywords:
Publicness, Public Space, Urban Regeneration키워드:
공공성, 공공공간, 도시재생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지난세기 후반으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거점 중소도시들은 역사적 맥락과의 현재적 연속성에 있어서 매우 불균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서는 지역 인구의 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를 들 수 있는데, 그나마 일정 규모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군 소재 단위 이상의 중규모 도시의 경우에서는 예전처럼 왕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자생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많은 경우의 면 소재지 등, 지역거점 소도시들은 급격하게 그 체계가 무너져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인구를 비롯한 여러 지표상의 추이를 참조할 때 이러한 부정적 상황은 표면에 드러난 현상보다 매우 다급함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 도시들은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인 대체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일시적 처방과 개별단위의 단편적인 사업들로 그들 나름의 상태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맥락에서 본 연구는 쇠퇴해가는 중소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안으로써 공공성 구축 전략을 모색하려 하며, 이를 매개로 한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각도에서의 공공성에 대한 정의를 내림으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의 도시재생의 개념 변화와 경향에 관하여 그 이론적 내용의 고찰로부터 출발한다. 이를 통해 도시 구조 및 공간에서 현대적 의미로서의 공공성에 관한 특성 및 구축 가능성을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실질적 대상의 공간 구축을 통해 하나의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논리적 제언에 도달하기 위해, 설계 프로세스에서 도시 구성 요소들의 역할과 특성을 살펴볼 것이며, 궁극으로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공학적인 관점 등, 복합적이고 총체적인 범위에서 도시·건축의 본질로서 공공성과 도시재생에 관한 주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도시·건축 담론을 중심으로 한 설계기반의 논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보편성에 기인하는 학술적 개념과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실용성을 목표로 하는 실행적인 프로세스에 보다 충실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 하에 주된 실무적인 대상으로서 지방 거점 소도시에서의 인구 및 산업의 변화에 따른 공간구조 개편 및 도시재생 모델 - 전라북도 완주군 고산면 소재지의 마스터플랜 및 기본설계 - 전반을 소개함으로써, 연구의 주제를 현장감 있게 검증하고자 한다. 공공성 또는 도시재생에 관련하여 유사 주제의 기존 연구들이 개별 사업단위나 아이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거나 제도와 운영에 관한 시스템 관리를 위한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고 한다면, 여기에서는 현장을 중심으로 한 특정 성격의 공간설계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공공성 구축의 과정을 묘사하고자 한다. 특히 공공성이 발현되는 공공공간을 다룸에 있어서 도시의 현상적 특징에 의존하기 보다는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함은 본 연구가 지향하는 도시재생의 핵심적 방향이라 할 수 있겠다. 본 연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초기 발상과 개념전개로부터 디자인 및 구체적인 계획에 이르기까지 실무에서의 일련 과정을 예시함으로써, 개념적 확장을 뒷받침하는 실행방안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
2. 공공성의 개념과 도시재생
2.1. 공공성의 의미
- 1) 사전적 의미의 공공성 :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일반 사회구성원 전체에 두루 관련되는 성질’, publicness, 공공화된 것(상태),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정의된다.1)
- 2) 사회학적 의미의 공공성 : 하버마스(Jurgen Harvermas)는 ‘살롱(salon)’이라는 공간개념에서 공공성의 모티브를 찾았다. 이 공간의 사용자는 공중(the public)이며 공중들 사이에서 교류가 일어나는 장의 역할을 하는 곳이 이 공간(public space)이었다. 아렌트(Hannah Arendt)는 ‘아고라(agora)’는 사람들이 자신을 타인과 구별시켜 드러낼 수 있는 공적인 공간이다’라고 하였다. 하버마스와 아렌트는 자율적인 인간의 행위, 그리고 그 행위의 장(공간 혹은 장소)을 통해 공공성이 표출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건축적 공공성의 논의의 시발점을 제공하였다.2)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소통임을 강조하고 있다.
- 3)건축에서의 공공성 : ‘나만(私)을 생각하고, 따로따로(個)인, 닫힌(閉) 건축이 아닌, 모두(公)를 생각하고, 이웃과 함께하는(共) 열린(開) 건축’3)을 추구하며, 구체적인 ‘건축공간을 통해 개인들이 긍정적이고 원활한 하나의 ‘공공’을 형성하는데 관심을 둔다. 이는 공공집단이 어떤 구체적인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 이전에 올바른 관계를 통해 집단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개체간의 최적의 의사소통상태를 이루도록 하는데 초점4)이 있다.
- 4) 도시에서의 공공성 : 도시 공간 내의 토지와 건축물의 공익적 사용을 위한 사회적 합의점이라 볼 수 있으며, 공적 소비재는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즐길 수 있는 재화로서 공원, 등대 등과 같이 어떤 사람이 재화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재화를 사용하는데 있어 그 가능성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5)
이 외에도 다양한 각도에서 공공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할 수 있으며, 이들은 크고 작은 의미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논점의 기저에는 공공성에 대한 공통되는 개념이 존재한다. 즉, 강한 사회적 관계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구성원이나 분야를 아우르는 공간과 영역이 존재하며, 이 안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사회적 활동들은 특정의 이익에 의하여 독점되지 않고 다수에게 배분되어지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편, 21세기에는 보다 다층적이며 다양한 삶의 변화에 따라 확장된 개념으로서 협력적 공공성이 요구되는데, 이는 그동안 배제되었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커뮤니티 중심의 수평적 관계를 의미하며, 건축·도시공간에서 또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현대적 공공성이 등장하게 되었다.
2.2. 현대적 공공성에 대한 당위성
공공성 개념의 변화에 따른 현대적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형식으로의 전개가 가능하겠는데, 그 중에서 특히 염철호 외 2인의 연구는 총체적인 범주에서 현대적 공공성에 대하여 잘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공적, 공익, 공정의 개념에 공론의 개념이 더해지고 그 비중이 커지면서 공론적 공공성의 주체가 새로운 공공성의 주체가 된다. 참여와 과정에 의한 현대적 공공성은 끊임없이 협의에 의해 변하고, 다양한 주체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므로 보편타당한 공공성의 규정과 예측 및 고정이 불가능하다. 현대의 커뮤니티 주도형 공공성의 조건으로서 개방적· 가변적 공공성에서의 각 영역의 폐쇄성을 사회로 개방하는 열린 공공성, 경계의 유동성에 의한 열린 관계와 수평적 관계, 커뮤니티 중심의 협력과 참여의 공공성에서의 협력의 공공성, 참여적·과정적 공공성을 도출하였다.6) 즉 여기에서는 현대의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급부상하는 공공의 사회적 합의와 절차, 그를 위한 제도와 시스템에 대하여 보편적 정의와 더불어 적절한 사회학적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건축·도시공간의 현대적 공공성은 프로세스 중심의 개념적 요소로서 확충성과 다층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7) 현대사회는 행정권한의 분산과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중시한다. 따라서 커뮤니티 중심의 공적 가치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면서 공간 창출의 주체로서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이 증대되었다. 행정이 행위주체로서 의사결정과 진행을 주도하던 과거에 반하여, 이제는 참여주체들을 지원하며 다자간의 협력관계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그 역할이 변모하게 되었으며, 지역의 공공성 구현을 위한 조정자로서의 건축가, 혹은 지역 전문가의 역할이 새로이 부여되기도 하였다. 즉, 이는 가치공유와 합의형성을 중시하고, 대화와 조정을 통한 합리적 의사소통에 의해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을 해소하며 공적 담론을 형성하는 등,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다양한 주체의 자발적 참여와 합의는 현대의 공공성을 구축함에 필연적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중앙정부 주도형으로부터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 공공성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의 변화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도시 재생 정책은 지자체가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지자체를 지원하는 형태로 변환하고 있다.8)
이상의 선행연구들을 보면, 지금까지의 현대적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과정적 형식의 논리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사회학적으로는 충분히 그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건축·도시공간을 규정함에 있어서는 원론적인 방향을 제시할 뿐, 이를 구현하기 위한 도시공간의 구조적 틀로서 물리적 환경에 대한 추가의 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즉, 과거의 결과 중시의 풍토로부터 과정 중시로의 인식 변화를 강조하며 공공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태도에는 이견 없이 공감할 수 있으나, 결국은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될 수가 없을 뿐만이 아니라 도시공간의 질적 성능확보의 차원에서 그 결과를 검증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또 다른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도와 운영시스템의 문제와 더불어 우리에게는 현실에서의 공공성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공간 만들기의 도시 구조적인 실천모델이 필요하다.
2.3. 국내 도시재생에서 본 공공성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는 후기 산업시대의 필연적 과제 중의 하나로서, 양적 팽창과 무한 성장을 주도하던 산업화가 낳은 도시적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와 관련이 있다. 초기 산업시대의 도시개발은 경제논리와 효율성 위주의 정책에 기반을 두어 추진되어 왔으며, 국내의 경우 196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경제개발과 더불어서 도시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급격한 환경변화를 겪게 되었다. 단시간 동안의 압축 성장에 기인한 우리의 도시들은 기반시설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다량의 공급에 치중하다보니, 주거환경의 악화와 도시 슬럼화 등, 도시공간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도시재생의 초기 대응으로서는 1976년 「도시재개발법」의 제정을 들 수가 있는데,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도시 재정비사업의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는 부족한 재원을 민간자본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진행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의 창출과 부족한 토지 사용의 극대화를 전제로 하다 보니 공익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수익성과 시장논리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도시정비와 재개발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양질의 주택 보급이라는 정책적 취지를 무산시키고 경제적 가치 기준에 따른 사업시행으로 부동산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즉, 여기에서의 도시재생의 관점은 공공의 사회적 목적보다는 경제적 가치창출을 위한 또 다른 유형의 사업의 일환일 뿐이었다.
이상과는 다른 양상으로, 근래의 도시재생의 경우 초창기 개발 위주의 도시재개발 사업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민 사회의 성숙에 따른 사회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며, 나아가 각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특수성과 역사적 변화를 이해하고 이를 도시재생 사업의 철학적 가치로 설정하여 다양한 방식과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개발과 경제성에 기초한 방식에서 탈피하여 사회적 공공성이 담보되는 개발, 지역의 커뮤니티를 보전하고 나아가 각 도시가 갖는 도시경관을 충분히 살려 이를 재생사업에 적용하는 도시환경을 치유하는 관점에서 도시 재생 사업이 논해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9) 여기에서는 과거의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수행의 구조로부터 탈피하여, 지역의 특성과 다양한 사회의 요구에 반응하며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민주적 의사결정의 절차를 존중하며, 중앙정부의 재정지원과 지방정부로부터의 행정지원, 그리고 전문가 집단의 전문적 경험지원, 등 다각도의 협력 체제를 활용한 형식으로 변모하였다. 이러한 통합적 환경에 기반을 둔 도시재생에서는 사회적 합의로서의 ‘공공성’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3. 도시재생 모델 – 역사, 문화, 생태도시 완주군 고산을 사례로
3.1. 개요 및 현황
전라북도 완주군의 고산면은 인접한 6개 면의 경제·지리적 중심역할을 하는 거점 면소재지다. 이곳은 북쪽의 운제산과 그로부터 뻗어 나온 비봉산과 함께 남쪽에는 만경강으로 이어지는 고산천이 도시를 감싸 흐르고 있어 다양하고 풍부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도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현재까지 동일한 공간 범위 내에서 도시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고산은 ‘본래 백제의 고산현이다’라는 여지도서의 기록에서도 볼 수 있듯이 1500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조선시대 고산은 현청소재지로 각종 역사서에는 사직단과 객관, 동헌, 아사, 훈련청 등의 각종 시설들의 위치가 비교적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1398년 문을 연 고산향교가 아직까지 남아있으며, 근대시기 생성된 생활중심의 시설 역시 도시내부에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 특히 곶감과 대추로 유명한 이곳 시장은 주변에 형성된 지역의 중심기능역할을 해오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오늘에 이른다.
현재 고산은 한국의 다른 지방소도시와 마찬가지로 노령화와 인구감소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조선후기까지만해도 현재 인구의 3배가 넘는 16,773명이 거주하고 있었을 정도의 번성한 지방 소도시였으며, 1900년대에 들어와서도 농민회의 활발한 활동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기존의 원 도시구조와는 다른 변화과정을 겪게 되고, 그 후 199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를 비롯하여 서서히 쇠퇴해가는 경제활동과 여러 산발적인 계획으로 인해 유구한 역사와 깊은 도시공간을 자랑했던 고산은 서서히 해체되어 도시로서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공동화현상을 겪게 된다. 이에, 본 연구는 고산에서 현대적 공공성에 기인한 도시재생의 모델을 찾고자 한다.10)
3.2. 문제제기
고산은 완주군 북동부의 가장 중요한 거점으로서 여타 지역과 차별화되는 고산만의 정체성을 가진 도시공간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근대를 거치면서 역사공간에 대한 가치 인식이 희미해져가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도시기반시설의 필요성에 따라 역사적 맥락이 사라지고 학교를 비롯한 근대적 프로그램으로의 변화를 시작했다. 약 100여 년 동안 여러 산발적인 변화에 따라 서서히 조직이 파괴되고 안정적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있던 도시공간은 해체되어 갔다. 더욱이 1990년대 이후에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1차 산업의 쇠퇴로 인하여 지역경제의 중심이었던 고산시장은 그 기능에 있어서 지역의 중심성을 상실하였고,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의 이전으로 생존의 계기로 삼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구시장과 중심가로변을 따라 형성되었던 도시적 집중을 흐리게 하였으며, 그에 따라 도심의 공동화현상이 진행 중이다.
이렇게 오랜 기간에 거쳐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가지며 구조화되고 질서 잡혀있던 도시공간은 그 맥락이 무시된 채 단편적이고 즉흥적인 계획으로 인해 중심성이 사라지고 밀도가 분산되는 등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 원도시 구조와 조선후기, 신작로형성
고산은 본래 읍성 없이 산과 강이 자연스럽게 도시의 경계를 형성하고, 그 내부 중앙부분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북측의 산을 배경으로 시가지의 위쪽부분에 관아와 향교 등의 시설과 그에 부속되는 기관이 위치하고 아랫부분은 사람이 모여 사는 마을과 농경지로 고산만의 농촌기반 도시구조가 완성되어 있었다. 도시를 관통하여 지나는 동서 가로를 중심으로 도시의 위계가 형성되고 일제강점초기 신작로가 생성되었다. 신작로는 기존 중심가로의 기능을 대체하며 새로운 도시 축을 형성한다.
∙ 1930-1970년대
이 시기 신작로가 도시내부로 깊숙이 확장되면서 도시의 주요 길로 자리매김하게 되고 북측으로는 간선도로들이 생성되기 시작한다. 기존의 가로중심으로 짜여 있던 도시조직이 점차 확장되며 새로운 조직이 기존의 구조에 흡수되는 경향이 보인다. 그 후 기존의 시장에는 장옥이 형성되며, 고산중학교가 개교하는 등 생활문화공간이 생성되어간다.
∙ 1980-1990년대
이전까지의 신작로는 미루나무가 식재된 비포장도로였지만, 이 시기 고산고등학교가 개교하면서 학교로 연결되는 도로의 신설과 함께 확폭, 확장된다. 또한 1989년 댐건설로 인하여 수량이 3배 이상 증가해 고산천의 수량이 풍부해졌으며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아 교량의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1990년대에는 북측의 외부 간선도로가 신설되면서 도시조직이 이 도로에 의해서 고립되고 단절되게 된다.
∙ 2000년대-현재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도시내부의 간선도로가 신설되기 시작하는데 특히 도시를 감싸 도는 남측의 내부순환도로는 고산천과 넓은 평야, 마을 순으로 연결되던 아랫부분의 자연을 단절시켰다. 더불어 내부의 격자형토지구획은 기존의 자생적인 옛길과 충돌하면서 도시의 틈새공간 등 정체성을 잃은 모호한 공간을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자연과 소통하며 오랜 역사적 맥락을 갖고 있던 고산은 적절한 도시구조와 조직에 대한 해석 없이 산발적으로 진행되었던 근대이후의 개발로 인하여 옛길의 질서는 파괴되고 시가지의 분산이 가중화되는 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현재 고산의 도시적 가치와 자산인 자연으로부터 단절되고, 시가지를 중심으로 응집되어있던 역사적 요소들의 흔적은 사라지거나 산재하게 되었다. 새로 생겨난 프로그램과 도시조직 역시 도시구조에 흡수되지 못한 채 혼란을 야기하는 등 기존의 맥락과 연속성을 가지지 못한 채 충돌하고 있다.
근대이후 산발적으로 진행된 각각의 사업 단위들은 고산을 역사와 자연으로부터 단절 시켜왔다. 이로 인해 도시구조에는 연속성이 사라졌고, 도시 공간에도 많은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도로와 필지, 건축물이 하나로 짜여 높은 밀도의 도시구조를 가지고 있던 과거와는 달리 근대이후 계획은 그러한 조직을 와해시키며 옛길을 단절시켰다. 이러한 물리적 공간의 변화로 인해 도시의 구심점은 사라지고 골목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각각의 장소성 역시 상실되었다. 또한 최근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시장의 이전 역시 도시의 본질에 스며들지 못하고 오히려 도심의 공동화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며, 격자형의 구획정리가 만들어낸 필지의 파편들은 모호한 용도와 알 수 없는 정체성의 공간들로 도시 각처에서 맥락 없이 산재되어 있다. 이렇게 고산에서의 공공공간은 공유와 공익, 공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도시의 공공성은 해체되어 가고 있다.
3.3. 도시재생의 기본구상
고산은 유구한 역사와 수려한 자연환경을 비롯한 주요한 공간 자산이 도시에 분포되어 있는 잠재성을 가진 도시로 전국 지방소도시에서 동시에 앓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모델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고산에는 조선시대의 동헌과 내아, 객사터, 고산향교를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공간과 (구)농협 부지를 중심으로 하는 근대화과정에서 생겨난 역사공간이 있다. 또한 현재의 농협과 고산면사무소, 고산우체국, 고산파출소, 고산시장과 같은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중심의 공간이 중심가로를 따라 밀집되어 있으며, 산지 및 녹지공간을 비롯한 고산천과 도시를 관통하는 실개천 등의 생태공간으로 크게 나뉜다.(Fig. 6) 현재 이 각각의 특성을 가진 공간자산들은 도시 전역에 분포하고 있으나 상호간 연계되지 못하고 독자적인 가치만을 내재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각각 단위들의 장소적 특징을 살리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거점들을 형성한다면 상대적으로 빠른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 단위들은 주변으로 파급효과까지 가져와 새로운 장소성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점적인 특성상 자칫 상징적인 의미만 남게 될 뿐 도시전체에서 고려되어야할 연계성은 다소 미흡하므로 이들을 체계적으로 연결 할 수 있는 계획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고산의 도시구조 속에는 근대이전의 도시조직의 흔적이 옛길로서 남아있으며 이는 아직까지도 골목길로 이용된다.(Fig. 7) 앞의 절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는 조선후기이래 지속적인 변화 속에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고 있으나, 이는 역사적 맥락에서 불연속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형식에 있어서도 매우 산발적이기 때문에 본연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우리의 역사이며 현실임을 고려할 때 중요한 공간적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이 옛길을 도시의 역사, 문화, 자연의 모든 공간을 연결시키기 위한 하나의 네트워크로서 활용함을 구상할 수 있겠다. 즉, 도로라는 물리적 역할을 뛰어 넘어서서 이 역사적 켜는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선적인 매개체로서, 앞서 발굴한 점으로 작동되고 있는 각각의 거점들을 연결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고산의 지역적 특성을 묶어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도시조직을 통제하고 조절함에 있어서 각처에 분산된 잠재력 있는 도시적 자산을 결합, 또는 분산시키면서 도시구조에 전체성을 부여할 수 있다.
옛길과 새길의 충돌로 인해 생겨난 도시의 파편과 같은 틈새공간들을 매개로 하여 부재되어있는 도시의 공공성을 구축한다.(Fig. 8) 즉, 각각의 공간 하나하나에 공공의 프로그램을 부여하고 옛길을 연계시켜 전체를 포괄하는 전략을 도시재생의 방법으로 활용한다면 거점들을 중심으로 한 구심점이 생겨나고, 각각의 공공공간과 시설은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며 고유한 공간으로서의 장소성과 전체성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도가 분산되고 공동화가 일어나며, 결국은 도시기능의 약화로 이어지는 등, 도시의 현재적 문제를 공공성의 회복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것이다.
3.4. 공공공간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 계획
앞선 기본구상에 따라 우선적으로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매체로서 옛 골목길을 정비하고자 한다. 지역의 특색이 반영된 친근하고 익숙한 골목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부와 적극적 관계가 필요한 구역에는 시각적 소통이 가능한 울타리를 조성하는 등 권역별 특성에 맞춰 담장재료 및 높이를 계획한다. 또한 주요거점을 고려하여 계획된 동선에 따라 바닥 포장의 재료를 분리하고, 디자인을 고려하여 골목 전체에 통일감을 부여한다.(Fig. 9)
골목자체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틈새 공간과도 연계한다. 이렇게 생겨난 공공공간과 함께 주요 역사, 문화, 생태적 거점공간과 연결된 골목 네트워크는 분산된 도시에 전체성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보행을 중심으로 하는 공간구성체계는 주민 스스로 가꾸고 소통할 수 있는 도시망으로서 하나로 짜인 도시구조 체계로 작용 할 것이다.
또한, 현재 고산에는 골목길 네트워크를 조성함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이 있다. 옛길과 근대에 새로이 생겨난 길이 하나를 이루지 못하고 충돌하며 발생한 크고 작은 파편들이 도시 전체에 분산되어있는데, 이들은 어떠한 기능으로도 사용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으며 주변공간까지 황폐화시키고 있어 무언가의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 공간들이 옛길과 새길의 결절점에 위치한다는 특성을 살려서 쌈지공원, 키오스크 등, 공공 프로그램을 부여한다면, 공공성 회복을 위한 도시의 조절자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Fig. 10) 소위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여 도시적 자산의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이것이 도시 전체를 면으로 이어주는 것은 물론 공간적 볼륨으로서 연결하여 도시 전체를 어우를 수 있는 총체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시장의 이전으로인해 유휴지로 남겨진 구시장과 이전 이래 2년이 지나도록 아직 도시에 흡수되지 못한 신시장은 지역경제의 핵심이기에, 도심 활성화를 위한 필연적 과제이다. 각각의 역량으로는 충분한 구매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이들을 연계하여 도심의 상업적 기능을 회복하고자 한다. 그에 대한 방안으로 구시장 부지에는 군유지를 중심으로 광장을 계획하고 그 주변에는 청소년 및 노인 등 복지시설을 배치하여 커뮤니티의 문화적 중심으로 탈바꿈시킨다. 또한 지역 특색을 살린 대추 곶감 건조 및 판매시설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독특한 역사 및 생활경관을 만들어내고, 특산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구시장과 신시장을 생산과 소비의 공간으로 연결하여 주민들에게 경제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Fig. 11)
신작로이자 ‘고산으로 들어오는 길’ 고산로는 고산의 중심을 가로지르며 가장 중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다. 각종 관공서와 터미널, 시장 등 생활환경의 핵심시설이 물려있고, 현재도 5일장이 서는 지역 경제의 중심이며, 타지에서 휴양림 또는 고산천을 찾는 방문객에게 지역의 정체성을 한눈에 드러내고 있기에 그 중요도는 고산의 도시재생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차량 및 보행체계를 정비하고, 간판 및 가로수의 계획 등을 통해 고산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지닌 가로경관과 쾌적한 보행환경을 기대할 수 있겠다.(Fig. 12)
고산은 2010년 완주군의 장기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산림생태축과 수변경관개발축이 만나는 지역에 속해 관광거점지구로 설정되어있으며, 읍내천 생태복원사업과 수변공원조성계획에 따라 수변생태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도심과는 다소 동떨어진 곳에 독자적으로 자리하고 있고 연계성이 취약하기에 산책로, 조망점 등의 설치를 고려할 수 있다.(Fig. 13) 도시 내부에 적극적으로 자연을 끌어들이고자 도시 내부를 흐르고 있는 실개천을 복원하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함은 물론 주변의 생태적 흐름을 연결하여 지방 소도시로서의 경관을 풍요롭고 다양하게 만든다.
근대건축의 형식을 지니면서 비교적 내구적 구조를 지닌 건축물로서 용도와 운용에 있어서 그 수명을 다하여 폐허로 남겨진 구 농협을 리모델링하여 도시의 문화공간인 박물관으로 되살려내는 작업이다.(Fig. 14) 원주민은 물론 고산휴양림과 고산천을 찾는 외지인에게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시하고자 한 것은 현재의 프로그램 특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변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프로그램 계획이다. 즉, 현재는 박물관 및 교육과 체험을 전제로 하지만, 다양한 활동성을 담을 수 있는 열린 계획을 지향한다.
근대이후 약 100년에 가까운 시기동안 고산은 역사성을 잃어버리고 도시구조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정체성이 상실, 단절되는 변화를 겪었다. 이것은 고산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의 지방소도시의 문제이기도 하며, 기존의 도시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계획들이 초래한 불균형의 결과물이다. 이에 끊어진 도시적 맥락을 되살리고 도시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는 지역적 방안이 강구되는 것이 시급했다. 산재되어있는 도시적 자산들을 발굴하고 연계성을 만들어내어 공공의 기능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함으로써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고 주민의 삶과 도시가 공유하며 외부인과 도시가 소통하는 공간체계를 통해 도시는 공공성을 회복하여 도시재생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3.5. 고산에서의 공공성 구축과 도시재생의 실천전략
이상으로 역사, 문화, 생태도시 고산에서의 도시재생을 위한 공공공간의 계획 전반에 관하여 이야기 하였다. 특히 공공성 구축은 도시재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매개체임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고산에서 이루어진 구체적인 실천전략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도시화를 무조건적으로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느슨해진 기존의 것들을 집중시키고 과한 잉여를 제거하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개발 이익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구성원들로부터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약이라는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도심지 활성화와 공익을 우선시하려는 보편적 가치와 윤리기준에 부합한다. 즉, 밀도를 집중함으로써 난개발을 억제하고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려는 공동체의 목적에 부합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환경을 조절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 하겠다.
도로와 필지, 공공용지와 사유지로 이분화된 현재의 소유 중심의 토지구획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 개념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공유와 사용의 개념 하에서 공공과 사유 영역을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계획함으로써 도시공간의 불연속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으며 그의 활용적 측면에서도 상생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이러한 모호한 경계는 영역을 제한함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이 가능토록 하고자 임을 인식해야 한다.
성과주의가 근간이었던 과거에는 주로 단일사업의 열거에 의한 개발방식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얻기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전체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공간적 맥락을 만들어내는 작업, 즉 개별단위가 그 디자인의 대상이 아닌, 전체의 공간구조가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방식이 주요 매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즉, 도시 구조는 공공공간의 조절자이며, 공공성 구축을 위한 주요 골격을 이어야 한다. 도시의 거점에 상징적 장소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오브제형의 계획도 부분적으로 필요하지만 단지 이것만이 주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능은 일시적으로 공간을 점유할 뿐이며 영속할 수 없으며. 전혀 예측하지 못한 요인으로 인하여 추후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와 같은 근대의 결정론적 사고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으며, 기능-형태로 이어지는 일련의 고정된 형식논리가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유연한(flexible) 공간구조의 하드웨어를 계획함이 필요하다. 계획자는 특정 성격의 공간적 틀을 제공할 뿐이지 결정화된 맞춤형 디자인은 가급적 지양함이 바람직하겠다.
4. 결론
현대 사회는 급격한 인구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하여 도시공간에서 하드웨어의 공급과잉과 불필요한 잉여를 낳았으며, 이에 따른 새로운 가치관은 양적 확장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축소와 효율적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도시재생은 선택이 아니라 이미 우리시대의 필수불가결한 과제라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공공공간은 도시재생의 조절자로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한 공공공간은 내용적으로 공공성을 담보로 그 기본적 골격이 구성되어야 하기에, 이러한 공공성 구축이야말로 도시재생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에 본 연구는 공공성 구축을 통한 도시재생의 모델로서 고산의 사례를 제시하였으며, 이에 대한 교훈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겠다.
첫째, 도시요소들에 대한 공간적 자산으로서의 인식이다. 도시공간에서 문제 제기되는 인자들을 도시재생의 대상으로 바라볼 때, 이들을 극복되거나 디자인되어져야할 물리적 사업단위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체의 구조와 성격의 차원에서 조절되어야할 공간적 자산으로 인식함이 필요하겠다. 이들은 도시를 구성하는 단편적 도시 속성의 차원을 넘어서 지역의 총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창의적 잠재성을 내포하는 사회적 통합요소로서 다루어져야함을 말하며, 시지각의 문제가 아닌 본질적인 사회문화적 인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둘째, 연속성, 다층성의 도시구조 만들기이다. 원래부터 도시는 시간적으로 연속적이며, 그 내용적으로는 다양한 요소들의 집적에 의해 다층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근·현대에 이르러 산업화의 과정 속에서 도시가 변하는 속도는 스스로 대응하거나 치유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월등히 추월하였기에, 그 사이에서 여러 가지 불균형이 야기되었다. 이에 우리는 다양하게 산재해있는 도시의 공간자산들을 발견하는 한편, 옛길 등 문화·역사적 맥락이나, 산과 하천 등 자연·생태적 요소를 매개체로 하여 본연의 연속성과 다층성을 지닌 도시구조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한 도시재생방법을 구상할 수 있겠다.
셋째, 현대적 공공성을 담는 공공공간 구축이다. 우리가 이 시대에서 하고자 하는 도시재생은 공공성을 구축하자는 것이지 공공공간을 건설하자고 함이 아니다. 즉, 공공공간은 하드웨어 자체로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며, 적절한 소프트웨어의 운용과 커뮤니티 공통의 사회적 가치를 공유할 때 비로소 공공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완성된다. 그렇기에 도시재생은 동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공공성의 구축에 기반을 둠이 바람직하며, 단지 공공성은 공공공간을 통해 발현될 뿐이다.
넷째, 과정으로 이해하고 결과로서 말하기이다. 현대적 공공성은 결과보다도 과정을 중시한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는 과정만으로도 모든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가?’ 또는 ‘다수의 선택은 과연 언제나 선한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개별의 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판단에 기초한 민주적 절차는 매우 합리적이나 그것이 반드시 공공의 윤리와 공정성에 부합한다고는 할 수 없다. 과정은 중요하나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으며, 결국에는 제아무리 절차가 정당하다하여도 공공의 윤리적 기준에 반하는 결과는 무의미하다. 즉, 결과가 공공적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업과 통합적 관리체계이다. 현재의 공공공간은 지역의 고유한 자산으로써 인식되지 못함으로 인하여 이에 대한 정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일관되며, 지속성 있는 관리주체 및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는 행위주체인 시민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중앙정부의 지원을 어우르는 시스템으로 중복투자를 줄이고 각종 사업 간의 연계로 보다 큰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우리는 공공성 구축이라는 주제로부터 출발하여 이론적 개념정의와 실제 대상의 계획 및 설계를 통해 도시재생을 예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은 과정적 절차, 다양한 주체간의 자발적 참여와 민주적 합의에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하는 현대적 공공성을 충분히 구축해내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작동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검증을 완료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즉 계획단계에서의 공공성은 최고의 성과라 하여도 기껏해야 절반의 성취일 뿐이며, 나머지 절반은 추후의 적합한 운영과 프로그램 관리를 통해서 완성되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추후의 과제를 남기고 있지만, 동시대의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하나의 작은 도시재생 모델이기를 바라며, 이에 본 연구의 의미를 두고자 한다.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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