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 of Architectural Heritage for the Conservation of Historic Urban Environment
Many cities in Japan retain older city structures with buildings in traditional form and style. Visitors are fascinated by charms and tranquility of pre-modern life styles. Architectural features of olden days are well conserved or carefully restored on purpose. In the case of Kawagoe city near Tokyo, local residents are largely replete with visitors without being necessarily aware of slow commodification of historic spaces. Kawagoe is yet socio-culturally sustainable and financially fit. This paper intends to analyse conservation strategies, with focus on architectural heritage, taken for the historic city of Kawagoe. With the population of 300,000 in the suburb of Tokyo, it is one of the best known historic cities in Japan. Kawagoe grew as a merchant city since 1700s, and it once reached to a major port of silk trade en-route to Edo (Tokyo) from northen provinces. Tourism industry is discovered as a key element in the conservation strategies applied to revitalize historic city center, Ichibangai, an important cultural heritage site with special reference to kurazukuri. This paper argues that augmentation of conceptions in architectural heritage is not only advantageous for the conservation of historic urban environment but it also provides opportunities for sustainable urban renewal.
Keywords:
Kawagoe City, Architectural Heritage, conservation, Tourism Industry, Historic Environment, Urban Renewal, 카와고에시(川越市), 건축유산(문화재), 보존, 관광산업, 역사적 환경, 도심재개발1.서론
1.1.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나라에서 지방도시환경의 개선과 문화재보존을 위한 각계의 목소리는 197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이 두 가지 문제는 상생의 기회가 부여되기보다는 배타적이고 대립적인 성격을 가진 것으로 자주 비춰져왔다. 도시재개발을 위해 기존의 도시구조를 이루고 있던 건축물들은 피할 수 없는 철거의 운명에 처하거나 개발의 우선순위에 밀려 방치되곤 했다. 국내~외에서 이러한 사례는 무수히 발견된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건축문화재보존과 도심재생이라는 일견 상반된 성격의 사업들이 상호호혜의 원칙하에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건축문화재의 개념과 그 가치에 대한 시대적 이해와 평가가 변화되었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에 힘입은 관광산업의 성장을 통해 도시의 문화적~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새로이 설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역사적 도시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통건축물의 활용방안을 사례연구를 통해 제안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도시환경의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지만, 이들의 역량을 융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견은 국내에서 비교적 최근에야 제기되기 시작했다.1) 본 논문은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의 마을가꾸기운동(まちつぐり)에서 드러난 성공적인 사례를 토대로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도출하고자 한다.
1.2.연구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일본의 카와고에시(川越市) 이치반가이(一番街)의 경우를 연구대상으로 역사적 문화환경의 보존을 개념으로 한 도심재생전략을 파악하고자 했다. 1920년대 이후 지속적인 쇠퇴를 경험한 전통 역사도시의 물리적 변화를 사진과 문헌자료를 통해 관찰하고 건축문화재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동시에 분석했다. 수 차례에 걸친 현장실측과정을 통해 도면화한 시각자료를 활용하여 역사도시의 전통과 문화적 성격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드러나도록 의도했는지 그 구체적인 방법과 효과를 살펴보고자 했다.
2.건축문화재 보존을 위한 이론적 고찰
2.1.건축물 보존운동와 건축문화재의 개념
역사적 도시환경의 보존을 위한 학술적인 발전과 실행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96)와 프랑스의 유진 비올레 르 뒥 (E. Viollet-le-Duc, 1814-79) 등에 의한 건축물 보존은 단일 건축물 혹은 오브제의 보존과 복원을 주된 목적으로 했었다. 고딕부흥운동(Gothic Revivalism)가 맞물려 근대국가의 문화적 정체성 확립과 역사적 낭만주의가 섞인 초기의 건축물 보존운동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의 기초를 닦는데 큰 기여를 했다. 영국의 이론가 윌리엄 모리스는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과 더불어 보존을 주창하기 시작한 인물이다. 1877년 발족된 고대건축물보존협회(SPAB: Society for the Protection of Ancient Buildings)는 건축물의 가치를 생성하는 예술적·역사적인 모든 요소들을 보존의 대상으로 하며 교육받은 모든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건축물보존의 성격과 대상을 규정했다.2) 이후 건축물의 보존과 연관된 수 차례의 국제회의가 개최되었고 점차적으로 그 개념과 속성이 구체화되고 보편적인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된다.
고대유적과 기념물을 보존하자는 취지의 아테네헌장(Athens Charter, 1931)은 추상적이고 원론적 성격이 강했지만, 1941년 르 코르뷔지에가 새로이 작성한 아테네선언문에서는 건축물의 구조와 배치를 포함하는 보다 구체적인 형태의 보존범위가 제시되었다. 개별건축물의 보존에서 구역 혹은 지역의 보존을 개념으로 하는 외연의 확대를 도모했다. 1964년의 베니스헌장(Venice Charter)은 앞선 아테네 헌장을 토대로 국제기구인 ICOMOS를 출범시키고 세계 각국의 정부로부터 문화유산보존을 위한 규정을 제정하고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효과적으로 건축물 보존에 기여하게 된다.3) 1988년 호주 버라(Burra)에서 개최된 ICOMOS회의에서는 문화유산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버라헌장(Burra Charter)으로 공표했다.4) 버라헌장에 따르면 문화유산의 중요성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세대에게 미적·역사적·과학적 혹은 사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규정했다. 즉, 가변적인 문화재의 가치측정 기준을 특정한 시대에 한정하지 않고 미래에 창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문화재에 대한 개념과 정의는 더욱 정교하고 세련되게 교정되거나 변화될 수 있게 되었다. 더 나아가 1994년 일본 나라(那羅)에서 개최된 UNESCO 세계문화유산회의에서는 국가와 문화권마다 차이가 있는 문화재의 개념과 보존의 특성을 존중하고 보편적인 세계유산으로 인정되도록 하는 취지의 선언문을 도출한다.5) 목조건축물의 유지관리를 위한 정기적인 해체조사를 비롯한 일본의 전통문화가 가지는 특성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수용되도록 했으며, 다양한 지역과 문화권의 개성이 존중되도록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문화가치의 발견과 창조를 통해 미래의 부가가치는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
2.2.건축문화재 보존의 위기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문화재의 가치를 지녔던 많은 건축물들이 의도적으로 철거되었다. 대개 경제적인 가치창출을 위한 것이 목적으로 F. L. 라이트가 설계한 동경제국호텔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의 건축가들과 각계의 지식인들이 철거를 재고하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결국 제국호텔은 철거되고 그 자리에는 고층의 상업건물이 무취무색의 형태로 들어선다.(鈴木, 2014)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라이트의 건물은 아마도 더 큰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당시의 사회상은 지금과는 맥락을 달리했다. 일본은 그 이후 건축물보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고 대책마련에도 적극 나서게 된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 본 논문의 주제와 연관된 것으로는 노후화된 한옥주택지의 보존과 재생에 관한 연구에서 문화재보존법에 보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개선에 주력한 개발안이 제시된 보고서를 들 수 있다.6) 문화재에 대한 인식전환과 더불어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2.3.건축문화재의 맥락과 가치창조의 문제
문화적 맥락과 가치의 변화는 현존 건축물과 장소에 대한 문화적 가치평가를 유보하게 하며, 새로운 이해와 개념의 설정 그리고 평가와 기대가 따르게 된다. 오늘날 건축물보존의 개념은 과거에 비해 보존의 대상에 대한 범위가 외연적으로 확장되었음은 물론이거니와 보존의 개념과 속성도 변화되었다. 건축물보존의 목적과 방법이 변화되면서 보존을 통한 기대와 효과 또한 달라졌다. 영국과 같은 문화선진국의 경우 고대에서부터 근·현대의 문화유적지를 방문하는 것이 오래전부터 가장 보편적인 관광의 형태로 자리잡았다.7) 특히 항공교통과 인터넷 통신의 급속한 발전은 세계화를 통한 세계문화유산의 공통적 관심사를 드러내었고, 관광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건축물보존의 목적이 과거의 미적·기술적 성과를 후대에 전승하는데 그치는 소극적인 것이었다면 현재는 교육 및 홍보를 포함한 유·무형의 부가적인 가치창출에 방점이 찍혀있다. 지역문화의 정체성 확립과 관광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효과 그리고 지방정부의 세원확보 등 다양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건축문화재보존은 여타의 미술품과 공예 등에 비해 관광의 대상으로 활용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재료이다.
건축물의 보존과정에서 기존의 용도를 바꾸어 새로운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용도가 바뀐 건물이 얼마나 새로운 기능을 수용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 보존사업 성공의 관건이 되기도 한다. 버먼(2001)의 연구에 의하면 건축문화재의 새로운 역할을 신중히 선택하고 실행한 경우 성공적으로 새로운 요구에 부합할 수 있으며, 문화재보존에 가장 위협적인 것은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것이다.8)
3.카와고에시(川越市) 전통건축물 보존전략
3.1.카와고에시(川越市)의 현황
카와고에시(川越市)는 인구 30만명 정도의 소규모 도시로 동경외곽 사이타마현(埼玉縣)에 위치해 있다. 18세기 이래로 비단과 공예품 생산을 기반으로 한 상업도시로 발달했으며, 일본 북부지방에서 수도였던 에도(江戶)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에 위치해 있어 창고업과 유통을 중심으로 번창했다. 카와고에는 동경까지 직선거리가 30km에 불과한 지리적 잇점과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1922년 사이타마현에서 가장 먼저 현(縣)으로 승격되는 등 발전의 가도에 있었지만 근대도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도심의 중심상업가가 남쪽으로 이전하는 전환기를 맞게 된다. 동경으로 가는 기차역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발생한 일이지만, 이치반가이(一番街)로 불리웠던 구(舊)시가는 자연스레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1960년대 이후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의 시장 기능마저 기차역 주변에 들어서자 과거의 영광은 잊혀지는 듯 했다. 하지만, 이치반가이에 조성되었던 에도시대(양식의) 전통건축물들은 상대적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하여 지역주민들로 하여금 마을가꾸기운동을 통한 문화환경 보존운동의 대상이 된다.
한편, 카와고에는 막부(幕府)에서 메이지(明治)시대까지 300여년에 걸쳐 큰 부(富)를 쌓은 상업도시로 발전하던 중 1893년 화재로 인해 전체 도시의 ⅓에 달하는 1,300여 간의 건물이 소실되고 만다.9) 이 사건을 계기로 카와고에시의 상인들은 방화 및 내화성능을 가진 건축물을 짓게 되는데, 서양식의 석조건물도 같은 시기에 도입된다. 1871년 시카고 대화재를 계기로 시카고 스쿨이 등장하고 방화구조의 고층사무소가 들어선 것과는 달리 카와고에 창고건축의 긴급한 축조는 전통방식을 개선한 방식을 채용하게 된다. 추정컨대 단시간에 많은 창고를 지어야했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과 건축재료를 조달해야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서양식 석조건축은 가능했지만, 단기간에 실행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였다. 아라마키(荒牧, 2009:29)에 의하면 심지어 주변의 창고건물을 사다 그대로 이축하기도 했다고 전해지며, 한편으로는 동경 니혼바시(日本橋) 주변의 창고형식을 동경해오던 터에 이를 따라 축조한 면도 있다고 한다. 이치반가이 전통건축물의 역사적 맥락은 이렇듯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문화적 연속성이 지켜졌다.
3.2.이치반가이(一番街)의 건축적 특성
이치반가이(一番街)는 1893년 대화재이후 방화구조를 가지게 되었고 창고업을 주축으로 한 지역의 특성덕분에 건축양식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확보되어 보존대상으로서의 문화적 가치가 뚜렷이 부각되었다. 지방정부와 지역주민들은 외부 건축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저극적인 보존활동을 전개해 갔다. 쿠라노카이(藏の会)로 명명된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쿠라츠쿠리(藏造り)라고 불리우는 창고형식의 전통건축물을 보존하자는 취지의 보존과 복원운동을 실행했다.10) 1987년 9월부터는 카와고에 시민들로 구성된 마치나미위원회가 구성되고 매월1회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기존건축물의 개·보수는 물론 신축에 대한 심의를 맡았다.11) 위원회는 1988년 4월 마치츠쿠리 규범을 완성하고 본격적인 심의활동을 시작했으며, 도로정비와 주차장설치를 비롯한 각종 활동을 지속한 결과 1995년 건설성으로부터 마치츠쿠리표창을 받기에 이른다.12) 카와고에의 마치츠쿠리 규범은 미국의 도시학자 C.알렉산더의 패턴랭귀지를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모두 67개 항목에 이른다.13)
한편, 카와고에시(川越市)의 이치반가이는 보수적인 측면에서 문화재보존과는 그 개념을 달리한다. 이치반가이(一番街) 가로에 접한 쿠라츠쿠리 건축물들 중에는 사적(史蹟)과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된 개별건축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1900년경에 지어진 상업용 창고건물이다. 건축연대가 오래지 않을뿐더러 창고의 기능이 단순한 관계로 건축문화재로서 가치는 제한적이었다. 특히, 내화구조를 채택한 이 마을의 창고는 여타지역의 것과 구분될 수 있어 개별적인 성격의 구분 못지않게 지역의 집단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논의가 제기된다.
3.3.쿠라츠쿠리(一番街) 전통건축물의 보존
카와고에시에서는 쿠라츠쿠리로 대표되는 전통건축물의 보존을 위해 해당 건물에 대한 세제혜택을 부여했으며, 경관조례를 신설하고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행정적 지원을 제공했다. 가로변을 따라 철거된 가옥 등은 공원으로 조성하고 방문하는 보행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노면포장도 개선했다. 가장 돋보이는 노력중 하나는 1900년 이전의 가로풍경을 재현하기 위해 이치반가이 가로변에는 전신주를 철거하고 지중화공사를 시행한 점이다. 카와고에에 창고건축이 건축된 시기는 에도시대로 1893년 화재 이후 재건했을 때 보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므로 전선의 지중화까지 이루어진 것이다. 전신주가 철거된 덕분에 카와고에마츠리(川越祭) 축제는 전통건축물로 가득찬 가로를 배경으로 전근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14) 건축물의 보존과 구도심의 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추가적인 노력도 경주되었다. 관광객을 겨냥한 1920년대의 시내버스까지 도입하여 운행하도록 하는 지혜는 다른 일본의 지방도시에도 파급되어 좋은 반응을 거두고 있다.15)
카와고에시의 지속적인 노력덕분에 이치반가이는 1999년 국가지정‘중요전통건조물군보존지구’로 지정된다. 현재 카와고에시는 국가등록문화재 7점을 비롯하여 유ㆍ무형 문화재와 사적ㆍ고적을 합하여 모두 126점의 문화유산이 존재하는 간토(關東)지방의 주요한 관광지이다.
3.4.쿠라츠쿠리 보존을 위한 문화재 개념의 확장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는 건축문화재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것을 앞서 이론적 고찰에서 살펴보았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제한적인 문화재의 개념은 그 시대의 인식과 의지가 담긴 것이다. 오늘날 박물관의 주요한 소장품인 복식(服飾)문화재 그리고 공장의 기계부품과 수공예품 등은 20세기 초반까지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건축물의 경우 1964년 루도프스키가 기획한‘건축가없는 건축’전시회가 개최될 때까지 일반인의 주택은 건축문화재로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시회 이후 고급주택는 물론 농촌의 민가와 집합주택 등에 문화재의 가치를 부여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획기적인 인식의 전환이 발생한다.
쿠라츠쿠리(藏造り)는 공간적, 시간적 그리고 건축적 측면에서 문화재적인 가치를 새로이 발견하거나 그 개념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 쿠라츠쿠리 보존운동이 전개될 당시 대부분의 해당 건물들은 지어진지 100년도 경과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여타 지역에서 이러한 건축물들이 보존되지 않은 점 그리고 쿠라츠쿠리 건축의 다양한 특성을 부각시켜 관광상품할 수 있는 잠재성이 크다는 점에 착안했다. 법령과 행정상 문화재의 소극적인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문화재의 가치를 확장해 해석함으로써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4.쿠라츠쿠리(藏造り)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
4.1.전통건축물의 가치창조
카와고에시는 현재 연간 50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관광중심지가 되었으며, 각종 통계지수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미즈오(溝尾)와 스가와라(菅原)(2000)의 연구에 의하면 1982년부터 1997년 사이 쿠라츠쿠리박물관(藏造り博物館)의 방문객은 약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는 중국과 한국 등지의 해외관광객의 방문도 늘어나 증가폭이 더욱 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NHK의 아침드라마 츠바사(つばさ)를 비롯한 각종 시대극의 드라마 촬영지 혹은 배경으로 이치반가이가 등장하면서 유명세는 더해졌으며, 연간 500만명 이상의 많은 방문객이 이곳을 찾게 되었다.16) 미디어의 영향으로 관광객이 늘어나는 경우는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한류영화와 드라마를 통한 일본관광객의 국내유입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1960년대 이후 이치반가이의 상점가의 기능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반면 업종은 많은 변화가 따랐다. 특히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음식점과 안내소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전체의 60%에 달하는 업소가 업종의 전환을 이루었다.17) 다만, 이러한 업종의 전환에 불구하고 기존의 쿠라츠쿠리 건물들이 수용가능한 범위내에서 전환이 이루어졌다. 건축물의 사용용도의 변화는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건축물의 매력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와고에시는 전반적으로 쿠라츠쿠리의 보존을 통한 도시환경의 보존에 거주자들이 만족하고 있으며, 문화적 가치의 창출과 건축물의 보존 그리고 구(舊)도심의 개발이라는 결실을 이룬 좋은 사례로 판단된다. 선행연구의 설문조사결과에서는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은 반면 상인들은 기대치만큼의 경제효과가 없어 실망하기도 했다.18) 건축물의 보존과 도심재생의 물리적 효과에 비해 경제적 효과가 초기에는 약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러한 설문결과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그림 3에 제시된 이치반가이의 도면을 살펴보면 왕복 2차선의 가로하나를 사이에 두고 쿠라츠쿠리 건축물(해칭이 있는 지붕)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입도로는 좁고 주차가 불편해서 오랫동안 머물 수 있는 시설과 휴식공간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부분의 방문객이 단시간 체재 후 떠날 수 밖에 없는 공간구조를 하고 있다. 문화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관광객의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동기의 유발 혹은 특화된 소비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한 현재의 상태는 당분간 유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부가가치 창조를 위해 민ㆍ관협동 및 학제간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4.2.쿠라츠쿠리(藏造り)를 활용한 도시환경의 보존
쿠라츠쿠리(藏造り)의 문화적 가치는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도시 생태환경의 복합성이다. 이치반가이(一番街) 가로변의 쿠라츠쿠리 건축물은 집단적 균질성이 존재하는 동시에 개별건축물의 특질이 나타나 있다. 그림 4번과 5번은 연구대상지의 가로입면을 순서대로 촬영한 뒤, 측량을 거쳐 도면화한 것이다. 도면자료는 건축문화적 맥락에서 추상적으로 느껴지던 사진속 건축적 요소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치반가이(一番街)가로변의 쿠라츠쿠리(藏造り) 건축물의 이미지는 전통적 형태를 가진 공통점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 채 한 채의 건축형태는 동일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지붕과 입면의 크기와 높이, 가로변 전면부의 구성과 이용행태는 동질성 못지않게 두드러진 개성을 가지고 있다. 지붕 타일을 비롯한 재료 또한 유사하지만 적용된 기법이 다르고 세부장식의 수법과 기능도 다르다. 즉, 이치반가이 가로변은 그 외연의 형태는 연속성이고 균질하지만, 개별건물이 지니는 개성과 특질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과 균질성의 공존은 도시생태환경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드러내주고 있으며, 쿠라츠쿠리 보존과 도심재생이 동반 성공할 수 있는 요소로 작동한다. 쿠라츠쿠리의 두번째 문화적 가치는 현대 도시사회에서 실종된 지역의 정서 혹은 커뮤니티의 정서를 재생하는 효과이다. 이 점은 도심재생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박물관과 안내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낭만적 도시재생전략이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쿠라츠쿠리를 비롯한 카와고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환경에 대한 각종 홍보와 교육연수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지역 자원봉사자의 재능기부 등 시민들은 일련의 참여활동을 통해 지역민의 정체성과 소속감을 고취시킨다. 이 지역의 보수적인 커뮤니티 정서는 외지인들이 정착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만, 정착과정에서 자연스레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게 되고 지역민의 정체성도 획득하게 된다. 쿠라츠쿠리는 지역민의 정체성구성에 상징적 효과를 제공하는 동시에 시민참여활동을 통한 실질적인 기능도 함께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쿠라츠쿠리의 건축사적 가치를 들 수 있다. 이치반가이 가로변에는 두꺼운 흙벽으로 건축된 토장조(土藏造)와 얇은 흙벽구조의 도옥조(塗屋造)와 같은 전통적 에도시대 건축기법과 내화재료가 추가된 기법 그리고 서양식 석조건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기술과 형태가 보존되어 있다. 전통건축물의 존속과 더불어 서양건축이 유입된 이치반가이의 가로변보존은 메이지시대의 역동성을 시·공간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카와고에시는 문화재의 개념확장과 가치의 부여 및 이를 확산시키는 일련의 노력을 통해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도시재생의 경제적 문화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5.결 론
본 연구는 건축물보존과 도심재개발이라는 다소 대립적인 성격의 연구주제를 가지고 선진사례연구를 통한 발전전략을 제시하고자 했다. 동경 근교의 카와고에시(川越市)는 전통건축물의 잠재적인 문화적 가치를 일찌감치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민․관이 협력하여 지역문화의 보존과 도심재생에 성공한 사례를 남겼다. 본 연구에서는 건축문화재에 대한 일반적 개념의 확장과 재정립 그리고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전통문화환경의 보존과 지속가능성을 고찰했으며, 문헌조사와 더불어 실측을 거친 도면자료를 작성ㆍ분석하여 역사적 도시환경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살펴보았다.
카와고에(川越市)시에서 쿠라츠쿠리(藏造り)는 건축사적인 측면에서 문화재의 가치와 더불어 개별건축물의 독자성이 돋보이는 복합적인 현상으로, 지역의 보수적인 커뮤니티를 지속시키는 윤활제의 기능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건축문화재 개념의 확장과 새로운 가치의 부여 그리고 이를 향유하고 확산시키는 전략은 문화적 소비창출이라는 방식으로 역사적 도시환경의 보존과 도심재생의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국내와 외국에서 문화재보존과 활용을 위한 다양한 시각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시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으며, 국내 한옥밀집지역의 보존과 건설적 활용을 위한 자료축적 및 활용에 적극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건축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은 역사적 도시환경의 보존과 개선을 모두 기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심재생 전략이다.
Glossary
1) 국토교통부 및 지방도시가 발주한 도심재생연구용역은 중앙부처와 지방도시의 협력및 학계와 사업자 등이 연계된 긍정적 사례이다.
2) N. Klein (eds.) The Collected Letters of William Morris. Princeton Univ. Press, pp.359-360: see also C. Miele (eds.) William Morris on Architecture. Sheffield Academic Press Ltd., 1996, pp.52-55
3) 한국의 경우 2004년 문화체육관광부에 한국위원회가 설치되었다.
4) Burra Charter, The Australian ICOMOS Charter for the Conservation of Places of Cultural Significance. Initially adapted in 1979 with revisions in 1981 and 1988.
5) Nara Document on Authenticity, Conference and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1994
6) 한국과학재단, 도시전통주거지역 공간구조의 보존과 재생을 위한 조사 및 기법개발에 관한 연구, 1997.10.31. (과제번호:94-0600-07-03-3)
7) M. Hunter (eds.) Preserving the Past: The Rise of Heritage in Modern Britain. Alan Sutton Publishing Company, 1996, chapter 1.
8) P.A.T.I. Burman, What is Cultural Heritage?. In Baer, N. S. & Snickars, F. (eds.) Rational Decision-Making in the Preservation of Cultural Property. Dahlem University Press, 2001, pp.20-21
9) 松尾鉄城, 小江戶川越見て步き. 幹書房, 東京, 2009, pp. 55-56
10) 溝尾良隆ㆍ菅原由美子, 川越市一番街商店街地域における商業振興と町並み保全, 人文地理, 第52券 第3号, 2000, pp.300-315
11) 福川裕一, 川越の町 づくに關するルーについて. In Esplanade, 1999年 4月, No.50, p.9
12) 岡田岳人, 岡崎篤行, 傳統的建造物群保存地區指定の最終段階における合意形成過程の事例硏究. 日本建築學會技術報告集 第17号, 2003年 6月, pp. 456 (표2번 참조)
13) 福川裕一, ibid.
14) 慶安元年(1648년) 시작되었으며 매년 10월 셋째 주에 개최된다.
15) 비슷한 입장에 처한 일본의 지방소도시중 일부는 카와고에와 유사한 도심재개발을 시행했거나 시행중에 있다. 큐슈(九州) 오이타현(大分縣)에 위치한 분고다카타시(豊後高田市)의 경우, 1930년대를 문화적환경 보존시점으로 설정하여 소화의 마을(昭和の町)이라는 주제로 도심재개발에 나섰다. 각종 시대극의 배경으로 등장하여 유명세를 타고난 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등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宮崎幹郞, 大分縣豊後高田市‘昭和の町’に見る地域活性化策の展開と課題. 地域創成硏究年報 第2号, 2007, pp. 78-87참조
16) 荒牧澄多, 川越の藏造りと町並み保存. 明日への文化財 (文化財保存全国協議会). 2009, No.62, pp.28
17) 溝尾良隆ㆍ菅原由美子, 川越市 一番街商店街地域における商業振興と町並み保全, 人文地理, 第52券 第3号, 2000, pp.300-315
18) 우연섭, 전통건축물을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에 관한 연구:한국지역지리학회지 제11권 제3호, 2005, pp.331
Acknowledgments
This study was partially supported by the Research Program fund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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