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역할과 변화 방향 : 서울시 소규모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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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In an aged society where the school-age population is declining, small schools are encouraged to consolidate and close for economic and operational reasons. However, it is important to examine new possibilities, because elementary schools have various potentials as important regional public infrastructure. In this study, the possibility of a small elementary school as a community school considering the local characteristics and school situation was investigated.
The subjects of this study were eight elementary schools in the area around permanent rental apartments and multi-family housing, where the number of students has plummeted due to severe aging. Through interviews and surveys of local residents, eight schools were classified into three types, and a plan direction for community schools was suggested in consideration of the characteristics of each type.
All three types of schools require plans suitable to local conditions, because of their diverse characteristics in terms of school accessibility and regional representation. Type I schools have poor access to schools, but has high regional representation, so it is necessary to improve accessibility and actively open school facilities. Type 2 schools have good accessibility and high local representation, and it is possible to combine school facilities through program proposals that can be controlled. Finally, Type 3 schools, which occur in large-scale apartment complexes with good accessibility but low regional representation, are suitable for creating an independent community space through school integration.
Keywords:
Elementary School, School Consolidation, Aged Society, Community키워드:
초등학교, 통폐합 학교, 고령사회, 커뮤니티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는 2018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여 2025년에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전망하고 있다[1]. 반면,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00년 이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산어촌 폐교를 넘어 도심지역의 학교까지 통폐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과정 운영의 어려움”, “학교 운영의 어려움”, “학교 교육 재정 비효율성” 등의 운영상 이유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권장하고 있어 도심지역 학교의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2]. 하지만 초등학교는 물리적, 경제적 가치로만 그 역할을 판단할 수 없고, 지역의 가장 기본적인 공공인프라로서의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초고령사회에서 미래 학교는 새로운 역할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도시 계획상 학교시설 패러다임 변화를 통한 혁신적인 계획 방향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은 기존의 규격화된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여 미래교육과정을 지원하고 저탄소 에너지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친환경 그린 학교 구현을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미래 학교 공간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 있는 고령화로 인한 문제와 대안을 다루고 있지 않은 점에서 이러한 주요 이슈의 부각이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은 지역적 특성과 학교 상황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학생 수만을 통폐합 기준으로 설정하여 지역의 공공 인프라로서 학교의 가능성과 초등학교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이 검토되어 보고된 바가 없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고령사회의 도시지역 소규모 통폐합 대상이 된 초등학교의 특성과 지역적 맥락, 개별 학교 상황을 살펴보고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역할과 변화의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1.2. 선행 연구 검토
우리나라에서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에 관한 연구는 1982년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시행된 후 끊임없이 있었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에 대한 정책과 논의가 계속 변화되었다.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관련 요인을 분석한 박선하(1997)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관련 요인을 ‘교육여건 요인’, ‘지리적 요인’, ‘지역 사회적 요인’으로 분류하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인으로 학생 수, 학급수, 교직원 수, 교실 수, 교사 신·개축년도, 학생 수용도, 학교 소재지, 인근 학교와의 거리, 통폐합에 대한 주민여론 등임을 밝힌 바 있다, 초등학교 시설의 통폐합 기준 및 유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김승제(2001)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경제적인 이유로만 시행한다는 점에 대해 비판적이며 학교의 특수성을 인식하여 학교 통폐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역 주민의 정서를 고려한 학생 및 학부모의 협의를 강조하였다.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 분석 및 향후 과제를 제안한 엄문영(2017)은 저출산 시대의 학생 수 감소와 소규모 학교의 교육여건 악화 등의 이유로 적정규모 학교 육성 정책의 필요성은 인정하였지만, 통폐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사회의 황폐화 등을 고려하지 않았음을 비판하여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주민, 교육청 간의 협력을 통한 미래교육환경 변화를 제안하였다[3][4][5].
하지만 현재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인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표한 적정규모학교 육성 매뉴얼을 살펴보면 여전히 적정규모학교 육성 추진 대상 학교 선정기준을 학생 수와 통학 여건, 학생 배치 계획 등 통폐합을 위한 조건만을 설정하고 있으며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2].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으로만 일관됐던 도심지역 소규모 초등학교의 실태와 문제점 파악하고 지역 주민 인터뷰를 통해 선행 연구들에서 제안하였던 지역사회 안정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1.3. 연구의 범위와 방법
연구의 범위는 고령사회의 도시지역 통폐합 학교의 특징이 가장 복합적이면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서울시 소규모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설정하였다.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는 현재(2020년 기준) 총 39개교로 크게 주거지역 내 학교와 상업지역 및 개발제한구역 인근 학교로 구분될 수 있다. 상업지역 및 개발제한구역 인근 학교는 절대적 주거 수의 감소로 인해 소규모 통폐합 대상 된 경우로 본 연구의 대상에서는 제외하였다. 주거지역 내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주거유형 및 지역적 상황에 따라 다세대 밀집 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지역 그리고 재개발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다. 다세대 밀집 지역 내 학교는 13개교로 가장 많은 분포를 보였고, 영구임대아파트 지역 주변 학교는 8개교로 강서구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었다. 재개발 지역은 2개교로 추후 재개발 이후 다양한 변화 가능성이 있어 재개발 지역 또한 연구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Table 1.).
따라서 본 연구의 실제적인 대상 범위는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중 상대적으로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학생 수가 급속하게 줄어든 영구임대아파트 주변 지역과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초등학교로 그중 8개 학교를 선정하여 주민 대상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Table 2.).
주민 대상 설문조사와 인터뷰의 목적과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대한 주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지역 내 소규모 학교 발생 원인과 지역 학교 통폐합에 대한 찬반 의견을 조사하였다. 둘째, 초등학교 유휴공간 개방에 대한 주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학교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와 학교 유휴공간 개방에 대한 찬반 의견 그리고 학교 유휴공간에 설치 가능한 커뮤니티 시설을 조사하였다.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내 노인시설 수용에 관한 주민 의견을 알아보기 위해 현재 지역 내 노인 시설 현황과 학교 내 노인 시설 설치에 대한 찬반 의견 그리고 학교 내 노인 시설 설치로 인한 세대 교류 가능성을 조사하였다(Table 3.).
본 연구에서 진행한 연구 방법은 심층 인터뷰를 통한 질적 연구로서 통계로는 파악할 수 없는 지역별 주민들의 생활 방식과 주민과 학교와의 관계적 특성 등을 밝혀낼 수 있었으며, 총 101명의 주민이 조사에 참여하였고 영구임대아파트 지역 주민 52명, 다세대 밀집 지역 주민 49명으로 고르게 조사되었다. 응답자의 연령대는 지역사회의 주 거주층인 고령자와 예비 고령자 중심으로 조사되어 59세 이하보다 60세 이상이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64명)이 남성(37명)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Table 4.).
2.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특징
2.1. 지역사회 고령화와 학생 수 감소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는 1~2인 가구와 노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주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 조사 대상인 두 지역은 지역 내 고령 인구의 비율이 상당히 높고 학령인구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지역사회의 고령화와 학령인구 감소의 원인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먼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젊은 세대 유입을 어렵게 하는 도시 환경적 문제가 고령화와 학령인구 감소의 직접적 원인으로 파악되었다. 노인 인구 밀집 지역의 원인을 분석한 이유진(2018)에 따르면 주택환경이 불량하고 일상 활동 수요 시설,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곳에 노인 인구가 밀집하는데,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은 이러한 측면에서 노인 인구가 밀집하기에 부합하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6]. 특히 주차공간 부족, 공공시설 부족, 생활편의시설 부족 등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젊은 세대가 유입하는 것을 막는 요소이며, 지역 고령화와 더불어 학령인구 감소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도시 환경 문제로 볼 수 있다.
한편,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의 경우에는 거주민의 장기 거주로 인한 고령화와 지역 커뮤니티 고착화가 학령인구 감소의 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1989년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영구임대아파트는 초기에 도시 영세민의 주거 안정 대책으로 도입이 되어 거주민의 대부분이 젊은 세대였으나 건설된 지 30년이 지난 현재 거주민의 대부분은 노인과 장애인으로 전환되었다. 2017년에 SH(서울주택도시공사 Seoul Housing and Communities Corporation) 도시연구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영구임대아파트 가구주의 평균 나이는 64세이고 평균 거주기간은 16.1년으로 사실상 한 번 입주하면 평생 거주가 가능하여 새로운 인구의 유입은 거의 없고 지역 커뮤니티의 고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7].
열악한 주거 환경과 장기 거주로 인한 지역 커뮤니티의 정체는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고령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는 교육환경의 악화와 학교 폐교의 우려를 동반하여 주변 학교로의 위장전입(불법 주소 이전)을 촉발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도심지역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1) 발생과 회복 능력을 상실로 인한 학교 소멸로 진행을 불가피하게 한다(Fig. 1.). 따라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에 발생하고 있는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를 저출산 고령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해결해야만 하는 지역 사회의 현안으로 보아야 한다.
2.2. 학교시설 개방의 필요성
보행권 지역사회의 중심 공공시설로 초등학교를 계획한 페리(C.A. Perry)의 근린주구(Neigh bourhood Unit)이론2)은 초등학교를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공공인프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같은 맥락으로 서울시 교육청이 2001년부터 시작한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은 학교가 지역사회 공동체 생활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다목적 체육관, 수영장, 도서관, 컴퓨터실, 주차장 등의 설치 비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서울시 학교는 교육활동 및 학생 안전과 재산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학교시설을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학교시설 개방을 금지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학생 등교 전에 운동장을 사용’하거나 ‘주말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임대’하는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학교 공간을 활용하는 예도 있었지만, 소수 인원에 한정되어 있었고 이마저도 소수 인원의 특혜로 보는 주민들의 민원으로 잘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는 지역사회 중심의 공간이기보다는 어린 학생들의 학습공간으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어린 학생들의 안전한 학습 환경과 시설관리 문제의 명확한 해결이 없으면 학교시설 개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도심지역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에서의 학교시설 개방은 단순히 학습공간의 방해나 교육시설 안전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주변 지역은 열악한 도시환경으로 인해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면서 지가 상승으로 도시 내 오픈 스페이스를 확보가 어려운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서 초등학교 공간은 활용 가능한 유일한 공공시설이자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의 핵심적인 장소이므로 비어 가는 초등학교의 공간은 단순한 교육시설을 넘어 도시 기반 시설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주민 개방 문제는 심각한 고령사회로 변하고 있는 우리나라 도심지역의 노인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아젠다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장소이기도 하다. 다른 도심지역에 비해 고령화 진행이 빨랐던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주변 영구임대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은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 비해 노인시설이 질적, 양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본 연구에 실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 내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로는 ‘복지관’과 ‘경로당’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공원’과 ‘주민센터’를 이용하는 노인보다 ‘갈 곳이 없다’라고 응답하는 노인들이 더 많았다(Fig. 2.). 이러한 현상은 노인시설의 양적 부족을 나타내는 동시에 노인들이 다양한 활동 공간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결과이다. 따라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시설 개방을 활용한 노인시설의 공급은 부족한 노인시설의 양적 확대인 동시에 다양한 활동을 요구하는 노인들에게 사회참여의 기회가 될 것이다.
2.3. 유휴 교실의 발전적 전환 가능성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학급과 교직원 수의 감소는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내 유휴 교실을 불가피하게 증가시켰지만, 발생하는 유휴 교실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으며 학생 활동 공간이나 교직원 복지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 유휴 교실의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 어렵다. 경기도 지역의 학교 유휴 교실 활용 방안을 연구한 윤준영(2019)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학교 내 유휴 교실을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과 “전환 불가능한 교실”로 구분하여 활용 가능한 유휴 교실의 수를 파악하였고 효율적인 활용 사례를 보여주었다. 연구에 따르면 경기도 내 초등학교의 경우,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이 전체 유휴 교실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은 “현재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예산을 지원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교실”이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8].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의 현재 이용양상을 파악해 보았다. Table 5.은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중 강서구에 있는 초등학교의 교실 구성 현황이다. 12개의 일반 교실을 포함하여 특별교실(Special subject classroom) 12개, 학생지원실(Room for supporting student) 16개, 교사지원실(Room for supporting teacher) 12개, 교직원 행정실(Room for supporting staff) 7개, 총 59개의 실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 본 연구에서 파악한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은 24개로 전체 교실의 약 40% 정도이고, 그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파악된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의 첫 번째 유형은 비슷한 용도의 교실을 이름만 다르게 하여 구성한 경우이다. 특별교실 중에서는 ‘컴퓨터실과 정보화실, 스마트 교실’, ‘영어 체험코너와 영어전용실’, ‘실내체육실과 체육관’, 학생지원실 중에서는 ‘상담실, 진로상담실, 진로 체험실’, 교사지원실 중에서는 ‘교사 쉼터, 휴게실, 복지실’ 등이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두 번째 유형은 용도를 알 수 없는 이름으로 교실을 활용하는 경우로 ‘꿈 놀이터’, ‘꿈꾸는 교실’, ‘신나는 교실’, ‘해오름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된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내 교실들은 현재 특별교실이나 학생지원실, 교사지원실 등으로 전환하여 활용하고 있지만, 필수 불가결한 공간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은 비효율적으로 사용된 교실로 보일 수는 있으나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이 될 수 있으며 적절한 예산이 지원되고 안전과 관리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지역 사회의 주민에게 필요한 시설로 전환될 수 있다. 따라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에서의 발전적 전환이 가능한 교실은 고령사회 지속 가능한 초등학교 변화의 핵심 자원이다.
3.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유형화
3.1. 유형화 요소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유형화는 계속해서 증가가 예상되는 소규모 통폐합 대상 학교 활용에 있어서 중요한 작업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의 초기에는 통폐합 학교 선정기준을 학생 수, 건물의 노후도 등과 같은 기준 이외에도 통폐합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 최소화나 교통편의, 지역사회의 안정도 등과 같은 지역사회의 요인도 고려하였다[4]. 하지만 2016년 교육부에서 발표한 ‘적정규모 학교 육성과 폐교 활용 활성화’에서는 학생 수 기준으로만 통폐합 대상 학교를 농산어촌 지역과 도시지역으로만 단순화하였다. 이는 도시지역 소규모 학교의 경우, 주변 여건 다양하고 학교 여건에 따라 통폐합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학생 수 이외의 지역 사회적 분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도시지역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지역적 특성과 지역 거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주민 대상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적 분류 요소를 설정하였다.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유형화의 첫 번째 기준 요소는 접근성이다. 학교의 접근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행 접근성으로 지역 형성의 방법과 학교 위치,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타났다. 도시계획으로 조성된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의 초등학교는 보행 접근성이 대체로 양호하지만,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의 초등학교는 학교의 위치와 지역의 지형에 따라 보행 접근성에 차이가 있었고 이는 주민들의 학교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Fig. 3.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있는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3곳의 모습이다. 세 학교 모두 자연적으로 형성된 다세대 밀집 지역 내 초등학교이지만, 학교 A와 학교 B는 구릉지 중턱에 학교가 위치하고 주거지역의 외곽에 배치되어 보행 접근성이 떨어지고 학생, 학부모 외의 주민 접근이 거의 없었다. 반면 학교 C는 구릉지 아래 평지에 위치하여 보행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주거지역 중심에 위치하여 학생과 학부모 외의 지역 주민들에게도 지역 내 공간으로 분명히 인식되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세 학교의 통폐합에 대한 주민 의견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보행 접근성이 좋고 주거지역 중심에 배치된 학교 C는 지역 주민 대부분이 학교 통폐합을 반대했지만, 보행 접근성이 좋지 못한 학교 A와 B의 지역 주민들은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학교의 필요성을 인지 못 하고 학교 통폐합을 찬성하는 결과를 보였다(Fig. 4.).
학교의 접근성은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필요성과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큰 영향을 준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교는 지역 주민의 이용이 적어 학교 공간 활용이 낮지만, 주민들에게 중요한 시설로 인식되지 않아 활용 방법에 있어서는 자유롭다. 반면 접근성 좋은 학교는 학교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주민 인식이 높아 학교 공간 활용 방법에 있어서는 제약이 많지만, 학교 공간 활용을 통한 효과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의 접근성은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변화에 중요한 기준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접근성에 따른 학교의 유형화는 추후 학교시설 계획에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두 번째 유형화 기준 요소는 지역 대표성이다. 우리나라의 초등학교는 설치기준3)에 따라 지역사회에 1개 또는 2개가 배치되고, 자연스럽게 지역명을 갖는 지역의 대표적 중심장소가 된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로만 조성된 지역에서는 세대 수 기준에 따라 2,000세대마다 초등학교를 설치할 수 있어 지역 내 여러 개의 초등학교가 조성되어 지역 대표성이 약해진다. Fig. 5.는 조사 대상인 영구임대아파트 주변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로 학교 D와 E는 주변에 2,000세대 이상의 영구 임대 아파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유일한 초등학교로 지역 대표성이 강하지만, 학교 G, F, H는 아파트 단지로만 조성된 지역의 초등학교로 지역 대표성이 약한 학교이다.
학교의 지역 대표성 약화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지역 내 계층 분리이다. 특히 영구임대아파트와 같이 사회, 경제적 약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주변의 초등학교는 같은 규모, 같은 지역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아파트 주변 초등학교보다 학생 수가 훨씬 적고 위장 전입을 통해 입학을 피하는 등 초등학교의 사회적 분리 현상이 발생했고 학교 통폐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지역 대표성이 강한 학교의 경우에는 지역 내 유일한 학교로 통폐합에 대한 주민 반대의견은 강했지만, 사회적 분리 현상은 없었다.
“여기(학교)는 없어지면 안 되지. 아파트 주민이 얼마나 있는데. OO 아파트도 있고 OO 아파트도 있어. 그쪽 사람들 다 여기로 다니는데. 그냥 여기 놔두면 되지 왜 통폐합을 해.” – 유형 II 학교 E, 62세 여성
“엄마들 말에 의하면 어느 학교가 좋고 나쁘고 이거를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분양 아파트 주변) OO초등학교로 다 보내려고 해요. 전입신고를 다른 곳으로 해서 그쪽으로 보내려고. 그래서 다른 곳은 더 줄어드는 것이 맞을 거예요.” – 유형 III 학교 G, 60대 여성
초등학교의 지역 대표성은 단순히 지역 내 학교의 숫자로 판단될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를 통해 학생들 사이의 교류, 학부모들 사이의 교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사회학교로의 변화에서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지역 대표성이 약해진 학교는 적극적인 변화와 활용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지역 대표성이 강한 학교는 기존 학교의 역할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원의 효율적인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3.2. 유형별 특징과 차이
학교의 접근성과 지역 대표성을 기준으로 조사 대상인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8개 초등학교를 분류하면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Table 6.). 먼저, 접근성은 좋지 않지만, 지역 내 유일한 초등학교로 지역 대표성이 높은 유형인 유형 I은 구릉지에 건립된 다세대 밀집 지역 내 초등학교이다. 유형 II는 접근성이 좋고 지역 대표성도 높은 초등학교로 다세대 밀집 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모든 지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이다. 마지막으로 유형 III는 접근성은 좋지만, 지역 내 여러 학교가 배치되어 지역 대표성이 낮아진 초등학교로 아파트 단지로만 조성된 지역의 영구임대아파트 주변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리고 본 연구의 조사 결과 세 가지 유형은 학교 통폐합에 대한 주민 의견과 학교 공간 개방에 대한 주민 의견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으며 이를 통해 유형별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형 I은 다른 유형에 비해 학교 통폐합과 학교 공간 개방에 대한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Table 7.). 유형 I의 경우에는 지역의 유일한 초등학교로 사실상 통폐합이 거의 불가능하고, 접근성도 떨어져 학교 공간을 개방하여도 활용 효과가 크지 않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있는 소중한 공공시설로 학교 공간 활용을 통한 지역 환경 개선이 가장 필요한 유형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사실이 주민들의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동네가 오래되고 외부와 소통이 안 되는 구조다 보니 (학교) 시설이 좀 더 현대화되면 좋겠네요.” – 학교 A 주변 45세 남성
“저희 입장으론 초등학교를 계속 유휴공간으로 두기 아깝잖아요. 여러 시설과 결합해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 같아요.” – 유형 I 학교 A, 75세 남성
반면 유형 II는 유형 I과는 달리 접근성이 좋아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비워져 가는 교실 개방의 당위성이 있지만, 적절한 통제와 영역 분리가 없다면 학교시설과 주민개방시설 간의 안전 및 관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민 개방 시설의 적절한 프로그램, 학교시설과의 연계 방법 그리고 효율적이고 확실한 관리 등의 공간, 운영적 계획이 요구되었다.
“(학교 유휴공간을)사용하다 보면 운영하는 데 비용 문제가 많이 발생할 텐데 그런 것을 충당할 수 있으면 좋겠죠. 관리가 안 되면 지저분해지고 그럴 것 같고.” – 유형 II 학교 D, 62세 여성
“학부모들은 학교 가서 자녀들 교육도 볼 수 있고, 나를 위한 자기개발 시간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세대 간의 단절되는 벽을 허물 수 있는 그런 교육이요.” _ 유형 II 학교 D, 55세 여성
마지막으로 유형 III은 학교 통폐합과 학교 공간 개방에 대한 동의율이 가장 낮았다(Table 7.). 이는 다른 유형에 비해 지역 내 공공시설이 잘 조성되어 학교 공간 활용 필요성이 낮아진 이유도 있지만,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노인들의 학교 시설 이용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지역 대표성이 약해진 유형 III의 경우에는 적극적 통폐합으로 학교를 통한 계층 분리를 완화하고 비워진 학교 용지를 활용한 계획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여기 임대단지에 노인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그래서 여기서 물어보시면 조금 별로 긍정적으로 안 나올 수 있어요. (생략) 노인분들은 사용 원하실 수도 있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이들 위주로 이용되기를 원하죠..” – 유형 III 학교 F, 40세 여성
“여기가 영구임대여서 아무래도 노인분들이 많더라고요. 학군에 영구임대단지가 끼면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이 적더라고요” – 유형 III 학교 G, 43세 남성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 가지의 유형은 지역적 특성과 학교의 상황에 따라 학교 공간 활용의 필요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활용 방법이 달려져야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따라서 지금까지 학생 수 기준으로 소규모 통폐합 대상을 결정했던 일률적인 방향을 지양하고 지역적 특성, 학교의 위치적 상황, 지역사회의 현황 등을 고려한 도시지역 소규모 통폐합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도시지역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계획 요소는 지역 고령화에 대응하는 학교 내 노인시설 수용 가능성이다. 본 연구에서 실행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초등학교 주변 주민들은 지역 내 노인시설 부족과 학교 공간 활용의 필요성을 인지하여 학교 내 노인시설 수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하고 있지만, 학교 내 노인시설 설치로 인한 세대 교류에 대해서는 유형별로 차이가 나타났다(Table 8.).
특히 지역 대표성이 낮은 유형 III는 학교 내 노인시설 수용에 대한 찬성률이 가장 낮았고 학교 내 세대 교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노인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반영한 결과로 노인과 학생 간의 교류에 대해 부정적 결과를 우려하는 측면이 많았다. 하지만 학생과 노인 간의 교류는 일상생활에서뿐만 아니라 교육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어 학교 내 노인시설 수용과 세대 교류는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방향이며, 미래 초등학교의 핵심 역할이라 할 수 있다[9].
이러한 맥락에서 다음 장에서는 도시지역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지역성 특성과 학교의 상황을 반영한 유형을 토대로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노인 시설 수용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Table 9.).
4.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노인 시설 수용 방향
4.1. 유형 I: 학교시설 개방을 통한 지역사회학교
유형 I는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 내 위치하여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지역 내 유일한 초등학교로 지역 대표성이 높은 학교이다. 유형 I의 가장 대표적인 지역적 특성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다세대 밀집 지역 내 위치하여 주민들은 생활상의 불만족도가 상당히 높으며, 지역 활성화를 위해 학교 공간 활용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특히 주차장, 공원, 도서관, 주민센터 등의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목욕탕, 병원, 은행, 카페 등의 근린생활시설과 생활 체육시설도 부족하여 학교 내 주민 개방시설 설치에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
“젊은 사람들이 여기 이사를 잘 안 와요. 여기 옛날 동네라 큰 건물을 지어놓고 주차공간이 하나 없어. 그러니깐 노인들이 와서 살고 중국 사람들이 와서 사니깐 학교에 애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거야. 지역사회가 활성화될 방안이 나와야지.” – 학교 A 주변 73세 남성
“공원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집이 너무 붙어있어서 거주 환경이 안 좋아요.” – 학교 B 주변 27세 여성
하지만 학교 공간 활용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주민이 많은 만큼 “작은 학교에 대한 긍정적 평가”, “초등학교의 역사와 전통적 가치”,“지역 학생들을 위한 지속 필요성” 등을 이유로 학교 통폐합에 대해서는 반대도 많았다. 따라서 유형 I의 경우에는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보다는 소규모 초등학교 유지와 학교 유휴 공간 활용을 통한 주민 개방 시설 설치가 중요하다.
“학교가 서울 시내에 작은 학교라고 알려져서 얘가 지내기가 더 좋을 거 같지 않을까 싶어서 오게 되었어요.” – 유형 I 학교 A, 45세 남성
“제가 생각하기에는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보다는 소규모 학교로라도 지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 전통이 있으니깐...” – 유형 I 학교 B, 49세 여성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유형 I의 계획 방향은 학생 수가 줄어든 기존 초등학교의 교육 공간을 최소화로 유지하고 남겨진 유휴공간에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생활편의시설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학교시설 개방을 통한 지역사회학교(Community school)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학교 내 주민 개방시설이 설치되 경우, 접근성이 좋지 않은 유형 I은 노인시설 수용에서 있어서 한계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통한 접근성 향상이 필수적이고 무료 셔틀버스 활용이 가능한 데이케어센터(Daycare center), 노인복지관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수용이 가능하다. 다만 학교 내 노인복지시설이 설치되면 학생- 주민-노인 간의 다양한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고 서로의 공간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완충지대 계획과 운영 및 관리상의 독립이 중요하다(Fig. 6.). 지역사회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고 주 이용층이 고령자인 노인복지시설은 차량접근과 대중교통의 접근이 쉬운 곳에 배치, 학교는 지역 주거지로부터 도보 접근이 쉽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곳에 배치를 권장한다.
4.2. 유형 II: 학교시설 복합화를 통한 지역사회학교
유형 II는 주거지 중심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좋고 지역의 대표성도 높은 초등학교이지만, 지역의 심각한 고령화로 인해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유형이다. 유형 II의 경우에는 다른 유형과는 달리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주변 지역 어디에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유형으로 지역적 특성이 크지는 않지만, 지역 고령화와 학교 내 유휴공간 증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고령사회 도시지역 초등학교의 보편적인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유형 II의 주민들은 지역 내 노인시설 부족 문제를 학교 내 유휴 공간 활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학교 내 노인시설 수용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어차피 젊은이들도 늙어가니까. 노인과 어린이가 절충되어야 노인들한테도 활력소가 되고 어린이도 배우잖아요. 공존해야 해.” – 학교 D 주변 50대 여성
“우리가 모르는 것도 학생들이 알고 또 학생들이 모르는 것도 어른들이 알고. 그러면 서로 공경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 되잖아. 어른하고 애들하고 교차할 공간이 있으면 좋지.” – 학교 E 주변 70대 남성
하지만 유형 I과 달리 유형 II는 접근성이 좋은 주거지 중심에 위치하여 통제되지 않는 접근으로 인한 “학습 방해”, 익명의 주민 접근으로 인한 “안전 및 보안 문제” 그리고 노인 집단과 학생 사이의 “세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형 II의 경우에는 적절한 관리가 가능한 프로그램이 필수적이고 시간대별 운영 방법 또는 공간별 관리 방법 등의 고려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어수선해서 안 되지. 시설이 남는 거는 (생략) 애들 공부 활용공간으로 해서 ...” – 학교 C 주변 62세 여성
“성 문제나 보안 문제가 가장 크죠. 그리고 시설이 망가지면 찾기도 어렵고 추가 CCTV나 여러 가지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있는 것 같지도 않네요.” – 유형 II 학교 E, 40대 남성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유형 II의 계획 방향은 학생과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지만 적절한 영역 분리와 시간대별 운영이 가능한 학교시설 복합화를 통한 지역사회학교로의 전환이다. 학교시설 복합화는 학교 내 주민 개방시설 설치와는 달리 복합화 시설의 독립적인 운영과 관리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학교시설 복합화에서 가장 중요한 계획 요소는 학교와 시설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선정과 기존 공간 활용 방안이다. 본 연구에서 진행한 주민 인터뷰 결과, 학교 내 설치를 선호하는 시설로 ‘노인 교실’, ‘도서관, ‘유치원’과 같은 교육시설이 많이 언급되었다는 점은 평생교육시설이 지역사회학교로 전환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학교 내 개방시설로 되어있지만, 안전 및 관리의 문제로 개방되지 않고 있었던 식당, 도서관, 체육관, 컴퓨터실 등의 공간이 평생교육시설과는 쉽게 공유할 수 있으므로 기존 공간 활용 측면에서 충분한 이점을 가질 수 있다.
“학교에 가서 자녀들의 교육도 볼 수 있고 아니면 나를 위한 자기 계발 시간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세대 간의 단절되는 벽을 허물 수 있는 그런 교육이요.” – 유형 II 학교 D, 55세 여성
“우리는 시간이 많잖아. 노래 교실이라던가 컴퓨터 같은 거 1~2시간 정도 무료로 해주면 배울 수 있지.” – 유형 II 학교 E, 62세 여성
학교 내 평생교육시설의 설치는 앞서 유형 I의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노인 전용 시설 설치와는 분명히 다르게 접근해야만 한다. 부족한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노인시설의 확보가 중요했던 유형 I의 계획에서는 독립적인 시설 간의 운영과 관리, 그리고 완충지대 계획이 필수 조건이었다면 세대 교류와 공간 활용의 효율성이 중요한 유형 II의 계획에서는 통합 진입 공간 설계를 통한 초등학교와 주민 평생 교육시설의 영역과 동선 통제, 공유시설의 시간대별 사용 등의 ‘제한적 공간과 동선 분리’와 ‘공유 시설의 활용 방법’이 계획의 주안점이 되어야 한다(Fig. 7.).
4.3. 유형 III: 통폐합을 통한 분산형 지역사회학교
마지막 유형 III은 접근성은 좋지만, 대규모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 지역에 위치하여 지역 대표성이 낮은 학교이다. 유형 III의 학교가 조성된 1990년 중반에는 서울의 베이비붐 에코세대(1979년~1992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로 학생 수 증가와 함께 초등학교의 수가 부족했다. 따라서 2, 0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초등학교를 신설할 수 있다는 법규에 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지역에서는 아파트 단지 단위로 초등학교가 건립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아파트 단지 단위로 조성된 초등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 결속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주변 시설과의 단절 또는 지역 내 고립된 커뮤니티(Gated Community)를 형성하여 영구임대아파트와 일반 분양 아파트의 교류 기회를 축소 시키고 영구임대아파트 주변 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유형 III의 학교는 대상 지역을 학교 주변 영구임대아파트 지역으로만 본다면 다른 유형과 유사하게 고령화와 학생 수 감소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지역으로 범위를 확장해 보면 지역 내 여러 개 있는 초등학교의 문제와 영구임대아파트와 분양 아파트 사이의 갈등 문제, 그리고 노인과 젊은 학부모들 사이의 세대 교류 문제 등이 존재한다.
“아이들 다니고 있는데 노인분들이 드나든다면 엄마로선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여자(아이) 엄마들은 불안할 거예요.” – 유형 III 학교 G, 43세 남성
“여기 앞 공원만 해도 노인분들이 삼삼오오 모여계시는데 저녁에는 술을 드시기도 해요. (생략) 그분들이 한쪽에 그렇게 계시면 애들을 보낼 수가 없어요.” – 유형 III 학교 H, 40세 여성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유형 III의 계획 방향은 소규모 통폐합 대상인 영구임대아파트 주변 초등학교를 주변 학교와 통합하고, 이로 인해 비워진 학교 용지에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노인시설, 그리고 학교시설과 연계된 복합 커뮤니티 시설을 제안하는 분산형 지역사회학교로의 전환이다. 분산형 지역사회학교는 지역 곳곳에 있는 공공시설 및 주민 커뮤니티 시설과 연계된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교는 온전한 학생 교육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지역사회와의 교류는 새롭게 조성되는 주민 커뮤니티 시설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학교 내 다른 시설이 설치되는 다른 유형과는 달리 유형 III의 학교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학교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학생과 주민, 젊은 세대와 노인들 사이의 교류는 없다. 따라서 학교 통합으로 비워진 학교 용지에 조성된 주민 커뮤니티 공간에는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설치되어 적극적인 주민 교류 및 세대 교류를 유도하는 계획이 필요하다(Fig. 8.). 특히 세대 통합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사회복지관, 복합 커뮤니티센터, 도서관 등은 권장되는 시설이다.
5. 결론
본 연구에서는 소규모 초등학교와 지역 커뮤니티 시설 간의 복합화, 노인시설과의 연계를 통한 고령사회 지역사회학교의 가능성을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지역사회 고령화와 학령인구 감소는 도시지역 초등학교에 큰 영향을 줬으며,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과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지역에는 학교 통폐합이라는 풀기 어려운 과제에 만들었다.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학교의 유휴공간과 양적, 질적으로 부족한 지역 노인시설의 문제는 학교 시설의 개방과 학교와 노인시설 간의 연계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었다.
하지만 도심지역의 학교들은 학교가 있는 지역이나 학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 역할과 중요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변화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를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고 유형 특성을 고려한 계획 방향을 제안하였다.
유형 I는 학교 접근성이 좋지 않지만, 지역 대표성이 높은 학교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주로 형성된다. 따라서 학교 통폐합 및 학교시설 개방을 통한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접근성이 좋지 않아 주민 커뮤니티와 노인시설 설치, 활용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이에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유형 I의 계획 방향은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역 내 필요한 주민 생활편의시설과 노인시설을 설치하는 학교시설 개방을 통한 지역사회학교로의 전환이다.
유형 II는 주거지 중심에 위치하여 학교 접근성이 좋고 지역 대표성도 높지만, 지역사회의 고령화와 학생 수 감소로 학교 시설 변화가 필요한 유형이다. 하지만 접근성이 좋은 유형 II의 경우, 통제되지 않는 접근으로 인해 다양한 문제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가능한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안한 유형 II의 계획 방향은 평생 교육 시설을 포함한 학교시설 복합화를 통한 지역사회학교로의 전환이다.
마지막으로 유형 III은 접근성이 좋지만, 지역 대표성이 낮은 학교들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 지역의 영구임대아파트 주변에서 발생한다. 유형 III의 특징은 영구 임대 아파트의 고령화와 학생 수 감소의 문제는 별개로 영구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 사이의 갈등, 지역 내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교류 부재 등의 문제로 학교 내 주민 커뮤니티 시설 및 노인시설 설치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따라서 유형 III의 계획 방향은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 중 일부 학교를 통합하고 비워진 학교 용지를 독립적인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는 분산형 지역사회학교로의 전환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소규모 초등학교에 관한 정책은 통폐합을 위한 기준만 있을 뿐 지역적 특성과 학교의 다양한 변화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 소규모 통폐합 대상 초등학교의 지역적 특성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무 조건적인 통폐합보다는 지역사회학교로서의 가능성과 노인시설 연계의 방법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특히 본 연구를 통해 발견한 접근성과 지역 대표성은 초등학교의 중요한 요소이자 학교 변화의 주요 변수이기에 후속 연구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입니다. 과제번호: NRF-2019R1F1A1059020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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