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속가능성의 닫힌 생태계 담론에서 본 기술과 생태 : 유틸리티 인프라로부터 독립된 자급자족주택 프로젝트 분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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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This paper is about technology and ecology linked to the development of sustainability discourse in terms of closed ecosystem. The purpose is to look at the historical genealogy of related important attempts, in what direction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two has developed, and to point out the direction of future development. Among the individual projects that led technological progress in the historical context, independent projects that advocated a closed ecosystem and enabled off-grid were selected, and by tracking the technical elements introduced by these projects and their implications on the ecological environment, historical genealogy was examined and the direction of evolution was determined.
Literature research such as books and articles and internet homepages, and related architects’ works were analyzed. The scope is limited to projects that are frequently discussed in the discourse of closed ecosystems from the 1920s to the present.
From ecotechnical architecture to ecosocial architecture securing economic feasibility through evolution is found to be the direction of progress and networking based on micro grid backed up with digital technology and appropriate technology.
Keywords:
Autonomous House, Off-Grid, Microgrid, Closed Ecosystem, Appropriate Technology키워드:
자급자족주택, 오프 그리드, 마이크로 그리드, 닫힌 생태계, 적정기술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닫힌 물질 순환계를 전제로 하는 지구의 생태계가 그간의 조화로운 균형의 시기를 지나 인간의 과도한 개입으로 황폐화되면서 등장하게 된 지속가능성의 개념이 환경과 경제, 사회의 균형 잡힌 세 축으로 진화함에 따라 시대적 패러다임의 표상으로서의 건축 또한 지속가능성의 개념과 실천에 있어 생태와 기술의 전략적 이용에 큰 변화를 이끌어 왔다. 지속가능성은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의 물질적으로 닫힌 시스템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는가의 문제로 궁극적으로는 지구상의 닫힌 생태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명유지 시스템의 환경적 구현을 목표로 하는 우주개발 시대의 기술과 오일쇼크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건축분야의 연구를 견인하여 인프라로부터 단절된 닫힌 생태계의 구축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호도되던 시기를 지나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실존환경 회복에 주목하게 된 것은 지역에서의 지속가능성의 실천을 좀 더 정교한 방식으로 성찰하게 할 로컬의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1)의 가능성에 대한 재인식 덕분이다. 이와 관련한 일련의 시도에 대한 역사적 성찰은 건축에서 생태적 충격을 완화하면서도 보편적이고 수용 가능한 기술을 극대화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자연을 극복하고 인공적으로 성취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생태의 일부가 되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의 회복이며 그간 인간이 기술에 힘입어 지구를 콘트롤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바이오스피어(Biosphere)에서 누스피어(Noosphere)로의 일방적인 인식전환으로부터의 중요한 선회라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담론의 촉발 이후 기술과 생태는 서로 융합하지 못하는 평행선상에서 각각의 논리에 의해 부단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한 사회의 단위로 볼 때 기술적 접근과 생태적 접근의 적극적인 융합 없이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성 논의는 불가능하다. 지속가능성은 지구가 감당 가능한 용량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 생태와 기술의 반목으로 각자 도생하는 기간을 지나 개발자체를 회피하거나 생태지향적 개발로 선회한 80년대를 거쳤으며[1] 이제 지속가능성은 글로벌 사우스와 노스가 함께 주고받는 상생의 담론으로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협약을 통해 개별 프로젝트의 지구환경상 영향을 탄소배출권이라는 가상의 재화로써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통합된 현 상태에서 우리는 로컬의 기술과 생태의 통합이 소규모 생태시스템의 구현을 통해 어떻게 글로벌 트레이딩에 매몰되지 않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본 논문은 지속가능성 담론과 연계한 기술과 생태 관련 중요한 시도들의 역사상 계보를 살피고 어떠한 방향으로 이 둘의 관계가 발전해 왔는지, 닫힌 생태계 담론에서 순환건축의 개념까지 진화해 온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오프 그리드(Off-Grid)건축2)의 발전방향을 짚어보는 데에 목적이 있다. 유틸리티 인프라로부터의 단절과 탈영역화을 지향하는 자급자족 프로젝트 중 성취가 두드러진 사례를 통해 기술과 생태의 지향점이 어떻게 진화되어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색, 지속가능성의 현주소를 가늠하고자 한다.
1.2. 선행연구 분석 및 연구의 방법과 범위
본 연구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지속가능성의 닫힌 생태계 담론 내 두 축인 기술과 생태는 유틸리티 인프라로부터의 단절이라는 자급자족 건축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Autonomous House (이하 자급자족주택)라는 개념은 기본적인 유틸리티 인프라와 그리드로부터 독립된 닫힌 생태계를 지향하는 범용적 용어이다. 에너지 위기와 우주개발이라는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의 역사적 맥락에서 시작된 자급자족주택은 지구최후의 날을 염두에 둔 밀폐된 생존형 캡슐개념에서 출발하였으며 기본적으로 에너지에 집중하고 물과 식량, 폐기물들이 선별적으로 접목되는 개념으로 발전되어 왔다. 이 과정상의 주요 연구들은 생태와 적정기술 중심의 반문화(Counterculture)와 자기제어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연결하는 사회생태학개념으로 수렴된다(Fig. 1.). 기술만으로 성취하는 캡슐형 서바이벌 키트의 자폐성을 논하며 생태에 대한 연계없이 인간의 삶을 담는 건축의 한계를 비판하는 생태지향의 반문화와 테크놀로지의 관점에서 생태와의 화해를 모색한 ‘사이버네틱스’ 그리고 기술을 폐기하지 않는 상태에서 생태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보완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사회 생태학(Social Ecology) 개념에 주목한 문헌들을 살펴보면 1970~1980년대의 자급자족 주택들을 당대의 지속가능성과 접목한 Stickells의 ‘Exiting the Grid: Autonomous House Design in the 1970s’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역사적 흐름에서 누락되어 산발적으로 아카이빙된 자급자족 프로젝트 건축의 의미를 강조하며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환경과 사회 정치적 맥락에서 이러한 작업들의 복권을 주장하였다. 이 문헌과 함께 기술에 대한 대척점에 있는 반문화를 중심으로 생태를 강조하는 책으로 ‘Counterculture Green: The Whole Earth Catalog and American Environmentalism (2007)’이 있다. 이책은 기술적 효율성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적정기술이라는 중간지대의 가능성을 논하는 연구이다. 생물의 자기제어 원리를 생태와 접목, 관련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사이버네틱스의 주요 논문으로는 ‘Autonomous Houses and Architecture of Cybernetics in the1970s: Towards Limits and Undeveloped Potentials of the Sustainable (2022)’과 ‘The Closed world of ecological architecture (2005)’가 주목할 만하다. 또한 반문화와 사이버네틱스를 묶어주는 연구로는 ‘Autonomous Living: An Eco-social Perspective (2015)’가 있다. 이러한 인프라와의 단절에 대한 리뷰연구로는 단행본인 ‘Dreams of Disconnection (2021)’과 ‘The Architecture of Closed World (2018)’가 있으며 논문으로 Mohammadi의 ‘Energy Autonomous Buildings: A Review’ (2022)가 있다(Table 1.).
본 논문의 취지는 역사적 맥락에서 기술적 진보를 견인한 개별 프로젝트 중 닫힌 생태계를 표방하며 인프라로부터의 독립을 가능하게 한 프로젝트들을 선별하여 이들 프로젝트가 도입한 기술요소와 생태환경과의 관계를 추적, 역사적 계보를 살피고 진화방향을 살피는 것이다. 오프 그리드, 닫힌 생태계를 다루는 자급자족주택과 관련하여 최근의 주요 문헌검색에서 발견된 지배적인 방향은 제로에너지, 마이크로 그리드, 스마트주택, 순환경제와 폐기물 자원순환, 건물디자인과 에너지모형의 정교화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헌들은 개별적인 검증에 집중한 결과 큰 흐름상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닫힌 생태계를 추구하는 바가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연구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즉 이 문헌들에서 언급되는 프로젝트들은 상호간 상관관계보다는 개별적인 주제내의 분석이거나 단순히 시대순으로 나열하여 설명하는 경향을 보이며 기술과 생태와 같은 특정한 틀로 분석하고 있지는 않다. 기술과 생태라는 렌즈를 통해 어떻게 이 두 평행선이 화해할 수 있는지 그 방향을 찾는 본 연구는 문헌상에서 언급된 대표적 자급자족주택의 케이스를 통해 해당 프로젝트에 적용된 기술을 분석하고 이들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폐쇄성과 생태를 통한 조율을 검토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Fig. 2.). 본 연구에서의 자급자족(self sufficiency) 정도에 대한 판단은 가장 발전된 형식의 밀봉 인공생태계였던 러시아의 3인 기준 우주탐험 캡슐인 BIOS-3 관련 문헌을 기반으로 가장 기초적인 요소였던 리사이클링 물정수용 기기, 공기정화용 챔버, 식량생산용 챔버를 기준으로 에너지, 물, 식량, 폐기물처리의 자급자족에 한하여 판단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과 연동되어 꾸준히 진행된 MELiSSA, BIOS-1, BIOS-2, BIOS-3 프로젝트는 일반적인 생활공간으로서 분류되기에는 부적절하여 본 논문의 분석에서는 제외되었고 실험용 주거로 명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에 한하여 구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졌다.
선정된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기술지향, 생태지향의 성격에 따라 나누고 시대 순으로 정리하되 주요 문헌에서 중복하여 다룬 프로젝트(Table 2.)에 국한하여 8개 프로젝트가 집중 분석되었다. 많은 문헌에서 언급한 Street Farm House의 경우 학생과 커뮤니티 사람들의 공동 프로젝트로 공식도면 없이 다이어그램에 기반하여 지어졌고 불법 건축물로 지목되어 2년 만에 철거된 사실에 근거하여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그 외에 Vale 부부가 1975년 구상하여 1993년 실현된 Autonomous House 단지, 마이크로그리드의 새 장을 연 BedZED (2002), 2016년 시작되어 진행중인 프로젝트로 Regen Village까지 대표사례들을 통하여 생태와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지향점을 변화시켜 왔는지 검토하였다.
분석된 사례 프로젝트들은 모두 단일의 닫힌 생태계를 지향한 프로젝트들로 알려져 있으며 실험 주거가 대부분이지만 모여 사는 형식의 거주생태계와 연구소 형식의 리빙랩도 함께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경제적 공동체로 문화적, 생태적으로 결속되어 있는 에코 빌리지는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성격상 기술과 생태 관련 분석에 부적절하여 제외하였다. 또한 현재 가장 활발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제로에너지 하우스의 오프그리드 중심의 논문들은 기술과 생태간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피기보다는 기술에 경도된 것으로 판단하여 제외하였다. 본 연구는 프로젝트의 개별적인 분석 후 기술과 생태의 조율을 살피고자 외부로부터의 폐쇄성 정도를 문헌상 소명된 부분에 기반하여 판단하였다. 위의 문헌들 뿐 아니라 관련된 인터넷 홈페이지와 언급된 건축가의 작품집이 함께 다루어졌으며 범위는 기술과 생태가 단일 프로젝트 디자인의 핵심으로 소개되는 1920년 이후 현재까지 닫힌 생태계의 담론에서 자주 거론되는 자급자족 형식의 프로젝트에 한정한다. 본 논문은 위의 문헌에서 다루고 있는 경우에 제한되어 대상이 선정되고 분석이 진행된 연유로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두드러진 성취로 언급된 프로젝트로 제한된 한계가 있다.
2. 지속가능성 담론의 전개
지속가능성의 담론이 어떻게 진화하여 왔는지 밝힌 연구에서 Charles Kidd는 지속가능성의 근원을 생태용량, 자원고갈, 바이오스피어의 순환계, 생태파괴적 기술, 성장의 거부, 생태를 고려한 개발과 같은 6가지 기원으로 나누어 고찰한다[1]. 다양한 기원에서 시작한 지속가능성 담론은 1972년 환경과 연계하여 처음 지속가능성이라는 용어가 시작된 이후 1974년 생태시스템의 용량문제와 연계되어 어류보호에서 공식 사용되었으며 같은 해 UN 회의는 Ecodevelopment라는 용어를 통해 분배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지속가능성을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정부나 국제협의체의 범위를 넘어 민간에서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서서야 가시적이었으며 독립단체인 World Commission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World Bank 등의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지속가능성이 주요 주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동시다발적 관심에서 공통의 키워드는 생태시스템의 유지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신중한 기술 및 개발이었으며 그러한 맥락에서 환경문제가 가장 밀접하게 평가될 만한 장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 담론이 공동의 지구환경문제에서 시작한 것일지라도 철학적 맥락에서는 기술 지향 모더니즘의 영향에서 초래된 지구환경에의 경고가 촉발시킨 장소 회복을 지향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맥락의 비판적 지역주의(Critical Regionalism) 및 적정기술로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Tzonis와 Lefaivre에 의해 시작되고 Frampton에 의해 한 단계 더 발전된 장소기반 비판적 지역주의에 대하여 Steven Moore는 환경결정주의에 기반한 성취지향적 사고와 역사적 목적론이 장소와의 연결을 끊어내고 장소의 가치를 폄훼하였음을 강조한다[2]. 화해할 수 없는 듯 보였던 기술과 장소의 특수성은 1994년 John Elkington의 ’Triple Bottom Line’에서 환경-경제-사회라는 세 축의 지속가능성 담론으로 구체화되면서 에너지절감을 향한 기술지상주의로부터 기술지향 패러다임을 해방시켜 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수용 가능한 적정수준으로 조율하게 된다. 이는 장소로의 복귀이자 Bookchin의 Social Ecology에서도 살펴 볼 수 있는[3] 기술만능주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의미 있는 선회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생태기반 장소에서 어떠한 기술로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로 주제를 전환시켰다고 할 수 있다.
생태와 기술, 장소에 대한 이론적 고찰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학자들만이 다루고 있는 바, 가장 두드러진 저작이라고 할 수 있는 Simon Guy와 Graham Farmer의 연구[4]는 다양한 층위의 지속가능성을 기술과 연계된 사회와 생태적 연결고리를 틀 삼아 현시대의 지속가능성 관련 건축의 다양한 접근을 분류하였다[5]. 생태기술적, 생태미학적, 생태사회적, 생태의학적, 생태문화적, 생태중심적 지속가능성 등 여섯 갈래로 나뉘어 분석되는 생태와 기술관련 접근은 당대의 지속가능성을 내재한 건축적 접근의 다양성을 대변할 수는 있을지언정 역사적 맥락에 따른 생태와 기술의 변증법적 사고가 건축에 투영된 결과물에 대한 성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논문은 생태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기술로 발현되고 진화해 왔는지 역사적 계보를 통해 살펴보고 현 상황에서 생태와 기술은 어떻게 융합하여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지역의 특수성을 통한 소규모 생태계 내 적정기술의 적용을 현시점에서 유효한 지속가능성의 함의로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3. 닫힌 생태계의 구축과 기술
3.1. 자급자족주택의 탄생과 기술적 함의
1912년 Edison의 배터리기반 주거에서 시작하여 Westinghouse의 케이블 기반 주거혁명 이론으로 고무된 근대주거의 에너지 관련 인식은 Le Corbusier의 근대적 실험과 F. L. Wright의 자족적 브로드에이커 시티 제안에서 보여지듯 유틸리티 인프라와의 연결 측면에서 기술과 생태가 만나는 방식을 극명히 나누고 있다. 1926년 Migge의 Ziegbiak-Dessau에서 촉발된 자급자족주택 개념은 세계대전이라는 특수상황에서 기술적 진보를 전면에 내세운 Fuller의 Dymaxion House에서 구체화되었으며 외부 인프라의 도움 없이 주어진 자연환경만으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의 새로운 개념으로 정착[6],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 캠브리지대학의 Alexander Pike와 John Frazer, Ant Farm의 실험을 거치며 이동성까지 갖춘 시대의 총아로 받아들여졌다.
더 나아가 또 다른 한편에서는 풍부한 에너지의 흐름을 전제로 네트워킹과 탈영역화를 시도한 아키그램과 슈퍼스튜디오, 아키 줌을 필두로 하는 클립 혹은 플러그-인 프로젝트들이 모두 어딘가에서 만들어지고 제공되는 에너지를 당연히 여기는 기술지향적 시도의 정점을 보여준 바 있다[7].
이와 대척점에 있었던 반문화(Counterculture) 운동의 표상인 드롭시티(1965)나 맥길대학 캠퍼스 내 Ecol House (1972)는 구체적인 재활용 재료나 폐기물처리, 물의 재활용과 정수시스템 등에서 괄목할만한 성취를 보여주었음에도 반문화를 시대착오적인 접근으로 바라보는 선입견에 의해 무대의 전면에 서지 못하였다. 뒤이어 1973년 급작스럽게 시작된 에너지 위기는 우주개척의 시대적 사명과 함께 건축을 기술지상주의에 적극 올라타도록 만든 전환점으로 작동시키게 된다.
이처럼 지구생태계를 자율적으로 조율되는 완전체로 인식하던 그간의 패러다임에 균열을 가져온 계기는 우주개발의 성과로 지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역사적 사실과 맞물려 있다. 지구와 연계된 다양한 변수들이 미칠 영향에 대해 예견하고 준비 해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지구를 떠난 인공생태계에서의 삶이 대안으로 떠오른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기술에의 관심은 에너지, 물, 식량 등 기본자원이 지나치게 먼 수송거리를 인공적 네트웤을 통해 전달되는 시스템에 대한 불안 및 이들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자각과 맞닿아 있었으며 이러한 인식은 에너지 자급자족주택의 형식으로 인프라스트럭쳐와 단절된 ‘오프 그리드’ 프로젝트의 발전을 견인하였다.
지구환경과의 단절로 대변되는 우주 개척시대의 기술과 생태의 극단적 담론의 중심에는 캠브리지대학의 Todd, Pike & Frazer, Vale 부부를 중심으로 한 자급자족 관련 리서치 그룹이 있다. James Fish가 지적하듯 60년대 말, 70년대 초 우주비행사들을 위한 우주선 내 환경조성을 위한 기술로 완성된 인공생태계가 지구상의 건축가들과 조경가들에게 환경적으로 책임 있는 디자인의 모델과 동일시되는 바람에 기술지상주의 건축이 지구의 생태시스템과의 조화를 이루려는 취지의 생태적 디자인을 대체하게 된 역사적 사실이 있다[8].
이는 지구상의 구체적인 장소를 대상으로 추구되는 지속가능성이라기 보다는 생태순환계의 인공적인 구축을 지향하는 추상적인 지속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인프라 스트럭쳐로부터 단절되며 외부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이러한 종류의 자급자족적 프로젝트들은 태양과 바람으로 가능한 에너지의 자급, 물과 폐기물의 순환, 식량의 해결이라는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데에 건축가들의 지식과 경험을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3.2. 닫힌 인공생태계와 기술지향 자급자족주택의 한계
기술지향적 자급자족주택의 계보는 Fuller의 Dymaxion House (1928)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네덜란드의 Autonomous Dome (1972)과 계획안으로만 남은 영국의 Autarkic House (1972), 미국의 Liberated House (1979) 모두 동일한 계보상에서 인프라로부터의 단절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들이었다. 이러한 개별적 시도들은 이후 확장되어 2년을 외부로부터 차단되어 8명이 거주하는 인공생태 밀폐공간 Biosphere II의 생존실험 시도에서 극에 달하였다. 이는 인공생태계의 대단위 구축의 첫 사례이자 중요한 시도였으나 궁극적 실패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종류의 고립실험은 그 후 우주개발 루트와 생태사회적 거주프로젝트의 이원화나 극단적인 문화생태 공동체로서의 에코빌리지와 같은 또 다른 줄기로 발전하게 된다.
Dymaxion House는 진보적인 엔지니어의 표상으로 세계대전 기간 활약했던 Buckminster Fuller가 전통적인 유틸리티 네트워크 시스템에 대한 결별과 에너지 자율성을 기치로 만든 자급자족 주거의 프리패브 프로토 타입이라 할 수 있으며 이후 캠브리지 대학의 관련 연구와 프로젝트에 큰 영향을 준 실험용 주택이다(Fig. 3.). 서비스 인프라의 밀집으로 대변되는 대도시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목표로 3톤 이하의 경량과 이동성을 자급자족의 가장 중요한 속성으로 주장한 Fuller의 평소 소신에 따라 공중으로 이동하여 도로에 연결되지 않은 어떠한 고립된 장소에도 설치될 수 있는 공장생산이 가능한 보급형 제품으로 제안되었다[7]. 물은 필터링 및 정수 처리되고 재활용되며 폐기물은 패킹되어 화학적 처리를 거치며 화장실은 물이 불필요한 방식이다(Table 3.). 조명, 음향, 난방을 버튼 하나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의 표상으로 설명되었으나 완전한 자급자족 주택으로 평가되는 데에는 많은 이견이 있다[7]. “실질적으로 독립된” 또는 “준-자급자족” 등 유보적인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당시의 기술로서는 성취가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며 추후 군수산업이나 NASA 내부의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여전히 열린 결론인 상태로 남아 있다.
당시 자급자족주택들이 고비용과 저비용 솔루션 사이에서 양극화되어 있던 상황에서 절충안을 모색한 이 프로젝트는 부분적인 자율성을 추구하여 1-2인 거주자를 위한 필수 편의 시설과 편안함을 유지, 획기적으로 시공비를 낮춘 케이스이다. 28m2에 불과한 코르크 시멘트로 단열된 소형 돔 구조는 넓은 내부와 열 보존을 최적화하도록 선택되었다(Fig. 4.). 물 공급, 폐기물 처리, 전기, 급탕, 요리용 가스 및 공간 난방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달성했으나 완전히 자율적이지는 못하여 대지 옆 실험 농장의 위치를 활용, 메탄소화조, 태양열 집열기 및 풍력 발전기를 활용했고 특히 메탄소화조는 이웃농장의 돼지거름을 활용하였으며 식량 생산도 집을 둘러싼 원예농장을 통해 해결했다(Table 4.). 최소한의 예산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명, 환기의 최소화 및 누수, 누기라는 결함에서 초래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인간편의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 저렴한 비용의 절충안 내에서 자급자족에 대한 자율성을 탐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9].
Fuller의 Dymaxion House의 기술에 영감을 받아 이를 계승한 캠브리지 연구진의 자급자족형 목업 주택인 Autarkic House는 연구팀이 4인 가족을 수용할 수 있도록 단독으로 시도한 실험주거로서 65m2의 거주공간과 환경조절 및 식량생산을 위한 46m2의 그린하우스로 구성된다. 외기로의 연결은 계절별로 개폐되는 시스템에 의해 거주공간이 확장, 축소될 수 있는 가변성을 갖추고 있다. 인프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자유로운 구상이 가능하도록 기획되었으며 에너지의 생산은 풍력발전과 태양열 급탕과 난방으로 해결하고 메탄소화조를 통해 폐기물이 조리용 가스로 전환되며 빗물 수집으로 생활용수를, 식수는 우물을 파서 해결하였다. 전면부 온실은 식량 생산과 환경조절 장치로 작동한다(Fig. 5.). 1/3 정도의 식량이 외부에서 반입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이론상 자급자족이 성취되었다고 보고된 바 있다(Table 5.). 그러나 예산확보 실패로 지어지지 못했을 뿐 더러 연구자들 스스로 풀 스케일의 실험주택은 통합되는 서비스시스템에 변수가 너무 많아 경제성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되는 정도의 자급자족에 한계가 있음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10].
미국의 Jantzen이 1970년대 후반 자신의 집을 대상으로 태양 에너지와 풍력 에너지를 사용하여 화석 연료를 보존하려는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구체화시킨 Liberated House는 기본적으로 도시 전력망에서 분리되고 모든 기반 시설이나 환경에서 자유로운 이동식 주택으로 충전식 기계처럼 제한된 시간 동안 어느 위치에나 연결할 수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접근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Fig. 6.). 이동식 자율 주거에 대한 전망은 당시 도시 지역에서 벗어나 럭셔리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차세대 개척지로 주목받았다. 알루미늄 강철 외피와 빗물을 모아 건물 바닥 탱크 및 주방의 중수 탱크 아래에 저장, 사용된 물을 재활용하고 정화했으며 에너지축적을 위한 태양광 발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효율적인 공기 배출과 교차 환기를 위한 집 뒤쪽의 터빈 환기장치와 사일로, 단열 덕트가 있었으며 내부 열 저장과 화장실옆 소각로는 연소된 폐기물에서 열을 발생시키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었다(Table 6.). Fuller의 Dymaxion House와 가치를 공유하는 이 프로젝트는 2015년 SOM의 3D 프린팅 하우스의 참고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9]. 이 프로젝트는 Earth Capsule로도 불리는데 환경친화적 유인 차량으로 판매되는 지구상의 우주선이라는 이미지로 구축되어 당시 팽배했던 반문화 프로젝트의 토속적 미학과 대척점에 있었다.
Biosphere II는 애리조나 주 에 위치한 지구시스템과학 연구시설로 3.14 에이커 크기의 구조체 내 폐쇄 인공 생태시스템 또는 동식물 사육장으로 조성된 바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큰 폐쇄 생태계로 기록되어 있다. 1987년에서 1991년 사이에 건설되었는데 지구의 생물권을 대신하여 우주에서 인간의 삶을 지원하고 유지시킬 폐쇄 생태계의 생존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다양한 생물학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구 밖 다른 영역에서의 생명 시스템 내 상호 작용을 탐색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으며 그 속에 생활하게 되는 인간을 위한 여러 생물 군계와 주거 공간 외에도 지구 생태학 연구를 위한 새로운 종류의 실험실로 인간, 농업, 기술 및 자연 사이의 상호 작용을 연구할 수 있는 농업 구역과 작업 공간이 포함되었다. 주 기능은 8명의 연구원이 2년간 거주하는 폐쇄 실험용 리빙랩 시설이었으며 장기적으로 우주 식민지화에서 폐쇄된 생물권의 사용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한 파이롯 프로젝트의 성격을 갖는다(Fig. 7). Biosphere II라고 명명된 바에서 알 수 있듯이 Biosphere인 지구생태계를 인공적으로 구현한 실험적인 생태 시설로서 지구의 생물권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작은 생물권 시스템의 연구와 조작을 허용하여 주목을 받았으나 많은 미비점을 드러내고 해결하지 못하면서 궁극적으로 실패한 프로젝트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Table 7.). 생태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조명, Whole Earth의 정신을 정점에 올려놓은 이 프로젝트는 이론상 지구의 다양한 기후대와 생태계를 철저히 모방한 기획이었으나 유기 물질과 생명체의 집중으로 인해 지구의 생물권에서 발견되는 것보다 더 큰 변동과 더 빠른 생지화학적 순환을 가져왔으며 미세한 곤충의 작은 역할조차도 생태계의 지속을 위해 결코 지나칠 수 없다는 사실도 드러내는 성과가 있었다. 초기 개발단계부터 섬 생태계에 비유되었던 폐쇄된 환경에 고립된 인간집단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어 인공적인 닫힌 생태계실험을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게 한 프로젝트이다.
3.3. 생태지향적 자급자족 주택의 부상
기술지상주의의 엘리트적 배타성과는 다른 입장을 견지해 온 생태지향 자급자족 주택은 반문화의 정신에서 문명의 환경적 폐해에 대한 대안적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제시하였으며 패시브 솔라와 자체적인 식량 해결,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유를 통해 기술지향 자급자족 주택과는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주었다. 이에 더하여 꾸준히 새로운 기술로 업데이트하는 성격의 리빙랩의 성격이 많으며 Earthship, Integral Urban House, New Alchemy Ark 등으로 대변된다. 적정기술을 통한 인공생태계의 조성으로 지구환경문제를 해결하되 기술적 진보의 산물인 극단적 기술 우위의 인공생태계의 경직성과는 거리를 둔 기술과 생태의 조화라는 새로운 대안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기술 지향적이었던 타 자급자족주택에 비하여 건축가 Michael Reynolds에 의해 창안된 거주형 유닛주택인 Earthship은 폐타이어를 흙과 함께 3면으로 쌓아 올리고 태양에 면한 한 면을 투명하게 처리하여 패시브 솔라 난방, 빗물 재사용 용수 해결뿐 아니라 자체 농업으로 식량을 해결하는 프로토 타입 주택이다. 이 프로젝트는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성격으로 다양한 기후대에 걸쳐 다양한 규모로 제안되고 구축되었다(Fig. 8.). 흙을 채운 폐타이어가 구조적 안전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흙으로 둘러싸여 지열을 이용한 열 쾌적성이 실내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며 PV패널과 소형 윈드터빈을 이용한 전기의 자체생산과 배터리형식의 스토리지로 제안된 프로젝트이다(Table 8.). 경사지붕을 이용한 우수취합 급수는 빗물로 시작, 식수로 처리된 다음 세척, 변기로 옮겨가며 마지막 단계의 폐수는 다시 식물에 재활용되는 등[11] 기존 인프라와의 결별은 그간의 다른 자급자족 주택과 일관성이 있되 기술적 해결책에 기대던 타 자급자족 주택과는 다른 결을 가진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수조가 축열체로 사용되는 등 태양광에서 얻은 에너지가 전기, 물, 열등으로 연결, 하나의 해결책이 다른 해결책과 함께 하나의 솔루션으로 통합되는 보편 기술을 이용한 시도는 에너지뿐 아니라 주거내 외부의 시스템을 이용한 폐기물 처리와 식량의 자급자족 측면에서도 진일보하였을 뿐 아니라 외부와의 절연이 아닌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 생태지향 프로토타입의 제시는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최근 논문에서 다양한 기후대에 적용한 시뮬레이션으로 밝힌 바[11] 열대기후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성 있는 실용적 실험주택으로 검증되었다.
Integral Urban House는 1970년대 자급자족 도시형 농가에 대한 선구적인 실험 프로젝트로 1974년에서 1984년 사이에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만들어져 운영된 프로젝트이다(Fig. 9.). 캘리포니아 대학의 Sim Van der Ryn 교수와 ‘City People’s Guide to Raising Food’의 저자 Bill & Helga Olkowski가 함께 만들어 1982년까지 리빙랩 형식의 연구소로 운영되었다. 도시형 농가의 자급자족을 위한 요소로 채소밭, 닭과 토끼 사육, 양어장, 양봉, 퇴비 화장실, 태양열 발전 등이 포함되어 그간의 기술집약적인 자급자족 주택과는 다른 차원의 시도가 이루어졌다. 가축사육과 식량조달 뿐 아니라 동물의 거름을 이용하는 토양, 전략적 파이프 설치로 관개용수와 세면대, 샤워의 물 순환과 폐기물 사용을 최적화한 시도 또한 주목할 만 하다. 다양한 패시브 솔라 원칙을 적용, 특별한 경우의 우드스토브를 제외하고는 선선한 부엌과 햇볕을 이용한 욕실이나 뒷 베란다 수동식 셔터 등 계절에 따라 냉난방 요구를 최소화하는 설계 외에 태양열 오븐이나 태양열 집열판, 태양열 급탕 등을 통해 자급자족형 도시농가의 프로토 타입으로 제안, 운영되었다(Table 9.).
1971년부터 1991년까지 20년간 New Alchemy Institute는 재생 가능 에너지, 농업, 양식업, 주택 및 조경 등 생태학적으로 파생된 인간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이를 통해 생태학적인 새로운 설계 해결책 및 식량생산과 폐기물처리에 대한 대안적인 기술과 방법에 대한 촉매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John Todd 부부에 의해 개발된 수경기술은 하수처리 및 생물학적 폐기물처리 분야를 지난 30년간 변모시켰다고 할 수 있다(Fig. 10.). 다양한 식물을 생산할 비옥한 토양과 수중물고기 배양으로 식량의 자급자족을 추구한 바이오 셸터를 비롯, 40년에 걸쳐 다양한 자급체제를 실험한 리빙랩으로 구축된 이 프로젝트는 태양열 난방, 겨울 식량 생산, 물고기 양식 아이디어, 농업 및 실내 생태 농업을 통합할 수 있는 초기 파이롯 구조물로 주기능은 연구 생물보호 연구소이다[8]. 주거기능의 공간 또한 실험공간과 연결되어 태양광 패널을 통하여 집에 전기와 난방을 제공한다. 길이 90피트에 1800평방피트 규모인데 군집과 성장에 충분한 높이이다. Cape Cod 기후의 온실은 난방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 연못과 온실의 냉난방 및 태양광 구조물의 에너지 역학을 포함한 생태계의 생화학 및 생태학 실험의 현장으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하고 살기 좋은 실내 기후와 신선한 식량 생산할 수 있는 건조물로 검증되었다(Table 10.).
4. 기술과 생태의 조화를 통한 대안: 사회적 지속가능성의 개입을 통한 진화
앞장에서 분석한 자급자족 프로젝트들은 인프라로부터 독립하여 끊임없이 환경에 대한 파괴에 맞서는 대안적 자급자족 주거들이었다. 1970년대의 폭발적인 자급자족 실험을 통해 반문화와 사이버네틱스를 오가던 오프 그리드 프로젝트들은 고성능 패시브 하우스와 생태마을단위의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그동안의 산발적 실험들이 현실에 정착하며[12] 디지털의 도움으로 스마트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장에서는 이들 기술과 생태간의 화해를 지향하는 방향으로의 선회를 알리는 주제들과 프로젝트들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한다.
4.1. 적정기술의 복귀
이 같은 상황을 이끈 주제 중 가장 가시적인 것은 적정기술의 복귀이다. 1970년대 캠브리지대학의 연구그룹을 중심으로 시도되었던 자급자족주택은 극도로 기술화된 공장생산품을 전제로 한 까닭에 일반인들의 DIY적 접근과는 괴리가 있음이 끊임없이 지적되었다. 엘리트적인 기술의 집약체로서의 쇼케이스로는 가능할지언정 지구환경의 긍정적 방향으로의 변화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성격이라는 반성의 맥락에서 DIY 빌딩과 학제간 협력을 옹호한 Whole Earth Catalog의 발간과 이에 따른 실천은 기술지상주의에 경도된 당시의 인공생태계 지향성에 생태와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는 대안적 시도였다. Andrew Kirk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환경운동에서 실험실의 오브제라는 인식을 불식시킨 실용화의 첨병이었던 Whole Earth Catalog의 실용적 방향성이 정치적 아젠다에 휩쓸려 이후 새로운 세대의 주목을 받지 못한 미국의 상황을 논하며 적정기술의 시대와의 불화를 짚은 바 있다[13]. 이러한 일련의 유토피아적 접근을 좌초시킨 전환점은 Whole Earth의 이상과 교감하던, 생태와 기술의 미래지향적 표상으로서의 인프라라는 Bioshere II의 전면적 실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의 미래를 생태와 기술 사이의 화해의 길에서 모색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책무 앞에 지속가능한 적정기술의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데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시대 지속가능성의 논의는 분명 1960년대 환경주의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생태 지향적 접근과는 다르다. 이는 환경적인 리얼리티 앞에서 산업혁명이후 부단히 쏠려온 환경에 대한 기술우위의 패러다임에서 구해낼 범주의 기술의 성격에 대한 고민에서 볼 때 정부정책에 부침을 겪어왔던 적정기술에 대한 지원이 이제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지향성과 무관한 대승적 차원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며 실험실과 일상의 공간을 이으려는 시도가 현시대 적정기술의 부상으로 살아남았음을 알리는 것이다.
4.2. 마이크로그리드의 등장
당대의 지속가능성이 요구하는 일상은 이제 지속가능성이 단지 오프 그리드의 넷 제로로 축소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바, 전 세계에서 다양한 규모의 시도들이 지속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넷 제로가 국가간 협약을 통해 강제성을 가지게 되면서 이에 대한 해결로 등장한 지역과 시설단위의 전력망으로서의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3)는 디지털기술의 일상화와 더불어 현 시점의 지속가능한 환경조성에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1975년 이론으로 제안된 자급자족 주택의 실제적인 구현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Vale 부부에 의하면 그동안의 에너지 측면에서 기술적 발전이 초과 달성되어 심지어 생산된 전기를 그리드에 되돌려 팔 수 있게 되었지만 생태발자국와 같은 생태적인 고려보다는 탄소배출, 넷 제로 등 에너지 소비중심의 국제협약에서 수치화된 기준에 매몰된 기술지향적 사고가 여전히 교육계와 실무를 지배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 십년 전 발표된 자급자족주택을 단독의 고립된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단지 스케일의 그리드로 구성한 이들의 선회는 주목할 만하다(Fig. 11.). 이러한 맥락에서 BedZED (2002)의 경우 에너지 자립형 친환경단지이자 마이크로그리드에 기반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알려져 있다. 필요시 공식 그리드로 연결된다는 전제로 인해 완전한 에너지자립에 실패하였을지언정 디지털의 활성화에 힘입어 입주자가 참여하는 모니터링의 가능성을 점검할 수 있었던 상징적 작업이다.
4.3. 순환경제를 통한 생태의 복원
또 하나의 큰 변화의 줄기는 순환경제 패러다임에 기반한 자원 및 폐기물의 순환과 이에 따른 지속가능성의 닫힌 생태계 개념의 확산이다. Vale 부부는 폐기물처리까지 아우르는 라이프 사이클상에서 평가하게 된 당대의 지속가능성 담론에서 신재생에너지에만 의존하는 자급자족주택이 최선의 선택인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6]. 이러한 맥락에서 커뮤니티 단위의 마이크로그리드라는 시도에서 진화, 디지털로 업그레이드 된 사회생태적 지속가능성을 표방한 프로젝트가 기술과 생태에 어떻게 천착하여 하나의 지속가능한 장소를 만들어내는가를 잘 보여주는 예가 새롭게 등장, 주목을 받고 있다. 대안적 마을 Regen Village는 전 세계의 자립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여 식량과 물, 에너지를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통합 생태마을 개발의 새로운 비전 모델로 시스템간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출력과 입력을 상호조절하는 개념으로 구상되었다(Fig. 12.). 이 개념은 에너지 포지티브 주택, 재생 가능 에너지, 에너지 저장, 고효율 유기농 식량 생산, 수직 농업, 수중재배/수경재배, 물 관리 및 폐기물 재활용 자원 시스템 등 기술의 통합으로 인구 증가, 도시집중 문제, 자원 부족, 식량 위기문제와 CO2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국가적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모형으로 제안된 프로젝트이다. 커뮤니티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가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공동체의식 개발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환경 및 재정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하여 소비와 생산을 연결하는 아이디어이다. 3인 가족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유닛들을 최소 규모의 주거, 온실, 텃밭, 수경재배 컨테이너, 가축우리, 태양전지, 물탱크로 분류하여 639m2 내에 확보하도록 하는 수치 시뮬레이션 하에 현 싯점에서 운용가능한 기술을 일정 규모 영역 내에서 구현, 독립적 생태계를 마이크로그리드로 순환시키는 비전제시 프로젝트이다[14]. 그러나 현재 토지소유권 문제로 완성이 불확실해진 상태이다.
5. 결론
생태적 파괴와의 결별을 기치로 유틸리티 인프라에서 완전 단절되는 방식이 아닌 마이크로그리드에 기반하여 상호 조율할 수 있고 식량 생산과 폐기물 처리까지 재활용, 재생산하는 시스템 자체가 지역 경제의 일부가 되는 최근의 변화는 지속가능성 담론 내 생태와 기술의 융합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Buchanan은 일찍이 자급자족주택의 불가피한 쇠퇴를 논하며 커뮤니티와의 강한 연계를 전제로 근거리 내 모든 것이 충족되는 혼합형 콤팩트시티로 건조환경이 구축되어야 함을 피력한 바 있다[7]. 삶을 위한 기계들을 집적하는 그간의 방식은 냉전시대의 자폐적 논리에 기반한 것이며 궁극적으로 도시라는 근대화의 산물이자 기본적 서비스의 공유를 전제로 하는 공공의 유니버설 인프라 스트럭쳐를 부정하는 시각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단절된 개인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일구어 가는 당대의 지속가능성의 중심에는 적정기술의 끊임없는 탐구와 이를 디지털 기술상의 데이터를 통해 윤리적으로 나누는 건강한 시대정신이 있다. 생태 기술적 건축에서 생태 사회적 건축으로의 진일보, 지역 내 보편적인 적정기술로의 진화를 통한 경제성의 확보, 트레이드와 네트워킹을 통한 사회성의 회복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 방향은 데이터기술과 사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해 한계에 봉착한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경직성을 유연하게 해 줄 해결책이다. 이는 또한 환경, 경제, 사회적 지속가능성이 성숙된 방향으로 통합될 때 비로소 진정한 장소로의 회복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시대 지속가능성의 문제는 순환건축이라는 과제앞에 로컬의 특수해가 적정기술로 지원되어 공유될 때 생태와 기술의 통합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적정기술에 기반한 장소의 회복을 통하여 인간의 존재 의미와 환경과의 공존을 풀어나가는 다양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때 지속가능성의 기치하에 그간의 평행선을 달리던 기술과 생태가 공존하는 방식으로의 진화는 우리가 현재 봉착한 지속가능성의 한계를 타개할 방향에 대한 의미 있는 이정표로 작동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이 연구는 서울시립대학교의 『2021학년도 기초·보호학문 및 융복합 분야 R&D 기반조성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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