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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Vol. 13, No. 3, pp. 135-144
ISSN: 2288-968X (Print) 2288-969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Jun 2013
Received 07 Jun 2013 Revised 25 Jun 2013 Accepted 25 Jun 2013
DOI: https://doi.org/10.12813/kieae.2013.13.3.135

A Study on the Vernacular Architecture in Bahay na bato, Spanish Colonial Style in Philippines

필리핀 스페인 식민지 양식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의 버내큘러 건축 특성에 관한 연구

Philippines, having the unique combination between its traditional and vernacular culture and European culture during colonization by Spain over three hundred years, shows the variations of style and scale in domestic architectures. Bahay na bato, one of the typical house of recent stone house in Philippines, has been completed referring traditional bahay kubo and Spanish stone built house, adapting vernacular principles in traditional house and new Spanish culture and life styles. Especially, vernacular for climates, earthquakes, social and cultural conditions, environment and materials in traditional bahay kubo still alive in bahay na bato mingled with spanish architectural technology and culture.

This study place emphasis on the vernacular characteristics in bahay na bato by considering the climate control method in traditional house and Spanish influences on Philippines house.


Bahay an bato, Philippines housing, Spanish colonial culture, vernacular, Bahay kubo, 바하이 나 바토, 필리핀 주거건축, 스페인 식민지 문화, 버내큘러, 바하이 쿠보

1. 서 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필리핀은 1571년부터 333년에 걸친 스페인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토속적인 전통과 유럽의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이 같은 면은 사회 전반은 물론 건축이나 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의 근대 도시 주거도 스페인 식민지와 미군 군정을 거치면서 다양하게 변천해왔다. 특히 스페인 식민지였던 17세기경에 나타나 현재 필리핀의 대표적인 중산층 건물 가운데 하나인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는 필리핀의 전통주거인 바하이 쿠보(Bahay kubo)와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석조주택 및 그 이후의 반 석조 반 목조 주택 등의 변천을 거치면서 완성되고 있다. 바하이 나 바토는 필리핀 전통 주거의 고유한 특징을 유지하면서도 1실로 구성된 전통적인 주거의 전형적인 구조를 대규모의 다실이라는 구조로 확장시켰으며 서양과 스페인의 건축적 영향을 수용하여 토속 문화와 외래문화의 통합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필리핀의 토착 건축 발전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바하이 나 바토는 필리핀 토속 건축이 지니고 있던 기후나 지진에 대한 적응 방법을 스페인 석조 문화와 결합하여 독특하게 해결한 주거라는 점에서 특정 지역에 근거한 버내큘러 속성이 어떻게 변해가고 적용되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필리핀의 전통주거에 나타나는 기후조절 기법 등과 스페인의 영향관계 등에 주목하여 바하이 나 바토에 나타나는 버내큘러적 특징을 고찰하고자 한다.

1.2 연구 대상 및 방법

본 연구는 오늘날까지도 필리핀 중산계층의 일반적인 주거형태 가운데 하나로 정착되어 있는 바하이 나 바토를 연구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특히 해당 지역의 기후적 특징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나 버내큘러 특징을 고찰하기 위하여 필리핀의 전통주거인 바하이 쿠보(Babay kubo)와 스페인 식민지하의 주거의 변천 및 버내큘러적 특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바하이 나 바토에 나타나는 버내큘러 특성이 필리핀 전통주거와 스페인 문화와 어떻게 결합되어 나타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버내큘러 건축이 일반적으로 그 지역의 기술과 재료, 그 지역의 환경에 의한 정서, 기후와 전통 등에 의해 구축된다는 점에 착목하여 바하이 나 바토에 나타나는 버내큘러 특성을 기후와 사회문화적 측면 및 재료 등으로 구분하여 연구하고자 한다.

1.3 선행 연구 고찰

필리핀 주거건축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는 거의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며 주로 필리핀이나 일본 등의 해외의 연구자들의 논문이나 보고서가 그 주를 이루고 있다. 일례로, 크라센(Winand Klassen)의 연구는 필리핀 건축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며 모자레스(Resil B. Mojares) 같은 경우는 필리핀 세부 지역에 대한 주거 및 건축, 특히 고로르도 저택(casa Gorordo)등에 대한 연구를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야마구찌키요꼬(Kiyoko Yamaguchi) 등이 스페인 식민지 시기부터 미군정에 이르는 필리핀의 도시 및 건축에 대한 연구(2004)1) 등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는 스페인 식민시기를 포함한 필리핀 건축이나 도시에 대한 통시적이고 일반적인 접근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버내큘러 같은 특정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에는 못 미치고 있다.

그리고 건축이나 주택의 버내큘러 특성에 대한 연구의 경우 조성우 외 3인(2007) 등 많은 연구가 보이고 있으나 일반적인 대상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고 필리핀 등 특정 지역이나 특정 건물에 한정된 연구는 거의 미비한 실정이다.


2. 이론적 고찰
2.1 버내큘러(vernacular)의 이론적 고찰
1) 버내큘러의 어원 및 정의

버내큘러라는 단어는 국내(domestic), 모국의(native), 토착의(indegenous) 등을 나타내는 라틴어의 베르나쿠루스(vernaculus)로부터 기인하고 있으며2), 건축의 경우 주로 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특정 지역이나 시간에 있어서 고유하며 외지로부터 들여오거나 다른 것을 모방하지 않은 건축 형태를 의미한다.

버내큘러 건축은 민속적(folk), 전통적(traditional), 대중적인(popular) 건축과 거의 유사하게 사용하고 있으나, 알렌 노블(Allen Noble)에 따르면 민속적인 건축이 건축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에 의해 지어지는 것에 반하여 버내큘러 건축은 특정 건축 교육을 통해 숙달하여 짓는 건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3) 반면에, 로날드 브런스킬(Ronald Brunskill)은 버내큘러 건축을 “디자인적인 그 어떤 훈련도 받지 않은 아마추어에 의해 디자인 된 건물”로 정의하며 그 사람들은 “유행하는 형식 등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형성된 일련의 관습에 의해 계도될 것이며 건물의 기능이라는 측면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미적인 고려는 최소화된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재료나 자재가 사용되며 극히 예외적으로 외래 재료가 사용되기도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건축적인 측면에서의 버내큘러는 건물의 기능적 요구를 초월하는 미적 의도를 위해 전문적인 건축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통합된 형태적 디자인요소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예술적 행위와 대비되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일상적이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해당 지역의 미기후와 풍토에 적합하게 축조한 건축이라 할 수 있다.

2) 버내큘러 건축의 영향 인자

엔사이크로페디아의 설명에 따르면 버내큘러 건축에 미치는 영향 인자를 기후, 해당 지역의 문화나 생활방식, 임시주거인지 영구주거인지에 대한 주거 형식, 해당지역의 환경과 재료 등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버나드 루도프스키(Bernard Rudofsky)도 이와 유사한 의견을 보이면서 지정학적 요인이나 풍토적 요인 등을 추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후는 가장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로 버내큘러 건축은 해당 지역의 기후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간의 주거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후요소는 온도, 습도 및 강수량 등이며 인간의 안락한 생활을 위하여 이것들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따라서 기후적 측면에서 볼 때 주거는 추위나 복사열, 바람, 배수 등을 고려해야만 하며 이는 결국 주거가 환경제어장치로 간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4)는 라포포트의 말은 버내큘러 주거와 기후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해당지역의 문화나 생활양식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누적된 여러 행동양식에 의해 이루어진 행태조직으로 형성되기 때문에 그 생활방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상징적인 생활규범과 이를 위한 일련의 생존 적응수단은 필연적으로 버내큘러 건축 내에서 나타나게 된다. 특히 주거와 마을은 그들의 선호와 가치를 선택하고 표현함으로써 생활양식을 영속시키고 원활히 하는 물리적인 방안으로 공헌하게 된다.

해당 지역의 지정학적 요인이나 풍토적 요인도 버내큘러 건축에 영향을 끼치는데, 지정학적 요인은 주로 방어와 그 지역의 경제 시스템이 중요한 고려인자가 되며 풍토적 요인은 특정 민족이 살아온 어떤 지역의 기후만이 아니라 지형, 식생 및 그 지역 내의 인간의 감각기관을 통해 형성된 심리상태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버내큘러 건축은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순응하기 위해서 주변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재료들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버내큘러 건축의 재료는 동물의 뼈나 가죽 목재, 식물섬유질로 만든 직물이나 밧줄 등의 유기재료와 흙이나 돌 등 주변 환경에서 가장 구하기 쉽고 채취하기 쉬운 것을 주로 사용하였다.

2.2 필리핀의 버내큘러 영향 인자
1) 필리핀의 기후 조건

필리핀은 열대 해양성 기후를 지니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덥고 습기가 많은 편이다. 필리핀의 기후는 덥고 건조한 여름(3월~5월), 우기(6월~11월) 및 선선하고 건조한 건기(12월~2월) 등 세 가지로 구분되며 기온은 21도~32도까지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태풍 발생 권역에 걸쳐있기 때문에 6월부터 10월에 걸쳐 거의 모든 지역에서 엄청난 강수량을 보이고 있으며 매해 평균 19차례의 태풍이 지나가고 있다.

이 같은 기후적 특성은 스페인 식민도시의 거점이었던 마닐라나 세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퀘펜 기후 정의에 따르면 마닐라는 열대 몬순 기후에 가까운 열대 사바나 기후에 속하며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적도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일중 최고 온도와 최저온도 차이가 별로 없는 편이다. 반면에 습도가 높은 편이라 더욱 기온이 높게 느껴진다. 계절은 건기와 우기로 구분되며 건기는 12월 말부터 4월까지 우기는 그 나머지에 해당한다.<표 1> 태풍은 주로 6월부터 9월에 걸쳐 발생하며 해일이나 쓰나미를 동반하기도 한다.5)

2) 문화와 생활방식

필리핀의 선조는 말레이계로 알려져 있으며, 최초의 거주자들은 2만 5천 년 전에 이 지역에 거주한 네그리토스(Negritos)족이었다. 필리핀 국민의 특성은 모든 문화가 조금씩 섞여 있기 때문에 지리적 문화적으로 지역에 따라 구별되며 각 지역적 집단은 상이한 풍습과 방언을 통해 구별할 수 있다.

신앙은 16세기 스페인이 기독교를 전파하기 전까지는 그 존재가 불분명한 반면에 전래적으로 대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친족정신이 강하였다.6) 이는 지역적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세분되는 필리핀에는 다양한 원주민 부족 공동체나 111 종 이상의 방언이 존재하는 것만 보아도 그들이 친족이나 씨족 공동체를 중심으로 생활해 왔음을 알 수 있다.7)그들은 대가족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동일한 지역에 몇 채의 집을 함께 짓고 살기도 하였고 가족이나 친척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동하였으며 조카들도 자신의 자식인 것처럼 인식하는 등 끈끈한 친족 정신을 보이고 있다.

3) 해당 지역의 자연 환경과 재료

필리핀은 전체 국토의 약 19퍼센트가 농지이며 46퍼센트가 숲이나 삼림으로 구성되어 있어 풍부한 수목과 수종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필리핀은 지질학적으로 환태평양 화산대에 속해있기 때문에 잦은 지진과 화산활동이 발생하며 특히 지진은 경미한 것까지 합쳐 하루에 약 20회 정도가 발생하고 있다.화산 활동의 결과 수많은 섬들이 중심에 산을 끼고 해안이 형성되어 있다.

4) 필리핀의 전통적 주거형식

필리핀의 건축은 자국의 건축에 스페인, 일본, 말레이, 힌두, 중국 및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독특한 문화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스페인의 지배를 받기 이전의 건축은 일반적으로 자연 재료를 이용한 간단한 형태의 주거였으며 그 외에 대규모 건축이 존재하였다는 흔적은 있으나 자료가 불충분하여 분명하지 않다.

스페인 식민지 이전의 필리핀 주거 패턴과 특성 등에 대해서는 자료가 많지 않아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원주민의) 집들은 나무로 지어졌으며 커다란 통나무 위에 지면으로부터 떨어져서 판자나 대 나무 위에 지어졌다. 사람들은 사다리를 타고 집을 들어갔다. 방은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나 아래쪽에는 돼지나 염소, 닭 등을 키웠다”(Antonio Pigafetta, 1521)는 기록이나 “세부(Cebu)지역의 주택들은 정사각형이나 사각형 형태의 평면을 지니고 있었으며 저층부가 만조 시 물에 잠기기 때문에 가급적 해변 쪽에 두꺼운 통나무 기둥 위에 지어졌다”8)는 허터러(K. Hutterer, 1973)의 고고학적 보고서 등을 보면 스페인인이 거주하기 전까지의 내륙이나 해안가에 존재했던 필리핀 전통주거의 형식을 추론할 수 있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9) 거의 사각형의 평면을 지니면서 나무기둥 위에 주거를 짓는 바하이 쿠보(Bahay kubo)가 그것인데, 이러한 주거 형식은 아직도 필리핀 각지에 산재해 있는 전통 주거와 동일하며 나무나 대나무, 니파 나무 혹은 기타 숲이나 늪지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바하이 쿠보 혹은 니파 헛(nipa hut)으로도 불리기도 하는 필리핀 전통 주거는 습기나 침수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반 목재나 대나무 등으로 높이 1~5 피트 정도 띄워서 기둥을 세우고 집을 지은 다음 야자 잎이나 코코넛 잎으로 엮은 지붕을 덮어 만든 간단한 형태의 한 칸짜리 오두막으로 통풍 등을 통해 필리핀의 고온다습한 날씨에 효과적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것은 물론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이후 집을 새로 짓거나 고치기에도 아주 편리하도록 되어있는 것이 특징이다.<그림 1>

표 1.  
마닐라의 평균 기온 및 강우량
1 2 3 4 5 6 7 8 9 10 11 12 연평균/합
평균 최고기온 29.5 30.5 32.1 33.5 33.2 32.2 31.1 30.6 30.9 30.9 30.7 29.7 31.24
일 평균 26.5 27.2 28.5 29.9 30.0 29.2 28.5 28.1 28.2 28.2 27.1 26.2 28.13
평균 최저기온 18.5 20.8 25.9 26.2 26.7 26.2 25.8 25.5 25.5 25.5 24.9 23.9 24.62
강우량 19 7.9 11.1 21.4 165.2 265.0 419.6 486.1 330.3 270.9 129.3 75.4 2,201.2
평균 강우일 1 1 1 1 7 14 16 19 17 13 9 5 104
월간 일조시간 186.0 197.8 217.0 270.0 217.0 150.0 124.0 124.0 120.0 155.0 150.0 155.0 2,065


그림 1  
바하이 쿠보(bahay kubo)

바하이 쿠보의 공간구성은 지극히 간단하다. 아래층은 가축을 키우거나 곡식과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하였으며 상층 부분은 가족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되어있다. 이곳은 방 하나로 모든 기능을 소화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3~4가지의 기능이 함께 나타나는데 주로 거실 겸 침실(guinlawasan), 다용도실이나 부엌 및 집의 전면이나 후면에 설치되는 오픈 포치(pantaw/batalan) 등으로 구성된다.10)

바하이 쿠보의 일반적인 평면은 공적 공간(bulwagan)과 사적 공간(silid)로 나누어져 있고 부엌(lutuan)과 식당(kainan)은 별도의 건물에 마련되어 있다. 공적 공간은 커다란 1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앞이나 옆에는 가축우리나 창고, 곡물 저장소 등으로 사용되는 다용도 공간(silong)을 지니고 있었다. 혹은 개방형 뒷 베란다(batalan)를 설치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물 내부에는 천장이 없으며 실을 나누는 파티션을 설치할 경우에는 집 내부에 통풍과 환기가 잘 될 수 있게끔 최대한 낮게 설치하였다. 욕실은 통상 주택의 뒷부분에 위치하고 있다.

지붕은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 너새(hip) 지붕이나 박공지붕이었으며 니파 판자나 볏짚은 씌워 만들었다. 벽은 대나무와 니파, 일반 목재 등을 사용하였으며 부재들을 조합할 때는 못이나 하드웨어 등이 일체 사용되지 않았으며 바닥에는 환기와 통풍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대나무 널판을 깔았다.<그림 2> 벽에도 충분한 환기를 위해 사면 모두 큰 창문이 설치되어 있었고 창문에는 차양이 설치되었으며 옆으로 개폐하는 슬라이딩 형식과 앞으로 열어 작은 기둥을 받치는 식으로 되어있다. 사다리(hagdan)을 이용하여 상층부로 올라갔으며 밤이나 외출 시에는 간편하게 사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림 2  
바하이 쿠보의 벽체 구성도

출처: W. Klassen(1986)



이 같은 면에서 보면 바하이 쿠보는 전형적으로 지역의 기후와 환경을 고려한 주거였다고 볼 수 있다. 대나무 널빤지는 통풍을 위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야자수잎 등으로 만든 지붕과 함께 외부의 열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였다. 동시에 단순한 도구와 그 지역의 재료 등을 사용하여 잦은 태풍이나 홍수 혹은 지진 후에도 쉽게 보수하거나 아니면 다시 짓기 쉬웠기 때문에 실용적이기도 하였다.


3. 바하이 바 나토의 건축적 특징
3.1. 바하이 나 바토의 형성 과정

필리핀에서의 스페인 주거는 여러 단계의 수용과 발전을 통해 완성되었다. 가장 중요한 인자는 덥고 습기 많은 열대기후였으며 그 결과 주택 내부에는 충분한 통풍이 되도록 수정되었다. 다음으로는 지진과 화재 및 사회 문화적 고려요소 등이었다. 스페인 주거는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발전과정과 변화를 보이고 있다.11)

스페인 식민지 초기 단계에서는 인디즈 법에 따른 도시화가 이루어졌으며 레둑시온(reduccion) 정책에 따라 거주민과 주택을 도시 내에 집중되었다. 초기에는 원주민의 주거양식을 따라 나무로 주택을 지었으나 가소성이 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원주민의 주거들은 대규모 화재 등으로 쉽게 파괴되었기 때문에 서서히 열대지방의 기후에 적응하면서 화재나 지진 등에도 견딜 수 있게 돌이나 벽돌 및 타일같은 불연 재료를 이용한 주택으로 변모해갔다.

다음 단계는 당시 인트라무로스에 지어진 스페인 주택인데, 이 주택들은 외벽이 전부 석조로 된 2층 건물이었다. 인디스 법(1573) 등에 명시된 바처럼, 스페인 식민도시는 주택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페인 식민시대의 주택들은 석축으로 둘러싸인 성벽 안에 서로 줄이어 밀집되게 되었다.

이 같은 경향은 17세기에도 계속되었으며 1609년 마닐라의 인트라무로스 내에는 도로를 따라 600여 채의 주택이 줄지어 서있는 경우까지 생기게 되었다. 이 주택들은 훌륭한 외관과 높고 넓었으며 큰 방을 지니고 있고 수많은 창문과 철 장식으로 꾸며진 발코니 등을 지니고 있었으며(Antonio de Morga, 1970) “다듬돌(cut-stone)로 만들어진 거대한 주택들은 거의 사각형에 엔트런스 홀과 파티오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콜로넬 헤르난도 데 로스 리오스(Colonel Hernando de los Rios)의 보고서12)의 내용처럼 대부분의 주택이 스페인 풍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식민도시의 위상을 표현하기 위한 이상으로서 등장한 석조 건축물과 주택은 그 자체로는 인상적이었으나 필리핀의 기후와 지역적 여건에 완전하게 부합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술한 고온다습의 열대 기후와 함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지진이었다. 필리핀은 다른 라틴 아메리카 도시와 달리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었으며 석조 주택은 상대적으로 지진에 취약하고 무거운 지붕이나 벽체는 지진 붕괴 시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석조건축이나 주택에 대한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스페인 풍의 필리핀 전통 양식의 발전의 마지막 단계는 하부에는 석재를 사용하면서 상부에는 목재 지지 구조를 채택한 형식이다. 상부는 수직 목재 널판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슬라이딩 창문을 개폐하기에 문제없을 정도로 충분한 개구부를 만들어 주고 있다. 카피즈 조개는 종종 창문 유리로 사용되었다. 이렇게 나타난 것이 스페인 풍의 필리핀 주거양식이다“13)라는 크라센(W. Klassen)의 말대로 스페인식민지 시대의 최후 단계에 나타나는 주거 양식은 1층 석조와 2층 목조로 대표되는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14)라는 주거 형식이다.

17세기부터 가장 대표적인 스페인 풍 필리핀 주택 가운데 하나가 된 바하이 나 바토는 일반적으로 2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아래층은 지진 등에 견딜 수 있게 석재나 벽돌을 사용하고 위층에는 통풍과 냉방을 위해 목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목재 구조가 건물에 유연성과 안정성을 부여하며 1층 정도 높이의 석벽은 그리 쉽게 지진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경험칙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택 내부의 나무 기둥은 바닥에 박힌 채로 지붕을 버틸 만큼 올라와 있으며 기둥들은 아래쪽의 석벽과 위쪽의 나무 벽 모두와 독자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2층에는 일반적으로 필리핀 특산인 카피즈 조개로 만든 유리창15)이 달린 돌출 발코니(volada)를 설치하여 양식적인 변화도 추구하였다.16)

바하이 나 바토는 독자적인 형태가 아니라 기존의 몇 가지 건축형태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하나는 전통 가옥인 바하이 쿠보로, 그 자체가 부유한 계층의 주거형태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경사의 너새지붕이나 박공지붕, 간단한 기둥과 보 구조, 통풍을 최대화하는 장치 등 바하이쿠보의 몇 가지 디자인 원칙들은 바하이 나 바토에 그대로 계승되어 더 큰 스케일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17세기 모르가(Antonio Morga)의 기술에 나오는 토착 족장의 주택이다. 이 주택은 지면으로부터 떠 있으며 목재로 견고하게 지어졌고 내부도 매우 넓고 방도 많았으며 살림도구도 많았던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인트라무로스 등 스페인 식민도시 내에 세워진 스페인인의 주거 또한 바하이 나 바토에 영향을 주었다. 이들 주거는 화려하고 웅장한 외관과 함께 토착 양식과 유럽 양식을 조합하여 저층 석벽과 상층 목조구조의 2층 주거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스페인 인이 지은 교회건물이나 수녀원들도 바하이 나바토에 영향을 끼쳤다. 스페인 인들은 화재에 견딜 수 있고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재료로서 석재를 도입했기 때문에 당시의 부유한 계층들은 석재를 스페인 식민도시의 사회적 내지 종교적 중심에 대한 문화적 친밀감을 나타내는 장치로서 인식하였다.17) 급기야는 18세기부터 19세기 초에 이르는 기간에는 교회나 수도원 등을 모방하여 과장스러울 정도의 넓이와 규모 등 권위적인 외관을 모방하기도 하였으며 벽체 두께를 교회 벽체 두께(약 2.44m~3.05m) 정도로 두껍게 하기도 하였다.18)

바하이 나 바토는 거의 유사한 구성을 보이고는 있었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특히 필리핀의 세부 지역에서는 19세기 후반 들어 석재와 벽돌 및 타일 등을 이용하여 주택을 지었는데 이는 마닐라 등지에서 나타나는 바하이 나 바토와는 조금 다른 외관과 평면구성을 보이고 있다.19)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식민지하에서의 필리핀의 각 지역에서 유사한 형식의 주거가 유행했다는 사실은 유사한 자연재해에 대한 해결책을 공유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즉 기둥 위에 축조된 원시 주거인 니파 헛이 1층 부분을 벽으로 둘러싼 형식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주거는 2층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카피즈 조개로 만든 창문을 지닌 거대한 주거가 후일 철 지붕과 철장식으로 변하는 등 거의 모든 지역의 주거의 변천은 유사한 변화 과정을 보이고 있다.

3.2 바하이 나 바토의 건축적 특징과 공간 구성

바하이 나 바토는 각 지역이나 부가적인 층수나 굴뚝, 중정에 지붕이 있는가의 여부 등등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지알씨타(Zialcita)와 티니오 주니어(Tinio Jr.) 등에 의해서 전형적인 형태가 정리된 바 있다.20)

우선 바하이 나 바토는 도로에 줄지어 건축되며 내부의 중정은 대지의 후면이나 측면에 설치된다. 1층의 출입구에는 두꺼운 목재 문이 설치되어 있는 아치가 있는데 출입구는 보통 마차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게 설치되었다.

바하이 나 바토의 내부 공간도 전형적인 패턴이 존재하였다.<그림 3> 9세기경의 대부분의 스페인 풍 바하이 나바토는 사각형 평면을 보이고 있으며 간혹 우물이 설치된 중정을 둘러싸고 있는 형식도 나타나고 있다. 대저택의 경우, 현관문은 마차가 지나갈 정도로 충분히 넓게 하였으며 저층부에 마구간이나 마차를 보관할 장소 등을 설치하였고 가끔은 마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림 3  
바하이 나 바토와 각 부분 상세

1층 엔트런스를 들어가면 화강석 판석이 깔린 일종의 홀인 자구안(zaguan)이 있으며 그 옆에는 고가구나 마차, 축제용품 등을 보관하는 창고(bodegas)있다. 이 창고는 가끔 지면으로부터1m 정도 올려서 또 다른 방, 즉 엔트레수엘로(entresuelo)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 방은 주로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었으며 대도시에서는 이 부분이 간혹 상점으로 쓰이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1층의 자구안 부분은 말 냄새 등을 차단하기 위해 내부 중정과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처럼 1층 부분은 거주용 공간이 아니라 창고나 마굿간 및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전이 공간의 역할을 하였다. 또한 하인들의 작업공간이나 화장실, 창고 등도 1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2층은 거주 공간(piano nobile)으로 이루어졌으며, 아래층과 위층을 연결하는 대 계단은 그 집의 가장 중요한 초점이 되었다. 2층에는 계단실 홀인 카이다(caida)와 침실(cuarto) 및 루프 테라스인 아조테아(azotea), 식당(comedor), 부엌(cocina) 등이 위치하며 안방을 태양열로부터 차단하는 갤러리인 볼라다(volada) 등이 설치되었다. 카이다는 2층이 시작되는 부분에 위치하는 공간으로 1층의 자구안에서 맞이하기 힘든 귀중한 손님 등을 접대하거나 좀 더 큰주택의 경우 응접실로도 사용되었다. 카이다를 사이에 두고 안방(sala)과 식당(comedor)가 위치하는데 사라는 가장중요하고 큰 방으로 옥상 테라스(azotea)나 베란다(porch)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커다란 카피즈 조개 판넬창문이 설치되었으며 방위나 향에 관계없이 도로에 면하고있다. 카이다의 옆으로는 침실(cuartos)가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 방 하나를 기독교 성상을 모시는 공간 즉 오라토리오(oratorio)로 사용하였다. 사라와 근접하여 식당과 자체 문이 설치된 부엌이 위치하기도 하였다.

안방과 인접하는 실 사이에는 서양 자수 모양의 조각이 있는 가벼운 목재 판넬로 파티션을 설치했으며 큰 규모의 주택의 경우, 안방에는 길거리 쪽으로 좁다란 내부 돌출 발코니(volada)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특히 볼라다는 안방을 태양열로부터 차단하는 역할을 하며 일반적으로 볼라다를 따라 정교하게 조각된 창호가 설치된다. 넓고 육중한 창문틀에는 홈이 파 있으며 그 옆에 설치된 목재 루버나 미늘살 창문, 캐피즈나 조개껍질로 만든 덧문, 혹은 간혹 유리덧문 등 2~3개의 슬라이딩 덧문을 지지한다. 그리고 창문틀과 바닥 사이에는 목재 슬라이딩 덧문과 목재 난간 혹은 철제 창살로 된 벤타닐라(ventanilla)가 설치된다.

내부의 방과 방 사이에는 육중한 여닫이문이 설치되어있어 2층의 각 방을 연결시키고자 할 때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문을 전부 개방하게 되면 2층 전체가 더 넓어 보이기도 한다. 필요시 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커다란 홀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21) 그리고 각 파티션 윗부분에는 목재 판넬이 설치되어 있어 이 역시 실내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루프 테라스인 아조테아(azotea)는 요리나 세탁 등 다용도 공간으로 사용되며 부엌은 화기를 다루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가장 끝부분에 설치하거나 종종 본 건물이 아닌 별동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화장실(letrina)와 욕실(bano) 그리고 부엌은 아조테아 근처에 설치된다. 초기 주택에는 식사 준비 등을 위해 야외로 개방된 부엌이 있었는데, 이를 후일 대저택 등에서 있는 깔끔한 부엌과 대조적인 의미로 더티 키친(dirty kitchen)이라 명명하기도 하였다. 보통 사면이 막힌 부엌은 요리를 하거나 개나 닭들이 돌아다닐 수 있게끔 지붕이 설치되어 있었다. 2층에서 필요한 물은 1층에 있는 우물로부터 직접 아조테아로 두레박을 이용하여 끌어오며 욕실이 2층에 없을 경우에는 1층 우물 옆에 설치하기도 하였다. 지붕에는 붉은색 스페인 타일을 사용하였다.

지붕은 빗물을 잘 흘러내리게 하기 위해 경사로 지었으며 일반적으로 중산층이나 상업시설에는 타일 지붕을 사용하였다.22)


4. 바하이 나 바토의 버내큘러적 특성
4.1 기후인자를 고려한 기후순응 조절 기법

스페인 식민지 시대 이후로 필리핀의 전통가옥인 바하이 쿠보는 바하이 나 바토로 변형되면서 이른바 스페인 풍 필리핀 전형적인 주택형식이 되었으며 이후 아메리카 식민지 시대에도 비록 그 규모는 예전보다는 작아지기는 하였지만, 그 기본적인 형태나 필리핀의 전통적인 기후조절 방식은 거의 그대로 채용되었다.23)

전술한 바대로 필리핀은 열대 몬순 기후에 해당하는 고온 다습의 지역이기 때문에 필리핀의 주택들은 자연스럽게 시원함을 유지하기 위한 기후 조절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조성우의 연구(2009)에 따르면 고온 다습 기후에서의 시원함을 유지하는 방법은 최대의 그늘과 최소의 열용량구조, 습기 제거를 위한 최대의 환기, 잦은 비를 대비한 지붕구조 및 쾌적성 확보를 위한 환기 등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며 그 방법으로는 자연 통풍과 환기, 증발 냉각, 쿨링 매스(cooling mass), 차양 등의 요소가 채용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표 2>

표 2.  
버내큘러 주거의 기후 순응 원리(조성우, 2009)
고온다습기후
기후특징 기온이 높고 일교차가 거의 없음
집중적인 강우와 다습한 기후
강한 일사와 열대야
아프리카, 몬순 아시아, 아마존 등
기후 순응전략 - 열 발산을 통한 시원함 유지
- 증발냉각, 통풍/환기, cooling mass, 차양 등
요구사항 - 최대의 그늘과 최소의 열용량 구조
- 열의 축적과 재복사를 막기 위한 구조
- 습기 제거를 위한 최대한의 환기
- 잦은 비를 대비한 지붕 구조
- 방열 및 기류 조절에 의한 쾌적성 확보
시원함을 유지하는방법 증발냉각 물위에 집을 지어 증발냉각 활용 배치평면
통풍환기 - 주거를 바닥에서 띄워 통풍을 이용한 구조
- 나뭇가지나 짚을 이용한 벽면 구성으로 통풍 고려
단면입면
cooling mass 나뭇잎과 나무기둥-열용량 적음 입면
차양 높거나 깊은 지붕 형태

필리핀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 가운데 필리핀의 바하이 나토와 바하이 나 바토가 기후조절 인자 중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자연 통풍이다. 통풍이나 환기를 위해 가장 일반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창문이다. 통상 2층으로 구성되는 바하이 나 바토는 가능한 한 최대의 통풍을 위해 카피즈 조개 판넬로 만든 덧문이 설치된 큰 창들을 2층에 설치하고 있다. 창문에는 3개의 통풍 장치, 즉 가장 아래쪽은 마룻바닥과 문틀 사이에 미닫이문으로 설치된 벤타니라(ventanilla), 문틀과 차양 끝부분 사이에 목재나 유리 판넬로 설치된 중간 벤타니라 및 차양의 윗부분부터 천장 사이에 고정된 유리창 부분인 채광창(transom)등을 설치하여 환기와 채광을 극대화하였다.

특히 사라(sala)나 거실 앞의 큰 창문 아래 설치된 벤타니라는 공기의 대류 원리를 적용하면서 가장 아래 부분으로부터 바람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큰 창문을 닫는 야간에도 개방시킨 채로 사용하면서 환기와 통풍을 최대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그림 4, 위> 벤타니라에는 프라이시시 등을 위해 난간동자나 그릴이 설치되어있기는 하지만 통풍이 잘 되게 하기 위해 틈새가 많은 난간을 설치하고 있다.

또한 안방에서 길거리 쪽으로 설치된 좁다란 돌출 발코니(volada)는 안방이나 집전체를 태양열로부터 차단하거나 비를 피하는 역할을 하며 볼라다를 따라 정교하게 조각된 창호를 설치하여 통풍을 최대화 하고 있다.<그림 4, 가운데>넓고 육중한 창문틀에는 홈이 파있으며 그 옆에 설치된 목재 루버나미늘살 창문, 캐피즈나 조개껍질로 만든 덧문, 혹은 간혹 유리 덧문 등 2~3개의 슬라이딩 덧문을 지지한다. 또한 길게 뻗은 차양은 외부로부터의 방사열이 내부로 전달되지 않게끔 하는 차단제 역할을 한다.


그림 4  
바하이 나 바토의 통풍 시스템

평면은 공기의 흐름을 좋게 하고 양호한 맞바람 통풍을 위해 오픈 플랜으로 계획되었으며 평면상의 오목한 부분을 만들어 햇빛을 실내 깊숙이까지 들어오게끔 하였다. 그리고 천정고를 높게 하는 것도 통풍을 위한 고려 가운데 하나였다.<그림 4, 아래>내부의 문은 양쪽으로 열게 되어있어 2층의 각 방을 연결시키고자 할 때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문을 전부 개방하게 되면 2층 전체가 커다란 홀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며 충분한 통풍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각 파티션 윗부분에는 구멍이 뚫린 목재 판넬이 설치되어 있어 이 역시 문이 닫혀있을 때도 실내의 공기가 원활하게 맞통풍이 되는 역할을 한다.

건물의 하층부에는 2층 부분보다 크기가 작은 창문을 설치하였으며 이는 두꺼운 대 열용량 벽체와 더불어 내부 온도를 시원하게 해주기 때문에 식량 저장 등에 이상적이었다. 혹은 창문 없이 모두 벽으로 둘러싸인 경우는 시각적으로 지루한 무장식벽(blank wall)이 되기도 하고 바닥 널빤지 사이를 통해 아래로부터 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을 단절시키게 되어 창문틀 아래에 있는 벤타니라스 등의 장치를 통해 차단된 공기의 흐름을 내부로 다시 순환시키기도 한다.

이 밖에도 정원이나 식수 또한 공기의 순환이 약할 때 그늘을 제공함으로써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되었으며 아도비 같은 석재나 라임 프라스터로 만들어진 1층 부분은 비에 강할 뿐 아니라 열용량 냉각효과도 있었다.24)

4.2 인문 사회적 인자를 고려한 버내큘러 특성

바하이 나 바토는 필리핀의 전래적인 사회문화적 관습과 스페인의 영향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인문 사회적 측면에서의 버내큘러적 속성을 보이고 있으나 특히 스페인 건축이나 문화로부터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선 석재의 채용이다. 스페인의 주택은 견고하게 지어졌으며 구조적인 안정성이나 단열 등을 위해 석재나 목재로 보강된 벽돌을 선호하였고25) 경우에 따라서는 약 1m정도의 두께로 견고하게 지어지기도 하였다. 바하이 나 바토에 지진에 견딜 수 있는 재료로 석재나 벽돌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스페인 건축이 주는 견고한 느낌과 강인함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간구성에 있어서도 스페인의 영향이 발견된다. 우선스페인의 전통적인 낮잠(siesta)과 늦은 점심 및 식문화에 대한 관심, 사교 등에 대한 고려 등은 통풍이 잘 고려된 실들과 옥상 테라스에 딸린 부엌 및 더티 키친(dirty kitchen)및 계단실 앞의 카이다(caida)라는 손님 접대 공간과 응접실 개념의 사라(sala) 등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스페인 주거에서는 파티오가 내부 공간이나 세탁실 같은 도로와 격리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장소나 이웃 간의 소통을 위한 사회적 공간으로도 사용되었음을 상기하면26) 바하이 나 바토에서 자주 보이는 포치나 파티오 등은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필리핀과는 달리 핵가족을 선호27)하고 따로 떨어져 살기보다는 한 지역에서 같이 살기를 선호하는 스페인인들은 기본적으로 한 가족이 살기 위한 공간을 계획하며 말이나 가축 등을 마구간이나 집의 안뜰에 키우는 전통28) 또한 필리핀의 그것과 조화하면서 바하이 나 바토에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인들은 프라이버시를 중시했기 때문에 이 또한 주택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였다. 집들이 붙어있기 때문에 설혹 벽과 벽 사이가 떨어져있다 해도 프라이버시 확보는 필수적이었으며 필리핀의 기후 조건 상 창문이 많이 필요했음에도 창에는 반드시 덧문이나 혹은 촘촘한 틈새의 장식 덮개 등을 채용하고 있었다.29)

또한 문이나 창문 및 파티션 등에 새겨진 조각 문양이나 패턴 등도 스페인의 이슬람 건축의 영향을 나타내고 있다.30) 특히 바하이 나 바토에서 보이는 다양한 기하학 모양과 식물 문양 등은 사람 모습의 조각이 금지되어 주로 식물이나 기하학적 문양을 채용하던 스페인의 이슬람 문화와 르네상스 문화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31)

한편, 바하이 나 바토는 스페인 풍의 필리핀 주거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필리핀인이 거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필리핀의 전통이나 문화 및 건축의 영향도 반영하고 있다. 우선, 필리핀의 전통적인 바하이 쿠보의 1실 평면 구성은 친족주의와 대가족을 중시하는 필리핀인의 성향으로 인하여 실에서 다실로의 전환을 가져왔으나<그림 5> 기본적으로는 침실 등의 사적인 공간 작업 공간 등이 명확하게 분리되고 있는 점이나 다용도실 공간이었던 시롱(silong) 이나 바탈란(batalan)같은 공간이 여전히 옥상 테라스(azotea)나 더티 키친(dirty kitchen)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전통적인 공간구성 기법과 유사하다. 특히 바하이 쿠보에서는 큰 방 내부 한 켠에 침실이나 작업공간과 분리하여 설치된 창고 공간이 바하이 나 바토에서는 거주공간인 1층에 위치하고 있는 것도 층별 분리에 의한 기능 공간 분리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6>


그림 5  
바하이 나 바토의 일반적인 평면

출처; Kiyoko Yamaguchi(2004)




그림 6  
본톡 하우스(Bontok House)의 평면

http://historyofarchitecture.weebly.com/vernacular-houses.html에서 재구성



4.3 환경이나 재료를 고려한 버내큘러적 특성

바하이 나 바토는 전통적인 대나무 등의 목재와 벽돌이나 석재를 혼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리핀 토속 건축과 스페인 건축의 영향이 융합되어 나타나고 있다. 전술한 바 대로, 스페인 풍의 완전 석조가 지진에 매우 취약한 구조였기 때문에 주택의 많은 부분에서 필리핀의 전통적인 목조 구조가 채택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석재 기초에 목조 구조라는 절충적 형식을 완성하게 된다.

목재는 1738년까지 가장 중요한 주택 건축 재료였으며32) 건물 구조체 만이 아니라 위층은 전부 목재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특히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1층에 석재를 사용하고 거주공간인 2층에 주로 목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목재가 석조에 비해 그 지역의 기후 조건이나 환경에 적합하였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이는 초기 스페인 식민지시기에 스페인 인들이 도입한 석조 주택은 기후나 습도, 화재, 지진 등의 자연조건에 따라 변형되었으며 1층과 2층이 각각 석조와 목조가 혼용된 필리핀 특유의 형식으로 변형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필리핀인들은 목재를 주재료로 사용하였으며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도 부분적으로 나무가 사용하기도 하였고 지붕도 진흙 타일이나 야자수 잎 등이 병용되었다. 심지어는 스페인 인의 목조 주택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목조 주택은 인트라무로스나 세부 등의 도성 안팎에 다수 존재하기도 하였으며 특히 세부 같은 경우는 약 200여명의 스페인 거주민이 목조 주택에 살기도 하였다. 이는 스페인인들이 갈레온 무역의 기회가 점점 사라지자 세부나 비간같은 기존의 지역을 떠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도시가 쇠퇴한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페인인들이 필리핀의 전통 가옥의 잇점을 인식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일례로 1630년에 어거스틴 학파 선교사인 후앙드 메디나(Juhan de Medina)는 필리핀 전통주택인 니파 헛이 통풍이 잘 되기 때문에 석조 주택보다 더 시원하며 더 건강하다고 기록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특히 1863년 마닐라 지진 이후 정부는 2층에는 목조를 사용하도록 강제하였고 이후 스페인으로부터 파견된 엔지니어가 엄격하고 모두 석재로 이루어진 유럽 형식보다는 목재 기둥과 저층 석재 시스템을 지닌 필리핀 고유 양식을 주택 설계에 추천함에 따라 석조와 목조가 혼용된 주택 양식은 더욱 자리를 잡게 되었다. 나아가 무거운 지붕 타일대신 가벼운 평타일이나 철판 지붕을 주택에 사용할 것을 권유하였으며 철제 장식도 목재 난간기둥으로 대체되었다. 비로소 스페인은 석조건축을 포기하고 그 지역의 재료와 기술을 수용한 도시 주거로 전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필리핀 고유의 주거양식으로의 부분적인 전환은 특히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양식적 변화를 야기시켰다. 당시 마닐라의 대저택에 대한 언급 가운데 “위층은 카피즈 창문이 설치된 회랑으로 둘러싸여 있다. 카피즈 창문은 주택으로 빛을 들어오게 할 뿐 아니라 태양열을 차단하기도 한다”(P. de la Gironiere, 1820)33) 등의 기록들은 카비즈 창문을 언급하고 있으며 그 때까지 유행하던 철제 발코니장식을 대신하여 목재 베란다가 나타나기도 하고 타일로 마감된 주택까지 등장하고 있었다. 특히 카비즈 창문은 유리를 대신하여 토착의 조개껍질을 활용한 것으로 손쉽게 수할 수 있는 재료를 건축에 이용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표 3.  
바하이 나 바토와 필리핀 토속건축 및 스페인 건축과의 버내큘러 비교
구분 스페인 식민지 이전 스페인 식민지 시기
bahay kubo(필리핀) 스페인 bahay na bato(필리핀)
건축사항 층수 半2층(목조 기둥+상부) 1층/2층 2층
기본구조 목조 석조 (하부)석조+(상부)목조
구조 기둥+보 기둥+보
건축재료 목재 벽돌, 석재 석재, 벽돌, 목재
지붕 형태 경사지붕
과장된 형태-비나 태양을 피함
과장되지 않는 돌출지붕선 박공지붕/너새지붕
과장된 형태-비나 태양을 피함
재료 니파 잎 테라 코타, 타일 타일, 철판(붉은 색)
벽체 대나무, 니파 등 석재, 벽돌 석재, 벽돌, 콘크리트
창문 사면에 큰 창문 설치 창을 적게 설치 저층부의 창문은 2층에 뱌해 작음
실구성 1실; 친족주의 다실-핵가족주의 다실-친족주의
공간구성 저층-서비스공간/가축사육공간
상층-주거 공간
특정 없음 1층-서비스 공간/zaguan
2층-주거 공간
건물장식 없음 무어 풍 장식르네상스/바로크 무어풍 장식(식물, 꽃, 기하학 문양)
중국식 장식
중정유무 없음(silong; 다용도 베란다) 파티오 등 내부 중정 중정/파티오
아즈테아-다용도 베란다/
평면특징 주로 장방형통풍 고려 장방형기능 분리 주로 장방형
통풍 고려/개방형 평면
외관/성격 소박 장중/엄숙/대칭 장중/엄숙/부와 권력의 표현/중산층
버내큘러 기후 통풍 대나무 벽체
대나무 바닥-저층부와 상부간의 통풍 및 열 차단 효과(시원함)
집 주면에 수목-그늘 형성
지역이나 기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남 -다수의 큰 개방형 창문을 통해 통풍.
-내부의 여닫이 문 개폐에 의한 통풍
-벽 위의 목재 뇌분세공을 통한 통풍
*주요 장치; ventanillas,entrada principal,volada
쿨링매스 두꺼운 야자수/나파 잎-인슐레이션-대나무 벽체 및 깔판 특기사항 없음 -두꺼운 석벽
-저층부 창문 거의 없거나 작게 설치
차양 -넓고 과장되고 큰 지붕 과장되지 않는 돌출지붕선 과장되지 않은 돌출 지붕/채광창(transom) 설치
증발냉각 -수면위에 집을 지어 증발냉각 특기사항 없음 우수 저장용 우물을 통한 열 조절/파티오나 중정 활용
지진 경량의 재료 사용 유연한 목조 구조 석조/아도비 -석조+목조 구조
-외벽으로부터 30cm 정도 이격
홍수 아래층을 띄워 홍수에 대비 특기사항 없음 아래층을 창고 등으로 활용(비 거주공간)
인문사회 가족 중심 문화(친족주의)
일실 공동 생활
파손시 쉽게 버릴 수있는 간단한 주거
협동 주거 건설
핵가족중심 낮잠(siesta)문화식사 중시문화 가족 중심의 문화(친족주의)-많은 방(cuarto) 마련
공간 위계 설정-사라(sala)-도로에 면함
카이다(caida) 등의 손님맞이 공간 중시
식사실의 중시 및 대규모
재료 재생가능한 재료 사용;니파 잎 등 주변에서 쉽게 수할 수 있는 재료 라임스톤, 화강석 등 석재 아도비 등 카피즈(capiz) 조개 등 지역 재료 사용
아도비, 라임 스톤, 진흙 타일/테라코타 등
이미지

반면에 토속건축의 재료가 변형되기도 하였다. 우선 화재의 위험성이 너무 강한 기존의 니파 지붕을 대체한 타일지붕이 그 무게로 인해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조금 더 가벼운 철제 지붕으로 변하게 된다. 색상은 태양광을 반사하고 열 축적을 줄이기 위해 밝은 색이 선호되었으며 특히 예전의 진흙 타일의 색깔과 유사한 붉은 색이 자주 사용되었다.

또한 바하이 나 바토의 1층 부분을 마차 보관소나 식량 창고 및 지하실 등으로 사용하고 주거 공간을 설치하지 않는 전통은 몬순 기간의 홍수로 인한 범람 등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하이 나 바토는 주로 열대기후에 대처하기 위하여 시원함과 통풍을 고려한 필리핀 토속 주거인 바하이 쿠보와 건물의 강도 및 지속성을 강조한 서양 주택을 결합한 특징적인 건물이라 할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필리핀의 전형적인 기후 대처 방법과 스페인의 사회 문화적 영향이 고루 나타나고 있다.

우선 바하이 바 나토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라기보다는 바하이 쿠보의 많은 것을 계승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경사 지붕과 주택의 저층부를 비 거주공간으로 사용하는 양식, 기둥 보 구조 및 통풍에 대한 고려 등 주로 기후 순응 조절기법에 집중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통풍과 환기였으며 그 결과 바하이 나 바토에는 전면을 향한 큰 창문과 덧문 시스템, 벤타니라스를 중심으로 하는 창문의 3단 통풍 및 환기 장치, 오픈 프랜을 통한 맞바람 통풍, 문이나 창문 상부의 뇌분세공 장식을 통한 환기 등 자연적인 통풍 및 환기 시스템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강한 태양광이나 비를 완화시키기 위한 차양과 지붕구조도 바하이 쿠보로부터 계승되고 있으며 특히 볼라다 같은 공간은 차양만이 아니라 틈새가 많은 난간과 식생이나 화분 등을 통하여 시원함을 배가시키고 있으며 창문에도 카피즈 조개 등을 활용한 덧문 등을 장착하여 태양광 차단은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독특한 외관을 형성하고 있다. 홍수 시 주택이 물에 잠기는 것을 대비하여 1층에 거주공간을 두지 않고 창고나 마굿간 등으로 사용하는 것도 바하이 쿠보 등에서 지면으로부터 이격시켜 주거를 짓는 방식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가능하며 유리창을 대신한 카피즈 조개 창 경우처럼, 필리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같은 재료 등을 주택에 사용한 것도 버내큘러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바하이나 바토가 다른 스페인 식민지의 주택과는 달리 필리핀의 기후적 특성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따라 자연 통풍, 비나 폭우에 대처하기 위한 건축 요소 및 태양광과 열대 지방의 열을 완화시키는 전통적인 그늘 장치 등 자연냉방(passive cooling) 기법을 극대화하고 있는 바하이 쿠보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바하이 나 바토에는 스페인 건축이나 문화의 영향도 함께 나타나고 있으며 주로 재료나 사회 문화적 측면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전체 건물이 석조인 스페인 건축에 비하여 바하이 나 바토에는 1층 부분에만 석조가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필리핀에는 존재하지 않던 석조 건축 문화를 바하이 나 바토에 도입하여 1층 석조 2층 목조라는 독특한 형식의 주택을 만들어냄으로써 바하이 나 바토에 지역성이 강한 버내큘러적 특징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사라(sala)나카이다(caida) 등을 통한 공간의 위계설정과 접객문화의 중시 및 대규모 식사 공간, 중정이나 포치 등을 활용한 공간 연결 및 문화적 교류는 스페인 문화가 필리핀에 접목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필리핀 바하이 나 바토의 버내큘러 특성에 한정하여 살펴보았기 때문에 이국적인 문화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바하이 나 바토의 역사적 중요성이나 심미적인 특징 및 스페인 문화와의 영향관계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논의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연구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를 통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Glossary

1) Kiyoko Yamaguchi, Philippine Urban Architectural History; transformation of poblacion architecture from Late Spanish Period to American Period, 2004.

2) Encyclopedia, vernacular 항목 참조

3) 그는 “Traditional Buildings: A Global Survey of Structural Forms and Cultural Functions”에서 전통적 건축은 사람의 사회적 차원에서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에 걸쳐 특히 구전으로 전해 내려온 건축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대중적인 건축은 유럽에서 주로 사용되는 의미로 민속적 건축이나 버내큘러 건축과 거의 유사하게 사용된다고 말하고 있다. Encyclopedia, vernacular 항목에서 재인용.

4) Amos Rapoport, 주거형태와 문화, 열화당, 1985.

5) Encyclopedia, Manila 항목 참조

6) 필리핀인들의 유명한 친족 정신은 말레이족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긴밀한 가족관계는 중국인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7) http://www.everyculture.com/No-Sa/The-Philippines.html

8) K.Hutterer, Archaeological Picture of Pre-Spanish Cebuano Community, San Carlos Publications, 1973, p.23. 재인용

9) 일례로 루손 섬 북부의 이푸가오(Ifugao) 주거나 민도로의 마그얀(Magyan) 주거는 모두 땅으로부터 띄워져 주거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지붕 모양이나 재료 등의 약간 상이하다.

10) 오픈 포치는 전면에 설치될 경우는 주로 대기실이나 접객실 등으로 사용되며 후면에 설치될 경우는 목욕용 항아리 등을 놓아두는 여유 공간으로 사용된다. Resil B. Mojares, Casa Gorordo in Cebu-urban residencein a Philippine province, Ramon Aboitiz Foundation, 1983, p.46.

11) W. Klassen, Architecture in the Philippines, University of San Carlos, 1986, p.123.

12) 앞 책, pp.35.에서 재인용.

13) Winand Klassen, 앞 책.

14) 바하이 나 바토(Bahay na bato)는 석조와 목조가 혼용된 거주형태를 칭하는 것으로 정식 명칭이 된 것은 1970년대의 일이다. 그동안은 특정한 명칭 없이 수 백 년 간 스페인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형성된 주택은 별도의 이름 없이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건축의 동양적 변형인 필리핀-스페인 양식 정도로 불리고 있었다. 앞 책, p.55.

15) 카피즈(capiz) 창문은 필리핀 고유의 카피즈라는 조개의 자개로 만든 창을 말하며, 유리보다 저렴하고 태풍이나 비바람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견고하여 필리핀 전역에서 19세기경까지 유행했던 양식이다. 이로 인해 필리핀 주거 양식은 더 이상 스페인 식민지였던 멕시코 등과 유사한 디자인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형식을 띠게 된다.

16) 1780년부터 1880년경에는 돌출 발코니가 건물의 사면 모두에 설치되어 주택의 수평성을 강조한 이른바 기하학적 스타일(geometric style)이 유행하였으며 19세기 말경에는 돌출 발코니가 식물 문양으로 장식된 오픈 갤러리가 되는 이른바 화양(花樣)스타일(floral style)이 유행하였다. P. de Jesus, Bahay na bato: The Philippine Indigenous Home, http://toollib.site.aplus.net/UCBxweb/homework/HW1/HW1%20results/Paul_de_Jesus_HW1.pdf)

17) Kiyoko Yamaguchi, 앞 책, pp.39.에서 재인용

18) 앞 책, pp.37.에서 재인용.

19) 이러한 주택들은 타일을 자주 이용한다는 면에서 타일로 만든 집이라는 뜻의 바하이 나 티사(bahay na tisa)라고 부른다.

20) Kiyoko Yamaguchi, 앞 책, p.43.에서 재인용.

21) 이 같은 면에서 보면 바하이 나 바토의 인테리어는 공간과 공간과의 연계라는 측면에서는 뛰어난 면이 있다. Rodrigo D. Perez III, The Bahay na Bato, 2007.

22) http://www.everyculture.con/No-Sa/The-Philippines.html.

23) Augusto Villallon, Building green, http://cafe.naver.com/topmodelworld/74572

24) Paul de Jesus, 앞 책

25) 스페인은 기후적 지형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지역이나 기후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보이고 있으나 주로 석회석, 점판암, 화강암, 진흙 벽돌, 나무, 등을 주택에 이용하였다. http://en.wikipedia.org/wiki/Spanish_architecture

26) http://www.everyculture.com/Sa-Th/Spain.html#ixzz2UZUNMRtK

27) 기혼자는 집을 원한다(casado casa quiere)라는 말에서처럼, 스페인인들은 핵가족을 이상적이라 생각했으며 나이 든 노부부나 미혼 성인은 그들만의 집에 사는 경향이 있었다. 앞의 웹 사이트 참조.

28) 앞의 웹 사이트 참조

29) 남부 스페인에서는 공공 도로에 면하는 벽면에는 창을 설치하지 않고 도로와 격리된 파티오나 중정을 둘러싸고 각 실을 배치할 정도로 프라이버시를 중시했으나 필리핀에서는 기후적 요인으로 인하여 거리 쪽으로 창문을 내는 대신 덧문 등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30) 중국의 영향도 보이기는 하나 본 논문에서는 논외로 한다.

31) 17, 18세기의 스페인 바로크 건축은 매우 장식적인 경향을 보였으며, 특히 스페인 바로크 후기의 기독교적 르네상스 양식(Plateresque style)은 곡선 형태나 시각적 역동성 등을 나타내면서 매우 복잡한 문양을 보이기도 하였다. http://www.ehow.com/about_5367800_history-spanish-style-homes.html

32) Kiyoko Yamaguchi, 앞 책, p.38

33) Kiyoko Yamaguchi, 앞 책, p.40에서 재인용.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2013년 대진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한 연구임


References
1. Yamaguchi Kiyoko, Philippine Urban Architectural History ;transformation of poblacion architecture from Late Spanish Period to American Period, (2004).
2. Mojares Resil B, Casa Gorordo in Cebu-urban residence in a Philippine province, Ramon Aboitiz Foundation, (1983).
3. Klassen Winana, Architecture in the Philippines, University of San Carlos, (1986).
4. A Jose Danilo, Silvestre, Architectural Design Guidelines and Deed of Restrictions for the Taal View Heights Farmlot Community in Talisay, Batangas.
5. 성우 조, 외 3인, 버나큘러 주거의 기후 순응 조절기법에 관한 연구,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2009), 25(8).
6. http://www.aenet.org/manila-expo/page18.htm.
7. http://blog.aseankorea.org/archives/13215?cat=11/.
8. http://historyofarchitecture.weebly.com/vernacular-hous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