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근 교회건축의 공간구성 특성과 빛
@ 2018 KIEAE Journal
Abstract
This paper tried to understand the architectural philosophy of Kim, Swoo Geun who was one of pioneers for Korea Contemporary Architecture. He did his best to propose the new way of Korean architecture, many fabulous buildings were built as results of such a passion at architecture. He established three principles for architecture, one is Primary Space, the second is Secondary Space, the last is Ultimate Space. He developed his concepts for his works. Especially, Three churches of his works - Yangduk Cathedral, Kyeongdong Church and Bulgwangdong Cathedral - are examplary ones that he realized his architectural principles. They presented his principles well through being harmonious with light. Therefore, the aims of this paper is to analyze relations between space organization and light.
Three step study was conducted for the paper; Firstly, investigated modern and contemporary churches about spatial compositions since the Protestant Reformation in the 16th century. Secondly, analyzed his architectural philosophy and characteristics of spatial organization in churches. Finally, deducted relation of space and light through analyzing three churches.
According to the results of the study, Kim, Swoo Geun has greatly made progress of Korean contemporary architecture through realizing his philosophy about nature, tradition, spatial organization, and light. The noticeable characteristics of churches analysed in the paper are the detouring approach to main chapel, the hierarchical space organization, and the holy space created with light.
Keywords:
Church, Space Composition, Light, Kim, Swoo Geun키워드:
교회 건축, 공간구성, 빛, 김수근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건축은 인간의 다양한 사회적 질서를 동반하며, 시대를 반영하는 매개체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건축의 본질은 건축의 창의성과 예술적 가치가 사회와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 현대건축의 선구자 중 한명인 김수근은 문화 예술과 건축의 사회적 확장을 위해 노력하였고, 자연과 건축을 조화시키는 독특한 건축세계를 보여주었다.
루이스 칸(W. Feldman,, 1973)은 “공간은 자연의 빛 없이는 어떠한 장소에 도달할 수 없으며, 인공의 빛은 밤의 빛이다.” 하여 자연광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빛은 건축의 형태, 구조, 재료 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고, 빛의 양과 질은 건축의 존재를 결정한다.(Kim, Chang Sung, 2011)건축에서의 빛은 공간과 형태를 창조하고 건축을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교회건축에서 빛의 가치는 공간과 신성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건축가들이 빛에 대한 건축적 정의와 개념을 전개하고자 하였다.
베르니니는 교회에 스포트라이트에 의한 조명 효과를 적용하였고, 르 코르뷔제는 빛과 어둠의 대비에 의한 신성 공간을 창조하였으며, 고딕 교회건축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유입되는 빛으로 영적효과를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김수근의 건축에서 빛과 공간과의 관계는 김수근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김수근 건축에 대한 연구는 공간과 형태 미학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빛과 공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김수근 건축에서 빛과 공간의 관계가 가장 잘 표현되어 있는 교회건축을 선정하여, 김수근 건축의 공간 특성과 빛의 관계를 분석하고, 빛을 통해 나타나는 공간 창조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1.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에서는 문헌조사와 현장답사를 통해 김수근 교회건축의 공간구성과 빛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분석 교회건축은 마산 양덕성당, 불광동 성당, 경동교회를 대상으로 하였으며, 연구의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수근 교회건축의 공간구성을 이해하기위해 현대 교회건축의 공간구성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종교개혁 이후의 근⋅현대 교회건축의 흐름을 고찰한다.
둘째, 김수근 건축에 전반적으로 표현된 독창적인 건축철학의 배경을 고찰하고, 김수근이 교회건축에 적용한 공간구성과 와 빛의 원리를 분석한다.
셋째, 김수근이 설계한 3개의 교회건축에 대하여 각각의 공간구성 특징과 빛의 관계를 분석한다.
2. 근⋅현대 교회건축의 흐름
2.1.16세기 종교개혁과 교회 건축
16세기 종교개혁 운동은 중세 교회가 지켜온 교황의 권위와 성직자, 평신도의 위계구조를 부정하면서 모든 예배자의 하나님 앞의 평등성을 강조했다.(정시춘, 2000) 따라서 그들은 바실리카 식의 종축형 교회의 공간개념을 버리고, 평등하고 공동체적인 예배공간을 회복하기 위해 중앙 집중형 예배공간을 실험하였으며((Kim, Chang Sung, 2017), 건물 모양이나 장식보다는 기능을 중시하였다.
이러한 개신교 교회는 다시 그들의 교리에 의해 분화되었는데, 루터파 교회(Fig. 1-a)는 설교와 성찬의 균형 잡힌 예전을 강조하여 설교대와 성찬상을 하나의 초점으로 통합시켰으며(정시춘, 2015), 츠빙글리파(Fig. 1-b)는 교회 안의 모든 성물과 그림, 장식 등을 제거하고, 회중들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만 기울이게 하였다.(정시춘, 2000) 또한, 신의 절대적 주권과 성경중심주의를 지향하는 칼빈파(Fig. 1-c)는 설교대를 높이 들어 올려 제단을 시각적으로 강조하였다.
2.2. 영국 국교회와 설교 홀
영국의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은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수십개의 시티교회를 설계하면서 홀 형태의 평면을 적용하였다.(Sir B. Fletcher, 1975) 홀 공간 앞에 수찬 난간으로 둘러싸인 성찬상을 배치하고, 그 앞에 설교대와 독서대가 시각적 균형을 이루는 설교 홀(preaching hall)의 개념은 영국 국교회의 표준이 되었고, 복음주의와 사회운동을 중시하는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에 의해 그의 설교의 집(Fig. 2)에 적용되었다. (정시춘, 2015) 이러한 개념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에 영향을 주어 설교 홀과 극장의 공연적 요소가 결합된 강당형 교회로 발전된다.
2.3. 고딕 복고주의 교회 건축
19세기 초에 일어난 고딕 복고주의 교회 건축은 프로테스탄트들이 추구해왔던 미팅하우스 개념의 예배에서 다시 중세의 예배로 회기 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복고주의는 교회의 평면을 긴 세로축을 가진 바실리카식의 종축형 평면으로 환원시켰으며, 뾰족 아치나 첨탑 등 고딕 형식의 교회를 건설하였다.(정시춘, 2000) 포티프 교회(Fig. 3)는 가우디가 40여 년 동안 건설한 매우 큰 규모의 미완의 작품으로 아름다운 곡선과 섬세하게 조각된 내부가 매우 인상적인 고딕 복고주의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2.4. 제 2차 바티칸 공의회와 기능주의 교회 건축
가톨릭 교회를 쇄신하고, 문호를 개방하여 그리스도 세계의 일치를 촉진하기 위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1963년에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을 발표하여 교회건축의 세부적인 지침과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김정신, 2012) 초대교회의 예배 회복과 함께 전례 공동체의 능동적인 참여와 전례의 현대화 및 토착화를 강조하면서 예배의 중요성과 전례의 민주화를 추구했다.(Kim, Jin Tae, 2004) 이러한 개혁은 예배의 통일성에 대한 의미를 북돋아 주고 회중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단순한 예배 공간을 추구함으로서 고딕 복고주의 교회건축에 반대하였다.
또한, 20세기 초의 전례운동은 교회의 역할과 예배의식에 큰 변화를 추구하였고, 기능주의 건축은 교회의 신학적, 사회적 기능적 변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기능주의 건축은 역사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에 따른 규범과 윤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건축 이념을 탄생시켰고,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발된 철과 콘크리트를 통해 새로운 교회 건축을 가능케 했다.(정시춘, 2000) 순례자를 위한 성당으로서 르 코르뷔제가 설계한 롱샹성당(Fig. 4)은 교회의 기능적 의식 요소를 만족시키면서, 비정형, 비형식적인 조소적인 형태로 설계되었다.(Han, Kyu Young, 1992)
2.5. 현대 교회 건축
현대 교회는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게 됨에 따라 예배 이외에도 교육과 친교, 지역사회 문화 활동들이 교회의 중요한 기능이 됨으로서 교회건축물을 다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러한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교회의 인간화 현상을 수반하여 교회 건축이 세상에 힘을 표현하는 것보다는 주변과의 조화를 이루는 인간적인 스케일을 갖는 건물을 원하게 되었다.(정시춘, 2000)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빛의 교회와 물의 교회는 지역 자회에 중심을 두고 계절, 빛, 물, 하늘, 나무 등의 자연을 예배공간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Fig. 5)
또한, 현대의 대형교회(Mega Church)들은 전통적인 예배 중심의 목회에서 교육과 교제, 지역사회 봉사를 강조하는 목회 방법을 채택하였고, 메시지를 회중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조명, 음향, 영상 기술 등의 다양한 공연적 수단들을 도입하였다.(정시춘, 2015)가든 그로브 크리스탈 교회(Fig. 6)는 벽과 지붕 모두를 금속관의 입체 트러스와 유리에 의해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교회로서, 로버트 슐러 목사의 ‘외부세계를 포용하며, 영성을 교양시키는 투명성을 가진 공간’에 대한 요구가 건축가의 창조력에 의해 표현 된 건물로서 메가처치 양식이 확산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3. 김수근의 건축철학과 교회건축
3.1. 김수근 건축철학의 배경과 특징
한국 현대건축에서 건축가 김수근은 매우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거대 스케일을 통한 형태적인 완결성을 추구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휴먼 스케일의 작은 매스들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면서 건축의 군집미를 추구한다. 이런 조형적인 특징들은 다양한 실험과 탐구를 통해 여러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그의 건축적 배경과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김수근은 유아시절부터 서울대 건축학과에 입학하는 1950년대까지 서울 북촌에 거주하였다. 당시, 북촌은 새로운 도시형 한옥지구로 개발되어 한옥의 기와지붕이 거대한 군집을 이루는 전통적 경관 이미지를 형성하였다.(Kang, Yun Sik et al. 2004) 이러한 무의식적 공간 체험(김수근, 2017)은 1960년 일본에서 귀국한 후 한국미술연구와 문화재 복원에 크게 기여한 미술사학자 최순우의 가르침에 의해 한국의 조형미 대한 이해와 전통론 해석으로 확장되었다.(Fig. 7, 8)
요시무라 준조와 겐조 단게는 일본 현대건축에서 전통론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일본에 체류한 김수근은 위의 두 건축가의 전통론에 대한 영향을 받는다.(Jung, IN Ha, 1995) 요시무라 준조는 민중의 실제적 삶에 깊숙이 개입된 실존적 건축 작업을 지향했으며, 건축 재료를 살려 간소함을 중시하고, 일본의 전통 민가를 중심으로 한 전통건축을 작품에 응용하였다. 따라서 그의 건축은 매우 유기적이고 개별적인 특징을 띠었고, 추상적인 공간개념 보다는 실존적인 공간의식과 실물의 스케일 등을 중요시 하였다.(그림 9) 반면에, 겐조 단게의 건축 이론은 요시무라 준조와는 상당히 대조적으로 지역성을 탈피한 건축적 사고의 보편화를 강조 하였고, 전통을 현대의 눈을 뛰어넘는 미래의 창조를 위한 건축가의 객관적, 단절적, 창조적 창작 활동을 중요시했다.(Fig. 10)
김수근은 디자인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심성에 닿는다고 보았고, 디자인도 인간의 모양새와 같이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져야 한다고 하였다. 공간은 인간 자신을 보호하고 먹고, 자고 하는 기본 생활의 제 1공간(Primary Space), 큰 이익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효율적인 창고, 공장 사무실과 같은 제 2공간(Secondary Space), 인간성을 보장하고 표현하기 위한 사색과 창조의 제 3공간(Ultimate Space)이라 하였다.(김수근, 1971) 김수근은 궁극 공간이란의 실현을 위해 인간의 휴먼스케일을 통한 한국 전통 문화에서 찾으려 하였고,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아늑하고 어떠한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을 궁극공간이라 하였다.(Fig. 11)
네가티비즘(negativism)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것으로서 건축행위가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Kim, Soo Geun, 2006) 가장 인간적인 공간은 가장 자연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며, 인간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삶의 궁극적 가치와 생활의 공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Fig. 12, 13)
김수근은 네가티비즘에 따른 공간 개념에 대하여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생활의 한계성과 적정 공간을 설정하고 자연을 이용, 개발하는 데에 있어서 얻는 이득뿐만 아니라 해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하였다.(Cho, In Chul, et al. 1988)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한히 변화해가는 빛과 그림자의 변화에 대해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정의한 김수근은 벽돌에 내재된 조소성과 질감을 예찬하며,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벽돌에 드리우는 건물의 변화로 그만의 독특한 건축을 만들어 냈다.(www.ohmynews.com) 공간사옥, 아르코미술관, 샘터 사옥, 구미문화예술회관 등은 창과 보이드에 의해 만들어지는 강한 음영과 벽돌과의 조화를 보여준다.(Fig. 14)
또한, 김수근은 양덕성당의 설계개념 대한 설명에서 빛에 의한 공간 분위기와 공간의 다양한 변화에 대하여 주목하면서 “빛에 의한 드라마는 상상 이나 추리만으로 감지할 수 없으며, 빛의 유동에는 엄격한 규칙성이 있으나 그것이 이루어 놓은 행태는 감지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빛에 의한 우연성과 필연성의 극적인 조화를 기대 한다.” (김수근, 2017)하였다.
3.2. 김수근 교회건축의 특성
김수근이 설계한 교회건축인 양덕성당, 경동교회, 불광동성당은 철근 콘크리트 조를 공통적으로 채택하여 넓은 내부공간을 확보하고자 하였고, 외장재로서 변색 벽돌, 내장재로서 노출 콘크리트 마감을 사용하였다.
김수근의 양덕성당 설계 스케치(Fig. 15)를 보면 김수근 교회 건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순례길, 성소의 확장과 외부 상징물, 빛의 유입과 스케일의 조절에 대한 개념을 볼 수 있다.(Han Ji Ae, at al., 2014) 양덕성당은 위 스케치의 마지막 평면으로 결정되지만 이후에 건축된 경동교회와 불광동 성당도 이미 이러한 스케치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수근은 교회건축의 공간 구조를 예배의식을 향한 접근, 전이공간과 성소로의 진입, 부속실의 위계구성이라는 순서로 분석한다. 이러한 순차적인 공간의 흐름에 대해 김수근은(김수근, 2017) “공간전개의 기법은 은밀하면서도 암시적이어야 하며, 계획의도가 쉽게 드러나는 연출기법은 호기심을 유발시키지 못하고 지루할 뿐이며, 불연속적인 공간에 대한 체험은 단편적이고 독립된 기억일 뿐이나 연속성이 의도된 공간에서의 느낌은 줄거리를 가진 드라마가 될 수 있다.” 하였다.
또한, 김수근의 교회건축은 한국의 사찰건축에서 나타나는 진입방식을 적용하여 순례길이라는 개념으로 외부공간을 구성하였고, 초기 기독교 시기의 카타콤과 유사한 공간 분위기를 창조하여,(Jung, IN Ha,, 2000) 어둡고 신성이 가득한 공간을 느낄 수 있도록 빛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4. 김수근 교회건축 사례분석
4.1. 마산 양덕 성당
1977년 바위산에 핀 수정 꽃이라는 모티브로 설계된 양덕성당은 대지면적 1,785㎡, 건축면적 892㎡, 연면적 1,702㎡, 지상 3층의 규모를 갖고 있으며,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라멘조, 외부마감은 적벽돌, 내부마감은 노출콘크리트로 되었다. 김수근은 벽돌의 반을 잘라 그 단면을 노출하여 거칠고 육중한 매스감을 강조하고 있다. (Fig. 16, 17)
예배당으로의 접근을 위해 교회 우측의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면 2층 부에 있는 십자가를 만나게 되고, 경사로가 끝나는 부분의 우측 출입구에 두 개의 연속된 문을 지나 성수를 만나게 된다. 직접적인 출입이 아닌, 진입의 지연을 위해 삽입 되는 경사로, 오브제, 동선의 꺾임과 출입문의 통과를 경험하면서 예배당으로 진입하게 된다. (Fig. 18)
양덕성당의 예배공간(Fig. 19)은 상대적으로 낮은 층고로 이루어진 아담한 교회로 설계되었고, 예배당의 벽체와 부속실이 군집하여 배치되었다. 전실 진입 방향의 우측에 성수가 있으며, 전실의 명확한 구분 없이 열린 벽체와 바닥 레벨의 변화로 비정형의 예배공간이 갖는 불규칙성을 강화한다. 또한, 예배당과 인접한 작은 소공간은 영의 세계와 현세의 중간 겹을 형성하여 성소로의 집중도를 높여준다.(Han Ji Ae, at al., 2014)
예배당 중앙에는 각 실들의 출입관계가 쉽게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벽체의 측면과 후면을 이용하여 실들 간의 진출입이 일어난다. 이는 2층 예배당에서의 유기적인 틈새를 활용한 다양한 채광방식의 도입과, 제대를 향하고 있는 좌석들의 자유로운 배치관계, 3층의 어긋난 성가석의 레벨과 측창의 도입 방식등과 연결된다.(Fig. 20)
김수근은 양덕성당의 평면구성을 위해 예배당을 중심으로 비정형의 부속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였으며, 빛의 유동성에 의한 공간의 분위기의 변화에 주목하여, 각 실의 채광을 위한 작고 긴 개구부들을 실들의 어긋난 틈새에 설치하였다.
지붕의 틈으로부터 들어오는 빛과 제단 뒷벽과 사이 벽에서 유입되는 빛은 벽체의 상호 관입을 통해 공간을 다양하게 연출하며, 가늘고 긴 측창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래스와 지붕의 고측창을 통해 유입되는 빛은 신비롭고 유연한 빛을 예배당 내부에 제공한다. 이러한 빛은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공간의 흐름을 암묵적으로 전개하며, 둘러싸여 있으나 결코 막히지 않는 공간을 형성한다.(Fig. 21)
4.2. 경동 교회
기도하는 두 손을 모티브로 1980년 설계된 경동교회는 대지면적 1,660㎡, 건축면적 880㎡, 연면적 2,399㎡, 지하 2층, 지상 3층이며,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라멘조이고 외부는 적벽돌, 내부는 노출콘크리트로 설계되었다. (Fig. 22, 23)
일반적으로 교회의 주출입구가 전면도로 또는 광장을 면하여 위치하는 것과 달리 경동교회는 전면도로 쪽에 제단을 배치하였다. 따라서 예배당으로의 출입은 건물의 오른쪽에 설계된 계단을 이용하여 건물 뒤쪽에 설치된 입구까지 한 층을 오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진입 과정은 계단을 오르면서 세속에서 벋어나 경건함과 신과의 만남을 위한 준비과정을 느끼게 한다.(Fig. 24)
예배당의 입구를 지나 우측의 계단 길을 오르면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이뤄지는 장이 되기를 바랐던 옥상채플이 나타난다. 옥상채플은 연극, 문화, 음악 공연장의 설비를 갖추도록 설계되어 있으나, 누수 등 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천장이 설치되어 김수근의 계획이념이 반감되었다.(Fig. 25)
경동교회는 양덕성당과 마찬가지로 1층에 친교실과 소예배실, 2층에 본당을 배치하였다. 예배당 입구는 예배당으로 들어가는 전이공간으로서 공간을 구분하는 전실을 갖고 있다. 예배당의 대칭축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는 시선과 동선을 차단하며, 전실의 볼륨감은 본당이 갖는 구분된 신성을 강화한다. 또한 예배당이 갖는 축성이 그대로 전실에도 적용되어 중심축의 성소로의 집중도를 높인다.(Fig. 26)
예배당 평면은 하나의 큰 공간으로 설계되었고, 균질한 크기의 소공간들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작은 점과도 같은 미세한 개구부가 하나의 소공간 단위마다 삽입되어 있다. (Fig. 27)
예배당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의 질감으로 인해 신성에 대한 엄숙하고 원초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 예배당 제단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예배당 공간의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벽체에서 천정으로 연결된 늑골 형태의 육중한 콘크리트 보의 물성은 원초적 공간의 분위기를 제공한다. (Fig. 28)
경동교회는 각각의 공간에 따라 폐쇄와 개방의 극적인 대비가 두드러지며, 예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어둠속에서 내려오는 유일한 빛을 통해 신을 숭배하는 느낌을 준다. 예배당 내부의 노출콘크리트의 단조로운 색과 어두운 공간은 고대 카타콤과 같은 엄숙함과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제단의 십자가 위에 위치한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신도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어두운 예배공간에 내리는 한줄기 빛이 신과의 만남을 암시한다. 또한 예배당 양측의 벽에 조그맣게 뚫려있는 개구부는 어두운 공간에 한줄기 빛이 쏟아 내리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Fig. 29)
4.3. 불광동 교회
김수근의 3번째 교회 작품인 불광동 성당은 1981년에 설계되었고, 대지면적은 약 2,771㎡, 건축면적 1,996㎡, 연면적 3,160㎡, 지하 2층, 지상 3층의 규모를 갖고 있으며, 구조는 철근콘크리트 라멘조이고, 외부마감은 적벽돌, 내부마감은 본타일과 노출콘크리트로 되었다. 수직으로 잘게 나눠진 벽채를 따라 경사진 지붕이 가운데로 모여 마치 양손을 모아 기도하는 외형을 보여준다. (Fig. 30, 31)
불광동 성당은 이전의 교회와는 다른 방법으로 예배당에 들어가기 위한 진입 과정을 연출하였다. 성당 전면부의 주차 공간을 지나 상승하는 경사로를 통과하면 은총의 길로 들어오며, 본당과 사제관 사이를 관통하는 평화의 길을 통해 예배당으로 들어간다. 김수근의 이러한 이중의 진입로 계획은 건축물의 줄거리를 만들고 한편의 드라마처럼 진입공간을 구성하려 하였고, 직접적인 진입보다는 우회하게 하여 현실세계로부터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신을 영접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신자들의 마음을 준비하도록 의도되었다. (Fig. 32)
불광동성당의 내부공간은 본관과 사제관을 분리하여 설계되었다. 기존의 주공간을 둘러싸는 부공간의 배치방식이 아닌, 분리된 개별 동을 만들어 기능별로 군집을 만들고, 이 분리된 두 개 동 사이를 지나 예배당으로 출입할 수 있는 진입공간을 두었다.(Fig. 33)
예배당은 전실을 거쳐 진입하게 된다. 전실에서 신자들은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한 번 마음가짐을 가다듬게 되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유입되는 빛과 십자가를 형상화한 출입문은 신성으로 들어감을 암시한다.(Fig. 34)
불광동 성당의 예배당 (Fig. 35)은 큰 공간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벽체 사이를 거대한 보로 이어주어 내부 기둥 없이도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며, 주공간과 부공간을 완전히 분리하여 외부에 직접 면하는 벽으로 예배당을 형성하고, 그 벽면에 세장한 수직 창을 두었다. 이런 수직 창은 천장의 천창과 수평으로 연결되어 공간을 반복 연장시키며, 개구부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래스는 신성과 거룩함을 극대화한다.(Han Ji Ae, at al. 2014)
양덕성당, 경동교회가 어두운 내부공간에 제단 위로 빛을 유입하여 신성을 극대화하는 채광방식을 채택했다면 불광동 성당은 이와는 다른 예배당 전체에 빛을 적극적으로 유입하였다. 예배당 벽체에 설치된 세장한 수직창과 천장에 설치된 천창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빛을 예배당에 적극적으로 유입하며, 제단 부분은 벽에 설치된 측창과 천장을 통해 빛을 받아들인다. 불광동 교회의 주공간과 부공간의 완전한 분리는 이러한 채광 계획을 가능하게 하였고 스테인드글래스로부터 유입되는 영롱한 빛은 밖에 존재하는 신을 암시하고 거룩함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천장에 설치된 수평 천창은 누수로 인한 관리상의 문제로 인해 폐쇄되어 건축 초기에 보여주었던 공간감은 많이 퇴색되었다.(Fig. 35, 36)
5. 결론
기독교가 전래된 이후 국내의 교회 건축들은 서양의 고딕건축을 모방하거나 변형된 양식으로 많이 지어졌다. 김수근은 이러한 경향에서 벋어나 한국적 감성을 갖는 새로운 교회 건축물을 설계하고자 하였으며, 의도된 공간에서 암시적이고 신성 가득한 교회 공간을 창조하려 하였다. 본 논문에서 분석한 3개의 교회는 김수근의 작품 중 빛과 공간을 조직하는 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김수근의 교회건축에 나타난 주요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외부진입방식: 신성 공간인 예배당으로의 진입을 위해 의도적으로 대지 레벨을 조절하였고, 경사로와 계단을 이용하여 우회하는 진입로를 계획하여 예배당에 들어가기 전의 신성에 대한 신자들의 마음가짐을 조절하였다. 양덕성당의 진입로는 모든 면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경동교회의 경우 반 이상 감추어져 휘어 들어가도록 계획된 반면, 불광동 성당은 두 길로 분화되어 진입공간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되었다.
(2) 공간구성: 교회건축의 공간구성을 위해 김수근은 예배의식을 향한 접근, 전이공간과 성소로의 진입, 성소와 부속실의 위계적인 구성을 통해 의도된 공간을 순차적으로 제공한다. 양덕성당과 경동교회는 예배당을 중심으로 주변에 부속실을 계획하여 성소로의 집중도와 신성의 강조하였다. 반면에 불광동 성당에서는 성소와 부속공간을 분리 배치하여 기능별로 군집을 이루도록 설계함으로서 다중의 벽으로 경계를 이루는 이전의 두 교회와 달리 간소화 된 하나의 벽으로 성소 공간을 설계하였다.
(3) 빛의 연출: 예배당에 빛을 이용하는 방식은 각 사례마다 김수근 건축철학에 따른 실험이 진행된다. 정면 제단에 강한 빛을 유입하여 신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3개의 교회에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양덕성당과 경동교회의 회중석에는 빛의 유입을 최소화하여 내부공간을 마치 고대의 카타콤 같은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안식과 보호처로서의 기능을 부여한 반면에 불광동 교회에서는 측창과 천창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많은 빛을 유입함으로서 현세와 신성의 극명한 대비가 조성되도록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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