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축에서 외피-구조의 일체화를 통한 공간구축에 관한 연구 : 서천 구도심의 환경재생을 위한 설계개념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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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is to propose a methodology for the formation of space according to the integration of structural concept and architectural concerns in the contemporary era. Beginning with researching on the theoretical fundamentals about surface-structure, it introduces several architectural examples to analyze its own structural form and spatial characteristics, and finally simulates a model for the formation of space through a real work.
The study is partially based on the Executive Architectural Project for ‘Village of Spring’ in Seocheon, which was planned in 2008 to suggest a strategic settlement layout for urban regeneration, and completed in 2012. Making architectural vocabularies permeated into surface-structure, throughout the design process of initially pursued concepts to the design development stage, we could encounter a new type of innovative space formation. It shows that the structure is one of most useful means for the realization of architectural concepts, and a design itself.
The expected result of the study intends to enhance the relationship between spatial formation and surface-structure, also ultimately to produce a structural system as ‘space generator’ to fulfill the social needs and its requirements.
Keywords:
Surface, Structure, Special Formation, Regeneration키워드:
외피, 구조, 공간구성, 재생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지난 세기말 Kenneth Frampton은 현대건축의 특징 중의 하나로서 원형(archi-)의 위상은 약화되고, 그를 지탱하는 기반으로서의 텍토닉(techne-)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역설하였다. 즉, 이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양식의 보편적 형식을 뛰어넘으려는 현대건축에서의 다양한 시도로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독특한 형태와 공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그 무엇보다도 컴퓨터를 통한 구조해석과 정교한 시공방법 등, 기술의 진보가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으로 사료된다. 한편 이와 관련한 연구로서는, 형태 생성 프로세스의 논리적 전개, 구축방식으로서의 기술의 역할, 그리고 이들 상호간의 인과관계 및 표현특성 등에 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이들의 논지는 주로 건축설계 프로세스에서 기술의 위상을 바라봄에 있어서, 디자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를 뛰어넘어 디자인의 중심적 결정인자로 다루고 있거나, 심지어는 건축의 본질적 대상으로까지 경외시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본 연구는 관점을 다소 달리하여, 공간개념과 기술정보가 집중된 외피를 주요 대상으로 하여 그 구조적 특징과 역할을 살펴봄으로써, 건축물의 형식과 기술을 어느 한쪽의 비교 우위적 입장에서가 아니라, 의도된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축적 범주에서 상호의 관계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기술 개념이1), 건축물의 형식에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유도되던 과거의 방식과는 다르게, 설계과정에서 혁신적 공간을 생산해내는데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본 연구의 목적을 정리하자면, 우선 외피, 구조, 공간구축의 상호관계에 대한 개념적 고찰하고, 실증적 적용을 통해 논리를 건축적으로 공간화 하는 작업을 통해, 현대건축에서의 공간구축 환경과 구조의 역할에 대한 재해석을 함에 있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는 시대와 분야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건축 및 비(非)건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있어서의 외피와 구조에 대한 이론적 내용을 살펴보는 데부터 출발한다. 고전으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외피의 장식성과 구축성의 양면적 성격을 살펴볼 것이며, 현대사회에서의 제품을 비롯한 디자인 분야에서 동일한 주제를 이야기 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주제에 부합하는 건축적 실례들의 분석·검토를 토대로 하여 이들의 외피-구조형식에 따른 형태 및 공간 특성들을 살펴보며, 마지막으로 실질적 대상의 건축설계를 통해 공간구축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난 날, 외피와 구조에 관련한 유사 주제의 기존 연구들이 재료의 물성이나 구법을 통한 표피의 표현적 특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 주종을 이루었다고 한다면, 여기에서는 특정 성격의 공간구축을 하는 과정에서의 구조적 측면을 주요 쟁점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우리는 디자인의 보편적 방법을 위해, 건축 공간설계 프로세스에서 구조와 기술의 현대적 위상을 살펴볼 것이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프로젝트의 수행과정에서 드러나는 건축담론을 중심으로 한 설계논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개념·이론적 측면과 실용·실행적인 측면을 동시에 모색하고자 한다. 즉, 우리는 학문으로서의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개념 정의와 더불어 실무에서의 실질적인 대상을 - 지방소도시 도심지역의 기능변화에 따른 공간구조 개편 및 공공공간재생 설계 - 통해 현장성 있는 검증을 전개하고자 한다. 이는 충청남도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 [봄의마을]의 설계과정에서 초기 발상으로부터 디자인의 전개와 디테일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전반적 과정을 소개하며, 그 중에서 특히 우리의 주요관심사인 건축물의 외피와 구조, 그리고 공간구축의 관계를 설계의 각 단계별로 설명할 것이다.2) 본 연구는 프로젝트의 개념전개로부터 구체적 실행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시뮬레이션을 통하여 실무에서의 적용 가능한 건축설계의 방법론을 마련하고자하며, 이는 개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
2. 외피와 구조 담론에 대한 이론적 고찰
원래 구조는 어떠한 사물이 제 형태를 유지하여 공간을 형성하고 주어진 기능을 발휘하도록 자체의 하중과 외부로부터의 부하를 견디어 냄을 그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삼차원의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구조적 형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되지만, 결국은 다음 두 가지의 형식으로 크게 압축될 수 있다. 즉, 선형적 단위재의 반복적 확장에 의한 구축방식, 그리고 면이 지닌 위요와 지주의 속성이 합해진 방식이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아마도 현대와 미래의 그 어떠한 최첨단의 특수구조 형식이라 할지라도 중력이라는 기본적인 조건하에서 존재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의 개념적 특징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1. 로지에의 합리적 구축론 / 젬퍼의 피복이론3)
고전 건축으로부터 모더니즘의 태동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본질과 구조형식을 이야기할 때 로지에(Marc-Antoine Laugier, 1713-1769)의 원시 오두막 모델(Fig. 1)은 매우 유용하다. 그는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건축의 원리는 단순한 자연에서 발견되는 것이며, 자연의 과정은 건축이 준수해야 할 규칙들이 무엇인지 보여준다.”4)고 이야기하며, 자연적 요소를 있는 그대로 유추하여 건축의 본질적 오더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림과 같이, 네개의 기둥과 네 개의 보(또는 엔타블레이처),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지붕틀(또는 페디먼트) 등, 기본요소들로 이루어진 구조형식으로 예시되는 로지에의 모델은 건축의 본질을 합리적 구축성에 기반을 둔 역학적 산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 세기 후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 1803- 1879)는 로지에의 구축성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였다. “구축을 건축의 본질로 간주함으로써 우리는 적절치 못한 부속물들로부터 건축을 해방시켰다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건축을 속박하고 있는 셈이다.”5)라며, 그는 구축체로서의 이상을 넘어서 예술적 표현과 상징적 의미를 건축의 본질로 규정하고자 하였으며, 이는 피복, 즉 벽(wand)의 개념을 통해서 강조하여 이야기하고 있다.(Fig. 2) 그렇기에 젬퍼는 발생학적으로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서 건축의 네 가지 요소 – 화덕(hearth), 바닥정비(mount), 지붕(roof), 에워쌈(enclosure) - 를 들고 있는데, 이중에서 에워쌈은 젬퍼의 주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에게서 구축체와 벽은 개념적으로 구분되어야하며, 가면으로서의 피복에 비해 재료나 구축과정과 같은 기술은 본질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궁극의 예술이나 상징적 표현에 다다르기 위해 거치거나 극복되어야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6)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지니는 의미라면 우선 구조체와 외피의 분리로 인해서 추후 외피는 보다 변형 가능한 속성으로 자유롭게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게 되었으며, 그러한 외피는 새로운 소통의 매체로서의 독립된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상의 상반된 두 입장은, 가변성과 보편적 공간을 이야기하던 근대의 돔-이노(Dom-ino) 형식이나, 건축의 외피가 기호체계에 의한 상징적 의미전달 매체라고 주장하던 포스트모던의 해석으로의 진화에도 무관하지 않으며, 이들은 현대건축에서의 외피와 구조에 대한 담론에서도 여전히 매우 유용한 중심적 위치에 있다.
2.2. 스페이스 프레임 / 모노코크7)
산업사회에서의 표피에 대한 논의는 분야를 막론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제품 또는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는 절대적이다. 빠르고 정확한, 혹은 과장된 이미지 전달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대 상업주의의 관심은 표피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순간의 선택을 위한 유혹의 수단으로 마케팅의 성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자동차의 섀시를 통해서 구조와 표피에 대한 방식과 그 특징을 살펴보면, 섀시를 구성하는 형식에는 별도의 뼈대를 구성한 뒤 외부에 패널을 피부처럼 붙여서 만드는 프레임 방식과, 자체의 패널이 외피를 형성함과 동시에 하중도 감당하도록 하는 모노코크 방식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원래 이는 마차로부터 물려받은 최초의 자동차의 구조형식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조에서 출발하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형식 즉, 사다리 프레임, 패리미터 프레임, 백본 프레임 등으로 진화하는데, 이들은 모두 2차원의 구조 단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으며 프레임위에 공간이 형성되는 형식(frame on body)이기 때문에 특히 비틀림 강성에 취약하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3차원의 형식으로서의 스페이스 프레임(그림 3)이 도입되는데 이는 차체 내부에 공간을 내포하는 형식(frame in body)을 취하기에 초기의 방식으로부터 많은 개선이 가능해 졌다. 이러한 프레임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튼튼하며 내구성이 좋다는 점이며 단점은 설계와 제작이 복잡하고 비싸며 무겁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강성을 요구하는 화물차나 오프로드용, 또는 경주용 차량에서 효과적이다.
이상의 단점을 개선하여 상용화된 객차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후자의 ‘모노코크’ (그림 4)형식이 있다. 모노코크는 하나의 껍데기라는 프랑스어에서 기인한다. 즉, 하나로 이어진 몸체는 힘을 이겨내는 구조임과 동시에 표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며, 이는 마치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를 지닌 포유류 동물에 반하여 딱딱한 껍질을 가진 곤충에 비유될 수 있다. 곤충의 예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모노코크 구조는 매우 가벼우며 중량에 비해 뛰어난 강성을 발휘한다. 하지만, 사람만한 곤충이 없듯이 대형차에는 한계가 있으며, 심각한 손상을 받았을 때 급격히 구조가 무너지고, 수리하더라도 원래의 강성을 회복하기가 어렵다.8)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노코크 방식은 매우 중요한 장점이 있다. 생산성이 바로 그것인데, 프레임을 만들고 별도의 객실을 얹거나 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철판을 압축시키고 구부려 공간을 형성하기에 이는 구조와 공간을 만들기에 매우 효율적이다. 이와 같은 개념은 현대의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 디자인에 있어서도 적용되며, 유니 보디(uni-body)로 진일보하여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이와 같은 구조적 개념은 건축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게 적용되어질 수 있겠다.
2.3. 공간구축 프로세스에서 외피와 구조의 의미
이상으로 우리는 표피와 구조에 대한 이론적 배경과 의미론적 인식, 그리고 건축 내·외의 분야에서 동일한 주제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요약하자면, 표피 자체를 형성하는 구축적 속성과 표상으로서의 의미전달을 위한 상징적 속성으로 크게 분류하여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추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할 점은 그 표피가 내포하는 공간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건축물에서 표피를 논의할 때, 그 이미지를 드러내주는 재료와 구법 등의 문제를 표현적 특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학술적으로는 나름의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겠으나, 본질적으로 그 공간특성을 벗어나서 표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특히 건축실무 영역에서는 개념적 허무주의에 머무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외피-구조에 이르는 일련의 관계에 대하여 보다 공간 구축적인 측면에서의 재조명을 할 것이다.
3. 건축사례를 통해 본 외피-구조와 공간구축의 관계
3.1. 루이스칸의 교훈 – 중앙 홀
3.2. Phillips Exeter Academy Library, Exeter
엑시터 도서관(Phillips Exeter Academy Library, 1965~1972)은 1960년대에 이미 계획된 신 조지안 양식의 건물을 거부하고 당대의 최고 걸작을 디자인 할 수 있는 건축가를 요구했으며 이에 칸이 선정되었다. 도서관 위원회는 책의 보관이 아니라 책을 읽는 학생을 위한 건물이 되어야 하며, 건물에 들어서는 즉시 건물의 내부를 알 수 있어야 함을 칸에게 요구했고, 도서관의 기능과 성격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엑시터 지역의 벽돌을 권고하는 구체적인 건축사항까지 영향을 미쳤다.9) 이 건축물의 동일한 4개의 입면을 지닌 정방형의 기념비성은 대지의 모든 방향으로부터의 접근을 허용하며 강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엑시터 도서관은 “구조적 진실을 보여 주는 외벽, 공간감 있는 중앙 홀, 자연광이 충만한 열람실 등으로 인해 칸의 가장 성공적인 디자인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10)
건물에는 중정을 중심으로 서고와 캐럴, 2개의 켜를 갖는데 이는 콘크리트 튜브, 콘크리트 기둥, 조적조의 구조 켜와 일치하고, 구조의 층고에 따라 중앙 홀, 서가, 열람실 순으로 각기 높이를 달리 하여 독립된 성격을 갖는다. “동심원으로 된 각각의 공간은 정신(spirit)에 있어서는 분리되어 있으나 시각적으로는 결합되어 있다. 그것은 콘크리트 코어의 벽에 있는 개구부를 통하여 구석진 곳까지 직접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11) 중정은 소통을 위한 장소이자 상징적인 공간으로 이를 주변으로 서가와 책 자체가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중앙은 결국 두 개의 연속적인 도넛의 결과입니다. 즉, 그곳은 하나의 입구로서 커다란 원형의 개구부를 통해 당신의 주위로 책들이 보이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당신은 그 건물에서 책들로 초대받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12)본 건축물의 핵심인 내부 중정은 7개 층이 오픈되어 상대적으로 거대한 공간은 상부 측창으로부터 떨어지는 빛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X자형 보의 형상이 대조되어 중심공간의 기념비성을 획득하며, 동시에 원형 개구부를 통해 상부의 빛은 간접적으로 서가에 전달된다.13) 이렇듯, 칸은 빛의 속성과 그에 적합한 구조의 방식을 통해 추구하는 도서관의 본질적 공간에 접근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구조와 관련된 칸의 디자인 의도는 구조가 단순하게 하중을 지지를 위한 역학적 해결 방법이 아니라 도서관이라는 시설(institution)에 대한 본질적 의문에서 시작하여 특정 프로그램에 따른 공간 성격을 규명하고 이에 적합한 구조 시스템을 일치시키고자 한 점이다. 중정의 외피를 형성하는 네 개의 원형 개구부를 지닌 입면은 모서리 기둥으로 전달되고, 모서리에 모인 하중은 천장의 십자형 대각선 방향의 교차보에 까지 연속되어 천창을 통해 내려오는 빛의 효과와 더불어 마치 공간이 부유하는 듯한 공간 표현이 가능하게 되었다. 중정을 물리적으로 지탱하는 기둥과 보는 건축가의 주요 개념적 공간을 한정할 뿐만 아니라 장엄한 추상적 중심을 품고 있는 거미의 발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가정해 보건대, 루이스 칸이 이 중정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구조와 외피를 분리하여 계획했다면 어떠할지 추측해보면, 아마도 그 중정은 매우 중성적이고 가벼운 공간이었으리라 예상되며, 지금과 같은 내재적 중심에 다가가려는 공간의 구심력은 존재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된다.
루이스 칸의 엑시터 도서관 중앙 홀에서의 일체화된 외피-구조는 중력에 저항한다기보다 공간을 지탱한다. 이는 디자인 그 자체이며 공간적 표현이다.
3.3. 헤르조그의 역설 – 필로티, Caixa Forum, Madrid
1899년부터 시작되어 과거에 발전소로 사용되던 이 건물은 카익사 포럼으로 증개축 되었다. 카익사 포럼은 예술과 교육센터로, 카탈로니아 기반의 사회복지 단체인 ‘La Caixa’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건물이다. 이것은 오랫동안 산업용 건물에 불과하였으나, 보존 가치가 있는 오래된 적벽돌의 외벽을 제외하고는 모든 건축물의 내부는 새로이 만들어내는 등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거쳐서,14) 2008년에 헤르조그에 의해 새로이 태어났다.
조적조로 이루어진 주요 몸체의 상부에 수직으로 증축된 두 개층은 특유의 녹으로 코팅된 주철제 패널로 피복되어 있으며 조소적 형태의 지붕 절개들은 하부의 전통적 박공형태와 대조를 이루면서 현대적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즉, 상이한 재료와 구축의 형식을 지닌 두 개의 매스를 나란히 적층시킴으로써 본 건축물의 외관은 매우 중량감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지면과 맞닿은 부분에는 카익사 포럼 전면으로부터의 완만하게 포장된 광장이 삽입되면서 관람객들에게 상부의 건물 구조 아래에 오픈된 공간으로 바로 접근 가능하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천정이 낮은 이 그늘진 곳은 만남의 장소나 입구 영역으로 사용될 수 있고, 사람들은 주변 거리 밖 풍경을 좁은 틈 사이로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변의 도로와 대지에는 약한 경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부 건축물과 사이에 생기는 틈은 스케일의 미묘한 변화 속에서 더욱더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공간의 중앙부위에 카익사 포럼으로 들어갈 수 있는 주입구가 위치해 있으며, 계단을 통해 2층의 로비공간으로 올라가게 된다. 필로티 천장에 사용된 삼각형 모양으로 접힌 스테인리스 모티브는 광장의 매끈함과 대비를 이루고, 이것은 건물의 아래쪽이나 필로티 계단 벽의 접혀진 형태에 까지 크리스털 모양으로 연속되어 상부의 벽돌 매스와 강한 대비를 만들고 있다.
역사성을 지닌 외벽을 제외한 모든 내부의 구조는 제거되어 새로이 구성되었고, 지하 레벨은 굴착되고 여분의 층은 상단에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건축물의 가장 특이한 조작과 독특한 구조적 정체성은 전체적인 지지기반이 제거되어, 마치 건물이 떠있는 것과 같은 착시를 생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건물의 지지점을 원래의 외벽으로부터 세 개의 내부 코어로 옮긴 것으로 이루어 졌다.15)하나하나의 작은 단위들을 적층하여 이루는 가장 원초적이고 중력에 순응하는 구축방식인 조적조의 외피는 구조를 내포하기에 더욱 무거워 보이며, 하중이 가장 많이 실리는 하단에는 의례히 인공화된 대지나 기단을 만드는 것이 보편적일 텐데, 생소한 피로티라는 건축적 어휘를 사용함으로써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꽤나 벗어난 충격이자 역설적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를 관습적으로 필로티라 부르지만, 오히려 그보다는 육중한 매스의 하부를 잘라내어 지면과의 사이에 생긴 거대한 틈에 가깝다. 여기에서는 단 하나의 기둥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지지점을 이동하여 생긴 매스는 구조의 전환이라는 불합리적 선택을 함으로써 시지각적으로 불안정화 시켰으며, 그 결과로서 부유하는 듯한 환영으로 경이로움과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여기에서의 외피는 지탱하는 구조로부터 상징적, 혹은 장식적 구조로의 탈바꿈한 사례이며, 그 사이에서 태어난 것은 디자인 개념과 구조 엔지니어링의 결합이 만들어낸 혁신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3.4. 시게루반의 통합적 외피-구조 – 캐노피, Centre Georges Pompidou, Metz
메츠(Metz)는 3000여년 역사를 지닌 프랑스 로렌지방의 주요도시이다. 유럽의 중앙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여 유럽연합의 통합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주길 기대하며, 이 건축물은 새로운 용도와 새로운 모습으로 제 2의 퐁피두로서 계획되었다. 이는 2003년 12월 현상설계에 참여한 일본의 시게루 반(Shigeru Ban), 프랑스 장 드 가스틴느(Jean de Gastines), 영국의 필립 거머치드지안(Phillip Gumuchdjian)의 계획안이 당선되었다. 건축물의 핵심인 구조계획은 프랑스의 Terrell이 담당하였으며, 그 후 4년여에 걸친 디자인 기간을 거쳐 2007년에 착공하여 2010년에 완공되었다.
건물의 규모는 12,000㎡의 부지 위에 약 8,000㎡의 건축면적으로 연면적은 약 11,000㎡이다. 높이 77m에 3개 층의 전시공간과 6개 층의 서비스 공간으로 구성된다. 상부로 서로 겹쳐 옵셋된 3개의 콘테이너 형태의 전시박스(길이 90m, 폭 15m)는 파리의 에술품을 전시하는 것 이외에 회의장, 레스토랑, 다양한 예술품 전시를 위한 환상적인 공간을 구분된다.16)
전체적 공간 구성에 있어서는 〔Fig. 8〕에 보이는 바와 같이, 지층에 로비와 레스토랑 등 작은 단위의 공간이 위치하며, 그 상부에는 서로 엇갈린 세 개의 튜브로 주요 전시 시설이 위치하고, 최종적으로는 전체의 외관을 흰색의 막구조가 뒤덮은 형상을 하고 있다. 마치 다양한 형태의 상자들을 하나의 커다란 보자기에 싸고 있는 형식인데, 그 각각의 요소들 사이의 틈을 통해서 외부와 소통함으로써 시각적 공간적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상층의 상자는 전시공간의 흐름에 있어서 마지막 클라이맥스로서, 전면이 유리로 된 상자의 모서리가 보자기의 틈을 찢어내며 밖으로 돌출되어 메츠의 역사 구도심의 성당으로 개방된 조망을 열어준다.
메츠 퐁피두센터의 핵심은 전체 외관을 둘러싸고 있는 캐노피 디자인이다. 이는 형태의 문제보다는 그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는데 마치 밀짚모자를 엮듯이 육각격자로 집성목재로 형상을 만들고 있다. 준비하는데 만 10개월, 설치하는데 4개월여 걸린 이 지붕구조는 총연장 길이가 18km에 이르며, 삼차원 곡면에 의한 이중 곡률을 지닌 특성으로 인해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에 의한 부재계획이 이루어져서 각기 다른 형태와 크기의 부재들의 재단과 최종의 조립과정에서 정밀한 결절점 접합을 위한 천공이 가능했다.17) 지붕구조의 내부 가장 높은 부분인 37m 높이에는 금속의 링이 전체 구조를 지탱하고 있으며, 육각의 격자는 모듈로 작용하지만 전체는 하나의 쉘구조를 형성한다.
여기에서 반투명의 흰색 지붕재는 테프론 코팅의 유리섬유로 얇은 피막구조의 형식을 취하나 이를 지탱하는 집성목의 구조와 결합하여 통합된 외피-구조로 이루어진 캐노피기 되어 건축물에 전체성을 부여하였다. 디자인의 기본 개념에서 싸기(wrapping)라는 조형적 어휘에 기술의 개입을 통하여 혁신적 공간으로 완성시킨 하나의 좋은 사례이다.
3.5. 시사점, 외피-구조와 공간구축
우리는 이상의 세 가지 건축사례를 통해 외피-구조와 공간구축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엑시터 도서관의 중앙홀에서는 외피-구조 및 천정-구조가 일체화되어 핵심적 중앙공간을 부유시키는 효과를 만들어 내재적으로 본질적 공간을 만들고 있으며, 카익사 포럼에서는 하중을 전담하던 조적조 외피의 지지점을 변환하여 외벽의 성격으로 전환함으로써 구축성과 표상의 사이에서 모호한 추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메츠의 퐁피두는 개념적으로 피막의 성격을 지닌 외피를 집성목의 접합으로 구조화함으로써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아낼 수 있는 총체적 공간, 즉 거대한 캐노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각각 나름의 방식으로 외피에 있어서의 구조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가장 두드러진 공통된 특징을 한 가지 꼽는다면, 건축가에 의해 의도된 공간개념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구조 개념의 개입이 매우 적극적으로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즉, 프로세스 상에서 건축가의 역할과 구조엔지니어의 역할이 구분되지 않고 일체화되어 있거나 거의 동시적으로 이루어짐을 추측할 수 있는데, 일반적인 설계 프로세스에서와 같이 건축개념의 형성이 선행되고 이를 구축하기 위한 구조 컨설팅이 보조적인 역할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는 구조가 직접 공간이 되고, 건축적 개념이 바로 구조의 힘으로부터 발현됨을 볼 수가 있다.
4. 건축설계 프로세스를 위한 외피-구조의 모델 - 서천 구도심 환경재생을 위한 공간구성 시뮬레이션
4.1. 계획의 기본구상
“서천 [봄의마을]의 대지는 오래전부터 구시장이 형성되어 있던 지역으로서, 2004년 도심 외곽으로 서천 신시장(특화시장)이 이전함에 따라 구도심 공동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슬럼화 되어가는 열악한 구시장의 환경개선을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도시재생의 논의가 시작되었다. 우선 군유지를 위주로 필지들을 정리하고, 도시계획의 변경을 통해 새로운 구획 정리를 함으로서, 유휴 공간과 프로그램을 재편하여 명실상부한 읍내의 문화적 중심공간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로서의 기본 계획은 현재 봄의 마을의 기본적 골격을 제시하였으며, 그 후 지속적인 협의와 충돌, 그리고 복잡한 절차의 조정과 협상을 통해 최종의 모습으로 점진적 변화를 하게 되었다.”18) 계획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위치 : 충남 서천군 서천읍 군사리 642-78 일원
대지면적 : 7,704㎡
연면적 : 5,500㎡
규모 : 지상2-4층, 지하1층 5개동
구조 :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외부마감 : 노출콘크리트, 동판, T24 복층유리
① 다양성과 문화장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의 개입 - 주민자치와 평생교육, 청소년 문화센터 및 공립학원, 장바구니 도서관, 그리고 여성 복지센터의 기능의 확대 등은 [봄의마을]이 추구하는 문화중심 만들기의 핵심이다. 즉, 계획은 소통과 교육기능이 강화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존하여 시민의 일상적 중심이 되고자 하였다. 프로그램들은 위계를 지니고 배치되기보다는 각각의 개별적 특성을 지닌 점유방식에 따라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진 재래장터를 연상케 한다.
② 소통의 장으로서 프로그램 네트워크
기존의 지역경제와 맞물리는 계획 - 도농직거래 새벽시장, 유기농 생협, 생계형 임대상가 등의 계획은 초기의 의도에 비해 큰변화가 없으나, 문화와 자치의 실행 영역은 비중은 추후 진행에 따라 상당히 확대된바 각각의 프로그램간의 긴밀한 연계와 네트워크를 통해 불필요한 중복투자를 줄이고 분야별 이기주의를 극복하여 합리적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시간대별, 영역별, 계층 간, 세대 간, 인종 간의 다양한 소통의 장을 기대한다.
③ 공공성의 강화
광장을 둘러싼 일부 부지의 매입과 대토를 통하여 사업의 영역이 확정되었기에 공공건축물을 건축할 경우 광장을 통제하기에 상대적으로 용이해진 만큼 보다 공적인 광장 만들기가 가능하다. 도시의 중심공간으로서의 [봄의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리듬감 있는 공공의 장소를 만들어내며, 그 경계는 고정되지 않고 적극적 비움을 형성한다.
④ 계획의 유연성
[봄의마을] 공간계획은 닫힌 구조 내에서 자기 완결적 논리를 따르기보다는 추후의 변화 요인에 유연하게 대처 가능한 열린 시스템으로서의 계획을 전제로 하였다. 즉, 특정기능에 맞춤형으로 고정된 시설보다는 다목적 용도의 공간을 고려하여 추후 프로그램의 변화에 적극 순응하고자하며, 이로 인해 계획단계에서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가치의 발현도 기대해 볼 만하다.
⑤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시스템
단기적 관점에서 비용 대비 효과라는 실용적 논리로 본다면 아직은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으나, 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실현이라는 맥락을 고려한다면 친환경 시스템의 도입은 미래지향적인 실험이며, 기꺼이 지불해야할 사회적 비용이다. 넓은 면적의 광장 지하를 활용하여 수직형 지열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였다.
4.2. 기본계획의 공간개념
광장을 중심으로 한 [봄의마을]은 공공적 성격과 후적지의 기존 상업적 성격이 혼재됨으로서 발생되는 주민, 상인, 방문객들의 다양한 행위들에 대응하기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의 배치를 전제로 하여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 block A : 접근성이 양호한 대로변에 접하여 생계형 임대매장을 집중 배치하되, 광장과의 경계를 정의하는 벽과 테라스
· block B : 광장에 면하여 노인정과 새벽시장 관련시설 및 간이 무대를 설치하여 다목적의 행위를 수용
· block C : 광장의 중앙에 접하여 장바구니 도서관, 카페테리아, 여성문화센터 등 다양한 기능. 외부계단을 통하여 직접 진입가능
· block D : 청소년문화센터를 광장의 끝부분에 배치하여 시각적 정점으로 만들며, 건축물의 1층 홀에 이르기까지 광장을 연속시킴으로써 공공성을 극대화
· block E : ‘block C’와 나란히 공간의 심도를 만들어 내고 평생 교육시설과 청소년 공립학원으로의 별도 진입이 가능하도록 하여, 독자적 혹은 상호 보완적 공간 사용
4.3. 외피-구조를 통한 공간개념의 구축
이상으로 우리는 계획 일반에 대하여 소개하였는데, 이제 본래의 주제로 돌아와서 건축가가 의도하는 공간개념을 구현함에 있어서 외피-구조적 특징, 그리고 이와 관련한 제안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봄의마을]은 지역의 새로운 문화적 거점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이해하고, 건축적으로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도시의 공공성을 회복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건축가가 제시하는 개념적 광장은 ‘도시의 방’이다. 광장에 들어서면 시각적으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바닥면으로부터 건축물의 외벽이 하늘과 맞닿은 부분까지 연속된 노출콘크리트의 윤곽은 도심 속에서 일체화된 통합된 공간으로서의 광장을 보여준다. 즉, 광장을 둘러싸는 시설물은 수평적 요소인 바닥에 놓인 오브제-건축물이라기보다는, 통합된 공간 속에 배열된 개별 단위의 집합으로 이해되고자 하였다. 광장을 둘러싼 건축물의 입면들은 마치 광장이라는 방을 둘러친 벽으로써 그 경계를 이루도록 하였다. [봄의마을]에서 프로젝트 전체를 관장하는 통합된 틀로서의 콘크리트 외피는 광장의 에워쌈(enclosure)을 이루지만 동시에 구조를 내포하기 때문에 광장의 결속력을 강화함으로써 장소적 특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엑시터 도서관 중앙 홀에서의 벽과 천정이 오브제로서의 내부공간을 부각시키던 방식이 여기에서는 바닥과 벽의 관계로 전환된 경우로 설명이 가능하겠다.
‘문화장터’로서의 광장을 주요개념으로 하는 [봄의마을]에서는 공간의 사유화를 막기 위하여, 광장에 접하는 필지에 사적 프로그램은 최대한 배제하고, 공공 프로그램을 높은 밀도로 집적시켜 다양한 행위들은 유발하고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하여 활동성있는 공적 프로그램이 시작되지만, 개별의 기능들은 그 주변에 배치되어 상호 충돌하며 발생할 수 있는 우연적 개연성을 높임으로써 계획자에 의해의도된 바의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들에 의해 창의적으로 그 역할이 확장될 수 있도록 하였다. 따라서 각각의 개별 프로그램은 독자적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상호 협력적 혼용이 가능하다. 이러한 맥락하에서 건축가는 광장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보자기에 작은 단위 공간들을 담고자하는 의도를 건축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는데, 특히 광장 레벨에서 시설과의 경계를 없애고 상충부 외피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저층부를 투명 커튼월로 처리하여 스스로의 볼륨을 중성화하고 있다. 즉, 여기에서의 외피-구조는 상징적, 혹은 장식적 의미를 배제하고 순수한 구축적 속성으로 제한함으로써 외부의 도시적 흐름을 실내공간으로 끌어들이기에 용이한 순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봄의마을]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광장이며, 광장에서는 활성화된 공공성이 요구된다. 또한 이러한 도시의 공공성은 특히, 건축물의 내·외부공간의 경계를 용이하게 넘나들며 가장 활동성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건축물의 저층부는 투명한 공간으로 만들어, 기능상으로나 시각적으로 최대한 개방되도록 하여 내·외부의 소통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즉, 건축물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볼륨은 캔틸레버 구조로 상부로 띄우며, 광장 레벨에는 다수의 우묵하게 패인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행위를 담을 수 있도록 하였다. 거대한 캔틸레버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튜브형의 단면을 지닌 외벽으로 볼륨의 강성을 만들어내어 기존에 보편적인 구조형식이었던 단일부재(보)에 의한 지지방식에서의 한계치를 훨씬 뛰어넘는 캔틸레버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특히, block C와 block E에서의 이와 같은 외피-구조의 일체화는 건축물을 중력으로부터 해방시키며 광장에서의 시각적 역동성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기여를 한다.
[봄의마을]계획에서 block D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전면의 광장으로부터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함으로써, 시각적 정점을 만들어줌과 동시에 공간에 방향성을 제시하여 역동성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 문화센터라는 프로그램은 콤플렉스 전체에서 오브제로서의 성격을 부여하기 위한 당위성에도 가장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축가는 다른 4개의 건축물에서 사용한 노출콘크리트와는 차별화된 외장 재료로써 동판마감의 외피를 계획하였으며 구조형식도 이에 상응하여 철근콘크리트와 철골구조를 혼합하여 사용하였다. 광장의 수평면으로부터 1/12의 경사로 기울어진 상자의 틈 하부로 주진입 동선은 마치 빨려 들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기둥과 보에 의해 지탱되는 라멘구조 형식이 아닌 상자 자체가 구조이고 동시에 외피를 형성하는 이른바 모노코크의 구조 형식으로 그 강성을 만들어내도록 하였다. 지면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하여 건축물의 외벽은 수직으로 지탱되는 코어와 진입부의 트러스 기둥을 제외하고는 지지점이 없이 철골 격자로 외부상자의 골격을 만들어내고, 내부의 또 다른 콘크리트 직육면체 구조와 합체를 이룸으로서 자기완결적 오브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기에서의 외피-구조의 일체화는 오브제로서의 조형적 요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4.4. 공간구축에서 외피-구조 일체화의 의미
이상의 계획에서 공간구축을 위한 외피-구조의 특성을 2장에서 제기된 이론적 배경에 비추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봄의마을]에서의 외피-구조는 로지에와 젬퍼에 의해 제기된 이론적 경계에서 이중적 성격을 보여준다. 즉, 광장에 접한 5개 동의 외벽은 구조를 위한 구조로서 구축적 역할을 충실히하고 있으며, 또한 동시에 광장에 장소적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한 상징적 표상(representation)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봄의마을]에서의 구조는 공간구축의 동력이라 이야기 할 수 있다.
둘째, 각 동의 프로그램과 형태적 특성을 고려하여 외피와 구조를 일체화함으로써 개념적으로 통합된 공간을 구축하고자 하였는데, 특히 광장에 접한 건축물의 외벽은 구조를 포함하고 있기에 르 꼬르뷔지에가 그토록 중요하게 강조했던 볼륨의 윤곽(modénature)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만약에 여기에서 건축가가 구조와 외피를 분리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면 광장은 지금과는 달리 매우 가볍고 표피적으로 조성되었리라 예상된다. 고전건축이래 외피와 구조를 일체화 했던 경우는 외피와 구조를 분리하고자 했던 근대적 형식에 비해서 조소적 중량감을 표현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많은 지적 미흡함과 환경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봄의마을]설계를 통해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면 설계개념과 구조 디자인의 간극을 다소 좁힐 수 있음이었다.
5. 결 론
우리는 몇몇 사례를 통해 건축물의 외피-구조와 공간구축에 관한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건축물의 설계과정의 예시를 통해 구조 형식이 공간구축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르면, 건축계획 및 설계에 있어 구조계획의 역할은 안정화된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하는 일차적 목표를 넘어서서, 보다 혁신적인 형태와 공간을 구축하기 위한 적극적 수단이나 목적으로 해석되어질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구조는 더 이상 단순히 하중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공간과 반응하는 조형적 내용을 포함하며, 그럴 때 건축은 보다 더 본질적 의미에 다다른다. 즉, 구조는 이미 디자인 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이상의 논지를 바탕으로 현대건축의 설계에 있어서 구조와 공간구축의 관계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디자인 개념과 구조의 결합이다. 현대 건축물의 설계에서 구조가 미치는 영향력은 점차 증대 되어가고 있다. 물론 건축물에서 구조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근래에 이르러서 보다 두드러진 점은 과거에 비해 건축디자인 개념과 더욱 더 긴밀하게 결합됨을 알 수 있다. 즉, 초기에 추구되는 형태 및 개념 발상으로부터 디자인 어휘들은 구조 형식에 적극적으로 녹아듦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공간 구축이 가능하게 되었다. 건축설계는 과거로부터 전문영역의 분업화에 따라서 건축가는 구조엔지니어와 협업을 할 뿐, 그 특유의 전문성에 있어서는 취약함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한계 속에서 건축가의 구조에 대한 진취적 이해와 도전이 없다면 혁신적 공간의 구축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즉, 건축가는 구조적 문제해결을 구조기술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의도하는 공간개념에 부합하는 구조 시스템에 대하여 융합적 사고를 할 수 있을 때 구조엔지니어의 조력을 통해서 보다 더 완성도 있는 공간을 얻을 수 있다.
둘째, 공간 및 형태특성에 부합하는 구조이다. 현대건축의 특징 중의 하나로서 복잡한 프로그램과 난해한 형태를 들 수 있겠는데, 여기에서 때로는 구조형식과 특별히 관계없는 형태를 볼 수 있다. 이는 건축적 개념 구현이나 공간 표현의 측면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전달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구조가 형태나 공간의 내재된 성향과 별개로 작동될 경우 그 건축은 장식적 요소로 전락하기 쉬우며, 구조의 논리를 벗어난 ‘형태를 위한 형태’, ‘구조를 위한 구조’는 모티브를 살려내지 못하며 허구적 구조를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구조는 건축개념을 구현하는데 가장 훌륭한 도구 중의 하나이자, 선도적 개념이다.
셋째, 시스템으로서의 구조해석이다. 예전의 일반적 구조해석 방식이었던 적재하중 위주의 2차원적 부재해석으로부터 탈피하여 컴퓨터를 사용한 3차원 구조해석 프로그램이 도입됨으로써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렵던 혁신적인 형태와 공간의 구현이 가능해졌다. 여기에서는 단위부재의 강성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연결된 부재들의 상호 균형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예를 들어 어느 특정 부위의 부재에서 변이에 취약함이 발견되어 해당 부재의 강성을 키워 그 문제를 해결한다 하여도,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는 경우가 나타나곤 한다. 즉 이는 근본적인 치유의 방법으로서 부분의 강성보다는 전체적인 균형과 시스템으로서의 구조 이해가 더욱 중요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좋은 구조의 건축물이라고 반드시 훌륭한 건축물은 아니다. 하지만 훌륭한 건축물은 반드시 좋은 구조를 지니고 있다.
본 논문에서 주요 대상으로 한 서천 [봄의마을]의 사례는 외피와 구조의 일체화를 통한 공간구축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하나의 사례이며, 모든 경우에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추후의 과제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출발한 계획의 시도들은 이 시대에 적합한 공간구축을 위한 하나의 작은 모델이기를 바라며 이에 본 논문의 의미를 두고자 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3학년도 경기대학교 학술연구비(일반연구과제)지원에 의하여 수행되었음. 과제번호 : 2013-134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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