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연한 도시계획 제도를 통한 혁신적 공간조성 사례 고찰 : 싱가포르의 화이트 사이트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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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background of Singapore’s White Site system and analyzes its implementation process and the roles of public and private sectors. Based on these analyses, it identifies implications for promoting private development and creating innovative urban spaces through a flexible planning system.
A literature review was conducted on Singapore’s urban planning and operational practices. The development projects of white sites in the Marina Bay area was selected as a representative case study. Detailed project data, including tender announcements and contracts, were analyzed to examine development processes, policy approaches, and institutional mechanisms.
Singapore’s urban planning system is based on an integrated management structure led by 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URA) and supported by close inter-agency collaboration. The White Site system allows mixed-use development without predefining land-use functions. This approach improves land-use efficiency and economic value. It also helps reduce market risks by allowing post-development adjustments in land use. The Marina Bay cases suggest that effective development requires more than just regulatory relaxation. The results highlight the need for land supply mechanisms aligned with development objectives, a clear division of roles between the public and private sectors, and concrete institutional designs such as the Master Developer approach.
Keywords:
Urban Innovation Zone, White Site, Zoning System키워드:
도시혁신구역, 화이트 사이트, 용도지역제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 도시계획 체계에서 용도지역제도는 토지이용계획을 구체화하고 이를 집행하기 위한 핵심적인 법적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용도지역제도는 건축물의 용도와 밀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며, 용도지역의 지정 및 변경 절차가 복잡하고, 밀도 운영 등 세부 조항이 경직적이어서 지역별 특성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다양한 수요의 개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1].
이러한 배경에서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 새로운 공간 수요에 대응하면서 융복합 도시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 특례구역으로 ‘공간혁신구역’을 제안1)한 바 있다. 서울시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의 개념을 제시한 후, 유연한 도시계획으로의 전환을 모색2)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기존 용도지역제의 경직성을 개선하고, 다양한 도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다기능 복합지역으로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방향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서의 한정된 토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 성격에 따라 유연한 도시계획 제도를 적용하여 복합용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리나 베이 지구의 대규모 복합 개발 성공 사례들은 용도의 구분이 없는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로 개발되어 민간 개발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면서 그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2].
마리나 베이 지구의 개발 사례들은 언론보도 자료 등을 통해 우수 사례로 언급되어 왔으나,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도입 배경 및 규제 완화와 관련된 제도 등이 체계적으로 연구된 바 없다. 이에 본 연구는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제도와 마리나 베이 지구의 대표적 도시개발 사례를 분석하여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체계 내에서 화이트 사이트 제도의 도입 배경, 사업 추진과정 및 공공·민간 부문의 역할 등을 분석하여 도시계획 제도의 유연화를 통해 민간 개발을 촉진시키고, 새로운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1.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싱가포르의 화이트 사이트 제도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 환경 - 실행 메커니즘 - 사례 분석 –성과 및 시사점’으로 연결되는 4단계의 분석 프레임을 설정하였다. 제도 분석을 통해 규제 완화의 근거를 파악하고, 실행 단계에서는 토지 공급 메커니즘을, 사례 분석에서는 민간과 공공의 협력적 운영 체계를 분석함으로써 유연한 계획 제도가 실제 공간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싱가포르의 전반적인 도시계획 체계와 도시계획의 실질적인 운영 및 실현 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의 관련 계획 및 정부간행물, 도시계획 및 주요 개발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이하 URA)의 홈페이지 및 공개 자료 등을 활용하였다. 또한, 국제업무, 관광, 상업, 주거, 문화 등 다양한 기능 집적을 유도하여 싱가포르의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는 사례를 고찰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토지 매각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마리나 베이 지구의 개발 과정 및 현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리고, 대표적인 복합 개발 프로젝트로서 이 지구의 핵심적 랜드마크를 형성하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와 ‘마리나 베이 파이낸셜 센터(Marina Bay Financial Centre)’에 대해 프로젝트와 관련된 정부기관 및 민간 개발 주체 등이 공시하고 있는 입찰 공고, 계약 서류, 프로젝트 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개발 과정의 특이점, 정책적 접근법, 활용 제도 등을 고찰하였다.
2. 선행연구 고찰
2.1. 도시계획상 토지이용 관리 수단
우리나라 도시계획에서 채택하고 있는 용도지역제(zoning system)는 용도를 분리하는 방식으로 토지이용을 관리하는 실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즉, 입지 특성에 맞는 건축물 용도를 부여하여 토지자원을 배분하고, 상충 용도를 분리하여 부정적 외부 효과를 억제하며, 건폐율, 용적률 등 개발 밀도의 관리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3]. 이러한 토지의 배타적 용도 분리는 도시개발 패턴 변화와 기성시가지 내 토지 이용의 효율성 제고 요구가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전제로 변화하는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융·복합 개발이라는 최근의 도시개발 추세를 충분히 반영하는 데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용도지역제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미국 도시들에서는 ‘형태기반코드(Form based Code)’가 활용되고 있다. 이는 기존 용도지역제와 달리 거리·블록 단위의 세밀한 구분을 통해 맥락에 맞는 형태를 정의하여 도시의 물리적 형태를 중심으로 공공 공간과 건물의 관계를 세밀하게 규정한다. 형태 코드를 활용하여 예측 가능한 물리적 환경과 양질의 공공영역을 형성하는 도시설계 규제 방식은 용도는 계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만, 건물의 형태와 도시공간의 관계는 유지된다는 측면에서 장소성과 정체성을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4].
한편, 전통적인 용도지역제에 의한 도시계획에 의존하지 않고, 토지이용을 관리하는 수단으로는 ‘계획허가(Planning Permission)’, ‘제한 계약(Restrictive Covenant)’ 등이 활용되고 있다. 계획허가제는 토지의 잠재적인 이용을 사전에 구체적인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고, 개발이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인 지방 정부가 개별 심사을 통해 검토하여 허가하는 제도로, 대표적으로 영국이 1947년부터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 개발계획에 기반하여 개발행위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개발행위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공익을 추구하기 위해 ‘계획 의무사항(Planning Obligations)’과 ‘공동체 기반시설 부담금 규칙(Community Infrastructure Levy Regulation)’ 제도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5].
제한계약은 특정 토지의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토지소유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토지사용 제한계약에 근거한 행위제한을 통해 토지이용을 관리하고 있는 미국 휴스턴(Houston)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휴스턴의 경우 공식적인 용도지역은 지정되어 있지 않지만, 지역사회들의 규칙과 제한계약 등을 혼합하여 토지이용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용도지역제의 부재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토지이용 규제가 동원되고 있음을 의미한다[6].
이상에서 살펴본 다양한 토지이용 관리 방식들은 용도지역 지정을 통한 용도 중심 규제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도시의 장소성,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도시계획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2.2. 유연한 도시계획 관련 국내 동향
도시의 다양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는 융복합 개발을 통한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특성과 수요를 반영하여 용도, 건폐율, 용적률, 높이 등 용도지역제의 행위제한 내용을 별도로 지정하여 지역 맞춤형 개발을 허용하는 도시관리 수단이 제안되었고, 2015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입지규제최소구역’을 도입하였다[7].
그러나, 도심, 철도 역사 등 공급자 중심의 지정 요건과 복잡한 행정절차 및 사업성 확보에 제약이 있어 제도 도입 이후 5년간 구역 지정 실적은 4곳에 그쳤고, 그 실효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었고,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 “도시계획 혁신방안”을 통해 공간혁신구역 3종의 도입을 발표하였다. 이는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도시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으로 ‘도시혁신구역’은 용도·밀도 제약 없이 자유로운 개발이 가능한 구역, ‘복합용도구역’은 용도 제약 없이 다양한 시설 설치가 가능한 구역, ‘도시·군계획시설 입체복합구역’은 도시기반시설 부지의 용도·밀도 제한을 완화한 구역으로 구분된다.3)
이 가운데, ‘도시혁신구역’은 기존의 입지규제최소구역의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한계를 개편한 것으로 적용 대상은 지정요건을 폐지하여 계획이 필요한 지역에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도록 대상지역의 제한을 없앴다. 또한, 토지이용에 있어서 토지의 용도와 건폐율, 용적률 등 밀도를 자유롭게 계획4)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구역의 지정은 지방자치단체가 ‘공간재구조화 계획’을 수립하여 지정할 수 있으며, 남용 방지를 위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2024년 7월 전국적으로 사업 후보지 16곳이 선정5)되어 구역 지정을 위한 관련 계획 수립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도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으로 통칭되는 신용도지역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변화에 따른 다양한 생활방식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용도지역제가 업무, 여가, 주거 기능이 혼합된 현대적 도시공간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고, 기존 틀을 넘어선 유연한 도시계획 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역 특성을 살려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복합적 토지이용이 가능하도록 일률적 규제를 줄이고, 건축물 용도·밀도·형태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도시공간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8].
이와 같은 유연한 도시계획을 위한 변화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시범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 있으며, 향후에는 세부적인 제도 적용과 운영 방식 전반에 관한 경험과 전문성의 축적이 요구된다.
3.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및 규제완화 제도
3.1.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체계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서 제한된 국토와 높은 인구밀도를 극복하기 위해 체계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여 집행해 왔다.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시스템은 장기적 비전, 중기적 실행계획, 단기 운영계획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구조와 강력한 실행력을 갖추고 있다(Table 1.).
도시계획 실무는 도시개발청(Urban Redevelopment Authority, 이하 URA)이 담당하고 있으며, 최종 승인권은 중앙 정부의 국토개발부(Ministry of National Development, MND)에 있다. URA의 공간계획그룹(Physical Planning Group)은 4~50년 간의 비전과 함께 전략적인 장기 토지이용 및 교통계획을 포함한 장기계획과 중기 도시계획이자 법정 토지이용계획인 마스터 플랜(Master Plan) 수립을 주도하고, 마스터 플랜상의 토지용도에 대한 용적률, 용적률 보너스, 건폐율, 건축선 후퇴, 높이 제한 등 규제를 정하고 시행하는 역할을 개발관리그룹(Development Control Group)이 수행한다[9].
장기계획(Long-Term Plan)6)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토지이용의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향후 50년에 걸친 싱가포르의 물리적 발전을 이끌기 위한 전략적 토지이용 및 교통계획으로 토지 및 인프라의 배분, 인구변화와 경제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적 개발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공항, 항만, 고속도로망 등 기반시설, 대규모 주거지 및 산업단지 입지, 녹지 및 수자원 확보 방안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10년마다 변화하는 미래 전망에 따라 재검토된다. 장기계획의 의도는 각 계획지역을 위한 세부적인 토지이용계획으로 구체화되어 마스터플랜을 구성한다[10].
마스터플랜(Master Plan)은 10~15년을 시간적 범위로 하는 중기계획으로 장기계획을 구체적으로 실행시키기 위한 법정 계획이다. 도시 내 세부 구역별로 가능한 구체적 토지 용도(주거, 상업, 산업, 녹지 등)와 개발 허용 밀도가 설정되며, 토지이용계획을 나타내는 용도지역 도면과 함께 용적률 산정 방식, 허용용도, 인센티브 등 개발규제를 포함한다. URA는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고 5년 단위로 재검토하며, 개발 규제 시행, 토지판매, 보존구역 지정 및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단기계획 성격의 상세 계획(Detailed Plans)은 실제 개발사업, 단지 조성에 대한 세부 실행 방안을 제공하며, 교통 체계, 공공 공간, 건물 형태, 스카이라인 등 상세한 디자인 지침을 제시한다. 수시 혹은 5~10년 단위로 수립되며, 교통청, 주택위원회 등 각 실무기관이 개별적으로 담당하고, 시행 과정에서 마스터플랜과의 정합성에 따라 내용을 조정한다[11].
3.2. 도시계획 운영 및 실현방식
싱가포르의 용도지역은 2025년 기준 31개 종류로 구분된다. 주거, 상업, 업무 등 단일 용도로 지정 관리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용도지역 자체가 복합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공원, 도로, 항만, 공항 등 도시계획시설들도 별도의 용도지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다. 용도지역의 지정, 변경은 URA가 5년마다 마스터플랜을 수정·보완하는 절차를 통해 결정한다[12].
용도지역별로 허용 용도와 건폐율, 용적률을 규정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싱가포르의 마스터플랜은 필지별로 용도지역의 종류와 용적률(Gross Floor Area) 제시하며, 별도의 문서(Master Plan Written Statement)7)를 통해 용도지역별로 허용하는 용도에 대한 설명과 개발 가능한 예시 용도를 규정하고 있다. 단일 용도로 지정된 지역의 경우, 지정 목적에 걸맞도록 지정용도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지정용도 외에 용도지역별로 제시한 허용 가능 용도 범위 내에서 보조용도를 지정하여 활용할 수 있다. 복합용도지역의 경우 지정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개발을 제한하기 위해 연면적 비율로 용도를 조절하여 적용하고 있다. 즉, 유도하려는 용도에 대해서는 최소비율을, 보조용도에 대해서는 최대비율 적용하고, 지역특성을 고려하기 위해 감독관청의 심사를 통해 허용용도 비율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한다. 용적률은 용도지역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 용도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상위계획의 개발방향, 주변 입지특성과 교통환경 등에 따라 필지별로 다르게 규정되는 것이 특징이며,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나 도시계획시설 용도지역의 경우 용적률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공공에서 주로 개발, 관리하는 도로, 공원 등 시설은 개발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용도지역별 개발규제지침(Development Control Guideline, DCG)은 주거용도와 비주거용도로 구분하여 용적률, 최대 유닛 호수, 건폐율, 건축선 후퇴, 높이 제한, 건물 길이 제한, 주차 등 요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도심부와 신규 개발이 많은 지역에 대해서는 지역별 디자인 지침(Design Guideline)을 추가로 제시하여 가능 용도 범위 내에서 보조 용도를 지정하여 활용하고 있다[13].
마스터플랜에서 정한 도시계획 및 설계 의도는 URA의 토지 매각 및 개발 조정 노력을 통해 실제 개발 기회로 전환된다. 싱가포르는 토지수용법(Land Acquisition Act)에 근거한 강력한 토지수용 정책을 통해 국토의 약 90%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정부의 토지매각(Government Land Sales, 이하 GLS) 제도는 도시 개발이 시기적절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보장하는 강력한 도구로 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전략적 위치에 적절한 시기와 용도로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체계적 토지 공급을 보장한다. URA는 매년 6개월 단위로 GLS 프로그램 하에 이용 가능한 토지 필지를 공개하여 입찰을 진행하고, 각 부지별 토지 이용, 개발 밀도,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여 ‘입찰기술조건서(Technical Conditions of Tender)’를 제공한다[13].
3.3. 화이트 사이트의 도입 배경 및 개발 현황
인구 밀도가 높고 국토가 한정적인 싱가포르에서 효율적 토지 이용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직주근접과 복합공간 수요의 증가 등 새로운 도시공간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기능을 결합한 고밀도 개발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그러나 기존의 용도별 구획 방식은 변화하는 시장 수요와 도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민간의 창의적 개발을 유도하고, 도시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995년에 용도를 지정하지 않는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를 공식 도입하였다[14].
URA는 구도심지역을 재활성화하여 상업, 호텔, 복합용도 등 다양한 개발을 모색하기 위해 1995년 차이나 스퀘어(China Square)와 미들 로드(Middle Road)의 두 필지를 처음으로 화이트 사이트로 지정8)하였다. 이는 업무 시간에는 활기를 띠지만 평일 밤이나 주말에는 텅 비는 중앙업무지구(CBD)에 활력을 불어넣고 상주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발 방식이 초기에는 아직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아 민간개발업자들에게는 위험 부담이 컸고, 이에 URA는 시장 수요에 따라 다양한 용도 조합을 제안할 수 있도록 화이트 사이트로 지정하여 개발에 유연성을 부여하였다. 이후 화이트 사이트는 도시기본계획(Master Plan)에 공식적인 용도지역 유형으로 공시되고 있다.
화이트 사이트는 도시계획에서 토지 규제를 최소화하여 개발사업자가 상업, 주거, 호텔, 공공시설 등 다양한 기능을 자유롭게 결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 기존의 엄격한 용도지역제와는 달리, 토지의 용도를 주거, 상업, 공업 등으로 분류하지 않고, 공간 효율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URA는 토지 매각 시 복합적 토지이용이 요구되는 필지를 ‘화이트 사이트’로 지정하여, 개발자가 용도와 비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지정 비율은 전체 토지의 1% 미만으로 매우 적다.
화이트 사이트는 특정 용도를 한정하지는 않지만 주거, 업무, 상업, 호텔, 생활숙박시설(Serviced Apartment), 여가클럽, 협회, 컨벤션/전시시설,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용도의 개발이 가능하며, 용도변경 옵션(Switch-use Option)을 활용하면 URA의 허가를 거쳐 상위 계획상의 용도 변경을 하지 않고도, 준공 이후에도 용도 변경이 가능하다. 이는 싱가포르 화이트 사이트가 가진 핵심적인 기능으로, 개발자가 시장 변화에 맞추어 공간 용도를 효율적으로 전환하여 최적화할 수 있게 해주는 권리이며,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개발업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토지 이용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 정부 소유 토지 판매 수익을 늘리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옵션은 단일 용도의 부동산보다 위험 분산 효과가 크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15].
URA가 2021년까지 GLS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매각한 화이트 사이트의 수는 20개소이며, 그 가운데 9개소(45%)는 도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 토지는 99년 임대방식으로 매각되었고, 대지 면적은 최소 2,600m2, 최대 35,515m2로 다양하며, 평균 면적은 11,600m2이다. 각 부지별 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의 비율(Gross Plot Ratio)은 최소 300%, 최대 1,390%로 다양하나, 도심부(Downtown Core)에서는 대부분 1,300% 이상이 일반적이며 인근 상업지역 용적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규정되고 있다(Table 2.).9)
4. 마리나 베이 지구의 도시개발 사례 고찰
4.1. 개발 배경 및 과정
마리나 베이(Marina Bay) 지구는 싱가포르의 지속적인 발전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바다를 매립하여 조성된 약 360ha 규모의 부지로 초기에는 도심을 위한 공원과 녹지 공간 조성이 중심 목적이었으나, 점차 금융, 문화·관광, 수변 여가 등 기능을 복합한 전략적 개발이 모색되었고, 기존 중심업무지구(Central Business District, CBD)의 연장선 상에서 새로운 중심지를 형성하며 아시아의 비즈니스 및 금융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16].
마리나 베이의 매립이 진행 중이던 1983년 URA는 이 지역의 개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적 명성의 건축가 아이엠 페이(I.M. Pei)와 단게 겐조(Tange Kenzo)를 초빙하여 마리나 베이 지구에 대한 개발 계획 수립을 의뢰하였다. Fig. 1.은 1986년에 발표된 페이와 단게의 마리나 베이 개발구상안이다. 페이는 새로운 도시기반을 격자(grid) 형태로 구상하였고, 반면 단게는 방사(radial) 형태로 제안하였는데, 단계적 개발과 시행에 있어 유연성이 우수한 페이의 계획이 채택되었다. 페이의 구상은 기존 도심을 구성하는 역사적 도시 격자망을 매립지 전역으로 연장 적용하여 새로운 도심의 가로망과 직선적인 수변 형태를 결정하고 있다. 그 결과 전체적인 도시 패턴은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 명확한 경계 없이 하나의 연속된 공간으로 통합시키고 있다. URA는 페이의 개발 비전을 바탕으로 토지이용, 교통, 개발 패턴을 구체화하였다. 격자형(grid) 패턴의 개발용지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필지 병합 또는 분할, 단계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17].
마리나 베이 지구에 대한 URA의 개발구상은 1997년 발표된 개발 가이드 계획(Development Guide Plans)를 통해 공식화되었다. 기존 CBD의 면적에 필적하는 85ha를 ‘신성장 구역’으로 설정하고 그 가운데, 50ha를 화이트 사이트로 지정하여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복합 용도의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공동구(Common Service Tunnel)를 계획하여 전기, 통신, 수도, 지역 냉방 시스템 등 인프라 시설의 유지·관리가 용이한 도시구조를 구축하였다[18].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는 마리나 베이 지구 내에 조성된 101ha 규모의 핵심 녹지공간으로 시민을 위한 대형 수변공원을 제공하고, 첨단 친환경 기술을 실증하는 복합적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수변 조망과 상징적 경관, 슈퍼 트리·온실 등 집객 시설을 통해 관광객 유입과 부동산 투자를 유발하여 주변 부동산 가치를 제고하고 있다. 2013년에는 도심에서 마리나 베이를 거쳐 창이 국제공항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Marina Coastal Expressway)가 개통되었고, 2017년에는 도심 중앙의 주거지역과 마리나 베이, 창이 공항을 연결하는 MRT(Mass Rapid Transit) 다운타운 노선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새로운 도심부로서 편리한 교통 접근성을 갖추게 되었다[19].
4.2. 화이트 사이트를 활용한 도시개발 방식
마리나 베이 지구의 필지 중 상당수는 Fig. 2.와 같이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로 지정되어, 상업·주거·호텔 용도의 비율을 민간 개발자가 제안할 수 있도록 설정되었다(Table 3.). 이는 개발용도의 규제 방식을 기존의 고정용도 구획에서 벗어나, 다양한 용도를 혼합하여 일, 주거, 여가가 모두 가능한 활력있는 도시공간으로 개발하기 위한 전략이다. 화이트 사이트는 전체 허용 연면적(GFA) 내에서 상업, 주거, 호텔, 클린산업 등 다양한 용도를 개발자가 자율적으로 비율을 결정할 수 있으며, 용도변경에 대한 추가적 비용도 없다. 이는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용도 구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복합용도(mixed-use) 개발을 촉진하는 제도로 작용하였다.
정부는 마리나 베이를 실현하기 위해 민관협력방식(Public-Private Partnership)을 적극 활용하였다. 마리나 베이의 매립지는 모두 국유지이기 때문에, 주로 GLS 프로그램을 통해 99년 임대 형태로 토지를 판매하여 민간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토지판매 방식으로 초기에는 공개입찰이 적용되었으나, 2001년부터는 시장의 수요가 확인한 후 입찰을 개시하는 예약제(Reserve List)가 도입되어 마리나 베이의 핵심 부지들의 판매에 활용되었다. 이는 개발자가 최소 가격을 제시하면서 ‘입찰 요청’을 제출한 후, 정부가 해당 가격을 수용하면 입찰을 개시하는 방식으로 이후 공개입찰이 진행된다. 최초 신청자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으며, 공개입찰 과정에서 신청자가 반드시 낙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제도는 시장침체기에 불필요한 토지공급을 줄이고, 실제 수요가 있는 부지에만 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민간 개발이 전체 도시 디자인 취지와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URA는 토지 매각 조건에 상세한 설계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다. 핵심 입지의 경우 건물의 형태, 셋백, 높이, 지붕층 형태, 저층부 레벨, 지하 공간, 가로경관, 조경, 공공공간, 보행 네트워크 등 세부적 항목에 대한 엄격한 디자인 지침과 용도 조건이 부과되고 있으며, 개발 전 URA의 서면 승인 필요하다(Fig. 3.). 이는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을 활용하면서도 정부가 도시 형태를 조율할 수 있게 해주는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였다[20]. 이로 인해, 마리나 베이의 시그니처 스카이라인은 전체적인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물 높이와 형태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완성되어 수변을 향해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독특한 계단형 스카이라인이 형성하고 있다(Fig. 4.).
URA는 단순히 토지이용계획과 GLS만 관리하는 기관에 그치지 않고, 2004년 마리나 베이 개발만을 전담하는 마리나 베이 개발 공사(Marina Bay Development Agency, MBDA)를 신설하여 마리나 베이를 진정한 글로벌 도시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플레이스 메이킹(place making) 역할까지 수행하였다. MBDA는 마리나 베이 지역의 주요 공공공간을 운영·관리하고, 주요 이벤트를 총괄하는 활동을 통해 마리나 베이가 단순한 오피스 지구가 아닌 다기능·고밀도·문화적 활력을 갖춘 도시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였다.
4.3. 마리나 베이 지구의 주요 개발 사례
마리나 베이 파이낸셜 센터(Marina Bay Financial Centre, 이하 MBFC)의 개발은 공공주도의 전략적 설계와 민간의 통합적 실행이 결합된 도시개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업무 및 금융지구 조성을 위한 복수의 화이트 사이트를 통합한 3.55ha 부지를 단일 부지로 통합하여 2005년 최고가 입찰을 통해 민간 컨소시엄에 일괄 공급한 후, 단계별로 종합적으로 계획하여 개발·운영하도록 하는 마스터 디벨로퍼(Master Developer) 방식으로 개발되었다.10) 이는 특정 지구 또는 지역 전체의 개발을 단일 개발자가 종합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도시개발 방식으로 정부의 장기적인 도시계획 비전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제도로 단일 개발자가 수립한 마스터플랜에 근거하여 시장 수요에 맞춰 단계적 개발과 용도 혼합이 유연하게 허용되었다[21].
MBFC 개발의 핵심 메커니즘은 용도 구성과 단계별(Phased) 개발의 자율성, 유연한 토지금융 방식, 그리고 계획·운영의 통합성으로 요약된다. 첫째, URA는 총 연면적(GFA)과 일부 계획지침만 제시하고, 오피스·주거·리테일의 비율은 개발자가 시장 수요와 앵커 테넌트 수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이에 따라 공급 시기와 상품 구성을 경기·임대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하도록 설계하였다. 용도를 오피스 70%, 주거 20%, 리테일 10%로 혼합 적용하고, 경기 변동에 따른 단계별 공급 시점을 조절하여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였다. 1단계로 2010년 오피스 타워 1·2, 주거 428세대, 상업시설이 개발되었고, 2단계에는 2012년 오피스 타워 3과 주거 221세대가 추가 공급되었다. 이러한 단계적 개발 구조는 경기 동향과 임대시장 상황에 대응하며 장기적 자산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금융 및 토지공급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선납 방식 대신, 1단계 대상 면적(GFA: 100,000m2)에 대해서만 토지 대금을 선납하고 이후 단계는 매입 옵션 형태로 순차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유연한 납부 방식(flexible payment scheme)’이 적용되었다. 이는 대규모 사업 초기의 자본 부담을 경감하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로 민간 컨소시엄의 과도한 차입 구조를 방지하면서도 장기적인 사업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11) 셋째, 계획·설계·운영의 일체화는 MBFC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였다. 개발자는 도시공간의 통합적 완성도를 확보하기 위하여, 건축물 배치, 공공공간, 보행 네트워크 및 대중교통 연계 계획을 단일 체계로 계획하였다. 완공 후에는 자산관리회사가 업무 및 상업 공간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임차인 구성, 공용공간 활성화 및 브랜드 관리를 일원화하였다. 이러한 일체적 운영구조는 분할 개발 대비 높은 관리 효율성과 도시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MBFC는 마스터 디벨로퍼 방식의 민간 개발을 통해 용도 복합과 단계별 개발을 시장 수요와 앵커 테넌트에 맞게 자율 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재고 축적을 피하고 완공 후 95% 이상의 높은 임대율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자본 부담 및 리스크를 완화하여 유연한 토지대금 납부 방식을 통해 초기 자본 부담을 줄여 은행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민간 컨소시엄의 자본력과 전문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용도 구성과 공급 시점을 유연하게 조정하여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민간 주도형 도심 복합개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광·MICE·카지노를 결합한 통합형 리조트(Integrated Resort, 이하 IR)12)의 개발을 검토하였고,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이하 MBS) 부지는 국제적 리조트 조성을 위한 전략적인 입지로 설정되었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MBS는 일반적인 URA의 GLS 경쟁 입찰 방식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산업통상부(Ministry of Trade and Industry) 산하 관광청(Singapore Tourism Board)의 주관으로 2005년 별도의 제안요청서(Request for Proposal, 이하 RFP)로 발주하여 2006년 사업자를 선정한 뒤, 토지가격을 사전에 고정된 가격(fixed land price)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공급하였다. RFP의 평가는 관광 기여도 40%, 건축·도시디자인 30%, 투자 규모 20%, 컨소시엄 역량 10% 등 MICE 산업에 대한 기대효과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일반적인 GLS처럼 최고가 입찰이 아닌 ‘컨셉 평가 우선’ 방식이 적용되었다.13) 정부가 토지가격 측면에서 일부 수익을 양보하는 대신 최소 투자 규모, 프로그램 구성, 운영 의무 등을 계약 조건에 명확히 반영함으로써 관광 활성화와 고용 창출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에 초첨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3개의 타워를 1.2ha의 공중공원(Sky Park)으로 연결한 구상안을 제안한 민간 컨소시엄이 개발자로 선정되었다. 정부는 MBS 부지를 예외적으로 GLS 틀 밖에서 처리함으로써, 인근 GLS 필지의 수요·지가·이미지에 마중물 효과를 제공하는 전략적 앵커 프로젝트로 활용하였다. 개발 계약(Development Agreement)에는 최소 투자규모, 일정 기간(84개월) 내 완공 의무, 국제적 MICE 유치, 공공 수변공간 및 이벤트 플라자 조성 및 운영 등 공공성 확보 및 관광산업 진흥 의무 등이 부과되었다[22].
MBS는 2007년 착공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자재, 노동력 부족으로 공사 지연의 문제를 겪었으나, 2010년과 2011년 단계적으로 개장하여 싱가포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며 마리나 베이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고, 마리나 베이 지구의 화이트 사이트 개발을 가속화하였다.14)
5. 결론
본 연구는 유연한 도시계획 제도를 통해 복합적 토지이용을 실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체계를 고찰하고, 마리나 베이 지구를 중심으로 화이트 사이트(White Site)의 도입 배경과 개발 방식, 그리고 공공과 민간의 역할 구조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용도 규제의 유연화가 실제 도시개발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펴보고, 그 제도적 특징을 도출하였다.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체계는 장기적 비전과 유연한 실행력을 결합한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장기계획과 마스터플랜을 주기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강력한 법적 기반 아래 URA가 중앙집권적으로 관리·조정하는 방식은 계획과 실제 개발 간의 괴리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각 부처 및 공공기관 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토지이용계획, 인프라 구축, 토지 공급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점이 싱가포르 도시계획의 핵심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화이트 사이트 제도는 이러한 계획 체계 속에서 도시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정 용도를 사전에 고정하지 않고, 개발자가 시장 수요에 따라 복합적 용도 구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고밀·복합 개발을 통한 토지이용의 효율성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제고하고 있다. 특히 용도 변경 옵션을 통해 개발 이후에도 용도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시장 리스크를 완화하고, 장기적인 자산 가치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제도적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리나 베이 사례는 화이트 사이트가 개발 및 정책 목표에 맞춰 차별화된 토지 공급과 사업 구조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실증한다. 화이트 사이트 및 토지 공급 방식은 개발 목적에 따라 민간 사업자에게 부여되는 자율성과 책임의 범위를 정교하게 조정하면서, 공공의 도시 비전과 시장 논리를 동시에 반영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토지 이용 규제를 완화하되 공공이 핵심적인 계획 틀과 목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국가 주도의 계획 역량과 시장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개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사례는 향후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계획 유연화 정책과 복합적 토지이용 제도 설계에 있어, 공공성과 민간 자율성 간의 균형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싱가포르 화이트 사이트 제도의 핵심은, 용도 규제를 완화하되 공공이 개발의 기본 틀과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토지 공급 방식과 계약 구조를 통해 민간의 역할과 책임을 정교하게 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공의 도시 비전과 시장 메커니즘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고,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한 국가 주도형·시장 활용형 개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싱가포르의 화이트 사이트 사례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도시혁신구역, 복합용도구역, 비욘드 조닝 등 도시계획 유연화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단순히 용도 규제를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민간의 창의적 개발을 유도하기 어렵고, 개발 목적에 부합하는 토지 공급 방식, 단계적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 구조, 그리고 공공과 민간 간 역할 분담을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즉, 고밀 복합개발이 요구되는 경우, 용도변경 옵션을 도입하여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요구되며, 이전적지와 같은 대규모 부지에는 마스터 디벨로퍼 방식을 적용하여 단계적 개발과 통합적 설계가 가능하도록 토지 공급 방식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세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의 자율성과 공공의 경관 관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지구의 대표 사례를 중심으로 화이트 사이트 제도의 운영 특성을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일반 지역 또는 쇠퇴한 구도심에서도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추가적 검토가 필요하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조건의 화이트 사이트의 개발사례를 추가적으로 검토하여 장기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토지 이용 변화, 임대율, 지역 활성화 효과 등의 계량적 지표를 통해 분석하거나, 국내 제도 적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Acknowledgment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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