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묘시설에 나타난 공간구성 및 동선 체계 사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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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compare characteristics of funeral culture, funeral law and crematory of Japan, which are most similar to aging society in Korea, and to analyze the characteristics of elaborate facilities such as space composition and movement system, It is expected that this will be used as a basic data to prepare for aging society in the future change of funeral culture of Korea and planning of funeral complex facilities.
In this study, we first deduce the future change of the funeral culture and the change pattern of the funeral complex facilities in Korea. In anticipation of the changing patterns of change, we anticipate factors that will serve to prepare for funeral complex facilities in an aging society. Four typical Japanese funeral facilities were selected to examine the status of funeral culture and burial facilities. In order to understand the characteristics of funeral facilities combined with special use spaces, we analyzed the spatial composition characteristics and the movement system of each case in three aspects of fluidity, accessibility, and functionality in each case.
Through the analysis of the surveyed contents, suggestions to consider in the planning of the space composition of the funeral complex facility were suggested.
Keywords:
Funeral Facilities, Space Composition, Circulation System, Case analysis키워드:
장묘시설, 공간구성, 동선 체계, 사례 분석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최근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핵가족화, 1인 가족 증가 등의 사회적 병리 현상과 더불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1)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2016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는 677만 5천여 명, 15세 미만의 유소년 층의 인구는 676만 8천여 명으로 처음으로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고, 빨라지는 고령화 속도와 출산율 저하 문제도 심화 되면서 노령화 지수가 100이 넘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는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에 각 1개소 이상의 화장시설의 설치가 의무화되어 당해 38.3%에 불과했던 화장률이 2015년 기준 80.8%로 2배 이상 증가한 추세를 보이나 고령화 및 노령화에 대해서 대비 및 준비는 미흡하여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고령화 사회와 가장 유사성을 띠는 일본의 장례문화, 장례법 및 화장률을 비교하고 대표적인 장묘시설의 사례분석을 통해, 공간 구성과 동선 체계 등 장묘시설이 지니고 있는 특징 등을 분석하고, 향후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변화 및 복합장묘시설2)의 계획에 있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1.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본 연구에서는 우선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의 미래변화 및 복합장묘시설에 대한 변화 양상을 추론하고, 도출된 변화 양상에 대하여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서의 복합장묘시설에 작용될 요인들을 예상하고 정리하였다.
또한 일본 장묘시설 중 대표적인 4곳을 선정하여 장례문화 및 장묘시설 현황을 살펴보았으며 장묘시설의 기능상 특수 용도의 공간이 결합되는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각 사례의 유동성, 접근성, 기능성의 세 가지 측면에서 공간구성 특성과 각 사례의 동선 체계를 분석하였다. 일본 장묘시설의 사례는 장묘시설의 성격이나 용도 및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하여 도심형보다는 교외형을 선정하였으며 최근의 트렌드 분석 등을 위하여 2000년 이후에 신축 및 개축된 곳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조사된 내용의 분석을 통해 공간 구성의 계획 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을 제안하였다.
1.3. 선행연구 고찰
국내에서 장례문화 및 장묘문화에 대해서는 1980년대부터 나타나 초기에는 특정 종교 혹은 특정 지역에서 나타나는 장례의식의 형태에 관해 연구되었다.
장례시설 및 화장시설 등 건축적인 형태에 따른 연구는 1960년대를 시작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2001년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 수목장, 복합장묘시설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장례문화’와 관련된 연구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의 범위로 보면 다수 존재하지만, 근·현대의 범위의 선행연구는 20편 남짓 검색되었으며, 특정 종교와 특정 지역의 장례의식에 대하여 저술되고 연구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장례시설 및 화장시설 등에 관한 연구는 해당 시설이 가진 건축적 특징 및 공간구성에 대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다루어지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에서 예측될 장례문화 및 ‘복합장묘시설’의 형태의 변화에 대하여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기존 선행연구와 구별된다.
‘일본 장례문화’와 관련된 연구는 장례문화학, 불교학, 역리학 등의 방면에서 주로 다루고 있으며, 국내에서 이루어진 해당 관련 연구는 20편 가량 존재하며, 고령화와 연관하여 중점으로 분석된 연구는 5편 남짓으로, 현재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에서의 장례문화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2. 이론적 고찰
2.1. 일본 장례문화 고찰
우리나라의 화장 문화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서 본 장에서는 일본의 화장 문화를 살펴봄으로써 국내 장묘시설의 바람직한 개선과 발전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의 여건인 일본은 묘지가 국토의 압박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하고, 철저한 법적 규제와 강력한 행정지도 등을 통해 묘지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는데 성공하였다. 일본은 1910년대까지만 해도 매장이 화장(31.5%)보다 훨씬 많았으나, 1950년대에 들어서 화장이 매장을 앞질러 50%를 상회하기 시작했고, 더욱이 1976년에 매장 금지령이 공포되어 1998년에 98.5%의 화장률을 보였음에 비추어 현재는 화장이 거의 전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일본 정부는 묘지 관련 시설이 국민의 정서 생활이나 공중위생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철저한 운영관리를 유도하여 왔으며, 묘지의 운영 주체를 지방 공공단체 위주로 하고, 사설 묘지는 극히 일부만 인정하여 묘지의 영속성과 비영리성, 공익성을 확보함으로써 사망자 유족들의 과도한 장례경비를 줄여주고 있다. 따라서 2~3평 규모의 가족 납골묘지 이용이 점차 납골당의 이용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3)
일본은 화장을 주로 하고 있다. 이는 불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대륙의 도래인으로부터 전파되어 민간에 보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기 7세기 다이카(大北)정권의 박장령(薄葬令)과 불교사상의 영향아래 화장이 상류계층에 널리 전파되고 지토천황이 화장한 사례로부터 시작하여 화장 후 납골하는 신앙이 불교사상을 중심으로 크게 발달하였다. 이후 에도시대에 국학과 유학이 국가이념으로 채택됨으로서 화장이 금지되기도 하였으나 메이지시대에는 장법에 관한 행정을 인민의 정서에 맡기기로 하였다. 이후 일본은 20세기 초까지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등 일반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장사를 지냈으며 매장이 화장보다 많았다. 그러나 일본 전통의 가묘제도의 전통이 부활하고 화장 후 유골을 한 곳에 모시는 것이 편리하면서 경비가 절감되기 때문에 화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상의 일본 장례문화에서 장묘제도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able 4.)
최근에 들어서는 고령화 및 노령화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조문객의 수가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장례식의 소형화가 보편화되고 있다. 소형화되는 장례에 대해서 큰 영향을 미치는 장례형태로 는 슈카츠, 쵸쿠소우, 가족장의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슈카츠(終活)’는 ‘임종 준비 활동’을 뜻하는 말로,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들이 만약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미리 유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주로 노년층이 생의 마감을 준비하기 위한, 죽음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살아생전의 활동을 의미한다. ‘쵸쿠소우(直葬)’는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일본에서 먼저 일반화된 용어로 장례절차를 일컫는 츠야(밤샘), 고쿠베쯔시키(영결식), 소시키(장례식), 화장, 납골4) 이라고 하는 일련의 장례과정을 간소화하여, 츠야 후에 바로 화장을 하는 것이다. 가족장(家族葬)은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지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장례 형태로 기본적인 식의 흐름은 일반적인 장례식의 형태와 동일하나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장례를 말한다. 가족장은 장례식의 참석인원을 미리 소규모로 확정 지어 두고 장례지도사가 그들과 함께 상의해 나가면서 고인의 장례식을 준비한다. 가족장은 장례식의 허례허식을 최대한 배재할 수 있고, 소규모로 이루어져 일반 장례보다 예산이 적게 책정되며 가족 및 친지가 장례식 준비에 참여하여 고인만을 위한 장례식 구성이 용이하다는 점이 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Table 5.) 5)
2.2. 일본의 화장률 및 장묘시설 현황
일본은 급속한 핵가족화와 출생률 저하(1989년 1.57%)로 일본의 전통적인 대를 잇는 ‘가묘’제도의 기반이 취약해짐에 따라 계승자를 상실하여 무연분묘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고, 인구의 도시집중화로 토지가격의 상승에 따른 묘지난, 국민의 경제의식, 위생관념이 고취됨에 따라 화장률이 1995년도에는 98.7%를 기록하였다. 따라서 일본 천황과 화장장이 없는 외딴섬 지역 주민을 제외한 전국 주민의 100%가 화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화장관행은 화장 후 분골을 자연에 뿌리는 산골방식이 아니라 매장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시각적 거부감이나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고, 망자와의 유대관계가 지속되고 토지활용의 극대화를 기하는 점에서 본받을 만하다. 이 밖에 화장장을 환경친화적이며 현대적 이미지를 갖추게 함으로써 화장에 대한 혐오감을 불식시킨 점도 화장문화 장려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화장관행이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된 것이다. 일본의 화장률 및 화장시설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6) (Table 6., 7., 8.)
2.3. 시사점
일본은 종교 문화 및 거주양식 등의 면에서 우리와 유사한 면이 많고, 장묘관습의 이념적 토대가 되는 조상숭배 및 사자에 대한 관념도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조상숭배사상은 유교의 영향으로 효의 이념과 결부하여 강화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불교의 영향으로 환생의 개념과 결합하여 관념적으로만 존재한다. 또한 철저한 법적 규제와 행정지도 덕분에 화장위주의 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의 화장관행은 화장 후 매장하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에 산골장소가 따로 없으며, 시각적 거부감을 주지 않고 자연환경의 훼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유골을 보관함으로써 망자와의 관계가 영원히 단절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는 동시에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또한 허가된 구역 이외에는 묘지를 설치할 수 없으며, 기당 2-3평을 초과하지 않고 공원묘지에 화장 후 가족단위 납골묘지 형태로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유골을 분골하지 않고 그대로 수습하는 형태를 띠며, 화장장 및 납골시설이 분리되어 있으며, 도심주택가 한복판에 화장시설 및 추모의 집 등이 버젓이 들어설 정도로 시설에 대한 혐오의식이 적을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시설임을 누구나 공감하며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일본 장묘시설 사례 연구 및 분석
3.1. 대상 선정의 범위 및 분석방법
앞 장에서 살펴본 양국의 장례문화 및 화장시설의 현황 분석 도출로 미루어 보아, 인구대비 화장시설 보유량은 양국 모두 충분한 실정이며 현대문화적으로 장례와 화장, 봉안을 함께 할 수 있는 시설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석대상의 구성 및 범위는 용도 및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을 고려하여 도심형보다는 교외형을 선정하였으며, 최근의 트렌드 분석 등을 위해 2000년대 이후로 증축, 개축, 신축된 화장로 3기 이상 보유한 공립 및 사립 화장시설 및 수목장, 장례시설로 한정하였다. (Table 9.)
분석 대상의 일반적 시설 개요 및 대상이 가진 모든 시설의 평면을 분석하여 실의 배치와 실의 구성을 알아보고, 이용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동선 체계를 파악한 뒤 시설의 종합적 배치 현황 및 공간과의 관계를 평면적으로 분석하였다.
3.2. 분석 대상의 개요
일본 효고 현에 위치한 <Rooftecture C>의 외형 디자인은 큰 4개의 곡면으로 이루어진다. 입구의 경계는 절점이며, 입구 상단의 곡면은 공간을 완충시키며 지붕의 곡면은 이별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7) 네 번째 곡면은 홀에서 밖으로 나가는 복도를 형성한다. 죽은 자를 내세로 배웅하는 마지막 고별을 위한 공간감과 디자인의 의미를 내포한다. 혐오시설로 각인되어지는 화장시설을 아치형, 곡면의 디자인으로 화장장 외부에서의 차폐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며, 이용자의 동선이 명확하게 구별되어 다른 유가족과 접촉을 차단하도록 계획했다. 주요 실 구성으로 화장로 6기(상시 3기, 예비 3기), 고별실 2실, 수골실 2실, 대기실 및 휴게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교적 소규모의 화장장이다.
오오미야세이엔은 사이타마 중심지에서 약 8km 떨어져 위치한다. 거대한 농지인 미누마탄보(見沼 田圃)에 접해 있다. 자연이 풍부한 대지에 화장시설을 계획함에 있어 귀한 풍경을 이어가면서 신경관(新景觀)을 창조하는 것을 염두하고 설계되었다.
화장시설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은 이용자의 감정 등을 크게 동요하며 이러한 화장시설에서 조문객은 정해진 동선에 따라서 시설 내부를 이동하고 각각의 공간에서 조문의식이 행하여진다.
이동경로에 따라 감정의 접속(Sequence)을 부여하여 내부를 구성하였다. 동선의 연속성, 단계성을 중심으로한 평면계획과 중층 구성, 각각의 공간에 맞는 명암을 표현하는 조명과 채광으로 위의 개념이 실현된다. 주요 실 구성으로 가동되는 화장로 3기, 고별실 3실, 수골실 3실, 대합 로비로 가는 중간에 호수와 브릿지가 설치되어 있다.8)
계획 당시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특수한 시설이 평범한 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 방향을 설정한 것이 특징이다. 계획 당시 공공건축의 소통하는 설계의 시도로 주민이 설계에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토론 등의 방법으로 다양한 의견 제시 및 수렴을 통한 설계로 좋은 시설을 건축하려 했다. 본 시설에서는 기본설계단계부터 시공까지 다양한 전문가 및 주민대표 등의 의견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 또한 이 지역의 풍토에 맞도록 건축 재료들을 이 지역에서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공되었다. 또한 공공건축인 만큼 이 지역의 거리와 대지의 경관이 결합할 수 있도록 오미하치만의 예전 거리의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주요 실 구성은 화장시설 화장로(가동) 4기, 화장로 전실 3실, 수골실 1실, 커뮤니티 시설 포치, 전시실, 대기실 3실이 있다.9)
이즈미시 북부에 위치한 기존 화장터 부지로 반도와 같은 형태로 오노 연못에 돌출되어 있으며 풍부한 자연환경과 경관이 아름다운 장소이다. 본 시설은 동일부지 내에 있는 기존 이즈미시 시영화장터의 개축이다. 공사기간 중에도 기존의 화장터는 운영되어야하기 때문에 북쪽에 있는 산림을 조성해 부지를 확충하고, 건물 주변으로는 연못가의 경관을 고려해 가능한 한 지형과 수목을 남기는 등 자연환경을 살린 배치계획을 하였다. 기존 화장터는 본 시설의 운영 개시 후 해체하여 주차장으로 계획하되, 인접하는 북부 커뮤니티센터의 활용으로 시영 장례의 충실을 도모하였다. 연못과 기념비를 배치한 상징적인 외부공간인 중앙 로터리를 기준으로 다목적 홀 입구 홀은 동서축으로, 화장 및 대기동 입구 홀은 남북축으로 알기 쉽게 배치함으로써 사용이 편리하게 평면을 계획하였다.10)
이 시설은 기능상으로 3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지역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목적으로 한 시설과 장례공간으로서 의식이 행하여지는 다목적 홀 부문 및 화장과 수골을 하는 화장•장례 부문, 차례를 대기하는 대기 부문으로 이루어진다. 이 세 부문 이용 목적과 방법, 공간의 특성이 다른 점에서 비롯하여 각각의 공간에 간섭하지 않도록 설계하려 한 것이 특징이다.
주요 실의 구성은 커뮤니티 부문의 약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집회실 1실, 화실 1실, 갤러리 1실이 있고 화장 및 장례 부문의 화장로 9기, 화장로 전실 2실, 수골실 1실이 있으며 대기 부문은 로비와 함께 다목적 홀, 대기실 6실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 4곳의 사례들은 우리나라와 공통적으로 혐오시설의 인식과 자연환경을 존치하기 위해서 시가지 중심가로부터 떨어진 양상을 보인다. 또한 일본은 장례 절차상 불교사찰을 거치기 때문에, 대부분 불교사찰과의 연계를 고려한 위치를 보이고 있다. 본문에서 다룬 사례 4건은 사례지 중심으로 5~20km 내에 시가지가 위치하고 있으며, 접근성이 용이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효고 현의 <Rooftecture C>는 비교적 시가지에 위치한다. 효고 현의 기존 화장장의 위치는 시가지에서 10km이상 떨어져 있으나 2000년대 이후에 신축된 화장장 가운데서 입지 조건은 시가지 중심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접근성이 용이한 편이다. 또한 <시립 사자나미죠우엔>과 <이즈미 영원 북부 커뮤니티센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도시의 화장장 입지로는 좋은 조건임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장례문화가 원스탑(One-Stop) 장례식11)의 간편하고 빠른 장례를 선호한 이유가 입지 조건을 도심지와 가깝게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이타마 시의 <오오미야세이엔>의 경우에는 시가지와 20km 떨어져 있어 사이타마 중심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사이타마 시와 인접한 가스카베 시의 경계선 위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타마 시민뿐만 아니라 가스카베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형, 인근 자치단체와의 연계성을 부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Table 10.)
4. 공간구성 및 동선 체계 분석
4.1. 공간구성 분석
우리나라 장례시설의 구성 요소로는 큰 의미로 장례예식공간, 사무관리공간, 휴식 및 편의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장례예식공간은 분향 및 접객, 영결식, 사체처리(안치, 염습, 부검, 참관)공간이 있으나, 일본의 경우에는 대부분 사체처리를 행한 뒤 화장시설로 이송하는 형태이므로 장례예식공간 구성이 다르다.12)
<Rooftecture C>의 공간 구성에서 동선이 명확하게 구별되기 때문에, 공간 구성 또한 일률적이다. 화장로를 이용하는 유가족은 입구에서부터 고별실로 이르기까지 다른 기능의 공간이 없으므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고, 대기자, 조문객의 경우에도 대기하는 동안에 화장 중인 유가족과 마주치지 않도록 대기실이 수골실과 떨어져 있다. 수골실의 경우 화장 이후 관리자 전용 통로로 운반할 수 있는 경로가 있지만, 유가족의 경우 수골실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다시 출입해야하지만 고인을 떠나보내는 절차 중 하나이므로 간편함보다는 유가족의 감정 상태를 고려하여 준비의 시간을 주려는 의도로 사료된다.
사이타마 시의 <오오미야세이엔>은 화장동과 대합동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으며, 그 구성이 앞 사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주출입구로 진입하여 먼저 접근이 가능한 화장동에는 화장로, 화장로 전실, 수골실, 고별실이 수직, 일렬 배치되어 있어 동선이 복잡하지 않고, 고별실에서 수골실까지의 접근 경로가 단순하다. 때문에 조문객 또한 고별실에서 조문이 가능하게 된다. 대합동의 경우에는 편복도식으로 대합실 10실이 일렬 배치된 단순한 형태를 띠지만, 대합동과 화장동의 연결부분에 호수를 지나는 브릿지로 통로를 두어 단순한 경로를 자연스럽게 연출하였다.
<사자나미죠유엔>은 장례·화장 공간과 주민 문화공간을 연결한 형태로 본문에서는 장례·화장 공간을 다룬다. 고향의 친근함 속에서 조용한 장례의식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우선 고려하였다. 확장이라는 장례의식의 본성을 중점으로 고별(화장), 입관 및 수골을 위해 한 공간을 각 장례의식 그룹의 장례의식 전용 공간으로서 이용이 자유롭도록 시스템을 구성하였다. 또한 이용자에게 장례의식의 공간인 동시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형태를 시설에 포함시켰다. 화장로는 5기(상시 4기, 예비 1기), 영안실 1실, 수골실 1실 등으로 구성된 화장동과 회랑을 따라 연결된 사무실, 회의실, 수유실, 전시 코너, 포치 등으로 구성된 대기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목적 커뮤니티센터의 목적의 <이즈미 영원>은 1,000여 명이 동시 수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주된 목적이 주민커뮤니티생활을 고양시키기 위한 시설로, 초기에는 장묘시설을 배제한 상태로 계획되었다. 계획 부지에 기존 화장터를 이용하여 커뮤니티시설과의 융합을 꾀했고, 주변 자연 경관과의 연계성을 위해 각 부문을 간섭하지 않는 형태이다. 내부 공간적으로는 화장시설 내에서 화장, 대기, 관리구역의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화장장과 공통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객, 관리자, 유가족의 동선을 따로 구분하여 유가족을 배려하기 위한, 이용자 및 유가족 중심의 동선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의 계획에서는 대부분 관리자가 시신을 인수하고 유족과 시신이 분리되는 폐쇄적인 형태로 구성되어 관리자 중심의 형태로 볼 수 있지만 화장로 개방을 통해 일본의 경우 이용자의 편의를 중심으로 계획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실 배치 유형의 경우 위의 4가지 사례 이외에도 대체적으로 건폐율이 낮기(20% 전후) 때문에 편복도형 배치를 계획한 사례가 많다. 편복도형 장묘시설에서는 내부에서 순환이 자유롭지만, 주 출입구는 한 개만 두어 화장로와 화장로 전실에까지의 동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통로형 배치에서는 주출입구가 둘 이상으로 하여 입·출입의 자유도를 높이고, 병합 및 수평형 배치에서는 기타 시설들을 이용 할 수 있도록 중앙코어의 형태를 띤다. (Table 11.)
4.2. 동선체계 분석
2000년대 이전에 계획된 일본 화장시설의 경우, 혐오시설 인식 때문에 그 기능이 화장시설로써 한정된 형태이지만, 2000년대 이후 초 고령화, 노령화 사회로의 진입에 따라 일본의 장례문화 인식이 변화하여 그 사용 형태와 기능이 화장시설의 기능뿐만이 아닌 인근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산책로, 통로, 문화적 기능을 포함하기 시작하였다. 문화적 기능으로써 전시·집회 공간 및 주민 커뮤니티센터 등의 기능이 추가되는 시기이며 건축적 의미로는 일본 장묘시설에 대한 새로운 시도 및 스타일 개척이라고 할 수 있다.
효고 현의 <Rooftecture C>의 경우, 화장시설을 외형적으로 4개의 큰 곡면으로 계획하여 외부 공간은 그 곡선을 따라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내부 동선으로는 유가족과 조문객·관리자의 두 가지 동선으로 분리하여 계획하였다. 유가족의 경우 진입 후 화장로 전실을 통해 화장로까지 도달하여 불필요한 이동이 없이 장례를 치를 수 있으며, 조문객·관리자 동선에서는 유가족과의 접촉이 차단된 형태로, 장자의 화장 이후에 수골실에서 조문이 가능한 형태이다. 분리된 동선으로 이용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과 상업·직무공간은 유가족 동선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이타마 시의 <오오미야세이엔>은 <Rooftecture C>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외부 공간에서 조정지를 정비한 호수를 따라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으며, 출입구는 맞은편으로 2개소와 장자의 관 출입로 1개소를 계획하였다. 북쪽의 출입구는 조문객·관리자의 주 이동경로이며 주 이용자에 맞게 대기 공간과 직무 공간이 구성되어있다. 남쪽의 출입구로는 유가족과 주민 이용 통로로 건물 안쪽의 조정지를 산책하기 위한 통로가 되며, 유가족이 화장로 전실로 이동하는 주요 경로이다. 관 출입로는 우리나라 장묘시설과 같은 양상으로 주차장에서 출입이 가능케 했다.
<사자나미죠유엔>의 경우 위의 사례와 상반된 형태를 띠는데, 주 출입구가 1개소이며, 이용자의 동선을 분리하지 않는 형태이다. 평면상 아래쪽의 수평의 메인 복도를 통해서 조문객·관리자·유가족·관의 이동이 이루어지며, 각각의 수직 통로를 통해서 이동하게 된다. 관의 경우, 화장로 출입을 위해 가장 안쪽까지 연결된 복도를 통해 화장로로 출입하고, 조문객과 유가족은 중앙에 형성된 두 복도를 통해서 화장로 전실로 출입이 가능하며, 화장로 전실사이에도 통로를 두어 조문객과 유가족의 동선이 자유롭게 계획되었다. 유가족이 장자를 떠나보내는 공간과 조문객의 조문하는 장소가 화장로 전실로 통합되면서, 동선으로 하여 순환을 유도한 것으로 사료된다. 화장시설과 주민 이용공간이 분리되어 계획되었지만, 메인 복도를 통해 주민 이용공간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계획되었다.
이즈미시의 <이즈미 영원 북부 커뮤니티센터> 또한 <시립 사자나미죠유엔>의 계획 패턴이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화장시설과 주민 커뮤니티센터를 동시에 계획한 사례로, 분석한 사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정면의 주 출입구로의 진입 동선은 다목적 홀이 위치하여 문화시설로써의 기능을 수행한다. 화장시설은 부 출입구를 통하여 이용이 가능하며, <사자나미죠유엔>과 마찬가지로 메인 복도를 통해 화장로, 화장로 전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Table 11.)
5. 결론
본 연구는 일본의 장례문화 고찰과 함께 우리나라의 장묘문화 및 고령화, 노령화의 사회적 배경과 성격이 유사한 일본 장묘시설의 공간 구성 특성과 그에 따른 동선체계의 특징을 살펴보았으며, 일본의 장묘시설 중 2000년 이후에 건축된 교외형 장묘시설 사례 4곳을 대상으로 실증적 사례연구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조사 및 분석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장묘시설의 공간구성상의 특징은 화장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과 조문 및 장례의식 행위가 이루어지는 각각의 공간이 분리되어 개별적인 공간으로 계획되어있다는 점이다. 이상의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을 소화하는 데 있어 이용자 간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며 화장행위와 조문 및 장례의식 행위가 각각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특히 화장로 전실은 원활한 화장행위와 이용자 간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둘째, 일본 장묘시설의 동선 체계의 특징은 공간구성상 기능별로 분리된 공간에 대한 배치가 복도형, 통로형, 순환형, 수평형, 병합형의 형태로 분석되었다. 복도형 배치는 복도와 각 실이 일방적으로 맞닿아있는 형태로, 통로형 배치와 비슷하나 통로형 배치는 두 변의 복도와 닿아 있는 형태이다. 순환형 배치는 전체 동선의 모습이 ‘口’ 혹은 ‘日’의 형태를 띠며 순환이 가능한 형태이며, 통로형 배치가 수직으로 연결되어 확장된 양상을 보인다. 커뮤니티시설 등과의 결합 시에는 수평적으로 결합하며 메인 통로와 병합되는 형태를 보였다.
셋째, 시설 차폐와 환경저해를 피하기 위해서 공원화, 녹지화 된 대지를 선정한다는 점이다. 장묘시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및 혐오시설로 각인된 인식을 미루어 보아, 장묘시설이 계획될 대지에서 도심과의 거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친환경건축물, 에너지절약 건축물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환경적 측면으로 이미 무공해·저공해로 판명된 화장시설이지만, 시설 실증 이후 사후관리 및 에너지 관리 면에서 산림지역 혹은 자연녹지 지역이 유리할 것으로 사료된다.
넷째, 일본은 철저한 법적 제도마련 및 규제를 통해 질적 양상이 높은 장묘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83년 가묘제도 폐지 등의 철저한 법적 규제와 강력한 행정지도의 결과로 화장시설의 설치가 불가능한 외딴섬 주민을 제외한 전국 주민의 100%가 화장장을 하는 상황에서 일본 장묘시설은 크게 발전된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법적 제도의 변화에 따른 화장시설에 환경친화적, 현대적 이미지를 갖추게 함으로써 시설에 대한 혐오의식이 줄어들며, 일상에서 필요한 시설임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판단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앞으로 관심이 높아질 장묘시설에 대해서 현재 우리나라는 해당 주제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선행 연구의 성과물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실증 자체도 물리적 측면에 입각한 구축물이 대다수인 실정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의 변화로 인한 복합장묘시설의 변화 양상 및 향후 고령화 사회에서의 복합장묘시설에 대한 대비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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