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AE Journal
[ Research Articles ]
Journal of the Korea Institute of Ecological Architecture and Environment - Vol. 16, No. 1, pp.121-130
ISSN: 2288-968X (Print) 2288-969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Feb 2016
Received 07 Jan 2016 Revised 11 Feb 2016 Accepted 15 Feb 2016
DOI: https://doi.org/10.12813/kieae.2016.16.1.121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서 자연의 도입에 관한 연구

이성호* ; 윤희진**
A Study on Introduction of Nature in Le Corbusier’s Architecture
Lee, Sung-Ho* ; Yun, Hee-Jin**
*Main author, Dept. of Architecture, Dong-A Univ., South Korea buphae@dau.ac.kr
**Corresponding author, Dept. of Architecture, Kyonggi Univ., South Korea hjyun@kgu.ac.kr


© Copyright Korea Institute of Ecological Architecture and Environment

Abstract

Purpose

This paper is an attempt to explicate the principle of space and form-making in Le Corbusier's architecture from the viewpoint of integrating and relating architecture with the natural landscape. It shows thereby how the geometrical element of architecture and the non-geometrical element of the nature coexist in terms of form. It also explains how space is deployed for the construction of cognitive system between natural landscape and architectural scenery in terms of space, hoping to make a contribution to design method of contemporary house as an elementary datum.

Method

Three issues are studied, focusing on the designs around nineteenth thirties in the earliest phase of Le Corbusier: How architectural form and nature is related, how natural greens is introduced into urbanism, and how natural landscape is introduced to house design. 1) it is studied how the relation between the nature and the formal elements of purism in Le Corbusier's architecture is formed. 2) it is studied how the relation between the nature and architecture proposed in Le Corbusier's urbanism is formed. 3) Le Corbusier's “four compositions” is analyzed in terms of relation-formation between architectural space and the nature. 4) it is studied how the natural landscape is introduced to Le Corbusier's house-design in the form of architectural promenade.

Result

It has been found out that the natural landscape in Le Corbusier's architecture is not just a simple background, but a necessary element for the consummation of form and space in his architecture, and that architectural inspiration is maximized with coexistence with nature.

Keywords:

Nature, Landscape, Le Corbusier, Composition

키워드:

자연, 경관, 르 코르뷔지에, 구성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르 코르뷔지에는 기하학적 단순성을 건축의 기본 형태로 하여 근대건축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표준화된 주거의 대량생산의 해법을 제시하였던 국제주의 양식의 대표적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하학적 단순성과 표준화된 주거유형의 반복에 의한 대량 생산 방식은 이후, 그가 제안하였던 건축과 자연간의 불가분적 관계형성 방식은 고려되지 않은 채 현대의 대규모 주택단지 개발에 단순히 접목 됨으써, 획일적 건축의 양산과 건축공간과 융합되지 못하는 외부 공간이 형성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는 르 코르뷔지에 건축이 국제주의 건축양식으로써 비판받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되었다. 또한, 현대의 친환경건축의 동향을 살펴보면, 건축과 자연환경 간의 시지각적 공간구성과 유기적인 관계설정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단열성능개선, 건축물의 외피 녹화, 실내 녹화 도입 등 국부적이거나 기술적인 해결방안 제안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건축의 형태와 공간 구성에 있어서 자연의 도입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고 자연경관과 건축공간의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계획을 통하여 삶의 공간을 풍요롭게 만들고 공간에 대한 감흥을 증대시킬 대안을 제공함이 현대 건축가의 중요한 역할이라 판단된다.

이에, 본 연구는 20세기 합리주의 건축으로 대표되는 근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 있어서 공간과 형태구성 원리를 건축과 자연과의 통합과 상호관계구축이라는 관점에서 규명하고자 한다. 형태에 있어서 기하학적 건축요소와 비기하학적 자연요소의 유기적 조합과 공존 가능성을 밝히고, 건축 공간의 인지체계에 있어서 자연경관과 건축경관의 통합적 인지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한 공간연출방식을 밝힘으로써, 현대 주거건축의 계획방법의 기본 자료로 활용되고자 한다.

1.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논문의 연구범위는 르 코르뷔지에 작품 활동기간 중 초기에 해당하는 1930년대 이전의 문헌과 계획안을 토대로, 그의 건축에 있어서의 건축형태와 자연과의 관계 설정 방식, 도시계획에 있어서의 자연녹지의 도입방식, 주택 계획에 있어서 자연경관의 도입방식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이를 위한 연구의 진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퓨리즘적 형태요소가 갖는 의미와 형태요소의 자연과의 통합방식을 살펴보았다.

둘째,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 계획에서 제시되는 건축과 자연의 관계형성방식을 고찰하였다.

셋째,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큐브적 형태(cubic form)가 자연과의 관계형성을 목적으로 어떻게 변형되고 조정되었는가를 그의 “4가지 구성(4 compositions)”을 통하여 파악하고자 하였다.

넷째, 르 코르뷔지에의 주택 계획에 있어서 큐브적 볼륨 내에서의 자연경관 도입과 공간적 감흥부여를 위한 건축적 해결방안을 살펴보았다.


2. 르 코르뷔제의 건축과 자연관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요소를 “빛과 그림자, 그리고 벽과 공간”이라 이야기하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 건축형태는“빛의 아래에서 밝게 빛나는 벽면의 기하학적 조합으로 이루어진 순수볼륨”1)이며, 이러한 그의 사고는 1918년 그가 그린 최초의 회화 “벽난로”<Fig. 1>를 통하여 은유되고 있다. 그 회화작품을 살펴보면 고동색의 플랫폼과 회색 벽면을 배경으로 하는 백색의 직육면체 볼륨이 화면의 중앙에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직육면체는 정면에서 약 30도 좌향으로 틀어진 배치를 취함으로써 입체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볼륨의 좌측면 2/3는 백색으로 밝게 빛나며 우측면 1/3은 상대적으로 음영을 가지는 둥 빛에 비추어진 백색 볼륨의 단순명료한 입체감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는 대지 위에서 밝게 빛나는 백색 순수볼륨을 가진 이상적 건축형상을 예시하고 있다. 특히 폴리싱된 바닥면은 백색 볼륨의 모습을 그 표면에 반사시킴으로써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 한 인상을 주어, 르 코르뷔지에가 추구하는 형태의 반 중력성과 물성간의 극적 대비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Fig. 1.

Le Corbusier, The Chimney, 1918, ⒸFLC/ADAGP

Fig. 2.

Charles-Édouard Jeanneret, Stetch of Acropolis, Athens, 1911, ⒸFLC/ADAGP

이와 유사한 구성은 그가 1911년 오리엔트 여행 중에 그렸던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의 스케치<Fig. 2>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가 여행 중에 인지하였던 아크로폴리스의 이미지는 하늘과 대지 사이의 융기된 플렛폼 위에 놓여 진 단순한 오브제의 형상으로 그려져 있는데, 수평기단을 형성하는 융기된 언덕 위에 놓여진 단순 형태를 가진 건축물의 자연에 대한 우월적 존재감2)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같이 그에게 건축이란 자연 경관 속에서 띄어진 대지 위에서 단순 볼륨의 기하학적 순수성을 가장 명확히 드러내며, 이로 인하여, 자연과 뚜렷이 대비되는 기하학적 오브제의 독립적인 존재감이 건축이 자연과 가지는 1차적 관계성이라 유추된다. 여기에서 건축이란 자연에 종속되지 않으며 자연을 바탕으로, 자연보다 우월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건축은 자연을 배경으로 독립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월적 관계를 형상한다.

르 코르뷔지에에게 있어서 자연은, 건축의 배경이 되기도 하지만, 그와 반대로 건축이 자연경관의 배경을 이룸으로써 건축과 자연간의 동등한 입장에서의 상호 공존의 관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1927년 그가 제안하였던 제네바의 팔레 데 나시옹(Palais des Nations) 현상공모안과 이에 대한 설명문3)을 보면, 그가 설계한 기하학적 엄격함을 갖춘 여러 볼륨들의 복합적인 조합으로 이루어진 건축물과, 그 볼륨들의 사이 공간들을 파고들어 자리잡은 녹지를 확인 할 수 있다. 그는 호수에서 바라 본 건축의 전면 투시도를 가리키며 “건축형태의 기하학은 대지가 갖춘 자연의 풍요로움과 조화로운 화음을 이룬다” 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건축에 있어서 건축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일면 밝히는 대목으로, 비정형적이고 야생적인 자연경관에 기하학적 순수볼륨의 삽입을 통하여 건축과 자연간의 상호 관입과 이를 통한 대비적 조화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건축과 자연은 그 대비적 형상들이 서로 “섞임”으로써 상호 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간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음을 파악 할 수 있다.

Fig. 3.

Le Corbusier, Frontal Pers. of Le Palais des Nations, Geneve.

Fig. 4.

Le Corbusier, Aerian Pers. of Le Palais des Nations, Geneve.

상기 그림에서 또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은, 입면 투시도에서 건축물 전체의 입면을 보여주는 대신 수목과 수목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하여 투영되는 건축 형상의 부분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Fig.3>. 이는, 그가 작품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자연경관이 배재된 건축물만을 단독으로 보여주기보다는, 건축과 자연간의 대비와 상호관입 통한 유기적인 통합성을 더욱 중요시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상기 팔레 데 나시옹 에서와 같이 조경으로 형성된 비정형적 프레임을 통하여 배후의 건축물을 투영하는 방식은, 그가 동양의 여행기간 동안 그렸던 그리스의 고대 유적지의 크로키들<Fig. 5><Fig. 6>4) 에서나, 본 논문 2.3장에서 소개될 그의 주택계획에서의 건축공간의 픽처프레임을 통하여 자연경관을 도입하는 방식과 같이, 자연과 건축 간의 의존적인 불가분의 관계성을 맺는다는 차원에서는 일맥상통하는 공간구성방식이라 판단된다.

Fig. 5.

Charles-Édouard Jeanneret, Sketch of forum de Pompei, 1911. ⒸFLC/ADAGP

Fig. 6.

Charles-Édouard Jeanneret, Sketch of Parthenon 1911. ⒸFLC/ADAGP


3.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계획에서의 자연의 도입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서의 건축과 자연간의 상호관입에 대한 사례는 그의 도시계획 프로젝트(안)에서도 확인된다.

1922년에 그가 제안하였던 “3백만 인구를 위한 현대도시계획” 및 파리 도심지를 위한 “보와젠 (Voisin) 계획”, 그리고 1931년에 제안한 “빛나는 도시체계연구5)”를 살펴보면, 도시계획에 있어서의 자연녹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그는 기존 유럽의 블록형 도시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과 도로체계를 제안하게 된다. 그의 “빛나는 도시체계연구”에 제출한 도판에 의하면, 물결처럼 굽이치며 연속적으로 뻗어가는 선형 건축의 유형을 기본요소로 가진 도시형상을 기존의 도시구조와 비교하여 제안하고 있으며 <Fig. 7>, 400m단위의 정방형의 새로운 도로망체계를 기존의 도시의 도로망 체계와 비교하여 보여주고 <Fig. 8>있다.

Fig. 7.

Le Corbusier, Radiant Town

Fig. 8.

Le Corbusier, Radiant Town

건축 유형으로는, 십자형 평면에 지상층 필로티를 가진 업무시설인 마천루형 건축<Fig. 9>과 주거타입이 반복적으로 조합되어 평면상 ㄷ자형 꺾임이 반복되는 공동주거인 중층형의 “파도형”건축<Fig. 10>을 제안하였다.

Fig. 9.

Le Corbusier, Sky-scraper, 1925

Fig. 10.

Le Corbusier, “Redent” Housing, 1930

이러한 건축유형을 포함하는 새로운 도시체계 유형을 제안함으로써 그는 기존 유럽의 도시구조에 비하여 획기적으로 증가된 공지면적의 확보와 (88%) 외부공간의 녹지화를 통한 생태도시(Green City) 조성을 제안하였으며, 중정형 블록으로 구성된 건축은 400m 단위의 그리드형 도로망 위에 배치된 마천루형 건축(업무시설)과 중층의 선형으로 형성된“파도형”건축유형 (공동주거)으로 대체되었다. 업무지역과 주거지역 등 각 지역을 잇는 교통망 은 지상에서 띄어진 고가 도로망에 의하여 구축함으로써 지상층에서의 자연녹지의 확보와 연속적 흐름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여기에서 르 코르뷔지에가 추구하고자 하였던 도시 개념은, 기하학을 바탕으로 평면의 효율성을 높인 선형 또는 마천루형 건축을 도입하여 지상의 공지율을 극대화함으로써 대지의 대부분을 야생의 자연녹지로 구성되는“녹색도시(Green Town)”조성을 지향하였다. 그의 도시계획안의 평면 및 입면의 개념 크로키를 살펴보면<fIg.11>, 그가 설명하듯이 “우선, 땅은 녹색으로 덮여있으며, 교통의 흐름이 이를 관통하며 주차영역은 수목으로 둘러쌓여 있다.”6) 이렇게 지상의 공원화된 녹지를 보행자들에게 제공될 것을 주장하였다.

Fig. 11.

Le Corbusier, Sketch of “Green Town” in Elevation

Fig. 12.

Le Corbusier, Sketch of “Green Town” in Perspective

<Fig.12>는 “녹색 도시”의 업무지역에서의 지상의 외부공 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크로키로, 대부분의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목의 사이로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마천루 건축들이 부분부분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녹색 도시의 세부적인 지상층 계획은 건축 유형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의 대지와의 관계 설정이 이루어지도록 계획되었는데, 업무형 마천루의 필로티 공간의 경우, 도시 내 교통체계의 결절점 역할 – 보행자, 지하철, 자동차 등의 교통의 환승공간 - 을 담고 있으며, 지상으로부터 띄어진 건축으로 인하여, 지상층의 공기의 순환과 시각적 투명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반면, 주거지역의 파도형 선형건축물의 주변부는 보행자와 거주민들을 위한 카페, 상점 등의 커뮤니티 시설, 산책로 등을 배치하여 전면의 녹지공간과 연계됨으로써 도심 속의 삶과 직접 연계되는 녹지공간을 계획하였다. 이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도시계획(안)을 살펴보면 도시공간의 대부분을 자연녹지로 구성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으며, 그에게 있어서 자연녹지체계는 단순히 건축의 외적 요소로서의 별도의 배경이 되는 역할을 넘어서, 건축화된 도시와 융합되어 그의 도시계획을 총체적으로 완결시키는 필수조건이자 건축과의 불가분적 요소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유럽의 도시들을 대상으로 하였던 “빛나는 도시”계획안에서는 마천루형 또는 파도형 건축 등 자연과 이질적이며 독립적인 건축의 자연과의 대비적 관계를 추구하였다면, 몬테비데오, 상파올로, 리오데자네이로 등 일련의 남미 도시들의 도시계획 정비안7)들은 건축과 자연이 형태적으로 한층 더 융합화된 유기적 관계를 형성함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남미의 도시들이 유럽의 도시들과 비교하였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이들 도시들은 평지가 아닌 산과 언덕들이 혼합된 굴곡진 지형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빛나는 도시”에서 제안하였던 일련의 파도형의 공동주거 유형이나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배치된 마천루형 건축, 그리드형 교통 체계 등은 산과 바다가 혼합된 역동적 형상을 지닌 몬테비데오의 지형이나 800m 고지에 위치한 상파올로의 지형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사료된다.

우선, 파도형 선형 건축의 유형은 수평지형을 전제로 만들어졌기에, 남미의 굴곡형 지형에서는 더 이상 스카이라인의 연속적 수평성을 유지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며, 그리드형 교통 체계 또한 남미 도시들의 지형의 입체적 높이 변화로 인하여 그 기하학적 엄격함을 지키기 어려웠으리라 판단된다. 이는 “빛나는 도시”의 시스템을 남미 도시들의 경사지형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르 코르뷔지에가 추구하였던, 자연지형과 독립되어 존재하는 순수볼륨의 형상이 가지는 균형적 대비효과를 구현하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르 코르뷔지에는 등고를 가진 지형에 적합한 새로운 건축 유형을 제안하는데, 고가도로형(viaduc) 건축이 그것이다.

우선, 몬테비데오 프로젝트를 살펴보면<Fig. 13>, 해변에 급경사를 가진 돌출된 언덕과 이면의 비교적 편편한 배후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돌출된 언덕의 꼭대기에 놓여 진 가로지르는 두 개의 수평선을 볼 수 있다. 우선 언덕의 가장 꼭대기 높이를 건축물의 상부레벨로 맞추어 그 상부에 십자형의 곧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였으며, 지상 80m 높이의 그 지붕면을 사방으로 연장함으로써 지붕 슬래브 상부에 도로를 형성하도록 계획 하였다. 도로 하부에서 경사형 지면 또는 해수면 사이의 공간을 건축화 하여 업무시설을 수용하도록 하였다. 이는 “빛나는 도시”에서 제시하였던 십자형 마천루 건축 유형을 경사지형에 맞도록 수평선의 스카이라인을 가진 연속적 선형건축으로 변형하였으며, 건물의 지붕이 도로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을 가로지르던 로마시대의 수로 혹은 교량이 지녔던 자연지형을 초월하는 기하학적 수평성을 갖춘 건축형상이 되도록 계획하였다.

Fig. 13.

Le Corbusier, Montevideo, 1929

Fig. 14.

Le Corbusier, Sao-Paolo, 1929

800m의 고지에 위치한 상파올로 역시 도시 내의 수많은 언덕으로 인하여 도시 확장과 자동차 전용로의 건설이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르 코르뷔지에는 계획안<Fig. 14>을 통하여 언덕의 가장 높은 꼭대기 높이를 기준으로 45km 길이에 이르는 십자형 수평 고가도로를 제안하였고, 띄어진 도로에서 굴곡을 가진 지면 사이공간에 건축공간을 구성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프로그램의 배치는, 도시의 중심부에는 업무시설을, 외곽에는 주거시설을 수용하도록 계획하였으며, 고가도로형 건축의 충분한 가용 용적으로 인하여, 주변의 자연지면에는 체육시설이나 주차시설, 또는 조경 녹지 등의 부대시설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지를 확보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는 일련의 남미의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통하여 고가도로형 선형 복합건축 – 업무, 주거 등 –을 제안함으로써, 기능적으로는 교통체계의 구축과 건축 연면적의 확보, 자연지형의 보존과 녹지 확보를 동시에 가능하도록 계획하였으며, 형태적으로는 굴곡을 가진 자연경사 지형에서 띄어진 수평 도로를 도입하고 그 수평면과 대지의 간극을 건축으로 채움으로써 자연지형과 건축형상이 일체화된, 부연하자면, 건축과 자연, 기하학과 비기하학 간의 가장 유기적인 결합을 도시계획에 적용하고자 한 사례라 사료된다.


4. 르 코르뷔제 주택에서의 자연경관의 도입

4.1. 르 코르뷔지에 주택계획에서의 자연의 도입

본 연구의 2장에서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에 있어서 직육면체 볼륨을 건축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인식하여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단순입방체는 주택이 가지는 삶의 공간과 기능을 담아내기 위하여 변형, 조정되게 되는데, 르 코르뷔제는 이에 대한 합리적 해결방안으로“4가지의 조합”8)을 제안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Fig. 15.

Le Corbusier, 4 Compositions

첫 번째 유형은 “상대적으로 쉬운”구성으로 여러 개의 독립된 순수볼륨들이 연결된 조합로써, 필요에 따라 각 단위공간을 이루는 볼륨들을 자유롭게 덧붙이는 구성이다.

두 번째 유형은 직육면체의 닫힌 볼륨의 틀 안에서 필요한 실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4면의 닫힌 입면의 제약으로 인하여 공간의 자유로운 구성이“매우 어려운”유형이다.

세 번째 유형은 기둥과 수평 슬라브로 구성되어 투명한 입면을 가진 볼륨으로, 규칙적인 기둥의 배열 사이에 각 실들의 불륨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매우 쉬운”유형이다.

네 번째 유형은 첫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장점을 취하되 형태적으로는 가상적으로 큐브형 형상을 가지는 방식로 “여유로운” 유형이라 일컫는다.

첫 번째 유형의 특징은 르 코르뷔지에가 일컫는 “회화적인”구성으로, 평면구성에서나 형태구성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구성이 가능하나, 건물의 전체 형상이 비정형적 형태를 갖출 수 있는 유형으로, 그의 회화 “벽난로”에서 보여주었던 “순수한 프리즘” 또는 “순수입체의 구성”9)과는 상치되는 것으로 사료된다. 허나, 각 실들이 형성하는 볼륨간의 사이 공간이 형성됨으로써 외부공간과 건축형태간의 자연스런 상호관입이 가능하며, 입면상 개구부를 둔다면, 내부 공간 또한 자연과 직접적으로 접촉을 가지는 성격의 공간창출이 가능한 유형이다.

두 번째 유형의 특징은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의 이상형이라 일컷는 “빛 아래에서의 빛나는 순수 입방체”의 형상을 가지나, 그 형태적 경직성과 폐쇄성으로 인하여 내부공간으로의 외부 자연경관의 유입은 입면 벽체의 “뚫림”을 통한 개구부 설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유형으로, 내부공간과 자연경관과의 관계 형성 방식도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사료된다.

세 번째 유형의 특징은 두 번째 유형이 가진 막힌 입면을 제거하고 단지 직사각형 슬래브의 수직적 중첩과 이를 지지하는 기둥으로 구조체를 만든 후 각 층의 비워진 수평공간에 자유로운 볼륨을 배치하는 구성으로써, 구조체 사이의 “열림”에 의한 입면의 투명성과 평면구성의 자유로움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다. 4면의 개방감으로 인하여 자연경관이 내부공간으로 적극 유입 된다볼 수 있으나, 각 4개의 입면간의 차별성과 위계의 부재로 자연경관의 유입 방식도 4개의 입면 간에, 그리고 각 층별 공간 간에 대동소이한 수평적 관계형성을 이룬다 할 수 있다.

네 번째 유형의 특징은 지상 층에는 세 번째 유형의 필로티 구조를, 2층에는 입면구성에 있어서는 두 번째 유형에 수평 띠창을 설치한 방식을 취하고, 내부볼륨 형성에 있어서는 세 번째 유형의 구성방식과 반전되는, 부연하자면, 정방형의 채워진 볼륨에서 비정형의 볼륨 형상을 들어냄으로써 음각의 비워진 테라스공간을 형성하는 방식을 취한 유형으로,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하였던 4가지의 조합방식 중 가장 복합적이고 완결된 구성을 갖춘다. 내부공간과 자연경관과의 관계형성방식 또한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1층의 경우 필로티로 인한 자연경관의 연속적 흐름과 지면과 슬래브가 형성하는 프레임을 통한 자연경관의 투영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 구조를 형성하고, 2층은 옥상테라스의 형성과 벽체의 수평 띠창, 하늘로 열린 개구부 등의 복합적 요소가 조합되어 3차원적인 다양한 방향으로부터의 자연경관의 유입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이다.

르 코르뷔지에의 “4가지 구성”의 건축적 특성과 자연경관과의 관계성을 정리하면 아래의 표<Table 1.>와 같다.

Characteristics of 4 compositions

4.2. 건축적 산책과 자연경관의 도입

르 코르뷔지에가 제안하였던 4가지 조합 중 “매우 어려운” 유형은 그가 건축형태의 이상형으로 삼았던 단순 큐브형 볼륨의 형태적 실현은 가능하나, 4개 입면의 폐쇄성과 경직성으로 인하여 자연경관의 내부 공간으로의 유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매우 쉬운” 유형은 외부로의 개방성은 확보되나. 4개의 입면의 차별성이 모호하고, 층간 슬라브로 인한 공간의 수직적 소통이 부재함으로, 역동적이고 변화있는 내부공간의 연출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였다 판단된다. 이에 그는 건축의 외부형태가 갖추어야 할 기하학적 단순성과 형태미를 최대한 충족하면서 내부 공간의 역동성 구현과 자연경관과 내부공간 간의 유기적 관계 형성 방안을 새로이 제안하게 되는데, 건축적 산책이 그것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말하는 “건축적 산책”10)의 의미는, 외부자연으로부터 건물의 진입부, 내부 공간, 옥상 테라스에 이르기까지의 연속적 이동 동선에 따라 건축 형태구성 요소간의 상호 관계성 형성에 의한 일련의 공간연출을 구현하는 것으로, 관찰자로 하여금 이동 경로에 따라 펼쳐지는 건축적 경관과 자연경관, 이들의 변화에서 오는 감흥을 체험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의 관망하는 자연에 대한 동경은 그가 주택설계에 적용하였던 건축적 산책 연출에 있어서도 확인되는데, 그는 공간의 이동에 따라 인지되는 벽체, 천장, 건축적 오브제 등의 공간 구성요소간의 긴장과 이완 등 관계정립을 통하여 내부공간에서의 “건축적 경관”을 연출하고자 하였으며, 궁극적으로는 그 공간적 경험의 최종점은 옥상정원에서의 열린 하늘과 픽처프레임을 통한 자연경관의 조망에 두었다. 옥상정원에서 픽처프레임을 통해 내려다보는 자연은 그가 추구하였던 원시적 자연을 압도하면서 관망하고자하는 유토피아적 자연관11)을 내부공간에서 구축하였던 건축적 산책을 통한 연속적 공간 체험의 최종점으로 구현한 것이라 판단된다.

닫혀 진 큐브형 볼륨의 폐쇄성을 건축적 산책 도입을 통하여 극복하고자 한 그의 해결방안은 1926년 슈타인 주택(Villa Stein)계획을 위한 첫 번째 스케치 안<Fig. 15>에 확인된다.12)

Fig. 15.

Le Corbusier, Villa Stein, 1926

여기서 그는 지상 정원에서 옥상의 솔라리움에 이르기까지의 상승하는 연속적 동선 체계를 큐브형 볼륨의 틀 안에서 계획하게 된다. 관찰자는 배면의 지상 정원에 있는 계단을 출발하여 육면체 볼륨 공간인 지상 2층의 옥상테라스를 거쳐 지상 3층 옥상정원에 이르기까지의 상승하는 동선을 따라 이동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관찰자는 내부에서 외벽의 개구부를 통한 외부의 자연경관을 조망하기도 하고 벽체를 관통하면서 큐브의 내부에서 외부로의 공간 전이와 확장을 경험하기도 하며, 외벽을 따라 발코니 형태로 돌출된 상승하는 계단을 통과하는 동안 파노라믹한 자연경관을 감상하기도 하는 등 큐브형 볼륨의 내, 외부에 구축된 연속적 건축적 산책 경로에 따라 다양한 공간체험을 하게 된다. 최종적으로는, 외부의 발코니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최상층 솔라리움의 내부공간으로 이르게 되는데 이 공간은 측면 벽체의 막힘으로 인하여, 관찰자의 시선은 상부의 열린 하늘로의 조망으로 유도된다. 여기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큐브형 볼륨의 벽체를 따라서 구성된 동선체계를 통하여, 인공적 순수볼륨들 간의 다양한 관계 형성에 의한 건축적 경관 조성 보다는, 그가 계획한 이동 경로상의 각 지점에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유입되는 자연경관으로의 시각적 인지와, 큐브의 내부와 외부공간간의 이동에 따른 공간 변이와 압축과 확장 등의 공간체험에 주력하였던 것이다. 부연하자면, 이동 동선은 건축가에 의해 구성된 건축내의 산책 경로이나. 산책하는 동안에 인지하는 대상은 자연경관에 있었던 것이다.

추후 그의 공간구성에 있어서 건축적 산책 체계는, 그의 순수주의 회화작품에서 표현된 바와 같이<Fig.16> 3차원적 공간에서의 원통, 큐브 등의 양감을 가진 순수 볼륨들의 구성을 도입함으로써, 단순한 자연경관의 조망과는 차별되는 추상적 건축공간의 연출이라는 한층 더 완성된 양상을 보이게 된다.

Fig. 16.

Le Corbusier, Two Studies 1920, ⒸFLC/ADAGP

앞서 기술한 슈타인 주택 계획안에서는 1층 정원과 외부 테라스, 옥상 정원에 이르는 외부공간의 건축적 산책 구현으로서, 동선체계의 형태적 표현과 관찰자의 위치 이동에 따른 각 시점에서의 자연경관의 조망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메이어 주택(Villa Meyer, 1925)의 2번째 계획안 <fig. 17> 에서는 내부 공간 구성에 오브제로서 도입된 순수볼륨들의 균형적 관계 구축을 통하여 인공적 건축적 경관을 구성하고자 하였으며, 이를 산책경로에 포함된 자연경관의 조망과 함께 통합적으로 구성하고자 한 시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가 건축주에게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인 <fig. 17>을 살펴보면, 그는 7개의 크로키를 통하여 눈높이에서 인지되는 건축 공간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건축적 의도를 상세히 표현하고 있는데, 각 장면마다 기하학적 볼륨들의 도입과 자연경관의 도입이 적정히 배합된 공간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장면 1과 2, 그리고 5에서는 원통과 큐브 등의 볼륨을 내부공간으로 도입하여 이들 볼륨간의 상호관계성 구축과 램프 등의 선적 요소들을 이용한 방향성 구축 등 기하학적 형태 구성 요소간의 균형과 대비를 통한 회화적 공간구성에 주안점을 두었다면, 장면 3과 4, 그리고 6에서는 건축 공간의 골격을 이루는 구조체(벽체, 천장, 기둥 등)의 수평적, 수직적 조합을 통한 공간 확장, 다양한 방향성을 가진 개구부의 형성, 이에 따른 자연 경관의 도입에 주안점을 두었다. 장면 7은 메이어 주택의 건축적 산책의 최종점을 표현한 크로키인데, 옥상정원의 건축 구조체가 만든 픽쳐프레임을 통하여 원시의 자연을 최종적 인지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그의 건축적 산책을 마감함을 보여준다.

Fig. 17.

Le Corbusier, Villa Meyer, 1925-1926

이는 궁극에서는 그의 건축적 산책의 완결점이 옥상정원에서 내려다보는 파노라믹한 자연 경관의 조망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는 그의 “건축이 대지와 자연을 압도하고”13) “충만한 자연”을 내려다보는데 그 의미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그가 실현하였던 쿡 주택, 라로슈-잔네레 주택, 사보아 주택 등의 주택작품들을 살펴보면, 앞서 언급하였던 내부공간에서의 순수 볼륨의 도입 <Fig. 18>, 기하학적 건축요소인 벽체, 계단, 천장, 개구부 등의 조합을 통한 역동적 공간 구축 <Fig. 19>, 구조체의 조합으로 인한 벽체와 천장 등 3차원적 픽쳐프레임의 형성 및 이를 통한 자연경관과 건축 요소간의 상호관입과 통합 <Fig. 20>, 건축적 산책의 최종점으로써의 픽쳐프레임을 통한 원시 자연의 조망<Fig. 21>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확인 할 수 있는데, 이는 르 코르뷔지에 주거건축에 있어서 공간과 형태의 특징을 구성하는 주요한 공간구성기법이다. 이는 기하학적 순수요소들의 조합을 통하여 공간의 풍요로움을 제공하며, 자연경관을 기하학적 건축요소들과 통합적으로 구성하고자 하는 그의 주요한 건축적 의도의 결과물이라 판단된다.

Fig. 18.

Le Corbusier, Cook House, 1926

Fig. 19.

Le Corbusier, La Roche – Jeanneret House, 1925

Fig. 20.

Le Corbusier, Villa Savoye, 1928

Fig. 21.

Le Corbusier, Villa Savoye, 1928


5. 현대 주거건축 계획에서의 활용에 관한 고찰

본 장에서는 앞에서 살펴 본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 도입방식이 현대 주거건축의 계획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관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5.1. 자연과 결합한 단순입방체와 자연경관의 조망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은 기하학적 입방체를 건축의 기본형태로 취하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가 자연지형위에 놓임으로써, 자연곡선과 직각체계의 대비적 공존이 드러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만약 주거공간을 담은 직육면체 형상의 건축이 언덕 위의 경사면에 놓이고 그 상부의 수평면이 전망대로 활용된다면, 그곳은 자연과 대비되는 단순볼륨의 형태를 갖춘 기단 위에서 파노라믹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단독주택이 자연지형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단순 볼륨의 형태를 갖추고, 동시에 자연을 우월적 위치에서 조망하는 기단으로 계획함이 가능하다 판단되는데, 캄보 바에자(Campo Baeza)의 주택 작품의 실례를 통하여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가 완성한 루포 주택 (Rufo House, Toledo, Spain, 2009) 을 살펴보면, 거실, 주방, 침실 등을 포함하는 장방형의 박스를 경사진 언덕 위에 매입되도록 계획함으로써 자연지형과 대비적으로 결합된 순수볼륨의 건축형상을 드러내었으며,<Fig.22> 그 볼륨의 상부면에는 10개의 기둥과 지붕면으로 구성된 투명하게 열린 캐노피 공간을 형성함으로써 사면의 파노라믹한 자연경관을 조망 할 수 있는 투명박스 공간을 계획하였다.<Fig.23>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구현하고자 하였던 기하학적 단순형태를 통한 자연과 건축의 유기적 결합과, 우월적 위치에서의 자연의 조망의 개념이 현대 주거건축의 계획에 적용된 사례라 판단된다.

Fig. 22.

Campo Baeza, plan and elevation of Rufo House, 2009

Fig. 23.

Campo Baeza, View of glass box of Rufo House, 2009

5.2. 독립된 볼륨의 조합을 통한 공간 구성

르 코르뷔지에의 “4가지의 조합”중 “상대적으로 쉬운”구성은 각 실을 독립된 볼륨으로 구성한 후 이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건축형태로 만드는 계획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방식을 주거계획에 적용한다면, 거실, 주방, 침실 등의 각 공간들을 독립된 볼륨으로 만들어 이격되어 배치 시킬 수 있으며, 각 볼륨간의 사잇 공간에는 자연녹지가 들어설 외부공간으로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외부공간들은 이를 둘러쌓고 있는 각 내부공간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친밀한 옥외공간이 될 것이다. 형태상으로는 수목 등의 자연적 요소와 건축형상이 공존하여 조화된 형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Fig. 24>

Fig. 24.

Study on Plan-type of a house with pocket garden between rooms

Fig. 25.

Kajuyo Sejima Moriyama house, 2005.

나아가서는, 각각의 볼륨은 기능과 위계에 따라 크기를 달리하거나, 복층 공간 형성 등 차별화된 공간계획으로 주거공간의 다양성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실의 볼륨들이 연결되어 조합되는 대신 완전히 이격되어 배치될 수도 있을 것인데, 이러한 경우 각 실 공간의 독립성과 형태적 단순성이 더욱 강조되는 형상을 취할 것이다. <Fig. 25>

5.3. 닫힌 큐브의 “뚫림”을 통한 자연경관의 도입

주택 계획에 있어서 단일 볼륨의 단순성미를 유지한 채 내부공간을 역동적으로 구성하고 자연경관을 효율적으로 유입하는 것은 르 코르뷔지에가 주지하였듯이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 판단된다. 그 이유는 형태적 일체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볼륨 형태를 파괴하지 않도록 최소한의 개구부를 적정한 위치에 계획해야 할 것이며, 동시에 한정된 볼륨 내에서 건축적 장치를 이용한 공간의 풍요로움을 구현해야 하는 데에 기인한다. 이러한 제한된 단일볼륨 속에서 주목할 만한 공간구성을 가진 주거건축의 사례로써 캄포 바에자의 투레가노 주택 (Turegano House, Madrid, Spain, 1988) 을 둘 수 있다.

투레가노 주택을 살펴보면 백색의 정육면체 형상의 단순볼륨의 틀을 유지하면서 내부공간에 빛과 경관을 유입하기 위하여 정사각형 개구부들이 입면 상에 적정히 배치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주택의 내부공간을 살펴보면 이들 개구부들의 위치와 높이들은 작가가 내부공간과 관계시키고자 하는 외부경관요소들의 위치와 높이에 따라 계획되고 배치되었음을 이해 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각 개구부 창들의 위치는 근경(마당, 정원), 중경(나무), 원경(하늘) 등 취하고자 한 외부경관이 내부공간으로 적극 유입되고 있으며, 개구부들은 내부공간의 각 부분마다에 균등한 자연채광이 미칠 수 있도록 적정히 거리를 두어 배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각 창들은 거실을 중심으로 단면상으로는 1층, 2층, 3층으로 점차 상승하는 위치에, 평면상으로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위치에 계획됨으로써, 큐브형상으로 한정된 내부공간에 역동성을 가진 픽쳐프레임 배열을 구현하고 있다. 이는 마치 큐브형 전시공간에서 벽체상에 자유로이 배치된 풍경화를 연상시키며, 내부공간의 풍요로움을 더하고 있다.<Fig. 26> 이는 르 코르뷔지에가 옥상정원에 설치한 픽처프레임을 통한 자연경관 조망을 단일의 내부 공간내에 여러 개의 자연경관을 다양한 방식으로 유입하고자 한 시도라 여겨진다.

Fig. 26.

Campo Baesa, Living of Turegano House

Fig. 27.

Campo Baesa, Section of Turegano House

또한, 1층 거실공간과 2층 침실공간의 개구부를 단면상 대각선 방향으로 일렬 배치함으로써 <Fig. 27> 거실-침실-하늘에 이르는 공간의 3차원적 연결을 통한 공간의 확장을 구현하여 닫힌 육면체 볼륨 내에 한층 더 여유롭고 역동적인 공간을 구현하였다.

5.4. 건축적 산책

앞 장에서 살펴본 슈타인 주택 계획에서의 건축적 산책은 계단과 발코니를 이용한 동선 체계 구축에 의하여 계획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외부정원에서부터 지상 2층으로 연결된 외부 계단은 그 이동 경로에 따라 변화하는 시점에서 조망되는 각기 다른 양상의 자연경관을 제공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동선 체계는 내부의 동선으로 연결되어, 변화되는 다양한 내, 외부 공간들을 경험하도록 계획하였다. 이러한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산책에 의한 공간구축 방식은 리차드 마이어(Richard Meier)에 의해 재해석되어 주거건축에 활용되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가 실현한 올드 웨스트버리 주택(Old Westbury House, New York, 1971)을 살펴보면, <Fig.28> 외부정원에 설치된 계단으로부터 시작된 동선 체계는 2층의 브릿지와 주방 공간 옆 복도를 거쳐, 중앙의 중정에 접한 램프를 통하여 1층의 거실에 이르는 일련의 연속적 산책 동선을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내, 외부의 다양한 공간들을 계획된 동선에 따라 통과하는 동안 관찰자는 확장과 수축하는 공간간의 변화함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된다. 내부공간에서 인지되는 자연경관과 빛의 유입은, 앞 절에서 살펴본 투레가노 주택에서 적용되었던“뚫린”개구부를 통한 자연경관의 단편적 유입방식과는 다른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건축 구조체(벽체, 천장, 기둥)들의 구성에 의한 결과물로써 구조체 사이에 형성되는 “열림(Void)”을 통하여 빛과 경관의 유입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Fig.29> 이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산책 구현방식은 주거계획에 있어서 외부에서 내부에 이르는 연속적 동선 체계 구축, 관찰 시점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되는 자연경관의 유입, 이동에 따른 공간 변화를 연속적으로 연출하고자 할 경우에 활용될 수 있는 건축계획 기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 28.

Richard Meier, Old Westbury house, 1971

Fig. 29.

Richard Meier, Living of Old Westbury house, 1971


6. 결론

본 연구를 통하여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은 자연경관과 대비적 조화를 이루는 기하학적 형상의 구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건축적 형상은 “벽난로”와 파르테논 신전의 스케치에서 보여주듯이 자연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기하학적 순수입방체의 독립성과 명확한 인지성에 중요점을 두었으며, 점차 볼륨들의 조합을 통하여 복합적 형태로 발전함에 따라, 건축과 자연이 상호 관입되어 어우러지는 통합적 조화에 중점을 두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축과 자연간의 상호 공존적 관계정립은 그의 “빛나는 도시”에서 보여주는 지상공간의 자연녹지화와 이에 따른 자연과 건축물의 혼합적 경관연출, 대지의 연속성을 위한 필로티 도입에서도 그 양상을 파악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는, 기하학적 형상을 가진 건축과 비기하학적인 자연지형과의 유기적 통합은 그의 상파울로 도시계획안 등에서 제안하였던 자연지형과 일체화된 고가 도로형(viaduc) 건축물에서 확인된다.

그가 제안하였던 주택설계를 위한 “4가지의 조합”은 단순입방체의 단일볼륨이 가진 폐쇄성을 극복하고 역동적 내부공간의 구성과 자연경관을 건축 공간으로 끌어 들여 통합하고자 하였던 그의 연구과정의 일환 이였으며, 그의 주택프로젝트에서 실현된 건축적 산책은 기하학적 순수볼륨들의 형태적 관계형성으로 구현된 내부공간의 건축적 경관과 건축의 픽처프레임을 통하여 도입되는 자연경관의 통합적인 인지체계 구성을 통하여 실현됨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이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 있어서 자연경관은 그의 건축작품의 단순한 배경의 역할에 머무르거나 부연적인 요소가 아니라, 그의 건축공간실현에 적극 도입되는 요소로서, 그의 건축의 형태와 공간을 완성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음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그가 추구하였던 건축적 감흥은 자연과의 공존을 통하여 극대화되었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르 코르뷔지에 건축에서의 자연 도입방식은 건축과 자연의 대비적 결합, 자연경관 조망공간의 계획, 내부와 외부공간의 상호관입, 큐브 공간에서의“뚫림”을 통한 의도된 자연경관의 유입, 전체를 연결하는 동선 체계 구축과 건축적 산책을 통한 다양한 자연경관의 유입 등으로 현대 건축가들에 의해 적용되었으며, 이는 추후 현대 주거건축 계획에 있어서 공간의 풍요로움을 제공하기 위하여 활용될 수 있는 건축계획 기법이라 판단된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Dong-A University research fund.

Notes

1) Le Corbusier, “Vers une architecture”, Arthaud, 1990, p.16
2) 박진아, “르 코르뷔지에 유토피아적 자연관의 절대적 이데올로기화 과정연구”, 건축역사연구, 2004.6, p.10
3) Le Corbusier, op.cit, Arthaud, 1990. Introduction p3~p16
4) 르 코르뷔지에는 그의 크로키를 통하여 건축과 자연경관간의 상호작용과 이들을 인지하는 방식을 보여주었는데, 폼페이와 파르테논의 크로키를 통하여 분절된 프레임을 통해 연속성을 가진 대지와 건축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물의 전체와 부분간의 관계성, 건축공간과 자연경관의 중첩성 등을 보여준다.
5) Arhcitecture d’Aujourd’hui, no010, 1933, p36
6) Le Corbusier, “Precision:, Altamira, 1994, p155
7) Arhcitecture d’Aujourd’hui, no10, 1933, p66, 67
8) Le Corbusier, oeuvre complete, 1910-1929, p189
9) Jacque Lucan, Composition, non-composition, Presses Polytechniques et universitaires romandes, p411
10) Le Corbusier, oenure complet, 1929-1934, p24
11) 박진아, op.cit., 2004, 6.
12) Jacque Lucan, op.cit, 2009, p414
13) 박진아, op.cit, 2000. 6,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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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ilip Jodidio, Meier, Taschen, (2012).

Fig. 1.

Fig. 1.
Le Corbusier, The Chimney, 1918, ⒸFLC/ADAGP

Fig. 2.

Fig. 2.
Charles-Édouard Jeanneret, Stetch of Acropolis, Athens, 1911, ⒸFLC/ADAGP

Fig. 3.

Fig. 3.
Le Corbusier, Frontal Pers. of Le Palais des Nations, Geneve.

Fig. 4.

Fig. 4.
Le Corbusier, Aerian Pers. of Le Palais des Nations, Geneve.

Fig. 5.

Fig. 5.
Charles-Édouard Jeanneret, Sketch of forum de Pompei, 1911. ⒸFLC/ADAGP

Fig. 6.

Fig. 6.
Charles-Édouard Jeanneret, Sketch of Parthenon 1911. ⒸFLC/ADAGP

Fig. 7.

Fig. 7.
Le Corbusier, Radiant Town

Fig. 8.

Fig. 8.
Le Corbusier, Radiant Town

Fig. 9.

Fig. 9.
Le Corbusier, Sky-scraper, 1925

Fig. 10.

Fig. 10.
Le Corbusier, “Redent” Housing, 1930

Fig. 11.

Fig. 11.
Le Corbusier, Sketch of “Green Town” in Elevation

Fig. 12.

Fig. 12.
Le Corbusier, Sketch of “Green Town” in Perspective

Fig. 13.

Fig. 13.
Le Corbusier, Montevideo, 1929

Fig. 14.

Fig. 14.
Le Corbusier, Sao-Paolo, 1929

Fig. 15.

Fig. 15.
Le Corbusier, 4 Compositions

Fig. 15.

Fig. 15.
Le Corbusier, Villa Stein, 1926

Fig. 16.

Fig. 16.
Le Corbusier, Two Studies 1920, ⒸFLC/ADAGP

Fig. 17.

Fig. 17.
Le Corbusier, Villa Meyer, 1925-1926

Fig. 18.

Fig. 18.
Le Corbusier, Cook House, 1926

Fig. 19.

Fig. 19.
Le Corbusier, La Roche – Jeanneret House, 1925

Fig. 20.

Fig. 20.
Le Corbusier, Villa Savoye, 1928

Fig. 21.

Fig. 21.
Le Corbusier, Villa Savoye, 1928

Fig. 22.

Fig. 22.
Campo Baeza, plan and elevation of Rufo House, 2009

Fig. 23.

Fig. 23.
Campo Baeza, View of glass box of Rufo House, 2009

Fig. 24.

Fig. 24.
Study on Plan-type of a house with pocket garden between rooms

Fig. 25.

Fig. 25.
Kajuyo Sejima Moriyama house, 2005.

Fig. 26.

Fig. 26.
Campo Baesa, Living of Turegano House

Fig. 27.

Fig. 27.
Campo Baesa, Section of Turegano House

Fig. 28.

Fig. 28.
Richard Meier, Old Westbury house, 1971

Fig. 29.

Fig. 29.
Richard Meier, Living of Old Westbury house, 1971

Table1.

Characteristics of 4 compositions

Type Characteristics Exterior form Transparency of skin Rapport with nature
1 rather easy picturesque informal opaque intimate
2 very difficult cubic opaque restrictive
3 very easy cubic+informal transparent abundant
4 very generous cubic+informal partial opaque dive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