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Vol. 18, No. 5
[ Article ] | |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Korea Institute of Ecological Architecture and Environment - Vol. 18, No. 5, pp. 29-40 | |
Abbreviation: J. Korea Inst. Ecol. Archit. And Environ. | |
ISSN: 2288-968X (Print) 2288-9698 (Online) | |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18 | |
Received 10 Oct 2018 Revised 19 Oct 2018 Accepted 24 Oct 2018 | |
DOI: https://doi.org/10.12813/kieae.2018.18.5.029 | |
안도 다다오 지중 미술관의 건축 어휘 및 공간 구성적 특성 | |
권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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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Language and Architectural Characteristics of the Chichu Art Museum Designed by Tadao Ando | |
Kwon, Gyou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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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sponding author, Dept. of Architecture, The Univ. of Suwon, South Korea (gnkwon@suwon.ac.kr) | |
@ 2018 KIEAE Journal | |
Funding Information ▼ |
Tadao Ando’s architecture maximizes spatial experiences by his design solutions created in the relationship among surrounding nature, human, and architecture. The Chichu Art Museum is considered as one of his best masterpieces that concentrate Tadao Ando’s design philosophy. This research focuses on the analysis of architectural characteristics and aesthetics of the Chichu Art Museum by examining how his common design languages are used and how differentiated characteristic enhances the value of the Chichu Art Museum. It will be a precedent research on the design guideline for museums and buildings made in the underground.
This research is to review precedent theses on Tadao Ando’s design philosophy & theory and his museum projects, and to figure out the architectural design languages and characteristic of the Chichu Art Museum by visiting Tadao Ando’s museums, studying various local materials, and interviewing with the museum staffs.
The Chichu Art Museum shows Tadao Ando’s universal design languages such as a harmony with the surrounding nature, blending of western modern architecture and eastern traditional architecture, composition of spaces emphasizing geometrical axis and shape, marvelous spaces developed by the exposed concrete and light, and providing various spatial experiences created by phenomenological architectural concept. The distinctive feature is that it maximizes the harmony with surrounding nature by placing all spaces in the underground and blending into the earth. It creates dramatic scenes with contrast of light by incorporating natural light in the underground spaces including courtyards and exhibition halls. Moreover, it has a strong organic relationship between architecture and art works by specifically designing the optimized spaces for artists who use light as a crucial element in their works such as Walter de Maria, James Turrell, and Claude Monet.
Keywords: Tadao Ando, Chichu Art Museum, Design Language, Phenomenological 키워드: 안도 다다오, 지중 미술관, 건축 어휘, 현상학 |
안도 다다오는 자연, 인간, 건축 사이의 관계 속에 최고의 해법을 갖춘 건축 설계를 통해, 인간의 삶과 건축적 경험을 최상으로 끌어 올린다. 이는 주변 자연 환경과 조화롭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어 건축공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평범해질 수 있는 자연 환경 또한 건축을 통해 존재감과 의미를 부여 받아, 함께 빛나고 상승할 수 있는 건축을 실현한다. 특히 지중 미술관에서는 자연, 인간, 건축 사이의 관계에서 나아가 미술작품까지도 유기적 연계를 구성함으로써, 안도 다다오의 건축 철학이 더욱 응집되고 표현된 최고의 걸작이라고 평가된다.
또한 안도 다다오의 수많은 훌륭한 작품 중에서도 지중 미술관은 기하학적 형태, 빛과 연계된 현상학적 경험을 중요시하는 그의 건축 이념들이 모두 잘 반영된 결정체와 같은 작품이다. 이러한 지중 미술관에 안도 다다오의 공통적 건축 어휘가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또 어떤 차별화되는 특징으로 지중 미술관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지, 지중 미술관만의 공간적 특징과 미학을 분석 연구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안도 다다오의 건축 특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뿐 아니라, 이는 향후 미술관 및 박물관 계획 때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선행 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땅 속에 건축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공간적 효과 및 건축 환경에 대한 사례 연구로서, 이와 관련된 건축설계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연구 목적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안도 다다오 건축 철학 및 이론에 대한 전반적 이해, 안도 다다오의 미술관 대표 작품들에서 보여 지는 공통적인 건축적 특징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지중 미술관의 건축계획 분석을 위해서는 대지 및 주변 환경적 특성과 배경, 배치계획, 평면계획 및 동선계획, 입면계획, 단면계획, 재료계획 측면에서 분석 및 연구한다. 이런 객관적 분석을 통해 지중 미술관이 가진 건축 어휘를 정리하여 지중 미술관의 특성을 결론으로 도출하고자 한다. 건축 어휘는 건축공간과 자연과의 관계, 현대건축과 전통건축의 접목, 기하학 형태적 의미와 축, 빛과 동선 이동에 따른 현상학적 건축 경험, 건축공간과 미술작품과의 관계 측면에서 연구될 것이다.
본 연구는 안도 다다오 건축 철학 및 이론, 미술관 및 박물관 계획 위주의 선행 연구 논문과 문헌을 고찰한다. 그의 대표 미술관들과 지중 미술관을 직접 방문하여 답사 및 탐구하고, 관계자와 인터뷰나 각종 현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된다.
현상학이란 본질에 대한 탐구로서, 주관적 체험을 서술적으로 분석하여, 지각이나 의식의 본질을 정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경험,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경험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1].
현상학적 건축 이념은 공간을 빛의 현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공간은 늘 변화할 수 있는 유동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이는 비물질적인 요소인 시간과 빛 등에 의해 본질적인 생명이 부여되면서 가능하다고 믿는다. 실제로 인간이 지각하는 공간은 빛과 그림자, 재료의 색채와 질감 등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경험되고 감각적으로 상이하게 느끼게 된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은 이성적 추론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통해서만 경험되어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신체를 통한 건축적 경험은 그 건축이 속한 역사, 문화, 풍토, 기후, 지역성, 도시성 등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구체적인 공간에서 더 분명해진다고 강조한다. 장소를 구체화시킨 건축은 신체의 기억 속에 공간의 경험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각의 주체자로서 신체적 움직임뿐만 아니라 빛, 바람, 비와 같은 자연의 움직임도 건축의 현상학적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건축적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전개하려는 의도에서 단순화시킨 기하학적 건축 공간 형태를 도입하고 복합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건축설계 방식이 시도되는 것이다. 즉, 자기 완결적이고 기하학적인 정적인 공간은 동적인 존재인 사람과 자연의 움직임이 개입될 때 살아나서 유동적으로 변화되며, 이때 순회하는 관찰자의 눈에 다양한 관점들로 이미지가 중첩되어진다는 것이다 [2].
(1)자연 환경과의 순응: 자연을 포용하고 환경에 순응하여, 주위와 호흡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자연 환경과 인간, 건축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맺어 조화로우면서도 더욱 풍요로운 공간과 환경을 제공한다.
(2)현대와 전통의 조화: 서양 현대건축 언어 속에서도 일본 전통건축의 특성을 잘 녹여 내고, 전통적 건축의 특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독창적인 공간을 창조한다.
또 지형, 문화적 환경을 고려, 지역성 재료를 이용, 그 지역적 감성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 어디에 지어져도 무방한 보편적 건축이 아닌, 그런 환경과 위치에 존재하기에 유일무이한 작품이 되고, 그 지역에 있어야만 하는 정당성을 갖는 지역성과 장소성이 특징이다.
(3)기하학 형태와 축: 순수 기하학 형태와 축을 강조한 구성으로 평면은 단순화 시키면서도, 서로 교차시키는 등 다채롭게 구성하여 독특한 공간을 창출한다. 시선과 동선, 빛과 관련된 건축의 축과 방향에 따라 미로처럼 유도되고 전개되는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부여한다.
(4)노출 콘크리트와 빛: 건축 재료와 소재로 노출 콘크리트와 빛을 일관되게 사용하여 건축공간에 다양한 표정과 감성을 담아낸다. 구조적 성능뿐만 아니라, 콘크리트 본연의 물성을 그대로 건물의 외피 마감재로서의 역할을 하는 노출 콘크리트는 자신의 특성은 변화시키지 않고 모든 빛과 색채를 받아들여 건축적 현상을 자유롭게 변화시키는 가변성을 가능하게 한다. 즉, 건축의 본질은 빛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데, 무기적인 소재 콘크리트가 만들어내는 차갑고 조용하던 공간이 빛이 벽에 비치는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투명한 공간으로 변화된다.
안도 다다오가 제일 처음 노출 콘크리트를 선택한 이유는 적은 건축 비용으로 큰 공간과 자유로운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장점, 일본 전통건축의 특성중 하나인 단순성을 가장 잘 표현, 자연 속의 바위처럼 가장 자연과 닮은 소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 그는 건축 재료에 의해 자기 자신이 드러나기보다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연의 소재가 만들어낸 무색의 공간에 인간이 존재함으로써 창출되는 아름다움이 건축공간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고 생각하였다. 노출 콘크리트는 이런 그의 건축 이념과 건축공간을 형성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건축 재료이다 [4].
빛은 자연의 요소 중 가장 확실한 현상이며, 건축공간을 충만 시키고, 그림자를 만들어 대비적으로 형태를 강조하고, 공간과 형태의 표정을 풍부하게 해주며, 또한 건축 재료의 느낌과 가치를 깊게 한다. 그는 건축에 있어서 공간을 만드는 목적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함이라고 주장 한다 [5].
(5)현상학적 건축 경험: 건축은 인간의 삶 그 자체라고 생각하면, 개념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건축적 경험과 감성을 이끌어 내는 현상학적 경험 위주의 건축을 강조한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외관에서, 또 내부에서 한 공간만 국한되어 본다면, 단순화된 형태와 재료 등에 의해 미니멀한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러나 대지 진입부터 시작해서 그 공간을 모두 경험하고 나오기까지 동선을 따라 일어나는 연속된 공간의 경험은 미니멀에 대한 반전으로,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공간을 계속적으로 만나고, 급기야 신선한 충격과 경외감, 환희를 주는, 마치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경험하듯, 강렬한 극적인 공간을 만나게 한다. 안도 다다오의 건물은 마치 한편의 시나 드라마 작품처럼 기승전결, 흐름과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이 되는 극적 공간과 그 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숨을 죽이며 조용히 인도하는 조연에 해당되는 부수적인 공간들로 구성되고,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 요소들이다.
건축은 단지 바라만 보는 미술작품과 같은 이차원적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삼차원적으로 우리의 모든 감각과 지각들을 통해 경험하고 인지되는 감상의 대상이다. 그래서 그는 건축 그 자체로 보다 그 안에서 생활하고 경험하는 사람들, 즉 지각적 주체자의 경험이 더해져 비로소 완성되는 현상학적 건축을 추구한다.
지중 미술관은 일본 세토나이해에 있는 섬, 카가와현 카가와군 나오시마쵸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4년 7월 18일에 개관하였다. 9,990m2의 대지면적 위에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클로드 모네 세 작가의 작품만 상설 전시하고 있고, 이 미술관의 공간들은 땅속에 묻혀 있다.
나오시마 섬은 1917년 미쓰비시 광업이 구리 제련소를 세우면서 경제적으로 부흥했으나, 중금속 폐기물로 인해 환경이 심하게 오염되고 동시에 제련업도 쇠퇴하면서 1980년대까지 산업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되었다. 1989년 출판교육기업인 베네세 홀딩스와 후쿠다케 쇼이치로 회장의 후쿠다케 재단이 ‘사람에 의해서 파괴된 섬을 사람의 손으로 아름답게 만들자’는 취지로 버려진 섬을 문화와 예술 중심의 섬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안도 다다오와 시작하였고, 그 프로젝트 중의 하나가 바로 지중 미술관이다 [6].
세토나이해에는 380개의 섬이 있고, 그중에서 나오시마는 인구 4,000명 정도의 꽤 큰 섬이다. 지중 미술관이 가진 대지의 환경은 세토나이해 바다 위로 떠 있는 작은 섬들이 점재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어, 이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 미술관이 존재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섬 전체를 환경 미술관으로 만들고자 했던 안도 다다오는 대지를 신중하게 읽고 건축물을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건축물로 인해 자연이 보다 활성화되고,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던 것이다 [7].
그 결과, 주변 환경 모두 자연 그대로 표현될 수 있도록 미술관 건물 자체는 지하에 묻고, 건물 상부의 끝 부분만 지상에 돌출시켜 건물의 배치와 형태를 암시하고 있다(Fig. 1.).
Fig. 1.
Bird’s-eye Veiw of the Chichu Art Museum (http://www.benesse-artsite.jp/chichu/)
지중 미술관은 크게 티켓 센터, 지중 정원, 지중 미술관 본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켓 센터는 지중 미술관 초입에 별동으로, 티켓 구입 및 미술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 간단한 식음료 및 엽서 구입이 가능하고 쉬면서 서로를 만나거나 셔틀 등을 기다리는 라운지, 주차 또는 차가 접근할 수 있는 주차 공간으로 계획되어져 있다.
지중 미술관의 본 전시실로 가는 길에, 클로드 모네 작품에 등장하는 지베르니 정원을 재현해 놓은 지중 정원이 있는데, 연못, 나무와 꽃으로 가꿔진 오솔길을 지나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도록 되어 있다.
지중 정원을 지나면 드디어 지중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경사로에 도달한다. 관람자들은 경사를 끝까지 따라 가면 지하에 묻혀 있는 지중 미술관에 들어가는 입구가 나오면서 지하 3층과 지하 1층을 오가며 작품 감상하는 건축 여정이 시작된다. 경사로의 미술관 쪽으로 4/5 정도 지점에서 직원 사무실 및 주차공간과 부출입구로 가는 길을 따로 두어서, 직원 및 서비스 동선은 미술관 방문자의 동선과 분리하였다. 지중 카페는 가장 바다 쪽으로 나와 있는 지점으로 배치하여 시선 축이 바다로 향해 완전히 열린 공간에서 자연과 깊숙이 관계를 맺는다(Fig. 2.).
Fig. 2.
Site Plan Analysis of the Chichu Art Museum (Diagram by Author)
지중 미술관의 평면을 분석해 보면 공간의 기능에 따라 미술관 전시실, 중정, 판매시설, 로비, 복도 및 계단, 사적인 직원 전용공간으로 분류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술관 전시실은 지하 2층의 제임스 터렐과 클로드 모네, 지하 3층의 월터 드 마리아, 총 세 작가의 전시공간이 있다. 중정에는 사각 중정과 삼각 중정이 있고, 수직이동과 관련된 공간이다. 판매시설에는 기념품 가게와 카페가 포함된다. 로비는 엘리베이터 홀, 화장실, 휴식 공간들로 구성되며, 그 외에 수평이동 공간인 복도, 수직이동 공간인 계단과 램프의 공용공간이 있다. 별도로 관람객 동선과 분리시켜 직원 사무공간을 배치하여 사적인 영역을 보호하며, 여기서도 자연채광 유입이 가능하도록 중정이 인접해 있다.
아래 다이아그램은 지하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공간들의 관계를 한눈에 보여주며, 실 기능별로 구별하여 표현한 것으로, 평면구성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Fig. 3.).
Fig. 3.
Zoning Diagram based on Space Program (Diagram by Author)
지하 1층, 지하 2층, 지하 3층의 각 층별로 평면을 분리해서 살펴보고, 각 층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진입할 때는 지하 2층 레벨에서 복도를 거쳐 사각 중정에 도달한다. 사각 중정의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에 다 오르면 기념품 가게가 나오고, 여기를 거쳐, 다시 긴 외부 복도와 내부 복도를 수평 이동하여 삼각 중정에 도달하게 된다. 삼각 중정에는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까지 수직 이동할 수 있는 외부계단과 삼각 중정 외곽을 따라 지하 2층과 지하 3층을 연결하는 램프가 있다. 지하 3층에 월터 드 마리아 전시실로 접근할 수 있고, 지하 2층에서는 제임스 터렐 전시실, 클로드 모네 전시실, 카페테리아가 서로 이웃해 배치되어 있다(Fig. 4.~Fig. 6.).
Fig. 4.
Floor Plan of Each Level according to Circulation Movement (Diagram by Author)
Fig. 5.
Floor Level Relationship & Circulation (Diagram by Author)
Fig. 6.
Elevation Level of Courtyards & Relationship (Diagram by Author)
다시 지하 1층으로 와서 왔던 길을 돌아 나가는 길에, 화장실 및 로비에서 쉬기도 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구입 및 구경을 하는 시퀀스가 보편적일 것이다. 다음 다이아그램에서는 각 층별로 구별하고, 층간 사이 이동 구간은 시작과 끝에서 연결되는 층을 알 수 있도록 색채로 표현하였다. 동시에 공간들 사이를 연계하는 동선의 흐름을 보여 준다(Fig. 5.).
미술관에서 성격이 다른 두 공간, 즉 오래 머무르지 않고 다소 빠르게 이동하는 공간과 천천히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분석해 본다. 이동 공간은 중정, 복도, 램프, 계단, 서비스 홀, 화장실 등에 해당하며, 주 공간들을 연결하는 동선과 관련된 부수적인 공간이자 공용공간이다. 머무르는 공간은 전시실, 기념품 가게, 카페에 해당하는 주 공간이자 전용공간이다. 이동하는 공간은 주 공간들 사이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동선을 원활하게 해주고, 이동 공간의 형태와 축이 다양하게 형성되어 적절히 공간감의 변화를 주는 계획이라고 평가된다(Fig. 7.).
Fig. 7.
Main Space&Circulation Area (Diagram by Author)
기계실, 창고 등의 서비스 지원 시설들은 주로 전시실 상부 및 측면 벽 속, 램프 하부, 매쓰가 만나서 생기는 여백의 이형 공간 속에 숨겨져 배치되어 있다. 이는 주 공간에 인접 위치하여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지혜롭게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Fig. 8.).
Fig. 8.
Service Spaces (Diagram by Author)
건물의 대부분이 땅 속에 묻혀 있어서, 입면 계획적 특징은 사각 증정, 삼각 중정의 내부에서 바라보이는 입면과 카페에서 보이는 카페 정면의 입면에 국한되어 표현된다. 본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건축 경험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각 중정과 삼각 중정의 입면계획에 대해서 논의하겠다.
사각 중정에서는 단순하고 절제된 입면에 외벽을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계단과 가드 레일이 조형미를 더해서 입면이 간결하지만 굉장히 정리되고 강렬한 인상으로 주도록 설계되었다.
삼각 중정에서는 북동쪽의 한 면은 외부 계단과 각 층으로 접근 가능한 개구부를 두어 지하 1층에서 지하 3층 사이 모든 층간을 수직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핵심 단축 동선을 제공하고, 다른 두 면은 경사 램프로 지하 2층과 지하 3층 사이를 연결한다.
외부 계단 있는 면은 계단과 각 개구부 배치를 규칙과 변형의 방식으로 입면을 간결하면서도 구성미를 준다. 엇갈리는 계단의 방향이 벽면에서 선적인 조형미를 더한다. 좌측 끝에는 한 개의 지하 1층 진입 개구부, 가운데는 지하 1.4층, 지하2층, 지하3층의 세 개 개구부를 수직으로 정렬해서 배치된다. 우측 끝에는 지하 1.7층, 지하 3층의 진입 개구부가 살짝 어긋나 위치하고 있다.
램프로 이동하는 두 면의 입면은 경사로 각도와 평행하게 띠창 역할을 하는 틈을 주어 중정의 돌 정원과 삼각 중정의 다른 측면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이 가는 사선의 띠는 삼각 중정의 입면에서 그 역동성과 움직임, 긴장감을 더욱 강화시켜 주면서 노출 콘크리트의 단조로운 입면에 변화의 포인트를 줄 뿐 아니라, 경사 이동로를 은근히 암시하는 역할도 한다.
또 입면적 특징이 삼각 중정의 두 벽면은 위로 좁아지도록 각도를 갖고 살짝 기울어져 만나는 형태로, 긴강감을 더욱 증폭시킨다(Fig. 12.).
전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된 세 전시실에 대한 단면 계획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4.5절 건축공간과 미술작품과의 관계’에서 공간적 특징이 다시 자세히 언급될 것이므로 여기서는 간단히 물리적인 특성만 정리하도록 하겠다.
진입부에서 시선 및 진행방향으로 실 전체를 가로지르는 계단이 층층이 놓여 지면서 전체적으로 천장고의 변화를 주어 깊이감 및 투시효과를 주는 단면계획이 특징이다. 대기실의 높이가 2,400mm인데 비해, 전시실의 진입부 높이는 8,000mm로 공간감의 대비를 크게 이룬 후, 계단참에서 6,000mm, 계단 끝단에서 4,000mm의 천장고로 줄어든다.
자연채광을 도입하기 위해 유리 천창이 전시실의 정 가운데와 외곽 모서리를 따라 네 면으로 계획되어 있다. 실의 기본 천장 높이와 천창의 높이차가 3,000mm로, 이 깊은 중앙 우물천장은 빛을 집중시키고 바닥에 떨어지는 빛의 세기와 각도를 조절하여, 바로 아래 있는 구 오브제를 향해 강하게 하이라이트 해주는 효과가 있다. 방 외곽 쪽으로는 깊은 틈을 타고 떨어지는 빛이기에 벽면에서는 훨씬 부드럽고 은은한 빛으로 걸러진다.
이 전시실의 낮은 천장의 바로 위인 상부 공간에는 2,500mm 높이를 확보하여 기계실로 활용하고 있다(Fig. 9., Fig. 12.).
Fig. 9.
Section of Walter De Maria’s Exhibition Hall (Diagram by Author)
오픈 필드는 방 안쪽으로 갈수록 기울어진 바닥 단면을 계획하여 천장의 높이를 점점 깊게 느끼게 계획하였다. 진입부 3,200mm, 방 안쪽 지점 3,900mm으로 총 700mm 높이 차의 경사가 있다.
오픈 스카이 전시실은 8,000mm의 천장고에 정 중앙에 하늘로 완전히 개방된 정사각형의 개구부가 있다. 오픈 스카이 진입 전, 전실의 높이 4,500mm는 본 전시실과 3,500mm의 높이차를 가짐으로써 두 공간 사이에 대조적인 깊이감과 명암으로 반전과 극적인 감동을 주고자 하였다.
단면계획에서 비가 오면 하늘로 열린 개구부로 빗물이 들어오므로, 바닥에 사방으로 구배를 주고 벤치 아래 트렌치로 물을 배수할 수 있도록 계획 하였다(Fig. 10., Fig. 12.).
Fig. 10.
Section of James Turrel’s Exhibition Hall (Diagram by Author)
클로드 모네 전시실도 전실의 천장고는 3,600mm임에 비해, 본 전시실의 진입 직후 천장고를 포함해, 전시실 외곽부의 천장고는 7,200mm로 2배의 높이차를 두어 반전과 대비의 효과를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이곳에 천창 단면계획이 특징적인데, 간접 채광의 효과를 위해 실의 정 가운데 6,000mm의 높이에 천장판을 설치했다. 따라서 1,200mm의 높이차를 두어 빛이 실의 외벽을 따라 은은하게 흘러내리도록 설계 되었다. 또한 가운데 높이 솟은 피라미드 형태의 천창은 지상에 솟은 꼭지점과 천장판의 높이차가 약 6,400mm이고 그 상부 공간은 비워져 있다. 지상에선 약3,200mm 높이의 유리 피라미드가 마치 지상 위의 설치 미술작품처럼 조감도에서 보여 진다(Fig. 11., Fig. 12.).
Fig. 11.
Section of Claude Monet’s Exhibition Hall (Diagram by Author)
지중 미술관에서도 앞서 언급된 안도의 일관된 건축 철학과, 미술관이라는 공공성 높은 건축물의 수명이 100-200년 정도의 지속성을 요구하는 점, 지하에 대 공간을 확보하고, 그 땅속의 수평적 토압을 견뎌야 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물성과 기술적 측면에서 콘크리트가 최선의 재료로서 선택된 것을 알 수 있다 [8].
사각 중정 바닥에 심어 높은 식재, 삼각 중정 바닥에 깔아 놓은 자갈들은 무채색의 콘크리트 벽체와 대비되는 건축적 질감을 제공하여, 포인트로서 표현된다(Fig. 12.).
Fig. 12.
Phenomenology of Perception according to Circulation (Diagram&Photos by Author, but * photos: http://benesse-artsite.jp)
기념품 가게 및 카페테리아 공간에서 지상과 연결되는 레벨에서 자연적 요소와 시각적 연계가 필요하고 적극적으로 채광을 받아들이기 위해 한 벽면 전면을 유리창으로 계획하였다. 기념품 가게 출입문과 그쪽 벽면의 유리는 다음 공간으로 접근할 때, 양쪽 방향 모두에서 가게의 내부를 보여줘서 공간의 인지를 쉽게 할 수 있고 광고의 효과도 가진다.
지상 1층의 삼각 중정과 인접한 홀의 출입문도 유리로 구성하여, 긴 복도 끝에서 단절되거나 인지를 못해 고립되는 일이 없도록 시각적으로 열어 줘서 화장실과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 공간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삼각 중정 계단의 난간에 유리가 사용됨으로써, 중정 내부 입면과 계단의 선들을 아름답게 살려주고, 시야도 막지 않도록 투명하게 처리하였다.
따라서 유리의 투명성은 빛과 전망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노출콘크리트의 건물을 일관성 있게 덩어리 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방해하지 않는 투명한 소재이다. 또 콘크리트와 함께 현대건축의 감각을 더해 주고 서로 조화로운 재료이다(Fig. 12.).
문과 손잡이, 엘리베이터 문짝, 난간의 핸드 레일, 트렌치 및 계단 옆 조명 박스 등 대부분의 디테일에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으로 금속 재료가 적용되고 있다. 이들은 노출 콘크리트의 회색 구조체와 잘 어울리는 무광 회색으로 일관되게 표현되어, 크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재질의 변화로 은근한 포인트를 준다.
금속 또한 유리와 함께 현대건축의 특징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고, 콘크리트와 같이 차갑고 딱딱하나 깔끔한 이미지를 완성하는데 아주 잘 어울리는 건축 재료이다(Fig. 12.).
로비 복도의 벤치, 기념품 가게의 선반장, 카페테리아의 테이블 등의 가구는 따듯한 재질과 색감을 가진 나무 소재를 선택하고 있다. 이는 노출 콘크리트가 주는 무채색, 중후함과 어두운 느낌에 비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이 대조가 되어, 무거운 공간감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Fig. 12.).
자연환경, 인간, 건축물 사이에서 유기적 관계를 이끌어 내는 건축을 추구함은 안도의 다른 건축 작품에서도 항상 나타나는 건축 어휘임은 익히 알고 있다.
입장권 구매처 및 라운지를 별동으로 두어 본 미술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중 정원을 지나게 된다. 본 미술관을 가까이 배치하여 바로 실내로 연결하기 보다는, 외부 공간인 자연 속의 정원을 거쳐 연못의 물, 연못과 길 주변으로 심어진 아름다운 나무와 꽃들을 실질적으로 접하고 느끼게 해 준다.
본 미술관에 도달 했어도 바로 전시 작품들을 만나지 않는다. 만나러 가는 과정 동안, 땅에 묻혀 있으나 지붕이 없어서 하늘로 완전히 열린 중정 및 긴 외부 복도를 통해 하늘의 구름, 햇빛, 외부 공기와 바람을 먼저 마주한다. 또한 사각 중정 내부의 푸른 식물과 삼각 중정 내부의 자갈들을 통해 자연적 요소를 음미하고 자연과 연결된다. 삼각 중정의 자갈들은 현 카페 테라스에 있었던 소금밭의 돌을 파쇄 및 재활용하여 깔아 놓았다고 한다.
여행의 중간 단계이자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본론에 도입하기 전에 해당되는 기념품 가게에서는 뒤뜰의 나무와 숲을 바라보며 쉬어 가는 공간으로서 적합하다.
제임스 터렐의 오픈 스카이에서는 하늘로 완전히 뚫린 천장 개구부를 통해 살아 있는 자연의 그림을 감상한다. 즉 흘러가는 구름, 화창한 햇살, 밤하늘의 별, 비 오는 소리 등 자연의 현상을 그대로 느끼며, 실내와 실외의 경계에서 모호함과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는 제임스 터렐의 미술작품이자 동시에 안도의 건축 작품이라 할 수 있는 합체적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모네 작품 전시관에서는 천창을 통한 자연 채광이 가득하다. 따라서 자연의 빛 아래서, 빛을 묘사한 인상파 모네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긴 이야기 끝의 마지막 귀결에 비유되는 카페 내부공간에 도달하면, 바다로 탁 트인 전망을 보여주며 그동안의 땅 속의 다소 어둡기도 하고 때로는 천창 등 자연 채광으로 은은했던 공간과 대조적으로 지상에 노출되어 밝은 공간을 제공한다. 카페 외부 테라스, 바다로 완전하게 열린 곳에서 아름다운 나오시마의 경치를 감상하고,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즉,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후각적 감각을 자극하는 자연과 일체되는 장소에서 건축여정을 마무리한다(Fig. 12.).
지중 미술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동양 건축의 정서는 정사각형, 정삼각형의 중정을 가운데 두고 바라보면서 중정 주변으로 돌아 오르내리며 다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동선의 기법이라 생각한다. 사각 중정과 삼각 중정에 풀과 돌 같은 자연의 소재를 인간의 생활 공간 안으로 끌어 들여 자연과 소통하려는 자세는 일본식 전통 정원의 특징을 아주 간결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중 미술관에서 보여 지는 일본 전통 건축적 요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건물로의 진입방식으로 공간의 위계를 명확히 한다.
(2) 공간의 분절과 접속을 위해 높이의 차이나 재료의 차이를 이용하여 만들고, 심미적 공간의 성격을 부각하기 위해 빛과 같은 건축요소를 사용하여 공간을 분절하고 접속하기도 한다.
(3) 공간의 개방감과 시각적 깊이감에 대한 고려를 중요시한다.
(4) 콘크리트 벽의 프레임을 이용한 외부경관의 도입으로 중경이나 원경의 깊이감 있는 전망을 부여한다.
(5) 전망을 도입하는 시야를 의도적으로 차단하거나 개방한다.
(6) 체험 요소로서 나무와 풀, 돌, 바람, 바다 등 자연적 요소를 유입한다 [9].
(7) 외부 공간인 중정의 외곽으로 내부 공간이 둘러싸여 배치되고, 그 중정과 내부 공간 사이에 반 외부적 공간인 이동 통로를 두는 배치 방식이다. 이는 이동하면서 외부 중정을 감상하고 자연과 깊은 관계를 갖게 한다.
지중 미술관에 적용된 기하학 형태는 정사각형, 정육면체, 정삼각형, 직사각형, 사다리꼴, 좁고 긴 복도의 직사각형 입면과 기울어진 벽체로 인해 평형사변형에 가까운 입면 등이 발견된다.
접근 경사로 진입 출발지점에서 바다를 향한 카페 테라스의 도착지점까지 큰 이동의 축은 서남쪽에서 북동쪽을 향해 지속적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최단거리의 직선으로 연결하여 단순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 길은 지양하고, 조금 더 길고 멀어지더라도 적당한 거리에서 축을 다양한 방향으로 틀어 지그재그 형태처럼 마디마디 꺽어 준다. 이는 진행 및 시선의 방향에 변화를 주고, 공간이 전이되는 시점을 암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 이동 공간으로 단순 복도 형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즉, 좁고 긴 어두운 복도(수평이동)-정사각형의 중정(수직이동)–좁고 긴 밝은 복도(수평이동)-좁고 긴 어두운 복도(수평이동)-정삼각형의 중정(수직이동)의 리듬을 통해 이동 과정의 변화와 즐거움을 준다.
처음 만나는 정사각형 형태의 중정은 높이 갇혀진 벽으로 오직 하늘로만 열려 있는 조용하고 엄숙한 공간이다. 정사각형의 중정이 주는 기하학적 형태의 의미는 정적이고 고요하며 경건하고 안정된 심리감을 주어서, 미술작품을 만나기 전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반면에 계단을 따라 상승하는 동선은 다소 긴장감과 설레임을 줘서, 상반된 느낌이 공존하여 묘한 공간감을 준다.
안정된 직각의 정사각형 중정에서 기울어진 벽의 긴 복도를 지나면서 점차적으로 직각을 벗어난 각도와 사선의 공간을 경험한다. 정삼각형 중정에 이르러서는 60도 각도로 만나는 벽들의 모서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역동적인 변화를 실감한다.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외부 공간에서 느껴지는 정삼각형 중정은 세 변의 길이가 같고 대칭이여서 안정감을 주는 듯하면서도, 입면적으로 외벽이 약간 기울어져서 만나기 때문에 불안정한 긴장감도 준다. 정삼각형 중정 외곽을 따라 오르내리는 내부 경사로는 수직적 수평적으로 기울어진 각도를 제공하여, 개성 있고 참신하며 역동적인 공간감을 제공한다.
전시공간의 기하학적 형태를 분석해 보면, 월터 드 마리아 전시실은 직사각형 형태로 대형 공간을 형성하면서 긴 변을 따라 공간의 깊이감을 강조하여, 큰 공간의 위엄, 엄숙함과 경건함을 주는데 기여한다. 제임스 터렐의 오픈 필드 작품 전시 공간은 사다리꼴 형태로 방 안쪽으로 갈수록 양쪽으로 대칭으로 넓어져서 더욱 깊이 방 안쪽으로 빠져드는 착각을 연출한다. 오픈 스카이의 정육면체는 쉬어가는 공간, 느림의 공간의 상징으로 다시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비례감을 주는 기하학 형태이다. 모네 전시실도 마찬가지로 정사각형의 평면에 수직으로 세워진 벽면은 모네 작품을 감상하기에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주어, 빛을 섬세히 표현한 모네의 작품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사각형의 두 매쓰가 만날 때 한 매쓰가 회전 각도를 갖고 다른 매쓰를 파고 드는 방식으로 만나는 경우가 두 번 발견된다. 사각 중정과 직원사무실 공간을 한 덩어리로 봤을 때 이 사각형 매쓰가 기념품 가게 직사각형 공간을 만날 때와 정사각형의 모네 전시실이 직사각형의 카페 공간을 만날 때의 두 경우이다. 나란히 평행하게 만나면 평범한 공간의 연속으로 단조로울 수 있는데, 회전 및 교차하는 방식으로 인해 생겨난 이형 공간과 축이 재미있는 공간적 변화를 준다.
이 효과로 모네 전시실 입구 전실의 축이 기울어져 전실에 진입해서도 모네 작품을 바로 공개하는 것이 하니라 향을 꺽어서 입장함으로써 기대치 못한 작품을 만나는 감동을 키워준다. 그리고 전실의 비정형 형태와 본 전시실의 정사각형 형태의 대비로, 모네 전시실에서 유도하려는 감성을 더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카페의 비대칭 공간은 활력과 역동적 활기를 주는 맛이 있다. 월터 드 마리아 전시실, 제임스 터렐 전시실, 클로드 모네 전실 및 전시실이 삼각 중정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관계도 기하학적 형태와 축이 아주 지적으로 고려되었다고 분석된다. 서로 이웃하여 동선이 용이하게 연결되는 기능을 고려하되, 공간의 전이되는 느낌을 확실하게 주기 위해, 삼각형 중정의 방향성을 연장해 삼면으로 펼쳐지는 형상으로 배치하였다. 이는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전이될 때 축의 변화가 일어나는 효과를 준다.
땅 속에 묻혀 있는 지하 3층에서 지하 1층까지의 공간들은 각 층 높이에서 서로 수직적으로 연결되고, 수평적으로도 원활한 흐름을 보여준다. 풍부한 현상학적 건축 경험을 위한 전략으로, 성격이 다른 공간들 사이를 이어주는 동선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서, 동선계획 측면에서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건축가가 의도하여 제시해 준 주어진 길을 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계속 따라 가면, 다양한 형태의 중정과 복도를 지나, 세 전시실, 기념품 가게 및 카페를 놓치지 않고 모두 거쳐 갈 수 있도록 지혜롭게 동선계획이 되어 있다. 카페의 테라스까지 이르면 경험해야 할 모든 공간을 마치게 되어, 지중 미술관 경우 카페가 여정 상 종착점에 해당된다. 미술관을 나올 때는 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돌아가야 해서 동선이 중첩되는 특징이 있고, 이로 인해 건축적 경험이 중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건축적 경험의 관점에서 시선 진행 방향이 반대가 되면, 방향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에 의해 반대쪽 공간은 또 다른 인상을 주게 된다. 미술관 전시실들 간에 수직적으로 연결되는 계단 및 램프는 관람자가 동선을 선택함에 따라 같은 장소라도 각자 다른 방향의 경험을 하게 된다(Fig. 5.).
그리고 동선에 따라 배치된 공간 구성의 특성을 보면, 밝고 어두운 공간이 이동하는 동안 교대로 반복되어, 빛의 대비와 변화로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운 체험으로 유도한다(Fig. 14.). 앞서 언급한대로, 복도, 계단, 램프 등의 이동하는 공간과 전시실, 가게, 카페 등의 머무르는 공간 관계도 서로 교대로 반복되는 리듬을 볼 수 있었다(Fig. 7.).
다음은 지중 미술관의 이동 동선을 순서대로 정리하면서 그에 따른 현상학적 건축 경험의 특징을 묘사하고자 한다. 이에 해당되는 위치와 사진은 Fig. 12.를 참고할 수 있다(Fig. 12.).
[A : 티켓 센터/ 지중 정원/ 접근 경사로 & 진입구 대문]
티켓 센터에서 출발해 지중 정원을 지나 지중 미술관의 대문에 도착한다. 접근로는 아래(GL+46.0)에서 위(GL+52.5)로 올라가는 지형에 따라, 경사진 길이 형성되어 미술관으로 접근된다. 상승하는 경사로는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에 미술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심리적 효과를 유발한다. 가벽이 예각으로 만나는 두개의 개구부를 거쳐서 진입한다. 한 번에 다음 공간을 보여주지 않고 전실을 거쳐 단계적으로 극적인 공간을 경험하러 가는 여과장치를 한다.
[B : 진입구/ 사각 중정과 연결된 복도/ 엘리베이터 홀&락카]
사각 중정으로 가기 위해 길고 좁은 어두운 복도를 지나가게 되어 있다. 복도 끝에 밝은 빛의 창은 아름다운 명암의 대비를 이루고, 밝은 쪽에 있을 공간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복도의 끝 무렵에 좌측으로 사각형의 큰 개구부가 시선을 끄는데 그 장면은 다음에 진입할 사각 중정을 미리 살짝 보여주는 동시에, 마치 액자 속에 살아있는 한 폭의 자연풍광을 감상하게 한다. 사각 중정과 인접하여 엘리베이터 홀과 락커 시설의 서비스 공간이 있다. 작은 면적을 잘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 : 사각 중정]
본격적으로 미술관에 들어가기 위해 중정의 계단을 통해 지하 2층의 높이(GL+52.3)에서 지하 1층의 높이(GL +57.5)로 올라간다. 이때 하늘로만 열리고 사방이 에워싸여진 높은 벽면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면서 중정 가운데 가득 채워진 풀과 하늘을 바라볼 때, 이 단순화된 공간은 압도적인 감동, 고요하다 못해 경건함, 또 중정 공간에만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굉장히 간결한 공간이지만 다른 높이와 90도씩 전환되는 다른 방향에서 느끼는 중정 공간은 매 순간 다른 표정으로 다양한 감성을 자극하는 풍부한 공간이다. 또한 벽으로 둘러 싸여 있기에, 이후에 무슨 공간을 만날지 전혀 예측하기 어려워 다음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높여 주는 미지의 공간이기도 하다.
[D : 기념품 가게]
지하 1층의 높이에 다 다르면 엘리베이터 홀을 지나 기념품 가게로 도달하게 된다. 진행 방향으로 보이는 유리창을 통해 밝은 빛 및 뒤뜰의 숲과 연결된다. 이곳은 모든 전시 관람 및 카페에서 휴식을 취한 후 돌아가는 길에 다시 들려서, 여유 있게 기념품 및 서적을 구경 또는 구입할 수 있도록 중첩된 동선을 가진다.
[E: 삼각 중정 가기 전 통로 1, 좁고 긴 밝은 외부 복도]
이 복도는 길고 좁은 길을 통과해 다음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B 및 F복도와 공통점이 있으나, 대조적인 공간감을 준다. B 및 F는 천정이 막혀 있고 오직 복도 양쪽 끝이 뚫려 있어서 어두움 속 끝의 밝은 빛의 창구를 보며 터널을 걸어가는 느낌을 주는 반면에, E 복도는 양쪽 기울어진 높은 가벽 사이로 하늘이 보여 밝고, 위쪽으로는 개방감을 준다. 하지만 여전히 가벽 사이로 갇혀진 공간은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준다.
[F : 삼각 중정 가기 전 통로 2, 좁고 긴 어두운 내부 복도]
다시 한번 밝았다 어두워지는 변화와 리듬을 주며, 천정이 덮혀진 좁고 긴 어두운 내부 복도를 거치게 된다. 복도의 양 끝에 들어오는 밝은 빛에 집중하면서 걷게 된다. 복도 끝에서 로비 내부로 연결되는데, 로비에는 화장실, 엘리베이터 홀, 쉴 수 있는 벤치 등이 있는 공간이다.
[G : 삼각 중정]
삼각 중정은 지중 미술관에서 가장 깊숙히 지하 3층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이동 유도 공간이다. 따라서 지하 1층, 지하 2층, 지하 3층의 연속적인 수직 동선을 제공하는데, 여기서 부터는 일방적으로 건축가가 제시하는 동선만 따라가는 전략은 끝나고, 언제든지 관람자가 관람 순서를 직접 선택하여 지하 2층의 클로드 모네 및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먼저 감상해도 좋고, 지하 3층의 월터 드 마리아 작품부터 감상해도 좋도록 선택의 여지를 주는 동선계획이다. 또 계단을 따라 내려갈 때 지하 3층과 지하 2층 사이에 2개의 매자닌 레벨을 두고 외부계단에서 잠깐 실내 부분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서 방향을 바꾸어 내려 올 수 있는 동선의 재미와 변화를 주었다. 뿐만 아니라 수직이동의 수단도 세 가지의 선택을 준다. 엘리베이터, 외부 계단, 삼각 중정의 외곽을 따라서 나 있는 내부 램프를 선택해서 오르내릴 수 있다. 건축적 경험을 풍부하게하기 위해 순서는 상관이 없지만, 한번은 외부 계단을 통해 이동하면서 완전히 노출된 외부 삼각 중정과 삼각형 틀로 조각되어진 하늘을 다른 높이마다 느껴 보고, 다른 한번은 어두운 삼각형 내부 램프를 따라 가면서, 띠 창을 통해서 삼각 중정을 부분적으로만 감상해 본다면 안도 다다오가 의도한 현상학적 건축 경험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H : 월터 드 마리아 작품 전시실]
[I : 제임스 터렐 작품 전시실]
[J : 클로드 모네 전시실 입구 전실과 작품 전시실]
다음 절에 전개될 ‘4,6, 건축 공간과 미술 작품과의 관계’에서 각 작품과 건축 공간의 특징 및 현상학적 건축 경험에 대해서 자세히 논의하도록 하겠다.
앞에서도 언급된 대로,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 클로드 모네 작품의 감상 순서는 관람자의 선택에 의해 열려 있다. 그러나 본 연구 저자로서 제안하는 순서는 지하 3층으로 끝까지 내려간 후 월터 드 마리아를 감상하고, 지하 2층으로 올라와서 제임스 터렐 작품, 클로드 모네 작품 순으로 감상한 후, 모네 전시실과 바로 인접한 카페와 외부 테라스로 가서 자연과 함께 휴식을 하며 결론을 맺는 스토리를 제안한다. 이는 월터 드 마리아의 밝은 자연채광의 전시 공간, 제임스 터렐의 자연채광 없이 인공조명으로 감상하는 강렬한 빛의 두 작품, 하늘로 완전히 열린 자연채광의 오픈 스카이, 다시 어두워진 모네 작품 입구 전실, 간접 자연채광의 부드러운 빛으로 환하게 채워진 클로드 모네 전시실 순서로, 밝고 어두운 공간을 교대로 반복하면서 변화와 대비 속에 극적인 효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Fig. 13., Fig. 14.).
Fig. 13.
Spaces with Natural Light (Diagram by Author)
Fig. 14.
Space Organization Strategy with Light Contrast (Diagram by Author)
[K : 카페 & 테라스]
작품들을 모두 감상한 후 자연스럽게 동선은 카페로 이어진다. 바다로 열린 전망은 밝고 아름다운 여유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그동안의 집중과 긴장은 내려놓고 작품과 건축에서 받은 감동과 여운은 자연과 합치되면서 감동의 폭을 증폭시킨다.
지중 미술관이 여느 다른 미술관들 보다 더욱 특별하고 높이 평가되는 이유는 건축 공간과 여기에 존재하는 미술 작품과의 유기적 관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 미술관들의 전시실은 어떤 종류의 작품이 전시되어도 무난한 보편적이고 가변적이다. 그러나 지중 미술관은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세 작가의 작품만이 상설 전시되기에, 그 특정 작가의 작품을 담기 위한 최상의 전시 공간을 건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음에서 각 작품 전시공간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타임/타임리스/노 타임(Time/Timeless/No Time, 2004)의 작품이 있는 이 전시공간은 다른 전시공간에 비해 제일 높고, 웅장한 곳이며, 작품 제목과 주제에 걸맞게 경건함이 느껴진다.
전시실의 바닥 크기는 너비 10,000mm x 깊이 24,000mm이며, 이 큰 직사각형 형태의 공간 정중앙에 검은색 완벽한 구형의 공이 위치해 있다. 대기실의 높이가 2,400mm인데 비해, 전시실의 진입부 높이는 8,000mm로 대조적으로 전시공간을 더욱 웅장하게 느낄 수 있다. 계단을 올라감에 따라 천장고 높이가 진입부 8,000mm, 중간 계단참 6000mm, 최상 레벨 4,000mm으로 줄어드는데, 4,000mm의 높은 차이를 오르는 동안 상승의 느낌과 메시지, 또 가장 높은 곳에서 공간을 전체적으로 조람할 때 벅차고 위엄 느껴지는 것이 이 공간의 특징적 경험으로 묘사된다.
실의 정 가운데와 실의 외곽 모서리를 따라 네 면으로 천창이 위치하여 자연채광이 전시실을 채우게 된다. 3,000mm 깊이의 정중앙 우물 천장은 명암대비로 조형적 요소가 되기도 하여 시선을 위로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또 마치 주인공을 무대 조명으로 집중적으로 비추듯, 바로 아래 위치하는 검은 구 오브제를 향한 강한 빛이 그 주변 바닥으로 떨어진다. 전시실 외곽의 천장들도 3,000mm 깊이의 틈을 타고 벽면에 흐르기에 훨씬 부드럽고 은은하게 빛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Fig. 9.).
공간과 구가 하나 되는 관계 속에 완전한 작품이 되는데, 따라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서 다른 높이, 앞뒤좌우의 다른 위치에서 다양한 각도로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은 아주 의미가 깊다. 즉, 한 공간에 오롯이 한 작품만 전시하여 가장 효과적이고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계획된 건축공간이기에, 삼차원적 건축공간과 함께 이 작품은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다(Fig. 12.).
제임스 터렐은 에이프럼 패일 블루(Afrum, Pale Blue,1968), 오픈 필드(Open Field,2000), 오픈 스카이(Open Sky,2004)의 세 작품이 전시된다.
에이프럼 패일 블루는 도입부 전실 공간 모서리에 인공조명의 빛으로 연출한 작품인데 이차원적인 벽면에 빛을 쏘아서 마치 삼차원의 정육면체가 벽에 걸려 있는 착시를 준다.
오픈 필드는 계단 앞에서 보면 벽에 빛을 쏜 이차원적인 작품인줄 착각을 일으키나, 실은 빛 안에 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신발을 벗고, 그 빛이 가득한 작품 속으로 직접 들어가 체험해 보는 삼차원 공간 작품이다. 감상의 대상인 푸른빛을 통과해서 더 깊이 들어가 봄으로써 마치 벽을 통과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푸른빛으로 가득 찬 빛의 방에 들어갔다가 돌아 나올 때는 보색인 노란 빛이 강하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경험하게 한다. 또한 계단 밖에서 볼 때는 방에서 움직이며 이리저리 걸어 다니는 감상자들 또한 이 작품의 구성요소처럼 작용한다.
비교적 좁고 입구에서 진입하여, 점점 양쪽으로 너비가 넓어 지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 한편, 바닥 또한 점점 내려가도록 만들어서 천장 높이가 높아진다. 이는 방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고 깊어지는 공간 덕분에 전시작품에 빨려 들어 가는듯한 느낌을 극대화한 것이다. 진입부의 방 너비는 6,900mm에서 시작해 방 안쪽의 턱이 있는 지점, 즉 최대로 관람자가 진입할 수 있는 공간 지점의 너비는 양쪽으로 365mm씩 넓어진 총7,630mm이다. 천장고 도 700mm정도 높이 차를 기울어진 바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려감으로써, 진입부 높이 3,200mm에서 방 안쪽 높이 3,900mm으로 확보된다. 반대로 나오는 방향으로 바라볼 때 점점 좁아지는 형식으로 설계된 이 방은 방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더 깊고 멀어 보이는 투시효과를 준다.
오픈 스카이 전시실은 가로 세로 너비와 높이 모두 8,000mm인 완벽한 정육면체다. 정육면체는 그 형태부터 완벽성을 띄기 때문에 건축에서는 구조적으로도 공간 활용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천장 정중앙에 뚫려 있는 오픈 스카이 작품도 4,000mm x 4,000mm 크기의 정사각형이다. 오픈 스카이 진입 전 전실의 높이는 4,500mm로 8,000mm의 오픈 스카이의 천장고와 거의 2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는 도입부의 전실을 낮게 설계하여 하늘이라는 전시작품의 수직성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다. 입구와 주변은 어둡고 낮아서 관람자가 낮은 자세로 전시공간에 들어왔는데, 막상 마주하는 밝고 높은 전시공간은 그때부터 느낀 반전감에 따라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Fig. 10.).
어두운 지하 공간들을 순회하다가 대조적으로 강한 자연 빛으로 밝아진 공간을 만나는 순간, 특히 하늘이 맑은 날은 외부 테라스로 나온 줄 착각을 준다. 비가 오는 날은 비가 그대로 내부로 떨어져 빗소리, 비의 촉촉함, 비의 바닥에 떨어지는 정경들을 감상할 수 있고, 밤에는 오픈 스카이 열린 창을 통해 별들을 감상한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 의도, 즉, 외부 자연을 시시각각 다른 조건에 의해 항상 변화하는 다른 장면을 담음으로써 살아있는 작품이자, 순간순간을 마주하는 감상자마다 유일무이한 작품을 선물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 전시실에 외곽을 따라 놓여 있는 벤치는 내부와 외부의 모호한 경계의 공간에서 오픈 스카이를 감상하며 쉬어 가는 느린 공간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실을 계획함에 있어서 여기서도 건축공간과 미술작품만의 필연적인 관계를 확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Fig. 12.).
모네의 전시공간은 바닥 크기가 11,756mm x 11,700mm으로 거의 완벽한 정사각형에 가깝고, 빛이 직접 유입되기보다 부드러운 간접 자연채광을 위한 장치로, 가운데 낮게 천장판을 설치하였는데 여기까지의 천장고는 6,000mm, 방의 외곽선을 따라 더 높아진 천장고는 7,200mm으로 1,200mm의 높이 차가 난다.
모네 본 전시공간 바로 직전에 위치한 전실은 높이가 3,600mm여서 낮은 천장고의 전실에서 본 전시실로 들어서는 순간 확 넓어지고 높아지는 규모의 대비, 채광이 없는 전실의 어두운 공간에서 환하게 밝은 공간으로 전이되는 빛 온도와 밝기의 대조로, 모네 전시실은 더욱 극적인 공간감과 경외감을 준다.
또한 전시실의 정사각형의 기하학적 형태는 고요함, 조화와 균형, 편안함과 확실한 안정감을 전달한다. 벽에 하얀 벽토를 바르고, 바닥을 정사각형으로서 작은 스케일인 2x2cm 대리석 큐브 70만개로 타일 마감하여 반듯한 안정감을 더해 준다. 카라라산 대리석 바닥 마감은 자연채광을 부드럽게 반사하여 공간을 은은하고 그윽하게 연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공간의 벽과 바닥의 만남에서 각진 부분 없이 둥글게 모서리 처리하여, 빛이 천정에서 벽과 바닥으로 연속적으로 흐르고, 공간이 입체적이면서 일체형으로 보이며, 모서리의 선적인 요소를 삭제하여 작품에만 더 집중할 수 있는 섬세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수련–잔디 덤불(1914-17), 수련(1914-17), 수련의 연못(1915-26), 수련–버드나무 반영(1916-19), 수련의 연못(1917-19), 총 다섯 점의 그림이 전시실의 네 면을 따라 전시 되어 있다. 가로길이 6m가 넘는 수련 작품은 전실에서 진입하자마자 보이도록 의도되어 설계되었는데, 전실에서 처음 바라볼 때 전실의 어두운 벽면이 액자 그 자체가 되고, 대조적인 밝은 벽면에 걸린 이 큰 작품 하나가 오롯이 걸려 있는 누구나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그런 후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더 밝고 더 거대해진 공간에서 같은 작품을 감상하더라도 그 느낌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자연의 빛을 인상적으로 묘사한 모네 작품들인 만큼 자연채광에서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 것뿐만 아니라, 이런 스토리를 갖고 드라마틱한 감상을 이끌어 내기 위해 건축공간을 구상했다. 이는 건축자체로도 훌륭하지만 정말 모네 작품만을 위해 최상의 유일한 공간을 특화하여 설계했다고 볼 수 있다. 모네 작품은 이 공간을 더욱 살려주기 위한 장식으로 보면, 건축공간 자체가 주인공인듯 하다가도, 건축이 건축 자체로 드러내려고 하기보다, 작품과 감상하는 사람을 담고 지원하는 역할로 낮추면, 모네 작품이 주인공이 되는 것 같기도 한 서로 모호한 관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하면, 모네 작품도 이 건축 공간을 필요로 하고 건축 공간도 모네 작품이 있어서 존재감과 빛이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필연적 존재가 되는 관계를 이끌어 낸 것이 지중 미술관이 특별해 지는 이유이다.
추가적으로 모네 전시관이 가장 동양 전통건축의 성향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창호지를 통해 반투명하게 빛이 걸러져서 간접적으로 들어오듯, 천정의 단면계획으로 인한 자연채광이 간접적으로 분산되어 은은한 빛으로 온통 채워진 공간, 전실에서 본 전시관 안의 모네 작품을 보는 방식이 전통 건축의 차경기법과 닮아 있다고 본다(Fig. 11., Fig. 12.).
앞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중 미술관에 적용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어휘들을 요약하여, 다음과 같이 표로 작성하였다 (Table 1.).
Design Language Applied to the Chichu Art Museum
Design Language | Description |
---|---|
Organic Connection and Harmony between Nature & Architecture |
• Placing All Spaces in the Underground & Blending into the Earth: Not to Conflict with Surrounding Environment • The Chichu Garden: Pond, Tree, Flowers • Courtyards: Open to Sky & Air, Natural Sun Light, Green Material & Gravels inside Courtyards • Exhibition Halls: Natural Skylight • Cafe Terrace: Open View to the Ocean |
Geometric Form & Axis |
• Square Courtyard, Triangular Courtyard, Rectangular Exhibition Halls, Square Exhibition Halls, Narrow and Long Corridors • Axis: Changing Axis in Each Transfer Space • Composition of Spaces: Intersecting with Rotated Angle |
Harmony between Western Modern Architecture & Eastern Traditional Architecture |
• Invitation Natural Sources such as Stone and Plants into Space of Courtyards • Framing View to Nature with Wall Opening • The Long Way Round to Move One Space to Another Space |
Phenomenological Experience in Architectural Spaces |
• Dramatic Scenes with Contrast of Natural Light in the Underground Spaces including Courtyards and Exhibition halls. • Creative Moment & Sequence according to Movement • A Kind of Cinema Story with Architectural Experiences from Beginning to the End |
Organic Relationship between Architecture & Art Works |
• Special Design for the Optimized Spaces of Exhibition Halls for Art Works |
지중 미술관에서 적용된 안도 다다오의 공통적 건축 어휘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자연을 포용, 환경에 순응, 주위와 호흡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자연 환경과 건축, 인간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맺어 조화로 우면서도 더욱 풍요로운 공간과 환경을 제공한다.
(2) 현대적 건축과 전통적 건축요소의 조화, 또 지형, 문화적 건축공간에 다양한 표정과 감성을 담아낸다.
(3) 기하학적 형태와 축을 강조한 구성으로 평면은 단순화 시키면서도, 구성을 다채롭게 하여 독특한 공간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미로처럼 유도되고 전개되는 동선을 따라 다양한 경험의 공간을 창출한다.
(4) 지중 미술관에서도 간결하면서도 무채색의 노출 콘크리트를 기본 재료로 하고 중정 및 천창을 통해 지하의 어두운 공간과 대비되게 은은하고 밝은 빛을 유입하여 극적인 전시실을 디자인 하였다.
(5) 위의 네 가지 특징이 모두 복합적으로 반영되어 이 공간을 찾는 사람에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건축적 경험과 감성을 이끌어 내는 현상학적 건축의 추구를 보여준다. 지중 미술관에서도 건물에 진입해서 나오기까지 마치 한편의 시와 이야기를 건축적으로 만나고 온 느낌을 준다. 동선과 시간에 의한 공간의 장면 장면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시퀀스를 이루고, 그 시퀀스들의 극적인 전이와 변화의 흐름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중 미술관이 타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지중 미술관은 나오시마섬과 세토나이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사이에 두고 인위적인 건축물이 이를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절제하는 태도로 접근한다. 그 결과 자연과의 조화를 극대화시키는 대안으로써, 지하에 모든 공간을 배치하여 마치 건물이 자연 속에 녹아든 것처럼 설계된 것이 특화된 점이다. 또한 자연과 연계를 위한 노력으로, 하늘로 열린 중정들은 공기, 빛, 바람, 구름을 접하게 하고, 바다로 열린 카페 테라스는 시각, 촉각, 청각을 통해 자연과 경계 없이 만나도록 계획되었다.
(2) 지하 공간이지만 중정 및 천창을 전략적으로 도입하여 명암의 대비를 적극 활용하고, 때로는 강렬한 직접 자연채광, 때로는 은은한 간접 자연채광으로 아름다운 극적인 공간들을 창출한다.
(3) 진입구에서 도착지까지의 긴 여정 동안, 매 순간 특별한 건축 공간 경험과 감성을 유도하기 위해, 중정과 복도, 각 전시실 등 공간들 사이에서 밝고 어두움, 외부와 내부, 이동하는 공간과 머무는 공간, 수평적 이동과 수직적 이동이 교대로 반복되는 리듬과 대비를 적용한다.
(4) 빛과 밀접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들을 상시 전시하는 공간으로서 그 작품에 맞는 최고의 공간을 설계를 하여 건축과 미술 작품과의 유기적 필연적 관계를 가진다.
The paper was supported by The University of Suwon i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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