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AE Journal
[ Article ]
Journal of the Korea Institute of Ecological Architecture and Environment - Vol. 14, No. 4, pp.91-96
ISSN: 2288-968X (Print) 2288-9698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Aug 2014
Received 31 Jul 2014 Revised 17 Aug 2014 Accepted 19 Aug 2014
DOI: https://doi.org/10.12813/kieae.2014.14.4.091

The Distortion of Road Distance Perception by the Pattern of Object Distribution

SeoKyung Wook*
*Corresponding author, Dept. of Architecture, Kyonggi University, South Korea
인공환경 분포방식에 의한 보행거리 인지 변화에 대한 연구

The behavior of walking involves our action of seeing things. It is the intention of this research that the cognitive process of perceiving things along the path can affect the way we sense the length of the journey. The theory generally accepted in this line of thought is the ‘feature accumulation theory’. It assumes that if the journey includes many objects or memorable features, then our memory recalls that journey much farther than it really was. This study set up a real-life experiment by asking university students about their mental memory of the two different routes in the campus. One is a longer path that has not much to look at except trees and the other a shorter path yet with many buildings, sign boards and street furnitures. The subjects processed their mental image in the brain based on their experience. They showed a strong tendency that the path with more features were remembered longer while that with less features shorter. More interestingly, it was found that as their experience increases, they become more accurate about the exact length of the questioned paths. The result corroborates the theory that human perception of space is based on the topological understanding of surroundings rather than geometric understanding.

Keywords:

Built Environment, Spatial Perception, Distance Estimation, 인공환경, 공간인지, 거리감

1. 서론

1.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물질과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인간은 시각을 통해서 물질들의 형상을 바라보며 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빈 공간의 영역을 인지한다. 이러한 물질과 공간 사이의 관계는 큰 범위에서는 흔히 지도로 만들어져 우리의 시각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 기술에 의해 지도의 정확성은 전례 없는 정밀도를 가지게 되었다. 대지의 인공환경에 대한 지리정보는 GIS나 GPS와 같은 기술과 전자기기 발전으로 이제는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상용 정보가 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인류는 역사상 가장 객관적인 주변의 자연 및 인공환경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거의 인류가 감각에만 의존하여 스스로의 신체적 움직임과 주변환경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거리와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았다면, 현대의 인류는 네비게이터와 같은 첨단 기기를 통해서 감각에서 비롯될 수 있는 오차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로 진입하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도 인간의 공간인지는 매우 주관적인 과정을 통해 나타나고 행동으로 연결된다. 주변에 객관적인 공간정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자신의 상황과 경험에 의해 주관적으로 이들 정보를 해석하려고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같은 거리의 길을 걸어가도 때로는 멀게 느껴지고 때로는 가깝게 느껴지는 현상이나 같은 크기의 건물 안을 들어가더라도 사람에 따라 그 크기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주관적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어쩔 수 없는 실존적 현상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객관적 공간감과 주관적 공간감 사이의 관계를 보행거리에 대한 실제거리와 인지거리의 차이에 대한 실험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러한 인지적 차이가 인공환경 분포방식에 따라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분석해 보고 이를 건축 계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1.2. 기존연구 고찰 및 연구의 방법

객관적 공간감과 주관적 공간감에 대한 고찰을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기존 관련 이론들에 대한 검토를 하였다. 특히 거리에 대한 인간의 감각에 대한 문헌들과 공간의 크기에 대한 감각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수원에 소재한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실제 공간을 이용하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리 인지에 관한 실험을 실시하여 이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실제 거리와 주관적 거리의 차이에 대해서는 기존에 많은 유사한 논의가 있어 왔다. Jansen-Osman(2002)과 Nasar(1983)의 연구에서 그와 같은 주관적 거리감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Lee(1970), Montello(1997), Nasar(1985)의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실제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실험을 통하여 밝혀졌다. 몬텔로의 연구에서는 같은 길이의 여러번 꺽인 길을 따라가는 보행자가 같은 길이의 일직선의 길을 따라가는 보행자보다 거리를 더 멀게 느낀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목적지의 건물이 눈에 보이는 경우 거리를 더 짧게 인식한다는 것도 알려졌다. 또 다른 이들의 실험에서는 건물과 같은 인지할 수 있는 형태가 많이 보이는 길을 걸어갈 때 실제 길이보다 더 멀게 느낀다는 것도 밝혀졌다. 결국 다수의 건물이 존재하고 목적지 건물이 눈에 보이지 않으며 길이 자주 꺽이는 경우 사람들은 그 길을 멀게 느낀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 연구에서는 사람들은 같은 거리의 두 개의 길 중에 목적지가 눈에 더 빨리 들어오는 길을 선호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더 나가서 사람들은 친근한 목적지를 실제보다 더 가깝게 느낀다는 것도 조사가 되었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Nasar 외(1985)의 연구에서 남자보다 여자가 같은 거리를 더 멀게 느낀다는 것을 밝혀 성별 차이 또한 거리감의 인지함에 있어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Sadalla와 Staplin(1980)의 연구에서는 진행하는 길에 교차로가 많을수록 그 길을 멀게 느낀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도시의 길 뿐만이 아니라 자연환경 속에서도 아무것도 없는 환경보다 주변에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것들이 많은 환경 속에 있을 때 그 장소를 더 크게 생각한다는 사실도 도출되었다.(Coeterier 1994) 또한 Okabe(1986) 등의 연구에서는 경사진 길을 걸어갔을 때, 즉 내리막이나 오르막을 걸어갔을 때 평지보다 1.15배 더 먼 길로 인식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의 양이 많아졌을 때 그 길을 더 길게 인식한다는 실험결과를 흔히 형상축적이론(Feature Accumulation Theory)라고 부른다. Crompton(2006)은 이에 더해 그 길을 경험한 기간과 길의 길이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그는 대학교 학부 1학년, 2학년, 3학년 학생들이 학교 주변 길의 거리를 얼마나 실제와 다르게 인식하는지를 실험하였고 그 결과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길이를 더 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이유는 고학년들이 같은 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더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의 형상축적이론과 일치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상과 같이 살펴본 기존 거리인지에 대한 견해를 바탕으로 과연 인공환경의 상황에 따라 그 실제 거리와 다른 인식을 하게 되는지를 실험하여 제 이론을 검증하고자 하였다.


2. 거리 인지감에 대한 실험

2.1. 기억력에 의한 거리측정

거리감 측정을 위하여 수원에 소재한 대학 캠퍼스의 두 가지 다른 특징을 갖는 구간을 설정하여 실험을 하였다.

첫 번째로 기억에 의한 거리측정(mental distance measure)을 하였다. 사진 1의 첫 번째 구간 Route A는 거리는 비교적 짧으나 (334m) 그 사이에 많은 지형지물이 있는 구간이고 두 번째 구간 Route B는 거리는 비교적 멀지만 (434m) 그 사이에 별다른 지형지물이 없이 길이 길게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두 개의 구간은 비슷한 경사도를 갖고 있으며 거의 직선구간으로 뻗은 길을 선택하여 앞서 기존문헌에서 언급된 바 있는 꺾이는 길에 의한 거리감의 주관적 변화를 배제하였다. 두 구간의 거리에 100미터 차이를 준 이유는 많은 기존 연구에서 제시한 바 있는 형상축적이론을 검증하고자 함이었다. 그림 2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듯이 Route A는 100미터가 짧지만 보다 많은 건물과 지형지물이 있고 Route B는 A보다 무려 30%가 더 긴 길이지만 주변에 수목이 우거지고 주차장만 가끔 보이는 단조로운 길이기 때문에 기존 형상축적이론에 따르면 짧게 느껴질 수 있는 길인 것이다. 본 연구의 가정은 이러한 기존 이론이 사실일 경우 A와 B의 길이 차이가 덜 느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며 극단적인 경우 100미터가 긴 B가 오히려 더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Fig. 1.

Two routes mapped on a university campus in Suwon

Fig. 2.

Actual Scene of the Two routes in the campus

위와 같은 가정 하에서 세 그룹의 학생들에게 두 개의 길의 길이에 대한 추정을 하도록 설문을 하였다. 1차 조사로서의 설문은 강의실 안에서 이루어졌으며 건축학과 1학년, 2학년, 그리고 4-5학년 합반을 대상으로 그림 3과 같이 0미터에서 1,000미터까지 눈금으로 표시된 막대가 인쇄된 종이를 나누어 주고 본인의 경험을 통해서 길이를 추정하여 막대 위에 표시를 하도록 하였다. 참여한 학생 수는 1학년 52명, 2학년 49명, 4-5학년이 33명이었다. 이렇게 하여 도출된 학년별 결과는 그림 3, 4, 5와 같다.

Fig. 3.

Mental distance measure by 1st year students

그림 3는 1학년 학생들의 설문 결과를 통계 처리한 내용이다. 위 두 개의 가로 막대는 각각 루트 A와 루트 B의 거리를 표시할 수 있는 설문지 상에 제시된 모양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세로 방향의 긴 막대는 각 루트의 실제 거리를 표시해 주고 학생들의 52개 응답을 통계 낸 값이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다. 루트 A의 경우, 실제 거리가 334미터인데 반해서 총 응답 결과의 평균은 485미터에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어 1학년 학생들은 실제 해당 길의 길이보다 151미터 더 멀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객관적 거리의 1.5배에 가까운 수치로 실제와 인지 사이의 매우 큰 차이를 보여준다. 루트 B의 경우 실제 434미터를 546미터로 기억하고 있어 112미터를 더 길게 인지하고 있으며 이것은 실제거리의 1.25배에 해당한다. 루트 A와 B를 비교해 보면 학생들은 B가 100미터나 더 긴 길임에도 불구하고 그 길이를 기억할 때에는 A보다 낮은 비율의 오차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림 3에서 세로 막대와 화살표 사이의 길이 차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생들은 A보다 B를 상대적으로 짧게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살펴본 기존 연구의 결론과 일치한다. 루트 A에는 중앙도서관과 학생식당을 포함한 많은 건물과 여러 가지 게시판이 있어 늘 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주요 통로이며 여기서 많은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렇게 기억할만한 형상과 추억이 많이 축적된 길은 실제보다 더 풍부하게 느껴져 그 거리가 더 길게 인식된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림 3의 아래쪽 두 개의 가로 막대는 앞서 언급한 같은 결과를 여자와 남자 두 그룹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루트 A와 B 모두에서 남자보다 여자가 길을 더 길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존 Nasar(1985)의 연구에서 주장한 것과 같은 결과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같은 설문을 2학년과 4-5학년 합반에서 동일하게 실시하였고 결과는 그림 45에서 볼 수 있다.

Fig. 4.

Mental distance measure by 2nd year students

Fig. 5.

Mental distance measure by 4-5th year students

그림 4에서 2학년 학생들의 루트 A와 루트 B의 기억에 의한 거리측정 결과를 볼 수 있다. 1학년 결과와 비교했을 때 실제 거리에서 벗어난 비율이 줄어들어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루트 A의 경우 실제거리의 1.24배로 평균적으로 응답했으며 루트 B는 1.05배로 응답하여 실제 거리에 훨씬 더 가깝게 대답하였다.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살펴보았을 때 루트A는 앞선 1학년의 경우와 같이 여자가 더 멀게 응답하였으나 루트 B는 근소한 차이로 남자가 더 길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그림 5의 4-5학년 합반의 경우를 살펴보면 앞의 두 학년보다 실제거리에 더 근접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루트 A는 실제거리보다 인지거리가 1.07배로 나타났고 루트 B는 처음으로 실제거리보다 인지거리가 더 작게 나오면서 0.94배의 거리로 나타났다. 남자와 여자를 비교하였을 때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역시 여자들의 평균 인지거리가 남자들보다 길게 나타났다.

2.2. 결과 분석

이상의 실험을 통해서 두 개의 다른 인공환경 분포를 갖는 보행환경을 인간의 시지각적 정보에 의해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기존의 연구에 의하여 밝혀진 형상집적이론(Feature accumulation theory)에 의하면 인지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 공간적 경험이 더욱 풍부해지며 이에 따라 그 장소를 더 크고 길게 느끼게 된다. 위의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와 같은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 실제로 많은 건물과 사물이 배치되어 있는 구간을 그렇지 않은 구간보다 더 길게 느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더욱 의미있는 발견은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실제거리에 대한 인지거리의 차이가 점차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림 6에서 실험 대상이었던 세 개의 학년 그룹별 결과를 함께 비교해 보면 루트 A의 실제 거리를 나타내는 세로 막대에서 맨 아래의 1학년 결과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위쪽 방향으로 2학년과 4-5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그 거리가 점차 실제거리와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학년 그룹에서 가운데 있는 회색점은 전체 평균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옆으로 속이 비어있는 점이 남자만 구분한 평균을 빗금으로 채워진 점이 여자만 구분했을 때의 평균을 보여준다. 루트 A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제거리와 가까워짐과 동시에 남녀의 차이도 함께 줄어드는 것을 볼수 있다. 결국 해당 구간을 걸어 본 경험이 증가할수록 실제거리에 근접한 수치로 거리를 인지하게 되며 여성이 갖는 더 풍부한 공간적 감성도 점차 객관적으로 조정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Fig. 6.

Variations in Mental distance measure by different year groups in Route A

그림 7은 루트 B에 대한 인지거리 평균을 모든 학년에 대하여 모아놓은 결과이다. 루트 A에 비해서 전체 평균값이 모든 학년에 걸쳐서 실제거리에 가깝게 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주위에 건물이나 시각적 관심을 기울일만한 특징을 가진 사물이 없는 길인 루트 B를 학생들은 루트 A보다 더 짧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별로 구분을 해 보았을 때, 1학년과 4-5학년은 그림 6과 마찬가지로 여자가 남자보다 해당 길이를 더 길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2학년의 경우 아주 작은 차이로 남자가 여자보다 더 길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림 7에서 나타난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2학년과 4-5학년에서 남녀의 차이가 거의 무시할 정도로 작아졌다는 것이다. 주변에 쳐다 볼 것들이 많고 기억할 것들이 많은 루트 A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남녀 간의 격차가 줄어들면서도 그 격차의 간격이 어느 정도 유지되었던 반면, 주변 환경으로부터 시각적 자극이 적은 루트 B에서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남녀의 차이가 무시할 정도로 서로 근접했다는 차이점을 볼 수 있다. 결국 시각적 감성적으로 더 기억에 남는 요소들이 많이 존재하는 루트 A를 남녀 모두 더 실제보다 거리가 먼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으며 여자 피험자들의 경우 기억에 남는 요소들이 거의 없는 루트 B에서는 1학년을 제외하면 남자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편차로 거리감을 나타내었다. 결론적으로, 해당 구간의 인공환경적 요소에 크게 영향을 받는 집단은 첫째, 경험이 적은 저학년 집단이었고, 둘째 여성들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실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충분히 반복된 경험이 없었을 경우, 그 주변 공간에 대한 해석을 기하학적이고 객관적이기 보다 주관적이고 위상학적으로 한다는 것이며 이 때 남성보다는 여성이 같은 조건 하에서 좀 더 주관적이고 위상학적인 시각을 가지고 공간을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Fig. 7.

Variations in Mental distance measure by different year groups in Route B


3. 공간인지에 대한 위상학적 해석

칼 포퍼(Karl Popper)는 그의 저서 ‘객관적 지식: 진화론적 접근’(1972)에서 사람에게는 세 가지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세계(world 1)은 물질로 이루어진 객관적 세계(objective world)로 세상의 만물과 백터의 힘, 공간, 시간 등으로 이루어진다. 두 번째 세계(world 2)는 인간의 마음으로 이루어진 주관적 세계(subjective world)로 인간의 지각, 인지, 꿈, 창의력, 상상력 등과 연결된 세상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세계(world 3)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객관적 지식(objective knowledge)으로 각종 이론들과 방법론, 예술, 여러 가지 사실들이 속해있는 세상이다. 이 세 가지 세계는 인간에게 엄연히 존재하는 것으로 첫 번째의 객관적 세계는 인간에게 왜곡된 실체로서 인지되어 주관적인 세계로 파악될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인간이 연역적으로 건설한 세 번째 세계의 객관적 지식체계를 통해서만이 첫 번째 세계의 실체가 파악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포퍼의 세 가지 세계가 던져주는 의미는 본 연구의 취지및 결론과 맞닿아 있다. 공간을 인지하는 인간의 시각정보는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첫 번째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과 마음상태 시지각 능력 등에 의해 유추되며, 이에 따라 실상과는 다르게 우리의 기억체계 안에 입력되는 것이다. 이러한 왜곡된 상을 받아들임으로써 주어진 상황에 따라 또는 개개인의 성향과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주관적인 세계의 경험을 논리적으로 기록하고 검증하는 노력을 통해서 객관적 지식이 탄생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다시 물질적 세계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주관적 세계(subjective world)가 잘못되었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엄연히 존재하는 하나의 완성된 세계이며 이 세계를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이 오히려 개인에게는 보다 더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실체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세상을 바라볼 때 그 정확한 치수를 가늠하여 정보를 획득하지 않는다. 그 보다는 부분과 부분 사이의 관계, 즉 사물들이 서로 연관을 맺고 있는 상대적 위치를 통해서 세상의 틀을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정확한 치수에 의해 세상을 파악하는 방법이 기하학이라면 상대적 위상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위상학이라고 한다. 위상학은 큰 범위의 기하학 안에 포함되기도 하지만 건축형태학에서는 일반적으로 기하학(geometry)와 위상학(topology)의 차이를 독립적으로 대비시킨다. 현대사회에서는 정확한 치수를 통한 세계의 파악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문명화 단계 이전의 사회에서는 위상학적인 파악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아프리카의 템네(Temne) 부족들은 공간을 균질적이고 정량적인 단위로 바라보지 않고 정성적이고 경험적인 것으로 파악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지점간의 거리를 말할 때도 이들은 몇 개의 마을을 지나가야 한다는 식의 경험적으로 인지된 거리감으로 현대인들이 쓰는 계량적 수치를 대체한다.(Littlejohn 1963)

도시학자 캐빈 린치(Kevin Lynch)는 개개인의 지리학적 정보는 위상학적 패턴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그림 8) 그는 통로(paths), 경계면(edges), 구역(districts), 결절점(nodes), 명소(landmarks)의 다섯 가지 요소를 파악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도시의 정보를 점차 늘려가며 이를 서로 연결시키고 통합시킴으로써 지리적 감각을 형성해 나간다고 하였다. 결국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은 기하학적이고 객관적인 칼 포퍼의 첫 번째 세계를 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관적인 형태적 공간적 지각을 통해 획득된 정보를 위상학적으로 연결시키는 두 번째 세계를 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Fig. 8.

Comprehending a city structure by the topological relations between urban elements (Kevin Lynch, 1960)

본 연구에서 두 개의 다른 보행로를 대상으로 실제거리와 인지거리의 차이를 조사했을 때 학생들은 인공환경이 더 밀집되어 있는 길인 루트 A를 실제보다 더 길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 길은 수위실, 중앙세미나실, 중앙도서관, 사범대학, 학생식당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로 휴게공간, 자판기, 게시판, 운동장이 접해있는 곳으로 학교 안에서 보행자가 가장 많이 지나가는 중심공간이다. 이렇게 인공환경이 밀집되어 있으며 그 안에 자신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축적된 공간을 머릿속에 떠올릴 때 사람들은 더 풍부한 기억과 추억의 요소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우리의 두뇌 안에서 재구성되는 공간의 이미지는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위상학적으로 결합되고 연결되면서 확장되어 객관적 실체와 다른 주관적 공간의 크기와 길이를 결정한다. 칼 포퍼의 주관적 세계는 캐빈 린치가 말하는 위상학적 요소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또 다른 세계인 것이다.


4. 결론

지금까지 인공환경 분포방식에 의한 인간의 공간인지감에 대하여 실험을 통하여 알아보았다. 공간인지에 대한 많은 대상 중에서도 본 논문에서는 두 지점 사이의 거리를 얼마나 길게 인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진행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논의되어 온 형상축적이론 (feature accumulation theory)에 의하면 사물이 많을수록 또한 기억이 많이 연결되어 있을수록 그 공간에 대해서 실제보다 더 크고 길게 느낀다는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기존 연구결과에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수원소재 캠퍼스의 두 개의 다른 길 중에서 건물과 지형지물이 많은 길인 루트 A를 피험자인 학생들은 실제보다 훨씬 더 길게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위에 특정 지형지물이 없는 단조로운 길인 루트 B는 훨씬 작은 범위 안에서 실제보다 길게 인지하고 있었다. 단조로운 길 루트 B가 A보다 30% 더 긴 길이를 가지고 있었으나 주관적 인지감에 의해 늘어나는 정도는 A보다 현저히 적게 나타났기 때문에 형상축적이론이 정확하게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두 개의 루트 A와 B에 걸쳐서 남자보다 여자 피험자들이 같은 거리를 더 멀게 느끼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이것은 Nasar 외(1985)의 연구와 일치하는 것이다. 단지 루트 B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남녀의 차이가 매우 적은 범위에서 나타났으므로 이것은 해당 루트에 지형지물이 없거나 적은 경우에는 남녀의 차이가 줄어든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이와 같이 기존 연구 결과를 검증한 것과 더불어 본 연구에서는 기존연구와는 또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 Crompton(2006)은 그 길을 경험한 기간과 길의 길이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길이를 더 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 이유를 고학년들이 길에 대한 시각적 정보를 더 많이 정보를 축적하게 되고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리기 때문에 형상축적이론에 의거하여 길의 길이를 점차 더 멀게 인식한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이와 반대로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 길에 대해서 더 익숙할수록 주관적 인지길이가 실제 길이에 점점 가깝게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두 개의 다른 루트에 대한 세 개의 다른 학년 그룹의 응답은 모두 이와 같은 인지거리 감소 경향에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따라서 향후의 연구과제는 과연 이러한 기존 연구와의 정 반대되는 결과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밝혀낼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Crompton의 실험과 본 실험 모두 건축과 도시의 공간에 보다 관심을 갖고 배워나가는 건축학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었기 때문에 타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였을 때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은 공간인지에 대한 연구에서 마지막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건축가들은 기하학적으로 건축과 도시를 설계하지만 사용자들 혹은 일반인들은 위상학적으로 이것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도시와 건축의 설계와 건설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기하학적인 계산과 도면작업이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일반인들에게는 그러한 수치보다는 실제로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적 체험이 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향후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들의 작업은 기하학에 기반을 두면서도 공간인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같은 공간이라도 보다 안락하고 풍부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사용자의 시선에서 인공환경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Kyonggi University Research Grant 2013.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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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Fig. 1.
Two routes mapped on a university campus in Suwon

Fig. 2.

Fig. 2.
Actual Scene of the Two routes in the campus

Fig. 3.

Fig. 3.
Mental distance measure by 1st year students

Fig. 4.

Fig. 4.
Mental distance measure by 2nd year students

Fig. 5.

Fig. 5.
Mental distance measure by 4-5th year students

Fig. 6.

Fig. 6.
Variations in Mental distance measure by different year groups in Route A

Fig. 7.

Fig. 7.
Variations in Mental distance measure by different year groups in Route B

Fig. 8.

Fig. 8.
Comprehending a city structure by the topological relations between urban elements (Kevin Lynch, 1960)