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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earch Article ]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The Korea Institute of Ecological Architecture and Environment - Vol. 21, No. 6, pp. 121-130
Abbreviation: J. Korea Inst. Ecol. Archit. And Environ.
ISSN: 2288-968X (Print) 2288-969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Dec 2021
Received 08 Nov 2021 Revised 24 Nov 2021 Accepted 29 Nov 2021
DOI: https://doi.org/10.12813/kieae.2021.21.6.121

전문가, 이용자 관점에서 실증적으로 고찰한 현대 흙건축의 실현 가능한 지속성
이은주*

Empirically Examined Sustainable Feasibility of Modern Earthen Architecture from the Perspectives of Experts and Occupants
Eunjoo Lee*
*Corresponding author, Research Professor, Dept. of Architecture and Architectural Engineering, Yonsei Univ., Korea (julijoo@gmail.com)

ⓒ 2021. KIEAE all rights reserved.
Funding Information ▼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s to empirically scrutinize if modern earthen architecture provides quality environment that contemporary people can accept and if it meets the technical and social conditions required by an industrialized society.

Method:

This study qualitatively examined the environmental properties of earth buildings by means of an analyzing framework which analyzed, re-stratified and re-structured all detailed evaluation items from the eco-friendly building certification system being implemented in four countries. With this framework, modern earth buildings in I housing complex near Villefontaine in Rhône-Alpes region, France, and S village in Muan-gun, Jeollanam-do, Korea were scrutinized, by interviewing researchers and occupants who were actually involved in them.

Result:

First of all, it yields that the indoor environment formed by earthen architecture is even healthier and more comfortable than that by conventional modern architecture, that is, modern earthen architecture has great habitability. And then, it is also found that passive design using the high thermal capacity of earth which has been noticed since the early days, actually reduces energy consumption during the building operation stage. Finally, it is revealed the fact that legal and technical supplementation is necessary for earthen architecture to be more feasible. By the way, to secure the feasibility required in modern society, there's no way for earthen architecture but to be industrialized. Therefore, it is imperative to be on guard whether the genuine sustainability of earthen architecture fades out involuntarily, given that this had not been possible with conventional modern architecture.


Keywords: Modern Earthen Architecture, Earth Building, Environmental Properties, Sustainability, Feasibility, Passive Design
키워드: 현대 흙건축, 흙건축, 환경 친화성, 지속 가능성, 실현 가능성, 자연형 설계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60년간 폭넓은 시야로 인류의 문명을 조망해온 문화인류학자, 지리학자, 생리학자인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최근 우리의 일상과 문명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30년 남았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고, 옥스퍼드대학교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문명 파괴’의 상황을 세계 인구의 15%가 사망하거나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50%가 감소하고 그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라고 했다[1].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019년 5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까지 상승하지 않도록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현재의 반, 2050년까지 0으로 줄이는 것, 즉 탄소 중립을 목표로 제시하고 전 세계의 동참을 호소했다[2]. 더불어 건축 분야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전체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건축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일상과 문명을 지키는 데 의미 있는 노력을 지금 바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당위성을 더욱 강화한다.

건축물의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은 건축물을 이용하는 동안 소모하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현재는 건축물 이용 전 자재 및 건설 단계와 건축물 이용 후 철거 및 폐기하는 단계에서 소모하는 에너지와 배출물, 나아가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범위까지 확대되었다(수명주기 모델).

본 연구는 이런 배경에서 문명 이전의 시기부터 전 세계에서 널리 사용해 왔으며, 20세기 후반부터 재조명받기 시작한 건축 자재인 흙에 주목했다. 흙은 현대 건축을 대표하는 자재인 시멘트, 철, 유리 등과는 대조적으로 수명주기 관점에서 탁월한 지속가능성을 가진 건축 자재이다. 따라서 건축물의 지속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오늘날, 흙건축이 현대 건축으로서 실제로 충분한 환경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흙건축을 과거의 유산이 아닌 산업적 건축으로 구현해낸 연구자들과 흙건축 안에서 실제로 생활하고 있는 이용자들을 통해서 현대 흙건축이 현대인이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환경을 제공하는지, 산업화된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술적, 사회적 조건을 충족하는지 실증적으로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통 재료에 대한 감수성 또는 수치로만 산출한 값에 의지하는 대신, 현대의 친환경건축물을 평가하는 관점으로 흙건축이 위태로운 현재와 미래의 일상을 지키는 데 실현 가능한 지속성을 가진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1.2. 연구의 방법 및 범위

본 연구는 현대의 친환경건축물을 평가하는 관점으로 흙건축의 환경 친화성을 정성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위해 Lee(2018)[3]가 4개 국가(한국, 일본, 미국, 영국)의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에서 신축 주택을 평가하는 모든 세부 평가항목을 분석하고 다시 계층화, 구조화한 건축물의 환경친화적 계획기법 분석체계를 활용했다. 이는 풍토건축의 계획기법 중 현대에 활용할 가치 있는 요소를 추출하고자 개발한 분석체계로, 현대 건축물에 요구되는 환경 가치를 분석하고 인증하는 목적의 도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모든 건축물의 환경친화적 특성을 드러내는 범용적인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이 분석체계 개발 과정에서 참고했던 친환경건축물 평가항목 중 풍토건축에는 적용할 수 없어서 제외했던 현대적 기술, 폐기물, 현대 도시 관련 항목만을 다시 추가해서 활용했다.

또한 본 연구는 한국과 프랑스의 흙건축 사례와 흙건축 전문가, 흙건축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여 수행했다. 흙건축 사례는 프랑스 론 알프(Rhône-Alpes) 지역 빌퐁텐(Villefontaine) 인근에 위치한 I 주거단지의 흙건축 주택과 한국 전라남도 무안군에 위치한 S 마을의 흙건축 주택을 실제 대상으로 해서 프랑스 C 흙건축 연구소의 전문가 및 한국 흙건축물에 현재 거주하는 이용자와 심층 면담을 통해 현대 흙건축의 환경 친화성을 고찰했다.


2. 문헌 고찰
2.1 현대적 흙건축의 개념
1) 흙건축의 정의

건축(建築, archtecture) 또는 건축물(建築物, building)은 이용자의 요구와 건축 재료를 통해 실용적 · 미적 요구를 충족시키도록 만든 구조물[4]로 주로 지상에 건설한 구조물을 칭한다. ‘흙건축(earthen architecture)’은 일반 건축의 개념을 토대로, 한국 흙건축 연구회에서는 넓은 의미로 자연 상태의 흙을 소재로 하는 건축행위와 그 결과물이며, 좁은 의미로는 건축의 주된 재료로서 흙의 역할이 강조된 건축물이라고 정의했다[5]. 또한, 독일의 흙건축 연구자 H. Schroeder는 흙건축을 흙을 건축재료로 사용하여 건축물의 내력 또는 비내력 부재를 만들어 지상 구조물을 형성한 것[6]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전통 흙건축은 지역과 기후 특성을 막론하고 건축행위를 하는 장소와 그 주변에서 흙을 취해서 주로 구조체를 지탱하는 부재, 즉 내력벽을 흙으로 (또는 흙과 나무를 조합하여) 구축하는 것을 중심으로 했다.

2) 현대적 흙건축

현대적 흙건축은 재래의 흙건축과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원재료인 흙을 건축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현대 흙건축 자재는 일반적인 현대 건축 자재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우 미리 자연의 흙을 가공하고 성형해서 산업재로 생산한 후 건설 현장으로 이송하여 사용한다. 이때 흙건축 자재의 용도에 맞는 흙을 표준화된 기준으로 선별하고, 이 흙으로 생산한 자재를 사용해서 건설한 흙건축 부재와 구조체가 필요한 성능과 품질을 낼 수 있는지 공학적으로 시험하고 확인한다. 현재 여러 국가에서 흙건축 자재와 구조체의 품질 기준을 규정하고 검증하는 규범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차이는 흙건축을 적용하는 범위이다. 현대 흙건축은 주로 내력벽에 적용하던 흙쌓기, 흙다짐, 흙벽돌, 심벽(흙목조) 등의 전통적인 공법 외에도 타설, 분사, 경량화와 같은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여 내력 · 비내력 벽체를 구축하는 공법이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흙판재, 흙도료 등 여러 형태의 자재가 개발되어[6] 실내 마감재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단열 기법, 난방 설비, 건식 공법 등 현대의 여러 가지 건축 공법과 결합하면서 점점 더 다채로운 용도로 적용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Fig. 4., Fig. 5.).


Fig. 1. 
Varied construction methods in earthen architecture

3) 흙건축의 환경 친화성 관련 선행 연구

지속 가능한 건축이 중요해지면서, 건축 재료로서 흙이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다(Lee, 2018[3]; Arrigoni et al.,2017[7]; Dabaieh, 2015[8]; Jaquin et al., 2008[9]). 동시에 흙재료가 건축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Hamard et al., 2016[10]; Melia et al., 2014[11]; Venkatarama Reddy & Prasanna Kumar, 2010[12])도 함께 이루어졌다[13].

건축물 및 산업재 전반에 대해 수명주기 모델이 표준화되면서 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관점에서 건축 자재의 내재 에너지와 환경영향을 정량적으로 산출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LCA 측면에서도 흙과 목재가 내재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매우 적다는 사실[14]은 현대 흙건축의 환경적 가치에 더욱 주목하게 하며, 나아가 시멘트로 강화한 흙다짐 벽체는 시멘트 함량에 비례해서 내재 에너지의 양이 증가하나[12], 흙건축 자재의 생산과 건설 과정에 기계화 공정을 도입해도 흙재료가 여전히 GWP와 내재 에너지가 낮다[13]는 연구는 산업화한 흙건축도 여전히 환경친화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편, 흙건축 자재로 신축한 실내의 라돈 배출량이 다소 높으나 라돈 배출 반감기가 3.8일이므로 일반적인 규모의 실내 공간에서는 신축 초기에 적절히 환기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15]는 흙건축 자재와 관련된 나머지 우려조차 거두도록 한다.

2.2 건축의 환경 친화성 분석 도구

건축물이 환경친화적이라는 것은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덜 미친다는 의미이다. 본 연구는 흙건축의 환경친화적 특성, 즉 환경 친화성을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Lee(2018)[3]가 한국, 일본, 미국, 영국 4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에서 신축 주택의 환경성능을 평가하는 항목을 참고하여 개발한 건축물의 환경친화적 계획기법 분석체계를 활용했다. 이는 풍토건축의 계획기법 중 현대에 활용할 가치 있는 요소를 추출하고자 개발한 것이었으나, 현대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에서 현대 건축물에 요구되는 환경 가치를 분석하는 목적의 도구이므로 모든 건축물의 환경 친화성을 체계적으로 드러내는 범용적인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분석체계는 4개 국가의 친환경건축물 인증제도의 분류 체계를 해체한 후, 하위의 모든 세부 평가항목을 그 내용에 따라 다시 분류했다. 그리고, 각 소집단의 성격을 반영하여 새롭게 명명한 귀납적 범주를 다시 상위 속성으로 분류하여 범주화하는 단계를 2번 더 거쳐서 전체 내용을 계층적 구조로 조직했고, 마지막 단계에서 현대 건축물에 요구되는 환경 가치를 수렴한 개념 지표로 “거주성(Habitability)”, “자원 효율성(Resource Efficiency)”, “지속성(Sustainability)”을 도출했다. 거주성의 하위 범주에 “실내환경(indoor environment)”, “실외환경(outdoor environment)”이 있으며, 실내환경은 다시 “공기”, “온열 쾌적”, “채광”, “소음”, “편의”, “안전 및 보안”으로, 실외환경은 “부지”, “대지 이용”, “통행 및 교통”, “지역사회”로 구분했다. 자원 효율성의 하위 범주는 “에너지(energy)”, “수자원(water)”, “재료(material)”이며, 에너지는 “에너지 절감”, “대체 에너지”로, 수자원은 “수자원 절감”, “수자원 재활용”로, 재료는 “적절한 재료”, “재료 재활용”으로 분류했다. 지속성의 하위 범주에 “환경 영향(Environmental Influence)”, “생태 영향(Ecological Influence)”, “사용연한 연장(Lifespan Prolonging)”이 있으며, 환경 영향은 다시 “오염”, “폐기물”로, 생태 영향은 그대로 “생태 영향”으로, 사용연한 연장은 “장수명 기능”, “융통성”, “유지관리”로 구분했다. 이렇게 구분한 각 소분류 범주의 최하위에 건축물의 환경 친화성을 분석하는 구체적인 세부항목을 포함하고 있다[3].

다만, 본 연구에서는 당초 Lee(2018)[3]의 연구에서 참고했던 친환경건축물 평가항목 중 해당 연구의 대상이었던 풍토건축에는 적용할 수 없는 항목이어서 제외했던 현대적 기술, 폐기물, 대중교통 등 현대 도시와 관련된 내용을 전체 분석체계 안에 다시 추가해서 활용했다. 이에 따라 “거주성”의 2단계 하위 범주인 “실내환경”과 “실외환경” 중에서 실외환경의 3단계 하위 범주에 “교통(transportation)”을 추가했으며, “자원 효율성”의 2단계 하위 범주인 “에너지”, “수자원”, “재료” 중에는 일부 최하위 세부 항목만을 추가했고, “지속성”의 2단계 하위 범주인 “환경 영향”, “생태 영향”, “사용연한 연장” 중에 환경 영향의 3단계 하위 범주에 “폐기물(waste)”을, 사용연한 연장의 3단계 하위 범주에 “유지관리(management)”를 추가했다 (Table 1.).

Table 1. 
Analysis framework of environmental properties of a building
Category Item
Habitability
Indoor Environment
Air ⦁Compartmentalization
⦁(Natural) ventilation
⦁Contaminant control*
Thermal Comfort ⦁Air conditioning system
⦁Insulation performance*
Lighting ⦁Daylight control
⦁Daylight utilization
Noise ⦁Indoor sound insulation
⦁Equipment noise*
Comfort ⦁Accessibility
⦁Private space
Safety & Security ⦁Bio, chemical hazard prevention
⦁(Structural)* Security
Outdoor Environment
Site ⦁Site selection
⦁Floodplain avoidance
Land Use ⦁Proper (under)ground development*
⦁Reliable daylighting consideration
Traffic & Transportation* ⦁Proper travel planning
⦁Proximity to amenities
⦁Pubic transportation accessibility*
⦁Alternative transportation (e.g. bicycle)*
Local Community ⦁Load on local infrastructure
Resource Efficiency
Energy
Energy Saving ⦁Energy efficient structure
⦁Energy efficient design
⦁Energy efficient equipment*
Alternative Energy ⦁Passive/active* solar design
⦁Renewable / low carbon energy*
Water
Water Saving ⦁Water efficient equipment
Water Recycling ⦁Rainwater management
⦁Using rainwater and groundwater
⦁Recycling sewage
Material
Proper Material ⦁Environmentally preferable(, properly extracted and produced) products
Material Recycling ⦁Utilizing existing structural frame
⦁Recycled material*
Sustainability
Environmental Influence
Pollution ⦁Noise, vibration*, air pollutant, heat, light*
Waste* ⦁Construction/operational waste*
Ecological Influence
Ecological Influence ⦁Minimizing impact on existing site ecology (biodiversity, invasive species)
⦁Rainwater management
⦁Green axis planning*
Lifespan Prolonging
Life-long Performance ⦁Design & management for durability
⦁Fire resistance
⦁Earthquake resistance*
⦁System renewability, capacity margin*
Adaptability ⦁Adaptation to climate change
⦁Functional adaptability
⦁Interior flexibility
Management* ⦁Maintenance plan & manual*
* re-added evaluation criteria/item


3. 현대 흙건축의 환경 친화성 평가
3.1. 조사 대상 개요

본 연구의 대상 표집은 비확률적 판단 표집(non-probability purposive sampling)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목적에 적합한 표본을 연구자가 주관적으로 표집하는 방법으로, 현대 흙건축이면서 이용자 및 관련 전문가와 면담이 가능한 특별한 조건에 부합하는 대상을 선별했다. 또한 현대 흙건축에 대한 시야를 넓게 확보하고 흙건축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 세계 최초의 현대 흙건축 시범 사례인 프랑스의 흙건축 주거단지와 국내 최초의 흙건축인 동시에 가장 최신의 주거지 사례를 조사 대상으로 했다.

1) 프랑스 론 알프(Rhône-Alpes) 빌퐁텐(Villefontaine) 인근 I 주거단지 흙건축

1985년 프랑스 남동쪽 론알프 지역의 중심도시 리옹 인근의 빌퐁텐에 완성된 I 주거단지는 유럽 현대 흙건축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주거용 흙건축 단지로, 임대주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12개 동의 흙건축에 65가구가 거주 중이다. 전체 12개 동의 흙건축을 모두 다른 공법으로 건설했는데(Table 2.), 당시의 흙건축 기술을 집약하여 주요 구조체를 유럽의 전통적인 흙건축 기법과 목재 골조, 철근콘크리트, 콘크리트 블록 등의 기존 현대 건축 공법을 함께 복합해서 시공했고, 흙에 시멘트를 섞어 강도를 높이고 짚을 섞어 단열 성능을 보강하거나, 당시로서는 시범적인 자연형 설계 기법(passive design)을 적용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흙건축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Table 2. 
Overview of earth buildings in I complex, France
No. Major
Construction method
Storeys No. Major
Construction method
Storey
I-1 RE (+RC) 3F I-2 RE(+wood frame) 2F
I-3 RE (+EB) 4F I-4 SCEB-cement 2F
I-5 RE 3F I-6 RE(+wood frame) 2F
I-7 SCEB-cement 2F I-8 RE 3F
I-9 RE (+CB) 2F I-10 ES (+wood frame) 2F
I-11 CEB(+wood frame) 2F I-12 CEB(+wood frame) 2F
SCEB: stabilized compressed earth block masonry, RE: rammed earth, ES: earth straw, RC: reinforced concrete, CB: concrete block masonry
F: storys above ground level


Fig. 2. 
Modern earthen housing, France

2020년 2월 1∼2일에 I 단지와 관련된 프랑스 전문가 3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2) 한국 전라남도 무안군 S 마을 흙건축

조사 기간은 2019년 12월 1차 예비조사를 시작으로 2020년 7월, 2021년 7월 2차례에 걸쳐 총 4가구, 4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 조사를 진행했다. S 마을은 한국에서 현대 흙건축을 주제로 하여 조성한 첫 주거지로, 2017년 12월 첫 가구가 입주한 이래 2021년 10월 현재 주거용 5개 동(S-1∼5), 공용시설 1개 동(S-0)에 5가구가 거주 중이며 주택 1개 동을 추가로 건설 중이다. 향후 주택 4개 동 4가구가 추가로 건설 및 입주 예정이다.

각 흙건축은 흙건축 자재와 다른 일반 건축 자재를 섞어서 복합 공법으로 시공했는데(Table 3.), 주요 구조체를 시공한 공법을 기준으로 흙다짐, 흙타설(poured earth), 석회 강화 압축 흙블록(SCEB) 조적, 철근콘크리트, 강구조, 목조 공법을 적용했다.

Table 3. 
Overview of earth buildings in S village, Korea
No. Major
Construction method
Storey No. Major
Construction method
Storey
S-0 PE + SCEB 1F S-1 PE 1F
S-2 RE + SCEB 1F S-3 SCEB (+RC) B1,1F
S-4 SCEB (+SS) 2F S-5 SCEB (+WS) 1F
PE: poured earth, RE: rammed earth,
SCEB: lime-stabilized compressed earth block masonry
RC: reinforced concrete, SS: steel structure, WS: wood structure
F: storeys above ground level, B: storeys below ground level


Fig. 3. 
Modern earthen housing, Korea

3.2. 전문가와 이용자 관점의 현대 흙건축

본 연구는 현대 흙건축의 환경친화적 특성을 검토하기 위해 일반 현대 건축물의 환경성능을 분석하는 체계를 이용하여 흙건축 전문가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 조사를 수행했다.

흙건축 전문가 3명(F-1, 2, 3)은 프랑스인으로, 1명(F-1)은 1980년대에 I 흙건축 주거단지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하는 단계부터 설계, 건설 과정에 직접 참여했었던 원로 연구자이고, 2명(F-2, 3)은 해당 주거단지의 기획 과정을 주관하여 수행했던 C 흙건축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자들이다. 한편, 흙건축 이용자 4명 모두는 한국 전라남도 무안군에 위치한 S 흙마을의 거주자들로, 2명(K-1, 2)은 일반인이고, 2명(K-3 ,4)은 흙건축 연구자이자 설계자인 전문가이다. 이들은 S 마을의 대지를 물색하는 단계부터 설계, 건설 과정에 깊이 관여한 전문가인 동시에 이용자로 현재 해당 흙건축에 거주하고 있다. 본 조사에서는 한국인 흙건축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들과 함께 흙건축 마을을 기획하고 조성하여 생활하고 있는 이용자들의 관점까지를 포함했다.

1) 전문가가 평가한 현대 흙건축의 환경 친화성

전문가들에게는 설계 또는 건설 과정과 사후 검증 과정에서 인지하고 검토한 사항을 바탕으로 답변을 요청했다.

① 거주성

⦁실내환경

공기: 프랑스 연구자들은 I 주거단지를 계획하던 1980년대에 실내 공기질을 고려해서 계획한 사항은 딱히 없었으나 영구임대주택인 I 주거단지 거주자들 사이에서 ‘건강한 주택’으로 널리 인식되어 타 임대주택 대비 이주율이 낮다1)고 답했다.

온열 쾌적: 연구자들은 I 주거단지를 계획할 때 실내 공간에서의 열 대류를 많이 고려했다고 답했는데, I 단지의 모든 흙건축에 각각 다른 흙건축 공법을 적용했으나 모든 건물의 벽과 바닥에 축열과 열 복사 성능이 큰 재료를 사용하고 실내에서 원활하게 대류가 일어날 수 있도록 자연형 설계기법(passive design)을 최대한 적용했다고 답했다. I 주거단지 모든 주택에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방열기(radiator)가 난방장치로 설치되어 있다.

채광: 또한 설계 및 시공 단계에 직접 관여했던 연구자(F-5)는 당초 설계 시점에 실내로 햇빛을 더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가급적 모든 주택의 남측면이 개방되도록 건물들을 배치했고, 일반적인 주택보다 창을 더 크게 계획하지는 않았으나 천창을 많이 적용했다고 답했다.

소음 및 편의: 계획 단계에서 실내 공간에서의 차음이나 편의성을 위해 다른 일반적인 주택과 달리 고려한 점은 없으나, 단지 전체가 주거 전용으로 계획되었고 매우 한적하고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은 곳에 위치해서 주택 내외부의 차량 통행 또는 기계 설비 등으로 인한 소음은 없었다.

안전 및 보안: 모든 면담자가 흙건축 주택에서의 안전과 보안 또한 일반 주택과 큰 차이는 없다고 답했다. 처음 완공한 때부터 현재까지 구조체로서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었고, 생물학적 안전 측면에서도 해충이나 곰팡이 피해가 관찰 또는 보고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라돈 배출량에 대한 확인은 따로 진행된 바가 없었다.

⦁실외환경

부지: I 주거단지가 위치한 지역은 주변이 모두 구릉지로 전반적으로 지대가 높은 편이었다. 면담자 F-5는 주변에 큰 하천이 없고 연중 강수 집중이 없이 건조하며, 전통적으로 흙건축을 많이 짓던 지역이므로 현대 흙건축 주거단지를 건설하기에도 거부감이 없는 지역이었다고 답했다.

대지 이용: 대규모 택지 지구를 조성하는 정책 시행 과정에서 완만한 경사의 기존의 대지를 대량으로 절개 또는 성토하지 않고 부지를 조성했다. 그리고, 각 주택이 서로의 채광 및 조망을 침해하지 않도록 고려하여 가급적 남향으로 배치했다.

통행 및 교통: 65가구가 거주하는 I 주거단지 외에도 인근에 여러 주거단지가 있어서 개별 건축물 사이와 개별 주거단지 사이의 통행이 원활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따라서 자전거와 같은 대안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어져 있으나 어린이 놀이터 이외에는 생활에 필수적인 상점 등 편의시설이 가까운 거리에 있지 않았고 대중 교통수단 또한 원활하게 연결되지 않아서 모든 거주자가 항시 자가 차량을 운행하여 생활하고 있었다.

지역사회: I 주거단지는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부지에 대규모 택지 지구를 조성하고 여러 규모의 주거단지와 함께 들어섰으며 당초 인근 빌퐁텐 지역의 일부로 계획되었으므로 해당 지역의 기존 기반시설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② 자원효율성

⦁에너지

에너지 절감: 면담자들은 I 흙건축 주거단지를 처음 계획하던 시점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고 답했다. 따라서 흙건축 계획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내는 다양한 공법을 시도했었는데, 일사로 전달된 열을 가두는 역할을 하는 온실(I-2, 5, 6, 7, 11, 12), 유리창 안쪽에 흙블록을 쌓아 조성한 축열벽(trombe wall)(I-4, 5), 남측에 건설한 축열체 역할을 하는 두꺼운 흙다짐벽(I-6, 8), 일사 조절용 롤스크린(I-7, 11, 12), 건물 북측에 배치한 완충 역할을 하는 지하실과 창고(I-4, 5)와 같은 자연형 설계기법을 적용하거나, 단열 성능이 큰 짚흙(earth straw)(I-10), 두께 100㎝ 단열재(I-9), 흙자재 외단열 위 목재 외장마감(I-2, 3, 10), 중공 흙다짐벽(I-8), 이중 유리(I-10), 양방향 환기장치(I-10) 등 다양한 종류의 단열 기법을 적용했다. 면담자 F-5는 최초 입주 이후 1990년대 말 I 주거단지 각 주택의 난방에너지 사용량을 검토했을 때 인근 일반 건축물 단지의 주택들보다 대체로 25∼55% 정도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에너지 절감 효과가 부족했던 주택은 주로 천장에 단열재를 추가하여 개량한 후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했다1).

대체 에너지: I 주거단지를 계획하던 시점에는 자연형 설계기법을 통한 에너지 효율 증대 방법 이외에 대체 에너지 활용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으나 이후 일부 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추가하여 이용하고 있었다.

⦁수자원

수자원 절감 및 재활용: 단지 전체가 지역 상수원에서 공급하는 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역시도 계획하던 시점에는 별도의 수자원 절감 및 재활용 방안을 고려하지 않았으나 이후 일부 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빗물을 모아 정원 용수로 재활용하는 설비를 마련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재료

적절한 재료: 건축주가 고향의 흙을 운송해서 사용한 I-8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흙건축에는 해당 현장에서, 또는 공사 중인 인근 지역에서 조달한 흙을 사용했으므로 가공은 물론 운송 과정에서도 거의 에너지 소모가 없었다. 흙다짐과 압축 흙블록을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Table 5.), 흙다짐은 대부분 실내외 모두 마감을 하지 않고 노출했다. 시멘트 강화 압축 흙블록(I-4, 7)을 사용하기도 했으며, 목재로 골조를 구성하고 짚을 섞은 흙으로 목조 틀 사이를 채우는 전통적 흙목조 구조(I-10)[5] 위에 목재 외장재로 마감하는 기법도 사용했다. 흙미장은 당초 적용하지 않았으나 최근 I-3의 중앙부 외장에 추가로 시공했다. 흙건축의 구조적인 보완을 위해 기초와 바닥, 일부 기둥과 보강재로 콘크리트를 사용했으며, 역시 일부 골조와 외장재로 목재를 사용했다. 자연형 설계기법으로 많이 활용한 온실에 사용한 유리를 포함하여 나머지는 일반적인 기존 건축자재를 사용했다.

재료 재활용: 면담자들은 I 주거단지를 건설하면서 재활용 자재 사용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③ 지속성

⦁환경 영향

오염: 단지 전체의 공동 정화조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역 공동 하수관로에 연결하여 하수를 배출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주거지가 발생시키는 정도 이상의 소음, 열, 빛, 진동 등은 배출하고 있지 않았다.

폐기물: 공사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본 면담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일반적인 건설 과정보다 더 많거나 적은 폐기물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생태 영향: 거의 국내에서 생산한 건축 자재를 사용했고 흙 또한 현장과 현장 인근에서 조달했으므로 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물 종을 유입했거나 기존 생물들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기존에 구릉지였던 곳에 대규모 택지 개발 사업을 통해 I 주거단지를 비롯한 여러 주거단지가 들어섰으므로 기존의 대지를 대량으로 절개 또는 성토하지는 않았으나 기존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사용연한 연장

장수명 기능: 면담자들은 I 주거단지를 계획 및 건설하던 1980년대에는 흙건축이 충분한 구조적 내구성을 낼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우려가 있었고, 흙건축에 적용할 수 있는 건축법규가 없었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의 설계강도 기준에 맞추어 흙건축을 계획했다고 답했다. 또한 흙건축이 상대적으로 민감한 내수성을 보완하기 위해 이중 지붕을 설치하거나(I-1, 6), 지붕을 많이 내밀어 설치했고, 일반적인 흙다짐보다 하부 기초벽을 더 높게 콘크리트로 시공했다(I-5, 8). 그리고, I 주거단지가 위치한 지역은 지진 안전 지역이어서 내진설계를 따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흙 자체가 불연성 재료이어서 화재 위험도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모든 흙건축이 일반 주거 건물이어서 시간에 따라 용량을 증설할 필요가 있는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융통성: 면담자들은 흙건축이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는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중량 자재이므로 공간의 기능 및 활용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흙건축을 경량화하고 나아가 고층화도 가능하도록 재료의 속성과 기존 건축 자재와의 혼합공법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지관리: 면담자들은 당초 마모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서리에 석회를 칠해 보강했고, 외단열 벽면에는 목재 외장재를 시공했다고 답했다. 이 외장 목재는 주기적으로 보수가 필요하며, I 단지가 위치한 지역에서 연중 바람이 주로 부는 방향에 면한 흙건축물 북서쪽 벽면의 외부 미장을 보수한 사례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의 기후가 건조해서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으며, 흙건축 거주자 또는 관리자에게 흙건축의 관리 방법에 대한 지침이나 교육을 시행하지 않았지만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C 연구소로 연결된 사례는 없었다고 답했다.


Fig. 4. 
Earthen housings at I housing complex

Table 4. 
Overview of earth housing occupants
No. Duration of residence
(year)
Family members
Number Relationship
K-1 (S-1) 0.5 1 adult
K-2 (S-2) 2.0 2 parent + (adult) child
K-3 (S-3) 3.3 4 parents + 2 children
K-4 (S-4) 1.5 4 grand parent + parents + 1 child

2) 이용자가 평가한 현대 흙건축의 환경 친화성

면담한 흙건축 이용자 전원이 흙건축으로 이주하기 이전에 도시의 공동주택에서 거주했었다. 이들 중 K-1은 1인 가구로 주(主) 거주지가 아닌 근무지 가까이에 위치한 부(副) 거주지로 해당 흙건축을 이용하고 있었고, 나머지 3가구(K-2, 3, 4)는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족 관계로 해당 흙마을에 2017년 12월 이후 차례로 이주하여 면담 시점까지 계속 거주하고 있었다.

① 거주성

⦁실내환경

공기: 흙건축 거주자들은 실내의 공기질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모든 주택의 평면과 단면이 매우 개방적이었는데, 특히 K-1 면담자의 주택은 욕실 이외에는 실내 구획이 전혀 없이 공간 전체가 틔었고, 나머지 주택들도 법 허용 범위 안에서 최대 층고를 확보하여 다락방, 부분 2층 등으로 실내 공간의 용적을 극대화했다. 이같이 외부 공기의 유입이 용이하고 실내 공간에서 공기 대류가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는 기본적 여건에 더하여, 거주자들 모두 구조체와 마감재로 사용한 흙건축 재료가 실내의 습도와 냄새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분명하게 체감한다고 답변했다. 내부 공간이 개방적임에도 주방에서 조리한 냄새가 다른 공간으로 널리 전달되지 않으며 외부 날씨와 관계없이 연중 쾌적한 습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실제 K-3 면담자의 주택에서 면담을 진행하던 시점에 며칠째 비가 많이 내렸었으나 실내 습도는 50∼60%를 유지하고 있었다.

온열 쾌적: K-2, 3, 4 면담자의 주택 S-2, 3, 4 전반에는 일반적인 주택에 적용하는 온수 배관을 바닥재에 매입한 난방 설비를 설치했고, K-2, 4 면담자의 주택 S-2, 4에는 추가로 벽난로와 연결한 개량식 흙구들(흙침대)을 1개 실에만 별도로 설치했다. 면담자들 모두 공통으로 겨우내 난방 설비를 별로 가동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흙구들 침대를 설치한 주택에서는 종종 따듯한 바닥을 즐기기 위해 벽난로용 장작을 연료로 써서 흙구들을 덥히기는 하지만 벽난로의 열기가 구들까지 도달하면서 주변 공간까지 데우고 온기가 반나절 이상 지속되므로 더욱 난방 설비를 이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S-1 주택은 다른 주택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중에 지어졌는데 구조체와 일체된 난방 설비를 설치하지 않고 온냉 겸용 공기조화기만을 천장에 추가했으며, K-1 면담자는 이 역시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면담자들 모두 여름에도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는 맞통풍이 용이하도록 개구부를 열어서 외기가 드나들도록 하고 남측 창으로 들어오는 일사를 적절히 통제하기만 하면 실내의 온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으므로 냉방 설비도 거의 가동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채광: 모든 주택이 남쪽을 향해 배치되어 있고 각 주택의 개구부 중 가장 큰 창과 문을 남쪽에 두어서 낮 동안의 일조를 최대화했다. 특히 K-2 면담자는 단층 주택의 실내 안쪽까지 햇빛을 깊이 유입하기 위해서 주택의 남측에 일반 규격의 창호를 설치하고 남는 창호 위쪽부터 지붕 아래까지 수직면에 빛을 분산시켜 투과하는 재료를 적용했다.

소음: 실내 공간에서의 소음은 일반 주택과 큰 차이는 없었다. 마을이 인근 야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옆에 위치했으나 등반객의 소음이 각 주택 내부에서 방해되지 않으며, 주택 내외부의 기계 설비 등으로 인한 소음 또한 없었다.

편의: 거주자들은 자신의 집을 설계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었기 때문에 개인 공간 확보, 공간 별 접근성 등의 항목에서 불편을 느끼는 점은 없다고 답했다.

안전 및 보안: 모든 면담자가 흙건축 주택에서의 안전과 보안 또한 일반 주택과 큰 차이가 없다고 답했다. 구조적 안전성은 물론, 생물학적 안전 측면에서 오히려 K-3 면담자의 자녀가 아토피가 심했었는데 흙건축에 거주한 이래 크게 호전되었고, 도시의 공동주택보다는 곤충이 많으나 이는 자연환경에 인접해 있기 때문일 뿐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해충이나 곰팡이 피해 또한 경험한 바 없다고 답했다. 한편, S-3 주택에서 라돈 배출량을 측정했을 때 자연 환기 전 150㏃/㎥, 환기 후 20㏃/㎥가 검출되었다2).

⦁실외환경

부지: S 마을은 농가와 저층 연립주택들이 섞여 있는 한적한 주거지가 야산의 끝자락과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해당 S 마을의 부지 위치는 완만한 경사가 있는 야산의 끝자락으로 강수에 따라 유량이 변하는 범람원과는 관련이 없었다.

대지 이용: 기존의 대지를 대량으로 절개 또는 성토하지 않고 각 주택이 위치할 지점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정지작업만을 시행했다. 모든 건축물이 남향으로 자리했고, 각 주택이 서로의 채광 및 조망을 침해하지 않도록 고려했다.

통행 및 교통: 아직 마을이 완성되지 않아서 당초 계획했던 집들이 다 들어서지 않은 것과 별개로 마을 전체의 단지 계획(master plan)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별 주택 사이의 통행 및 접근이 유기적으로 원활하게 계획되어 있지 않았고 마을 진입로 또한 비포장 상태였다. 따라서 자전거와 같은 대안 교통수단 이용이 쉽지 않은 여건이고 생활에 필수적인 상점 등 편의시설이 도보로 왕래할 거리에 있지 않고 대중 교통수단 또한 연결되지 않아서 모든 거주자가 항시 자가 차량을 운행하고 있었다.

지역사회: S 마을은 기존에 주거지로 사용하지 않던 부지에 대지를 조성하고 소규모의 마을이 들어섰으므로 지역사회의 기반시설에 큰 부담을 미칠 일은 없었다.

② 자원효율성

⦁에너지

에너지 절감: 면담자들 모두 공통으로 연중 냉난방 설비를 별로 가동하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도시의 공동주택에 거주할 때보다 냉난방 비용이 덜 소요된다고 답했다. 특히 K-1 면담자의 주택은 설계 단계에서 흙타설 공법을 적용하여 벽체의 두께를 두껍게(max. 300㎜) 하고 여기에 또 내단열을 적용하여 벽체의 축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계획했었는데, 의도했던 대로 외기의 온도 변화가 실내로 전달되는 속도가 느려서 냉난방 비용 부담이 거의 없다고 응답했다. 모든 흙건축 주택이 냉난방에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대신, 오히려 이주 초기에 인근의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활용하고자 공동으로 설치한 양수 설비가 전력을 상당히 소모했다고 말했다.

대체 에너지: K-2, 3, 4 면담자의 개별 주택에는 지열 히트펌프(heat pump) 설비를 갖추어 냉난방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K-4 면담자는 추가로 태양광 집광판을 설치해 지열 히트펌프와 함께 주택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주택에서 필요한 양과 보유한 전기자동차를 운행하기에 충분한 양의 전기를 얻고 있으며 종종 남는 전기를 전력회사에 팔기도 한다고 답했다. 면담자 모두의 주택에 도시 전력망에 연결되어 있으나 지열 등의 대체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수자원

수자원 절감 및 재활용: S 흙마을 계획 및 이주 초기 단계에 공동으로 주변 지하수를 활용했으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를 위한 양수 설비의 전력 소모가 상당해서 나중에 다시 도시 상수도를 유치했다. 상수를 사용한 후의 하수 또는 빗물을 재활용하는 설비나 방법은 따로 계획했거나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 없었다.


Fig. 5. 
Earthen housings at S village

⦁재료

적절한 재료: S 마을의 모든 흙건축에 사용한 흙재료는 전문 업체에서 생산한, 즉 산업적으로 대량 생산한 흙건축 자재를 사용했다.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석회 강화 압축 흙블록은 일반 소성벽돌 및 콘크리트벽돌과 같은 규격으로 불에 굽거나 시멘트를 가공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소모하는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건축 자재이다. S-1 주택 일부에 적용한 흙다짐 벽체와 S-2 주택 전체에 적용한 흙타설 구조체 또한 균일한 품질로 가공한 흙을 전문 업체에서 조달받아 사용한 것으로, 역시 시멘트를 주재료로 하는 철근콘크리트와는 달리 환경친화적인 자재이다. 주요 구조 이외에, 단열재는 왕겨를 태운 훈탄을 직접 가공해서 사용했거나(S-2) 시중에 유통되는 단열재 중 천연광물과 재생 재료로 생산한 환경친화적 단열재를 사용했다(S-1, 3, 4). 일부 일반 건축자재(예: 샌드위치 패널)를 사용하면서 자재 내에 내장된 스티로폼 단열재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S-4). 그밖에 흙타설(S-1)과 흙다짐(S-2)으로 지은 벽의 표면에 발수제를 도포했고, S-2, 3, 4에는 실내 벽면에 흙미장과 흙도장을 적용했으며, 욕실 벽과 욕조에 흙을 연마해서 사용하기도(S-4) 했다. S-1에서는 실내외 모두 흙타설 구조체를 그대로 노출하고 다른 자재로 마감하지 않았다.

재료 재활용: 왕겨를 태운 훈탄이나 재생 재료를 원료로 한 단열재 이외에 재활용 자재를 더 사용한 부분은 없었다. 면담자들은 S 마을의 흙건축물이 나중에 수명을 다했을 때 지을 때 사용한 흙건축 자재를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③ 지속성

⦁환경 영향

오염: 모든 면담자의 주택에 개별 정화조를 설치했으며 공동 하수관로에 연결하여 하수를 배출하고 있었다. 보유한 자동차에 사용하는 화석연료 외에는 거의 모든 에너지원으로 지열과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K-1의 주택에는 냉장고조차 비치하지 않았다. 소음, 열, 빛, 진동 등은 배출하고 있지 않았다.

폐기물: 공사 중에 발생하는 폐기물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본 면담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일반적인 건설 과정보다 더 많거나 적은 폐기물이 발생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생태 영향

생태 영향: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한 건축 자재를 사용했고 주거지와 인접한 야산 어귀에 새로 부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생물 종을 유입했거나 기존의 생물들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었다. 현재 부지의 측면에 실개천이 있는데, 부지를 조성하면서 부지 내로 물이 들지 않도록 일부를 정비했으나 물길을 바꾸거나 메우지 않았다. 그리고, 각 건축 대지의 주변을 정리하는 수준으로만 정지작업을 하고 인공적인 조경을 추가하지 않아서 기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

⦁사용연한 연장

장수명 기능: 면담자 모두 설계 단계에서 흙건축의 내구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구조체의 두께 등을 보수적으로 설계했다고 답했다. 또한 흙 자체가 불연성 재료이므로 내화 성능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해당 흙건축은 내진설계 의무 대상 규모의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모두 소규모 주택이어서 시간에 따라 용량을 증설할 만한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융통성: 모든 주택에 사용된 흙재료와 남측면에 설치한 큰 개구부가 계절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흙재료의 축열 성능이 동절기와 하절기 모두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데 면담자 모두가 이를 직접 체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량 자재로 구조체와 실내 칸막이벽을 시공한 주택(S-2, 4)은 평면이 완전히 개방형(S-1)이거나 내벽 일부를 칸막이벽으로 시공(S-4)한 것에 비해 향후 공간의 기능 및 활용 방식을 변경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유지관리: 흙건축의 외벽면은 일반 조적 건축물과 동일하게 정기적으로 발수제를 도포해야 하며, 실내 흙미장 또는 흙도장도 균열과 박리를 지속해서 보수할 필요가 있었다.

3) 분석 및 논의

본 연구의 심층 면담자들은 흙건축 이용자와 흙건축 전문가라는 점, 건축 문화의 전통과 경험이 다른 국적이라는 점, 현대 흙건축 태동기에 지은 흙건축과 이후 30여 년이 지난 최근에 지은 흙건축을 바탕으로 답변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① 거주성

실내환경: 프랑스 연구자들의 기술에 따르면 현대 흙건축에 다시 주목하기 시작했던 무렵에는 난방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도록 계절과 외기 온도 변화의 영향을 덜 받아 실내의 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데에 주로 집중했고 실내 공기질과 관련된 사항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가졌었으나 이용자들이 먼저 흙재료가 실내 공기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속성에 주목했다. 한국의 흙건축 이용자들 또한 온열 효과 못지않게 흙재료가 실내 공기 중의 습기와 냄새를 조절하여 공기의 질을 개선한다는 점에 큰 만족을 표했다. 이는 건축 이용자들이 실내환경에 요구하는 바와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과, 흙재료가 구조 부재뿐만 아니라 실내 마감재로도 효용이 크다는 것을 드러낸다. 흙재료가 실내 공기에 미치는 긍적적인 영향은 생물학적, 화학적 안전과도 연결된다. 상대적으로 프랑스 론 알프(Rhône-Alpes) 지역보다 강수량이 많은 한국 전라남도3)에서도 곰팡이나 곤충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으며, 화학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한국의 양산 공동주택 환경에 흙건축 자재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라돈 배출에 대해서는 더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실내 채광은 흙건축의 축열 성능과 연결되어 실내 공간의 온열 쾌적성을 향상하므로 흙건축 계획에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항목이다.

실외환경: 흙재료는 다른 건축 자재에 비해 물에 더 민감해서 부지 선택에 더 신중해야 하므로 한국 S 마을과 프랑스 I 단지 모두 이를 고려하여 주변에 범람원이 없는 완만한 경사 지형에 위치했다. 또한, 두 주거지 모두 흙건축의 주요한 특성인 축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각 주택이 서로의 채광 및 조망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고려하여 배치했는데, 특히 전통적으로 남향 주택을 강하게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에서는 남향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음에도 I 주거단지의 주택 대부분을 최대한 남쪽에 면하도록 계획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Fig. 4a.).

② 자원효율성

에너지: 반복하자면, 당초 흙건축에 대한 관심은 흙재료로 지은 벽의 축열 특성을 활용하는 자연형 설계기법의 일부로 출발했다. 따라서 프랑스 I 단지의 주택들은 건축물의 내력벽으로, 온실 내부 벽체로, 축열벽(trombe wall)으로 흙 축열체를 조성했고, 짚흙(earth straw), 중공벽의 형태로 흙을 여러 단열 기법의 일부로도 활용했다. 여전히 전기 방열기를 주요 난방 설비로 사용하고 있었으나 프랑스의 연구자들은 이런 초기 흙건축의 실험이 난방에너지 소모량을 절감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 S 마을의 흙건축 주택은 최초의 현대 흙건축 시도에서 30여 년이 지난 시점에 계획 및 건설했으므로 흙이 환경친화적이고 건강한 재료라는 더 근본적인 특성에 집중했고 단열재 등 흙 이외의 현대 건축 자재를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또한 한국과 프랑스의 전통적인 난방 시스템의 차이가 현대 흙건축에서 확연하게 다른 접근 방식으로 나타났는데, 이용자들이 특히 크게 만족하는 전통 온돌을 개량한 흙구들과 벽난로는 전통 난방 시스템을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일종의 자연형 설계기법으로 활용한 것에 해당한다. 이와 더불어 개별 주택에 지열 펌프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갖추어 대체 에너지를 활용했다. 그 결과 S 마을이 위치한 지역이 I 주거단지보다 연평균 기온은 다소 높으나 연교차가 커서 월평균 최저기온은 오히려 낮은3)데도 내력벽에 흙재료를 사용했고 이를 실내 측에 노출한 외에는 일반 주택 계획과 차이 없이 설계한 S 마을의 흙건축이 난방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사실은 건축과 다른 분야 모두에서 진보한 기술과 흙건축의 에너지 효율성을 성공적으로 결합하여 난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최신화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수자원: 30년 이상의 차이를 두고 조성된 두 주거지 모두 도시 지역의 상하수도 체계에 편입되어 있었는데, 주변의 수원을 활용하거나 빗물 등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계획 단계에서나 이용 단계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재료: 기본적으로 흙건축 자재는 소성벽돌, 철근콘크리트와 같은 기존 건축 자재에 비해 불에 굽거나 시멘트를 가공하고 운송하면서 대량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 환경에 부정적인 배출을 적게 하는 환경친화적인 자재이다. I 주거단지를 건설하던 초기와는 달리 S 마을에서 사용한 산업화된 흙건축 자재는 현장에서 직접 조달하는 흙보다는 에너지를 더 소모하지만 여전히 배출물은 적어서 종래의 건축 자재보다는 환경친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14, 15], 전문가와 이용자 모두 향후 흙건축을 철거하는 시점에는 그 어떤 건축 자재보다 재활용이 유리한 흙재료의 환경 친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③ 지속성

환경 영향: 이미 언급했듯이, 흙건축 자재 자체가 장기적으로 주변 환경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 주거지 모두 건설 또는 사용 과정에서 일반적인 건축물 이상으로 오염 물질이나 폐기물을 배출하지 않았다.

생태 영향: 흙건축 자재는 현장 조달 또는 업체 조달 모두 국내의 재료를 사용하므로 외래 생물 종을 유입하거나 부지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사용연한 연장: 30년 이상 무리 없이 거주하고 있는 I 주거단지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 흙건축의 내구성은 일반 건축과 견주어 손색이 없었으나 이를 규정하고 인증하는 제도적 규범은 여전히 충분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흙건축이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는 훌륭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다른 중량 내력 건축 자재와 마찬가지로 공간을 자유롭게 계획하고 변용하는 면에서는 한계가 있으므로 흙건축 자재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경량화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유지관리에 대해서는 아직 축적된 정보가 많지 않으나 흙건축이 기존 건축보다 더 불리하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4. 결론: 현대 흙건축의 실현 가능성

30년 이상 차이를 두고 지은 두 흙건축 주거지를 전문가와 이용자 관점으로 검토함으로써 흙건축은 다음과 같이 현대 건축으로, 또한 미래 건축으로도 타당한 건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선, 흙건축이 형성한 실내환경은 종래의 현대 건축물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쾌적해서 거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했다. 흙건축은 초기 연구자들이 예상하지 않았던, 이용자들이 체감하고 증언하는 온도, 습도, 냄새 조절뿐만 아니라 오존 등 다른 유해 물질도 조절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구조체를 흙으로 지었을 때 못지않게 흙미장 같은 흙건축 자재로 실내 공간을 마감했을 때도 유효하다[16]. 거주성은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건축을 단순한 물리적 구조체와 구별하는 가장 근본적인 효용이자 목적이다. 따라서, 흙건축은 현대의 이용자가 요구하는 수준의 환경을 충분히 제공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초기 흙건축이 주목했던 흙의 높은 열용량을 30여 년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용한 자연형 설계가 실제로 건축물 운영 단계에서 에너지 소모를 줄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철, 콘크리트, 유리로 대표되는 기존 현대 건축 자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재료 채취 및 생산 과정이 단순한 흙재료 자체의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흙건축은 모든 수명주기 단계에서 재료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구분할 수 없이 직결되어 있다. 흙건축은 처음부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적게 미치면서 자연에서 시작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의 고리를 완결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산업 사회가 소홀히 여겨왔고, 지금에 와서 시급하게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바로 그 환경 친화성이다.

마지막으로, 흙건축이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흙건축의 여러 강점에도 불구하고 문화재 또는 전통 건축물이 아닌 현대 건축물에 원활히 적용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통해 보장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프랑스는 2001년 압축 흙블록 관련 규정을 마련했고 2018년 이래로 법제화를 진행 중이나 흙블록 이외의 공법은 여전히 법적 효력을 가지는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17]. 한국에서는 흙건축과 관련된 규정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이를 위해서는 흙건축을 기술적으로 표준화하고 내수성, 내진성을 더 증대하는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건축은 산업화하면서 더 효율적이고 더 강해지고 더 높아졌다. 발전이라고 믿어왔으나 그것이 지구 환경과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했다. 흙건축 또한 현대 사회에서 타당성을 확보하려면 필연적으로 산업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흙건축이 가진 환경적 가치가 지속될 수 있도록, 어느새 퇴색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연구자와 이용자 모두가 잊지 않아야 할 대목이다.


Notes
1) 프랑스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검토 및 확인한 내용으로 공식적으로 게재하거나 발표한 문헌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2) 2020년 4월 개정된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는 다중이용시설과 신축 공동주택에서의 라돈 배출량을 148㏃/㎥ 이하로 권고하고 있다.
3) 프랑스 론 알프 지역의 중심도시 리옹은 평균 강수량 831.9㎜, 연평균 기온 12.5℃, 월평균 최고기온 27.7℃ 최저기온 –0.1℃(https://ko.wikipedia.org/wiki)이며, 한국 전라남도의 중심도시 목포는 평균 강수량 1200.3㎜, 연평균 기온 14.4℃, 월평균 최고기온 30.1℃ 최저기온 –1.5℃(http://www.mokpo.go.kr/stat/mokpo_stat/climate)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2019R1C1C1010524).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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